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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진의 바이오人사이드] 입셀 주지현 대표 “국내 최초 동종 유래 iPSC 기반 세포치료제 개발”
[최수진의 바이오人사이드] 입셀 주지현 대표 “국내 최초 동종 유래 iPSC 기반 세포치료제 개발”
  • 김수진 기자
  • 승인 2023.02.05 16: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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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셀,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주지현 교수가 이끄는 국내 최초 iPSC 기반 세포치료제 및 플랫폼 개발 기업
-최근 투자 한파 속 총 160억 원 규모의 브릿지 투자 유치에 성공
-혈액의 채취부터 유도만능줄기세포 제작의 전 과정을 자동화 GMP로 진행하는 데 성공
-iPSC로 제작한 관절강 내 직접 주사 가능한 퇴행성 관절염 치료제 IND 신청
-대동물실험서 연골 재생 효과 확인
-동종 유래 iPSC를 활용해 대량 생산 가능

모두들 바이오 업계가 어렵다고 한다. 투자받기는 갈수록 힘들어지고, IPO 흥행도 옛말이 됐다. 바닥에 떨어진 신뢰로, 보는 눈이 곱지 않다. 하지만 여전히 뚝심 있게 이 업계를 지켜가는 사람들이 있다. ‘바이오 인사이더’로 통하는 최수진 박사가 바이오에 진심인 사람들을 만나 허심탄회한 속내를 들어본다. 그들의 시행착오와 실패담, 극복 과정은 오늘도 고군분투 속에 바이오 업계를 이끌어 가는 후배나 동료에게 좋은 아이디어를 제공할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K-BIO에 희망을 걸어도 좋다는 시그널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편집자 주)

[바이오타임즈] 세포·유전자 치료제(Cell & Gene Therapy, CGT)가 차세대 바이오 의약품으로 떠오르면서 연구·투자가 열기가 뜨겁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최근 발표한 ‘글로벌 시장 전망 및 오픈 이노베이션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CGT 시장은 2021년 기준 약 74억 7,000만 달러(약 9조 4,500억 원)에서 2026년 약 555억 90만 달러(약 70조 3,5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평균 성장률이 약 49.1%에 달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CGT 시장 선점 경쟁도 치열하다. 국내 기업들도 신약 개발, 인수합병(M&A), 설비투자 확대, 기술 협력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특히 차별화된 기술력을 지닌 기업들의 몸값이 높아지면서, 경제 한파로 얼어붙은 투자심리도 단박에 녹이는 기업도 있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류마티스내과 주지현 교수가 이끄는 입셀(YiPSCELL)도 그중의 하나다.

입셀(YiPSCELL)은 국내 최초 유도만능줄기세포기술(iPSC·induced pluripotent stem cell)을 기반으로 한 세포치료제 및 플랫폼 개발 기업이다. 국내에서 iPSC 연구에 가장 앞선 바이오벤처로 꼽히며,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핵심 파이프라인인 골관절염 세포치료제 임상 시험계획서(IND)를 제출해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회사는 최근 160억 원 규모의 브릿지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지난해 5월 시리즈A 투자 유치 후 일 년 반만의 성과로, 어떤 세포로든 분화할 수 있는 iPSC의 안정성과 가능성, 경제성은 물론, 무엇보다 기술력을 인정받은 결과이기도 하다.

미래 유망 산업으로 촉망받던 K-바이오가 위기에 몰린 요즘, 투자 혹한기 속 투심(投心)을 얻은 입셀의 기술력과 경쟁력은 무엇일까.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내 옴니버스 파크에 위치한 입셀 본사를 찾아 주지현 대표로부터 국내의 척박한 환경에서 유도만능줄기세포 연구를 개척한 이유와 그간의 과정, 현재의 개발 단계, 그리고 앞으로의 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진=)
국내 최초 유도만능줄기세포기술을 기반으로 한 세포치료제 및 플랫폼을 개발하는 입셀 주지현 대표(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교수)(왼쪽)와 최수진 박사가 입셀 본사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최수진) 유리로 제작돼 밝고 확 트인 넓은 공간의 연구실이 너무 좋습니다.
(주지현) 한눈에 누가 무슨 일을 다 하는지 알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웃음). 옴니버스 파크가 작년 5월에 준공됐고, 저희가 이곳으로 확장 이전한 건 6월입니다. 첫 사무실은 교대 쪽 단골집 식당 위층에 있었고, 또 그 위층의 사진 스튜디오를 연구실로 만들어 썼었어요. 임상 연구도 활성화시키고 세포 시설도 확충해야 하다 보니 넓은 공간이 필요했습니다. 제가 진료도 보니까 학교에서 그곳까지 왔다 갔다 하는 것도 쉽지 않았고요. 기존 연구실보다 5배 정도 넓어진 900평 규모에 연구실과 사무실, 임상 허가용 제조 품질관리(GMP) 세포 생산시설을 갖췄고, 현미경실, 조직 병리실, 세포 은행 공간도 별도로 확보해 직원들이 연구 개발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습니다.

(최수진) 옴니버스 파크 입주 시 가톨릭대 직원에게 제공되는 베네핏은 없었나요.
(주지현) 전혀 없었습니다. 이곳이 지하 2층이다 보니 사무실이 잘 안 나가서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어떤 분들은 학교 교수이니까 좀 싸게 들어 오지 않았냐고 물어보시는데, 조금도 특혜나 할인 같은 건 없었습니다(웃음).

(최수진) 회사 시설을 둘러봤더니 규모가 상당한데요. 특히, GMP의 자동화생산 설비가 너무 인상적이었어요.
(주지현) GMP 안에 있는 모든 장비와 기기를 우리 손으로 2년간 하나하나 다 제작해서 세팅했고, 이제 설치가 끝났습니다. 300평 규모에 국내에서 처음으로 iPSC를 자동으로 생산할 수 있는 완전 자동화 세포 공정 설비(Full automated cell process facility)를 갖춰서 iPSC를 효율적으로 대규모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가지게 됐습니다. 이 자동화 기계는 한국 바이오셀프에 의뢰해 제작된 Prototype의 형태로 성능이 어떻게 나올지는 아직 잘 모르지만, 저희 입셀의 임직원은 매우 흥분된 상태로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만약 성공적으로 세포생산이 가능하게 된다면 이 시설을 다른 회사도 쓸 수 있도록 할 생각이고요. 장기적으로는 개인별 iPSC 뱅킹 시대가 올 것으로 전망하는데, iPSC 자동화생산의 기반 시설을 보유하게 됐으니 꿈에 한 발 더 다가간 느낌입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iPSC를 자동으로 생산할 수 있는 완전 자동화 세포 공정 설비를 갖춘 입셀의 GMP 시설(사진=입셀)
입셀은 서울성모병원내 옴니버스파크에 회사 전용 임상허가용 ‘SMART GMP’ 세포생산시설을 구축했다. 이 시설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iPSC를 자동으로 생산할 수 있는 완전 자동화 세포 공정 설비를 갖췄다(사진=입셀)

(최수진) 최근 160억 원 규모의 브릿지 투자를 유치했다고 들었습니다. 국내외 경기가 진짜 어려운데, 어디에서 받으셨나요? 
(주지현) 시리즈 A 투자사인 인터베스트로부터 100억을 유치했고, 프리미어파트너스로부터 20억, HB인베스트로부터도 10억을 받았습니다. 시드 투자를 한 대웅제약도 30억을 투자하기로 결정했고, 이 금액을 포함시키면 160억이 됩니다.

(최수진) 후속 투자를 받기가 쉽지 않은데요, 처음부터 좋은 투자사들과 연결된 것 같습니다.(주지현) 저와 함께 입셀을 창립한 입셀 부대표이자 아이쿱(iKooB) 대표인 조재형 교수(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의 소개로 대웅제약과 인연을 맺었습니다. 2020년 9월 대웅제약으로부터 시드 투자 30억 원(20억은 투자, 10억은 국내 유통 판권)을 받고, 2021년 5월 시리즈 A를 통해 330억 밸류에 120억 원을 조달했습니다. 당시 인터베스트, 프리미어파트너스, HB인베스트, 아주IB투자 등이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했고요. 이번 브릿지 투자는 580억 원의 가치를 인정받아 시리즈 A 투자사들 중심으로 팔로우 온 투자를 받았습니다. 투자사들이 입셀을 믿어주시고, iPSC를 이용해 개발 중인 관절·연골 치료제의 안전성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 이 어려운 시기에 투자를 받을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최수진) 면역학을 전공하셨는데, 줄기세포에는 어떤 계기로 관심을 갖게 됐나요.
(주지현) 처음에는 와이바이오로직스와 협력해 항체를 활용해 면역을 연구했었는데, 결과가 잘 나왔지만 사업화에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실험만 잘 되면 사업화는 당연히 되리라 생각했는데, 실험이 제일 쉬었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당시 제 나이가 42살이었는데, 고민이 많았죠. 서울성모병원의 류마티스 내과만 하더라도 훌륭한 선배님들이 많이 계세요. 김호연, 김완욱, 박성환 교수님 모두 면역학의 대가인데, 이분들 사이에서 웬만큼 면역학을 해서는 살아남기 어렵겠다는 위기의식을 느꼈습니다. 그러던 중 2012년 미국 연수의 기회가 생겼습니다. 의대 교수들은 보통 본인의 전공분야를 바꾸기가 쉽지 않습니다. 바쁜 병원 생활에 나이가 들어가면서 새로운 연구주제를 시작하기가 어렵습니다. 따라서 인생에 한 번 정도 해외 연수 기간 중 진로를 바꿀 기회가 있는 경우가 그 기회에 해당됩니다. 당시 국내에 줄기세포 연구가 뜨던 시기여서 줄기세포를 면역학 영역에서 발전시킬 수 있는 게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래서 아무 연고는 없었지만, iPSC의 권위자인 미국 스탠포드대 조셉 우 교수 연구실에 운 좋게 들어가 세포배양부터 시작해 iPSC 제조 기술을 배웠습니다. 정말 기초부터, 파이펫을 잡고 세포 배양부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간중간 제자들을 미국으로 오게 해서 iPSC의 기본 기술들을 배우게 하고, 한국에 가서 실험실도 세팅하게 했고요. 이때가 아마 제 연구 인생의 전환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최수진) 한국으로 돌아온 후 iPSC 연구는 어떻게 발전시켰습니까.
(주지현) 2013년에 질병관리본부와 보건복지부가 공동으로 시행한 ‘임상 등급의 유도만능줄기세포 제작에 대한 국가 표준프로세스’를 수립하는 국가과제에 저희 가톨릭의대 유도만능줄기세포연구소가 선정됐습니다. 이 과제가 5년 동안 50억정도를 지원받는 규모가 꽤 큰 사업이었는데, 서울대와 경쟁해서 운 좋게 저희가 선정된 것이죠. 제가 연수했던 스탠포드 대학으로부터 재료 및 프로토콜을 직접 전수받아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당시 저는 줄기세포 연구 쪽에서 워낙 알려지지 않은 사람이어서 모두 의심의 눈으로 저를 쳐다봤어요. 그래서 첫 6개월간은 매달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일일이 과제 관리를 받아야 했습니다. 그 과정이 너무 힘들었지만, 많이 공부하고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아마 저희처럼 이렇게 심하게 관리받았던 곳은 없었을 겁니다. 저희가 이 과제를 통해 30개의 세포주를 만들어 국가에 기증했으며, 이 세포주들은 CMC(Catholic Medical Center, 가톨릭 중앙의료원) 일련번호가 붙었습니다.

(최수진) 그 정도 규모의 국가과제라면 수행하면서 어려움도 많았을 것 같은데요.
(주지현) 뱅킹 자체가 너무 어렵죠. 아무도 그런 개념을 오픈하지도 않고, iPSC를 갖고 임상을 하겠다는 사람도 없었고요. 사람에게 투여할 수 있는 임상 등급의 세포주를 만들기 위해서는 GMP, 프로토콜 등 여러 가지 기준에 부합해야하기 때문에 이걸 하나하나 다 규격을 만들어가야 하니까 정말 쉽지 않은 과정이었습니다. 그래도 식약처와 정부의 마중물 사업을 오랫동안 함께 하다 보니 IND(임상계획승인)을 준비할 때 식약처가 어떻게 CMC(Chemistry, Manufacturing and Control, 품질평가자료), QC(Quality Control, 품질관리)를 바라보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알게 된 것도 큰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입셀 주지현 대표는
입셀 주지현 대표는 자신의 연구가 직접 환자들에게 적용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회사 설립을 결심했다. 입셀은 현재 동종 유래 유도만능줄기세포를 활용한 골관절염 연골세포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주사를 통해 집적 환부에 주입해 치료하는 새로운 방식의 골관절염 치료제로, 임상 성공 시 일 년에 한 번씩 주사하는 형태로 만드는 게 목표다

(최수진) 연구만 하시던 교수님이 왜 사업을 시작하셨는지가 매우 궁금해지는데요.
(주지현) 전 원래 진취적인 성격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대학 때까지 굉장히 내성적이었어요. 고등학교 때 하도 몸을 꼬아서 꽈배기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사업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그런데 ‘연구중심병원 지정을 위한 선도형 사업단’을 맡아서 해보니, “내가 하는 연구가 직접 환자들에게 적용됐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논문을 쓰는 것과 사람에게 적용하는 건 너무나 다르니까요. 그간의 연구 성과를 실용화하고 싶었는데, 기술 이전할 곳을 찾지 못해 결국 회사를 직접 차렸습니다. 법인은 2016년에 만들었고, 2017년 유도만능줄기세포 응용연구소에서 씨스템(CiSTEM)이란 사명으로 스핀오프하게 됐습니다. 2020년에 지금의 이름인 입셀(YiPSCELL)로 사명을 바꾸었죠. 입셀로 사명을 바꾼 이유도 재밌습니다. 씨스템으로 미국에 사명을 등록하려고 하니 6개월전에 프랑스 기업이 C-STEM이란 이름으로 미리 상호등록을 해두었더라고요. 저희 회사의 이름이 미국에서 사용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니, 아예 회사 초기에 이름을 바꾸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회사 이름은 iPS Cell을 그냥 한글로 읽은 것입니다. iPS Cell이 고유명사라 상호등록이 불가능해서 앞에 “Y”를 붙였습니다. “Y”는 “Why(왜)”의 뜻이기도 하고요, “Yes(예)”의 뜻이기도합니다. 그래서 “왜 iPSC를 하느냐? 예! iPSC가 답입니다”라는 여러 가지 복잡한 의미가 있습니다(웃음).

(최수진) 입셀의 가장 큰 경쟁력과 강점은 무엇인가요.
(주지현) 어떤 세포로든 분화할 수 있는 iPSC는 한번 만들어 놓으면 균일한 품질로 무한 증식합니다. iPSC의 만능분화능 덕분에 하나의 세포주로 어느 분야에 어떻게 응용하는지에 따라 확장 가능성이 무한하며, 대량 생산과 제품화에도 유리합니다. 이게 바로 제가 유도만능줄기세포(iPSC)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그동안 성체줄기세포를 활용한 치료제는 나왔지만, 세포가 인체 조직에 생착돼 재생되는 효과를 제대로 보이지 못한다는 점이 지적됐었습니다. 입셀은 유도만능줄기세포주를 이용해 연골세포 및 골세포, 간세포 등으로의 다양한 분화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특히, 국내 최초로 자가면역질환에 대한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제작했으며, 환자 유래 유도만능줄기세포 은행을 구축했습니다. 2021년에는 유도만능줄기세포 원재료가 되는 혈액의 채취부터 유도만능줄기세포 제작의 전 과정을 GMP 수준으로 진행하는 데 성공했고요. 지금은 세포주 제작 서비스로 매출을 내면서, iPSC로 제작한 관절강 내 직접 주사 가능한 퇴행성 관절염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최수진) 유도만능줄기세포를 활용한 골관절염 치료제의 개발 계기가 궁금합니다.
(주지현) 제가 일주일에 4번씩 서울성모병원에서 환자들을 진료하는데, 퇴행성 골관절염 환자들이 너무 많습니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좋은 약들이 많이 나와 있어서 대부분 치료에 어려움이 없지만, 퇴행성 관절염은 약이 없기 때문에 결국은 인공관절 수술을 해야 하거든요. 환자분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수술이라, 수술 없이 iPSC를 이용한 주사제를 개발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입셀의 핵심 파이프라인인 골관절염 연골세포 치료제 MIUChon™은 저희가 국가과제로 진행해 제작한 유도만능줄기세포 CMC 9번과 11번을 이용해 개발했고, 환자 본인의 세포를 추출하는 자가 유래(Autologous·오토로거스)가 아니라 동종 유래(Allogeniec·알로제닉) 세포를 활용했기 때문에 표준화되면 대량 생산이 가능합니다. 주사를 통해 집적 환부에 주입해 치료하는 새로운 방식의 골관절염 치료제로, 동물실험 결과 연골 재생 효과도 좋고, 주변 조직 재생에도 좋아서 일 년에 한 번씩 주사하는 형태로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코오롱 인보사의 가격이 800만 원 선으로 알고 있는데, 우리는 500만 원 이내로 만들고자 합니다.

(최수진) 연구는 어디까지 진행됐나요.
(주지현) 지난 6년간 쥐, 토끼, 개, 돼지(미니 피그) 등 소동물부터 대동물까지 다양한 효과 입증 연구를 수행해왔으며, 이를 통해 인간 유래 항원으로 발현한 것을 확인했습니다. 염증 반응도 없었고, 찢어진 연골의 재생 효과도 검증했습니다. 현재는 제주도에서 한라대 유승호 교수님의 주도로 4마리의 말에 관한 실험을 진행 중으로, 관절경으로 연골 재생을 추적하고 있습니다. 유 교수님께서 아마도 수개월 내로 좋은 결과를 전달해 주실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웃음).

(최수진) 그럼 임상은 제출하셨나요.
(주지현) 식약처에서 장기 독성시험을 하라고 해서 그 부분을 보완해서 다시 제출했습니다. 1상은 환자를 대상으로 용량 등 필요한 부분만 확인하면 되기 때문에 짧게 끝날 것 같습니다. 올해 11월에 승인 여부에 관한 최종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이며, 내년 2분기까지는 투여 개시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해당 치료제는 고위험군으로 분류돼서 식약처 심사도 받았고, 2번째 종양 원성 테스트를 진행 중입니다.

(최수진) 동종 유래 iPSC가 좋긴 하지만, 표준화하는 과정이 어렵지 않나요.
(주지현) 저희는 이미 국가과제 수행을 통해 표준화된 셀 뱅킹을 갖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모든 과정 하나하나를 식약처의 엄격한 검토를 받아서 국가 가이드라인에 따라 진행했기 때문에 품질과 안전성은 걱정 안 해도 됩니다.
 

유도만능줄기세포에 관해 설명하는 입셀 주지현 대표(오른쪽)과 최수진 박사
동종 유래 유도만능줄기세포에 관해 설명하는 입셀 주지현 대표(오른쪽)와 최수진 박사

(최수진) 저는 사실 그동안 세포치료제를 자가로 하면 사업성이 없다고 봤는데, 지금 CAR가 포화상태인 걸 보면 앞으로는 진짜 대세일 것 같습니다.
(주지현) 동종 유래 iPCS는 면역거부 반응도 없고, 가능성이 아주 큽니다. 항암 치료도 어쥬반트만 잘 활용한다면 영양주사 맞듯이 치료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생각됩니다. 저희도 테라젠바이오 출신의 임원과 직원이 이끄는 유전체 사업부가 있습니다. 세포치료제를 이용한 항암 치료에서는 세포 안정성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종양유전자(Oncogene) 발현이나 발암성 SNP(단일 염기 변이군)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최수진) 골관절염 세포치료제 외에 관심 있는 분야는 무엇인가요.
(주지현) 저는 요즘 치매에 관심이 많은데요, iPSC에서 무한정으로 신경세포를 만들고, 여기서 나온 신경 유도 물질을 동결건조해서 가루 형태로 만듭니다. 이 물질을 스프레이를 통해 코로 흡입하면 뇌까지 잘 전달이 됩니다. 쥐를 이용한 실험에서 효과도 좋았고요. 이 물질을 치매치료제로 개발하고 싶은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최수진) 항체와 세포를 모두 연구하시니까 CAR(키메라 항원 수용체)를 연구하셔도 좋을 듯한데요.
(주지현) 지금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루푸스 환자 중 심부전으로 넘어가는 경우 1년 내로 투석해야 하는데, 이 환자들을 상대로 자가유래 CAR 치료제를 해보고, 성공적이면 동종 유래 CAR도 해보고 싶습니다. 기존 치료법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면역세포를 타깃하는 CAR-T나 CAR-NK를 해보고 싶은데, 저희가 항암 전문은 아니라서 면역 항암제를 연구하는 3~4곳의 회사들과 공동연구로 형태로 할 생각입니다.

(최수진) 외부와 콜라보레이션을 많이 하는 걸로 들었습니다. 어떤 회사를 선호하시나요.
(주지현) 저희와 같은 스타트업은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습니다. 특히, 줄기세포 기반 치료제는 실제 상용화되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우리가 하지 못하는 걸 할 수 있는 곳과 협력하면 새로운 걸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우리와 다른 기술을 가진 곳이라면 환영합니다. 우선은 파이를 키워서 나누더라도 새로운 걸 우리가 가져갈 수 있으면 좋다고 생각합니다.

(최수진) 지난 1월에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 다녀오셨는데, 성과는 있었나요?
(주지현) 세포치료제가 핫하다고 해도 솔직히 다국적 회사들은 세포치료제에 관한 관심이 많지 않습니다. 입셀은 이번 행사에서 재생의학 기업들 몇 군데를 만나고 왔습니다. 아직 저희가 임상에 들어간 게 아니라 구체적 논의를 하기엔 이르고요, 후임상에 들어가고 유효성 데이터를 확보하면 기술수출도 가능하리라 기대됩니다. 이번 행사에서는 입셀의 기술에 관심을 가진 회사를 상대로 그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최수진) 이제 회사 이야기를 조금 해볼까요. 같은 과 조재형 교수와 공동으로 회사를 설립했는데, 여전히 사이는 좋으신가요?
(주지현) 보통 동업하게 되면 아주 친한 친구 사이라도 틀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저와 조재형 교수는 서로에게 깊은 신뢰가 있습니다. 진짜 친구 한 명만 있어도 성공한 인생이라는 말이 있듯이 60, 70살이 넘어갔을 때 같이 잘 살았다고 말할 친구, 조재형 교수는 저에게 그런 사람입니다. 끝까지 배신하지 않을 사람이요. 서로 그런 신뢰가 있습니다. 사업도 중요하지만 나이 먹어서 은퇴했을 때 카페에서 인생을 돌아보면서 같이 걸어온 길을 추억할 친구 한 명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최수진) 회사를 운영해오면서 가장 힘든 일은 무엇이었나요. 교수로서 회사 운영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주지현) 처음에는 직원을 뽑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우리 회사가 가톨릭대 유도만능줄기세포 응용연구소에서 태동했다 보니 팀장급은 거의 우리 학교 석·박사 출신으로 구성했는데, 팀원을 구하기 쉽지 않았어요. 지금은 그래도 회사가 어느 정도 알려져서 지원자들이 있지만, 초창기에는 사람도 없고 좋은 인력을 알아보고 세팅하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현재는 조직이 커져서 인사, 회계, 행정 등 각 분야 임원이 잘 이끌어주고, 역할들이 활성화돼서 권한을 위임해도 되니까 제가 편하게 일하고 있습니다.
 

왼쪽부터 입셀 주지현 대표, 최수진 박사
왼쪽부터 입셀 주지현 대표와 최수진 박사가 입셀 본사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최수진) 회사 대표로서 자신만의 운영철학이 있다면요?
(주지현) 바이오 회사는 업무의 특성상 일반적인 회사와는 크게 다릅니다. 3분의 2 이상이 연구인력이기 때문에 출퇴근도 일정하지 않고, 밤샘 근무도 흔하고요. 만약 “나 혼자만 왜 이렇게 고생해야 하나”라고 생각한다면 도전 정신은 꺾일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직원들에게 야근을 강요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회사보다 열심히 오랜 시간 일하는 것이 스타트업의 경쟁력인만큼 이런 부분들을 당연하게 받아들였으면 합니다. 세포라는 게 항상 밥을 줘야 하고 관리를 해야 하는 것이니까요.

(최수진) 요즘 MZ세대는 9시 출근, 6시 퇴근을 원하잖아요. 야근이나 밤샘 근무를 자주 하면 직원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나요.
(주지현) 저희는 한 달에 한 번 워크숍을 진행하는데, 그때는 무장해제하는 날로 40여 명의 직원 중 30~40명의 직원이 모여서 정신줄 놓고 술을 먹습니다. 그게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기도 하고요. 기업 정보를 공유하는 한 플랫폼에 우리 회사를 ‘술 좋아하는 워커홀릭들이 일하는 곳’으로 리뷰해 놓았더군요. 맞는 말입니다(웃음). 평소에는 다 일하느라 바쁘니, 이날만큼은 술 한잔하면서 서로 소통하고 친해질 수 있습니다. 꼰대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저는 조직문화는 야근이나 음주 등 옛날 문화가 더 좋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지난 11월 말에는 저희 워크숍에 툴젠이 함께 했습니다. 김영호 대표님과 직원분들 총 15분이 오셔서 음주 대결을 했는데, 입셀이 이겼습니다(웃음). 사실 저도 저녁 8시 이후로는 기억이 안 납니다. 다음에는 툴젠이 있는 마곡에서 재대결을 하기로 했습니다. 이 인터뷰를 우리 교회 목사님께서 보시면 어쩌나 걱정이 됩니다만, 아마도 알고 계시면서 모른척 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주일에 조금 더 열심히 기도하고 봉사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웃음).

(최수진) IPO 시작 시점은 언제라고 보시나요.
(주지현) 임상을 시작해서 유효성을 빨리 확보하고, 1~2개 후보물질의 라이선스 아웃까지 해야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iPSC 제작 서비스와 원료 공급 사업으로 매출도 많이 일어나야 하고요. 저희는 앞으로 5년 정도를 보고 있습니다.
(최수진) 대표님께서는 회사 설립부터 지금까지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하나씩 만들어가고 계시는 것 같아요. IPO도 서두르지 않으시고요. 그런 부분에서 진정성이 느껴집니다.

(최수진) 요즘 바이오 업계가 너무 어렵습니다. 어떻게 바라보고 계신지요?
(주지현) 선배 바이오 회사들이 승승장구했다면 이렇게 어렵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가장 기대를 모았던 상장사들도 휘청이고 있으니까요. 바이오 업계의 도덕적 해이나 실망스러운 연구 결과물로 인해서 신뢰가 무너졌고, 피로감의 여파가 지금 나타난 것 같습니다. IPO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있고 회사를 잘 유지할 수 있는지 스스로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바이오 회사의 목표는 좋은 약을 연구 개발하고, 단계별로 성과를 내야 합니다. 입셀도 이 기본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수진) 바이오 업계의 후배들 혹은 스타트업한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저는 진실성 있게 가다 보면 아직 성공할 수 있다고 믿거든요.
(주지현) 영화 ‘메트릭스’에서 나오는 대사 중 “길을 아는 사람은 많지만, 길을 직접 가는 사람은 드물다”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아무리 아는 길이라도 직접 가봐야 하고, 작은 개울도 직접 건너봐야 알 수 있죠. 회사 운영도 마찬가지입니다. 남 보기에는 쉬워 보이고, 할 수 있는 것 같아도 직접 부딪히고 경험해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허세를 부리거나 자만하지 않겠다고 마음으로 저는 다짐하고 또 다짐합니다. 겸손한 자세로 뭐든 부딪혀보면 얻는 것이 분명히 있습니다. 저희도 식약처에 퇴짜도 많이 맞았지만, 이런 경험들이 계속 쌓여야 성장하고 시스템이 갖춰질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자부심은 자연히 따라오게 돼 있습니다.

(최수진) 개인적인 꿈은 무엇인가요
(주지현) 전 국민의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은행화하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나면 나중에 본인이 아플 때 우리 회사에 신청해서 자기 세포를 꺼내 치료제를 만들어 쓸 수 있습니다. 우선 한국인 10만 명의 iPSC 뱅크를 만들 수 있다면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본인에게 특화된 또 하나의 맞춤형 세포를 보유하고 있다면 앞으로 생명공학의 많은 부분이 바뀌리라 생각합니다. 세포치료제를 개발했을 때 생길 수 있는 면역거부 반응도 피할 수 있는 장점은 덤이지요. 생명 현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면역 및 염증 반응이 아닐까요.

(최수진) 세포치료제 개발에 성공해서 시장에 꼭 제품을 출시해주세요. 계속 응원하겠습니다.
(
주지현) 임상에 성공해 유효 데이터를 확보하면 라이선스 아웃 후 공동개발 형태로 제품까지 출시하고 싶습니다. 입셀의 이름으로요. 이게 저의 최종적인 꿈이기도 합니다. 계속 지켜봐 주세요.
 

입셀이 구축한 iSPC 뱅킹 자동화기기. 50ml Conical Tube Capping 모습(사진=입셀)
입셀이 구축한 iPSC 뱅킹 자동화기기. 50ml Conical Tube Capping 모습(사진=입셀)

 

■ 최수진 박사는? ■

국내 최초로 코엔자임 Q10을 개발한 인물로, 대웅제약 연구소장을 거쳐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바이오PD, 산업통상자원 R&D 전략기획단 신산업MD, OCI 부사장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파노로스바이오사이언스 대표를 맡고 있다. 30년 가까이 제약업계는 물론 정부 기관에서 활약하며 신약 개발을 비롯해 바이오 기술개발 관련 전략 수립과 투자관리, 정책 수립 등을 두루 섭렵해온 그가 바이오타임즈의 [최수진의 바이오人사이드]에서 진정성 있는 바이오人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한다.

[바이오타임즈=김수진 기자] sjkimcap@bi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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