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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진의 바이오人사이드] 티앤알바이오팹 윤원수 대표, “세계서 재생의료 전반을 다루는 독보적 기업됐죠”
[최수진의 바이오人사이드] 티앤알바이오팹 윤원수 대표, “세계서 재생의료 전반을 다루는 독보적 기업됐죠”
  • 김수진 기자
  • 승인 2023.08.21 1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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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바이오프린팅을 기반으로 토털 서비스하는 전 세계에서 독보적인 재생의료 기업
두개골이 함몰된 우크라이나인의 두개골 재건에 티앤알바이오팹의 스캐폴드가 결정적 역할
연고형 창상피복재, 무세포 대체진피, 오가노이드, 복합지혈제, 유착방지제 등 캐시카우 보유
독보적 기술력으로 로레알, 존슨앤드존슨, 비브라운 등의 글로벌 기업이 먼저 손을 내밀어
창립 10주년 맞아 경기도 시흥에 신공장 준공 완료, 종합 재생의료회사로 제2의 도약 다짐

모두들 바이오 업계가 어렵다고 한다. 투자받기는 갈수록 힘들어지고, IPO 흥행도 옛말이 됐다. 바닥에 떨어진 신뢰로, 보는 눈이 곱지 않다. 하지만 여전히 뚝심 있게 이 업계를 지켜가는 사람들이 있다. ‘바이오 인사이더’로 통하는 최수진 박사가 바이오에 진심인 사람들을 만나 허심탄회한 속내를 들어본다. 그들의 시행착오와 실패담, 극복 과정은 오늘도 고군분투 속에 바이오 업계를 이끌어 가는 후배나 동료에게 좋은 아이디어를 제공할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K-BIO에 희망을 걸어도 좋다는 시그널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편집자 주)

티앤알바이오팹 윤원수 대표가 신공장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티앤알바이오팹 윤원수 대표가 경기도 시흥에 있는 신공장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바이오타임즈] 사고나 질병으로 인해서 손상된 장기나 조직, 세포를 대체하거나 재생시켜 기능을 복원하는 첨단재생의료가 바이오산업을 이끌 강력한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재생의료에는 조직공학, 세포치료, 유전자치료 등이 있는데, 이 세 분야를 모두 아우르는 회사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다. 바로 한국의 티앤알바이오팹이다.

바이오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티앤알바이오팹을 대표적인 3D 바이오프린팅 기업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알고 보면 이 회사는 3D 바이오프린팅을 기반으로 3D 바이오프린팅 의료기기부터 바이오 써지컬 솔루션(수술에 사용되는 바이오 의료 소재), 역분화 줄기세포 기반 세포치료제, 인공장기 등 토털 서비스를 하는 전 세계에서 독보적인 재생의료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전쟁 피해로 두개골이 함몰된 우크라이나인의 두개골 재건에 티앤알바이오팹이 3D 바이오프린팅 기술로 만든 스캐폴드(PSI, Patient Specific Implant, 생분해성 인공지지체)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면서 다시 한번 기술력을 입증받았다. 티앤알바이오팹이 만든 스캐폴드가 인체 공학적으로 환자의 함몰된 두개골을 대체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처럼 회사는 스캐폴드부터 연고형 창상피복재, 무세포 대체진피, 오가노이드, 복합지혈제, 유착방지제까지 매출을 현재 일으키고 있거나, 앞으로 일으킬 캐시카우들을 줄줄이 준비하고 있다. 또, 올해 하반기에는 심근경색 세포치료제 동물실험을 앞두고 있다.

로레알, 존슨앤드존슨, 비브라운 등의 글로벌 기업이 먼저 손을 내밀고, 연이어 다양한 국책과제 등을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 10년간 일관되게 유지해 온 기술과 사람에 대한 진심 때문이다.

티앤알바이오팹은 창립 10주년을 맞아 최근 신공장 준공을 완료하고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경기도 시흥에 있는 신공장에서 윤원수 대표(한국공학대학교 기계공학과 교수)를 만나 지난 10년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10년도 그려보았다.
 

티앤알바이오팹이 300억 원 들여 새로 지은 경기도 시흥의 신공장.
티앤알바이오팹이 300억 원을 들여 새로 지은 경기도 시흥의 신공장

[최수진] 안녕하세요, 대표님. 신공장 짓고, 본사 이전하느라 바쁘셨겠어요. 공장 규모가 생각보다 꽤 커서 비용도 많이 들었을 것 같은데요.

[윤원수] 대지는 약 1,000평 정도이고, 건축면적 640평, 연면적 1,860평입니다. 3층 규모인데요, 층고가 매우 높아 실제 5층 높이입니다. 공장 짓는데 소요된 전체 비용은 약 300억 정도 들었어요. 여기서 저희가 자체 개발한 3D 프린팅 의료기기 및 바이오 써지컬 솔루션 제품을 대량 생산하게 됩니다. 또 현재 개발 중인 신제품도 개발이나 인허가가 완료되면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고요. 본사와 생산시설을 이곳에 한데 통합하게 되면, 아무래도 역량이 한데 모이니까 경영 효율성이 더 높아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최수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신공장 보고 “티앤알바이오팹이 이렇게 큰 회사였어?”하고 놀랄 것 같은데요. 회사가 3D 바이오프린팅으로 많이 알려졌는데, 대표님께서 회사에 대해 제대로 소개 좀 해주세요.

[윤원수] 티앤알바이오팹은 2013년에 3월에 설립된 재생의료 기업입니다. 팁스(TIPS) 출신 스타트업 중 첫 상장회사이기도 하죠. 대학원 때 지도교수였던 포항공대(이하 포스텍) 기계공학과 조동우 교수님과 포항공대 연구실 후배였던 한국공학대(당시 한국산업기술대) 기계공학과 심진형 교수와 공동 창업했죠. 창업 이전부터 포스텍에서 3D프린팅 기술을 기반으로 오랫동안 연구했는데, 이를 의료·바이오 분야와 접목하고 싶어 설립했습니다. 지난 10년간 3D 바이오 프린팅을 기반으로 3D 바이오 프린팅 의료기기, 바이오 써지컬 솔루션으로 창상피복재, 그리고 역분화 줄기세포 기반 세포치료제 등 재생의료에 관한 토털 서비스를 해오고 있는데, 재생의료 전반을 아우르는 기업은 전 세계에서 우리가 유일해요. 세계 3위 수준의 특허와 200여 개가 넘는 SCI급 논문을 보유하는 등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어서 로레알을 시작으로 비브라운, 존슨앤드존슨 등의 글로벌 기업과도 협업하거나 제품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이 우리 회사를 3D 바이오프린팅만 하는 회사로 알고 있는데, 3D 프린팅은 하나의 도구(Tool)일 뿐이지, 하고자 하는 궁극적 목적은 재생의료입니다.

[최수진] 티앤알바이오팹이 재미있는 게, 바이오 쪽 전공자들이 아니라 기계공학을 전공한 분들이 만든 회사라는 점이잖아요. 3D 프린팅은 왜 연구하게 됐고, 또 어떻게 창업까지 이어졌습니까.

[윤원수] 제가 부산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포스텍에서 기계공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는데, 조동우 교수님이 대학원 때 지도교수였어요. 교수님께서는 20년 넘게 3D 프린팅을 연구하셨고, 3D 프린팅으로 바이오 메디컬 분야에 처음 접목하신 분이세요. 기계공학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어요. 원래 것을 깎아내서 만드는 방법과 더해가면서 만드는 방법이죠. 조동우 교수님은 원래 깎아내는 방식의 연구를 하다가 한 번은 더하는 방식으로 해보자고 하시더라고요. 그때는 3D 프린팅이라는 용어도 없을 때라 ‘적층가공’이라고 불렀죠. 이 방법을 이용해 2mm짜리 와인잔 등을 만들었는데, 좀 더 다른 곳에 쓰고 싶다고 생각하던 찰나에 우연히 바이오 하는 사람을 만났어요. 그분이 스캐폴드(지지체)에 쓰면 어떻겠냐는 거예요. 생체재료에 소금을 넣어서 버무리고 물에 넣으면 소금이 녹으면서 구멍이 생기거든요. 그 구멍을 일정하게 만들어줄 수 있냐고 해서 격자구조로 만들어줬죠. 거기에 세포를 넣어봤더니 세포가 사는 거예요. 또 토끼 두개골로 해봤더니 뼈가 만들어지더군요. 그다음부터는 생물학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만들어 달라, 저렇게 만들어달라 주문하는데, 우리는 기능공에 불과한 사람들이 되더라고요. 또, 우리가 원하는 대로 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우리가 하고 싶은 걸 직접 하자는 생각에 친한 분들한테 세포 배양을 배웠어요. 기계공학과 실험실에 세포배양실도 만들었고요. 또 동물실험까지 배워서 해봤어요. 그런데 동물에서 뜻밖에 결과가 아주 좋은 거예요. 그래서 사람한테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던 거죠. 식약처 승인을 받으려면 GMP 시설이 필요하니까 회사를 차려야겠다고 뜻을 모으게 됐습니다.

[최수진] 기계공학을 공부하던 분들이 재생의료 회사를 만드는 게 쉽지는 않았을 텐데, 당시 3D 프린팅도 생소하던 때 아니었나요?

[윤원수] 3D 프린팅은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디자인한 물체를 실제 모형으로 구현하는 장치인데, 저희가 창업할 때까지만 해도 3D 프린팅이라는 이름 대신 ‘적층가공’이라 불릴 정도로 많이 알려지지 않은 기술이었어요. 당시 3D 프린팅으로 탑을 만들고 그랬는데, 의료와 바이오 쪽에 접목한다고 하니 “이걸 사람한테 쓴다고?” 거의 이런 반응이었죠. 회사를 만들면서 손상된 조직이나 장기를 첨단 바이오 기술로 재건할 수 있는 재생의료를 하고, 또 이걸 상업화하고 싶었습니다. 이를 위해 창업을 준비하면서 6개월간 의료기기법을 따로 공부했죠. 제가 교수로 있는 한국공학대 안에 회사를 차리고, 30평 규모에 클린룸, 3D 프린터들을 갖춘 후 GMP 승인을 받았어요. 3D 프린팅 장비와 소프트웨어 장비 모두 우리가 만들었어요. 한국공학대에서도 공간과 시설 등 무료로 쓸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셨고요. 창업과 동시에 포스텍으로부터 15년간 조직공학 분야에서 구축해 온 주요 특허들을 이전받아 그나마 출발을 수월하게 할 수 있었습니다. 또 운이 좋았던 게 그때 당시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후 연설에서 3D 프린팅을 언급해서 이슈가 됐거든요. 그 덕에 우리 회사도 최첨단 기업이 된 거죠.
 

티앤알바이오팹 윤원수 대표와 최수진 박사는 한국공학대학교(구 한국산업기술대) 교수 동료이기도 하다
티앤알바이오팹 윤원수 대표와 최수진 박사는 한국공학대학교(구 한국산업기술대) 동료 교수이다

[최수진] 티앤알바이오팹이 본격적으로 알려진 계기가 세계 최초로 3D 프린터로 인공 얼굴 뼈 보형물을 제작해 이식 수술에 성공했을 때 아닌가요?

[윤원수] 네. 2014년 9월 서울성모병원 이종원 교수님이 우리 회사가 3D 바이오프린팅 기술로 만든 환자 맞춤형 생분해성 뼈 보형물(PSI, 의료기기 4등급)로, 안면 윤곽 재건 수술에 성공했어요.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한 맞춤형 안면 윤곽 재건 수술은 세계 최초였죠. 환자가 구강암이 발견됐을 당시 임신 상태였어요. 당장 수술해야 했지만, 아이를 낳기 위해 수술을 미루는 바람에 출산하고 나서는 종양이 매우 커졌어요. 암을 제거하기 위해 얼굴 한쪽 뼈를 거의 드러내야 했고, 몇 번의 수술을 거쳐 어떻게든 복구하려 했지만, 얼굴이 많이 일그러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눈을 지탱하고 있는 안면골 뼈가 심하게 함몰되고, 복원 성장이 더딘 상태로 오랫동안 살아왔는데, 수술을 통해 원래의 눈 위치를 회복했고, 정상적인 생활이 바로 가능하게 됐어요. 특히, 이 보형물의 재료는 몸 안에서 안전하게 분해되고 뼈 재생을 촉진하는 생분해성으로, 체내에서 2년간 유지되다 세포로 서서히 대체되면서 자연 분해되는 획기적 기술입니다. 이전에는 자기 갈비뼈 또는 다리뼈를 잘라 사용하거나 타이타늄을 사용해 몸 안에 그대로 남는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최수진] 3D 프린팅 기술로 한쪽 얼굴 뼈 대신 맞춤 인공 보형물을 제작했다는 건데, 얼굴에 딱 맞는 디자인은 어떻게 가능한가요?

[윤원수] 환자 CT 사진을 정밀 분석해 가운데를 기점으로 정상인 한쪽의 얼굴을 대칭시켜서 반대쪽 얼굴을 디자인했습니다. 3D 프린터를 이용해 재생용 구조체의 디자인을 맞춤형으로 완벽히 설계하고 재현해 냈어요. 사람한테 적용하는 첫 수술이기도 했고, 인공 보형물의 사이즈가 커서 걱정이 많았죠. 환자의 두개골 모양을 3D 프린팅으로 만들어서 인공 보형물이 잘 맞는지 확인한 후 수술실에 넣었어요. 수술하면서 이 모형을 참고하시라고요. 이종원 교수님이 첫 수술이니까 수술방에 들어오라고 하셨는데, 저는 떨려서 못 들어가겠더라고요. 대신 부사장을 들여보냈죠. 수술이 8시에 시작됐는데, 10시가 넘어도 끝났다는 연락이 없어서 교수님에게 전화를 드렸더니, “수술 벌써 끝났지, 잘 됐어요.”라고 하시더라고요(웃음).

[최수진] 첫 수술이 성공하면서 그 이후 의사 선생님들의 반응은 어떠했나요?

[윤원수] 아시다시피 우리나라 의사 선생님들은 실력이 우수할 뿐 아니라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과 열정이 대단하시지요. 바로 다음 해인 2015년 삼성서울병원 백정원 교수님이 우리 회사의 PSI를 사용해 얼굴 함몰 복원 수술을 했고, 이어서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성형외과의 대가들이 한 분씩 한 분씩 사용하기 시작했어요. 2014년부터 국내에서 400명 이상 환자의 재건 치료에 적용한 상용 제품입니다. 지금은 우리의 PSI를 사용하는 종합병원과 개원가가 300군데가 넘습니다. 미용성형에도 많이 쓰고 있어요. 제가 운이 좋았던 게 직접 수술을 집도 해주시는 선생님들과 협업이 잘되었고, 최고 의료진을 만나 새로운 분야에 계속 적용해 지금은 6만 례 수술 기록을 세웠습니다.

[최수진] 생분해성 뼈 보형물이 체내에서 2년에 걸쳐 서서히 녹으면서 생체 물질로 채워 원상복구가 되는 원리는 무엇인가요.

[윤원수] 생분해성 뼈 보형물은 지지체 역할을 하며, PCL(Poly Caprolactone: 폴리카프로락톤), β-TCP(Tricalcium phosphate) 복합재료로 구성된 다공성 구조예요. PCL에 골 이식재인 β-TCP를 섞어 넣기 시작하면 칼슘 이온이 방출되면서 주변 조직의 다양한 세포가 지지체 내부로 들어와서 콜라겐 등과 같은 세포외기질을 생성해요. 조직을 재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거죠. 이후 삽입된 인공지지체는 몸속에서 가수분해에 의해 안전하게 분해되어 최종적으로 자가 조직으로 대체됩니다. 미국 FDA에서 승인한 안전한 재료들이에요.
 

(사진=티앤알바이오팹)
2014년 9월 서울성모병원 이종원 교수가 티앤알바이오팹이 3D 바이오프린팅 기술로 만든 환자 맞춤형 생분해성 뼈 보형물(PSI, 의료기기 4등급)로, 안면 윤곽 재건 수술에 성공했다(사진=티앤알바이오팹)

[최수진] 지금 PSI를 포함한 인공지지체의 매출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죠? 그다음 매출이 많이 나오는 제품이 써지큐어라는 연고형 창상피복재라고 들었는데 정확히 어떤 제품인가요?

[윤원수] 저희가 작년 매출이 58억 원이었는데요, 이 중 18억 원은 3D 프린팅 인공지지체에서 나오고 있어요. 그다음은 작년에 출시된 창상피복재인 써지큐어의 매출이 약 5억 원 정도 됩니다. 써지큐어는 국소하이드로겔 창상피복재인데, 조직을 재생해주는 특허 성분 VdECM(혈관 유래 세포외기질)을 함유해 창상의 보호 및 흉터 관리, 삼출액의 흡수, 출혈 등 체액 손실 및 환부 오염 방지 등의 효능이 있습니다. 우리가 개발한 VdECM은 돼지 심장 대동맥으로 엘라스틴 함량이 높아서 손상조직을 빨리 재생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써지큐어는 주로 종합병원 수술실에 들어가며, 월 1만 개 정도 팔립니다. 수술 시 매스를 대는 순간, 바로 창상이거든요. 그동안은 새살 연고 등을 발랐는데, 써지큐어의 효과가 훨씬 좋아서 많은 병원에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수술용 창상피복재로는 우리나라 최초로 개발됐어요.

[최수진] 창상피복재라 하면 개발이 쉬울 것 같은데, 써지큐어를 개발하기까지 10년이 걸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개발 과정이 쉽지 않았나 보죠?

[윤원수] 생분해성 인공지지체인 스캐폴드를 만들고 보니, 뭔가 아쉬운 거예요. 여기에 줄기세포나 뼈세포를 같이 넣어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죠. 이렇게 하려면 하이드로젤에다 세포를 넣고 캡슐에 넣어서 바이오프린팅을 해서 세포를 살게 해줘야 하거든요. 시간이 지나면 세포가 증식하게 되는 거죠. 실제 해봤더니 세포 생존율이 90%가 넘었어요. 동물실험까지 갔죠. 그런데, 콜라겐으로 하니까 조직화 되는 게 별로 안 좋았어요. 뼈를 만들려면 뼈를 구성하는 콜라겐을 넣어야 하고 간을 재생하려면 간 특이적인 ECM이 필요한데. 세포가 주기능이 되면 약이 돼버리니까 허가받기가 힘들어질 것 같았어요. 그래서 찾아낸 물질이 돼지 심장 대동맥이에요. 이걸 탈세포화시킨 후 혈관 유래 ECM(Extracellular Matrix, 세포외 기질)을 추출했습니다. 추출 과정에서 인체에 면역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세포나 DNA, 바이러스는 모두 제거하고, 콜라겐 40%, 엘라스틴 60%로만 구성해 조직 재생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동물실험을 통해 상처 내고 나서 바르니까 회복이 빨랐어요. 일반적인 ECM이 콜라겐이 98%, 엘라스틴이 2%인데, 우리 제품은 엘라스틴이 60%나 들어있으니까 흉터 관리에 탁월한 효과를 낼 수 있었죠. 의료기기 2등급 국소하이드로겔 창상피복재로 품목허가도 획득했고요. 무(無)항생제 제품으로 소아부터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고, 실온 보관이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이죠. 연구부터 양산하기까지 꼬박 10년이 걸렸습니다. 2014년에 네이처에 논문이 실릴 때만 해도 다 된 줄 알았는데, 그 뒤로도 한참이었어요(웃음).

[최수진] 종합병원 말고 개원가나 약국으로는 안 들어가나요? 항생제를 넣은 제품도 나오면 좋을 것 같은데요.

[윤원수] 그렇지 않아도 소아과, 피부과, 성형외과 등 개원가로는 중량을 달리해 들어가고 있습니다. 약국의 경우 가장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 유통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환자들이 질환(상처, 화상, 외상)이 있을 시 진료를 통해 처방받아야 가장 효과적인 시점에 처방할 수 있고, 더불어 실비보험 혜택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며, 향후 루틴한 성분이 되면 함량을 조정해 충분히 일반 상비약으로도 접근은 가능합니다. 또한, 중국 시장으로 진출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정식 허가는 1년 6개월 정도 걸려서 중국에서 해외 직구를 통해 우리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올해 연말에는 항생제가 들어있는 제품도 출시할 계획입니다.

[최수진] 무세포 대체진피(ADM) 성분의 제품들도 잘 나간다고 들었어요. 이게 세포를 포함하지 않은 이종 진피로 알고 있는데, 동종 진피와 비교해서 어떤 경쟁력이 있습니까.

[윤원수] 그동안 성형수술에 쓰인 대체진피는 인간의 사체 진피인 Allograft(동종 이식)가 많았어요. 그런데, 이게 소스를 알 수 없었어요.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모르고, 국적도 모르죠. 동종 진피는 사체의 피부 수급이나 코로나19 등 전염병 병력 문제로 인해 원료 수급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 저희는 DNA를 제거한 돼지 진피인 이종(Xenograft) 제품을 개발해 자체 생산하고 있습니다. ADM(Acellular Dermal Matrix)은 콜라겐을 함유한 조직 보충재로 보시면 되는데요, 주로 유방암 환자의 유방 재건 시 실리콘으로 인한 피부 염증을 막기 위해 피부와 실리콘 사이에 넣어서 막을 만드는 데 쓰이고요, 남자 성기 확대 수술에도 표피를 둘러 싸줘 볼륨을 유지해줍니다. 또, 디스크 수술 시 척수액 유착방지제 역할도 하며, 코 성형 시 끝부분에 넣기도 해요. 이 밖에 회전근개 수술에도 쓰이고, 뇌 수술 시 절개 부분의 연부조직 복구에도 쓰입니다. ADM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공정 시간에 따라 생분해 기간을 조절할 수 있고, 가교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아 부작용 우려도 없습니다. 돼지 진피에서 DNA를 제거했으니까 염증 반응도 당연히 없고요. ADM이 출시된 지 2달 됐는데, 한 달에 500개 정도 판매되고 있습니다. 재건성형이면 보험 급여가 적용돼 보험에서 80% 정도 지원되며, 미용성형이면 유방 성형의 경우 양쪽에 쓰이는 ADM은 비보험으로 적용됩니다.

[최수진] 말씀을 들어보니 ECM(세포외기질)이나 ADM(무세포 대체진피)는 활용할 수 있는 곳이 무궁무진할 것 같은데요.

[윤원수] 맞아요. 저희는 이 두 개를 플랫폼으로 해서 다양하게 활용하려고 합니다. 우선 지혈제의 품목 허가가 진행 중입니다. 기존 지혈제 시장이 되게 커요. 지혈제의 주요 원료가 동물 유래 ‘트롬빈’인데, 이 원료를 공급하는 회사가 국내에는 이연제약밖에 없습니다. 하이드로젤에다가 트롬빈을 넣으면 지혈제가 되거든요. 그리고 리도카인을 넣으면 통증완화제가 되고요. 수술 끝나고 수술 부위에 바르고 나오면 돼요. 그래서 저희가 이연제약과 지혈제 공동개발 계약을 맺고, 국내 판권은 이연제약에 주고, 해외 판권은 우리가 다 갖기로 했습니다.

[최수진] 수술용 재료들(바이오 써지컬 솔루션)에서 매출이 기대되는데요. 또 어떤 제품들을 준비하고 계십니까.

[윤원수] 저희 계획대로라면 앞으로 매년 2~3개씩 제품이 나올 것 같아요. 2025년에는 서방형 조직 재생 촉진 하이드로겔 약물 전달 키트 출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외과수술 과정에서 필수로 쓰이는 제품으로, 수술 부위의 통증 및 감염 등을 조절·제어하는 약물을 서서히 환자 체내에 유입합니다. 약물 전달 키트 개발은 2024년 4월까지 정부 과제로 진행 중인데요, 만일 저희가 상용화한다면 첫 국산화에 성공하는 케이스가 됩니다. 지금은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거든요. 또, 유착방지제도 임상을 거쳐 2025년 말쯤에 나올 것으로 예상해요.
 

(사진=티앤알바이오팹)
티앤알바이오팹이 개발해 현재 매출을 일으키고 있는 제품들(사진=티앤알바이오팹)

[최수진] 스캐폴드부터 연고형 창상피복재, 무세포 대체진피, 복합지혈제, 유착방지제까지 매출을 현재 일으키고 있거나, 앞으로 일으킬 캐시카우들이 줄줄이 준비되어 있네요. 세포치료제도 개발 중이신데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나요?

[윤원수] 저희가 보유한 역분화줄기세포(iPSC)에 바이오잉크를 써서 뱅킹을 끝냈고, 이걸 다시 심근세포로 분화시켜 심근경색과 심부전 세포치료제로 만들고 있습니다. 심근세포는 재생이 안 되는 세포에요. 남녀 비슷한데, 성인이 되는 18~19세 경에 심근세포의 성장이 끝납니다. 그래서 심장에 손상이 생기거나 심부전이 와서 세포가 죽으면 외부에서 세포를 넣어주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저희는 두 가지 치료 방법을 연구 중입니다. 우선 하나는 혈관 세포와 심근세포를 패치형으로 프린트해 심장 외벽에 부착하는 겁니다. 이렇게 하면 혈관 형성 및 세포 생장에 도움을 주는 사이토카인 분비가 극대화되면서 혈관 재생을 촉진할 뿐 아니라 심근세포의 생존 기능도 강화됩니다. 쥐 실험을 통해 높은 효과를 확인했고 대동물실험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iPSC를 이용한 심근세포 30~40개를 100µm(마이크로미터)의 초소형 응집체(3D 마이크로 심장 스페로이드) 형태로 만들어 동결시켰다가, 심부전 환자에게 비개흉 카테터 시술을 통해 이식하는 연구입니다. 일본 하트시드라는 회사가 우리와 비슷한 기술로 노보노디스크에 7,200억 원 규모로 기술이전에 성공했는데, 우리 기술이 더 우위에 있다고 자신합니다. 일본 회사가 만든 응집체가 우리보다 더 크고, 주사로 시술이 안 돼서 독자적인 장치를 만들었는데 아무래도 시술 시 환자의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죠. 하반기에 심근경색 세포치료제의 동물실험이 시작될 계획이고, 동물실험 이후에 본격적으로 기술수출을 추진할 생각입니다.

[최수진] 티앤알바이오팹 하면 또 오가노이드 기술을 빼놓을 수 없잖아요. 미국 FDA가 동물실험 의무 조항을 폐지하면서 오가노이드 수요가 더 많아질 것 같은데, 다른 회사와의 기술적 차별성은 무엇인가요?

[윤원수] 저희는 간, 심장, 피부 오가노이드(줄기세포를 배양해 만든 장기 유사체)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 세 가지가 독성 평가를 가장 많이 하는 부분이죠. 기업들로부터 독성 평가 의뢰가 많이 들어오고 있는데, 최 박사님이 말씀하셨다시피 FDA가 동물실험 의무 항목을 삭제하면서 수요는 더 많아질 것 같습니다. 저희는 인체 유래 세포를 이용하고 콜라겐으로 프린팅해서 오가노이드를 만들어요. 3D 바이오프린팅 기술로 장기 세포 구현을 넘어 모세 혈관 조직까지 나타낼 수 있습니다. Preset extrusion(사전 설정 압출) 기술이라는 건데요, 수백 μm의 혈관 다발을 프린팅한 다음 여기서 수십 μm 크기의 혈관의 형성을 유도해 실제 생체 조직에 가까운 혈관 구조를 구현하는 겁니다. 간 오가노이드의 경우, 간세포를 혈관 내피세포로 감싸면 혈관이 형성되고 간 소엽 구조까지 그대로 만들어, 모양뿐만 아니라 기능까지 실제 간과 매우 유사합니다. 이 제작 기술에 대해 한국, 일본, 미국 특허도 확보했고요. 오가노이드도 결국 재생의료로 가기 위한 줄기라고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세포치료제만 만들었으면 우리 회사는 망했을 거예요(웃음).

[최수진] 티앤알바이오팹의 기술력이야 워낙 잘 알고 있었지만, 존슨앤드존슨(J&J)과 올해부터 안면골절 치료용 임플란트 공급 계약을 맺을 정도로 글로벌에서도 인정받고 있다니 기분이 좋네요. 존슨앤드존슨과는 처음에 어떻게 인연이 닿으셨나요?

[윤원수] 존슨앤드존슨과의 인연은 7년 정도 됐어요. 해외 한 전시회에서 J&J 이노베이션팀과 우연히 미팅하게 됐는데, 이후에 별 이야기가 없었어요. 그러다가 2017년 중국 상해에 J&J 본사 최고영업책임자(CSO)가 온다는 거예요. 혁신적인 회사를 찾고 있는데, 한국 기업으로는 우리를 만나고 싶다고 해서 상해에서 짧게 만났었죠. 만났을 때 분위기는 엄청 좋았는데, 그 이후에 또 말이 없는 거예요. J&J에도 3D 프린팅센터가 있어요. 전 세계에서 좋다는 기술을 다 갖다 놨는데, 환자에 적용하지 못한 상황이었던거죠. 그런데 이미 우리는 환자에 몇천 건을 적용한 상태이니 궁금한 거죠. 그러더니 우리 회사에 J&J 아시아헤드가 찾아오고, 글로벌 서플라이체인 쪽에서도 오고, 또 3D 프린팅 책임자도 왔었어요. 결국 2020년에 공동연구 개발을 하자고 하더군요. 계약서 쓰는데도 문구 하나하나 다 고치니까 4개월이 걸렸어요. 일 년 반 동안 J&J 의료기기 사업부문 자회사인 에티콘(Ethicon)과 프린팅 기술과 생체재료 기술을 결합해서 생체조직 스캐폴드를 개발했어요. 1차 계약이 끝나고 코로나 팬데믹이 왔는데, J&J가 코로나 백신을 개발하면서 저희도 J&J 관련주라고 해서 주가가 오르더라고요(웃음). 그 이후에 개발한 것을 실제 적용하기 위해 J&J와 다시 일하면서 많이 친밀해졌어요. 그 상태에서 작년 4월 J&J 호아킨 두아토 최고경영자(CEO)가 한국에 오는데, 우리 회사를 오겠다는 거예요. 놀라기도 했고, 기대감도 컸죠. 시총 650조의 총수가 한국에 있는 작은 기업을 직접 오겠다고? 우리가 만나고 싶다고 해서 만날 수 있는 분이 아니잖아요.

[최수진] 아, 호아킨 회장을 직접 만나보니 어땠어요?

[윤원수] 일단 사람 자체가 너무 좋아요. 호아킨 회장이 내한했을 때 자칫 우리 회사에 못 올 뻔했어요. 당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호아킨 회장을 용산에 갑자기 초청한 거예요. 시간상 판교에 있는 우리 연구소에 들렀다 가기가 여의치 않았던 것이죠. 그런데, 호아킨 회장이 우리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판교에 들렀다가 식사를 차 안에서 샌드위치로 간단히 해결하고 용산으로 갔어요. 호아킨 회장이 오기 일주일 전부터 판교연구소에 있는 전 직원이 매일 코로나 검사를 해야 했어요. 조금 번거롭기도 했는데, 막상 회장을 만나보니 너무 소탈하고 겸손해서 마음이 풀렸죠. 미팅 내내 좋은 이야기도 많이 나눴고, 우리가 선물로 준 체온계를 비롯한 회사 제품들도 너무 좋아하는 거예요. 누구한테 들고 있으라고 줄 법도 한데, 끝까지 본인이 들고 있더군요. 그리고 마지막에 판교연구소에 있는 벚꽃 앞에서 기념사진까지 찍고 갔어요. 가면서 차 안에서 그랬대요. 우리 회사에 감동받았다고요. 그래서 일이 잘되겠구나 싶었어요. 그해 8월 아시아태평양 총괄 사장이 또 왔었어요. 그리고는 올해 2월 드디어 한국존슨앤드존슨메디칼과 환자맞춤형 3D 임플란트에 대한 독점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첫 케이스로 부산대병원에 들어갔습니다. 한국에서 성공하면 글로벌 공급도 가능하게 됩니다.
 

(사진=티앤알바이오팹)
티앤알바이오팹은 올해 2월 한국존슨앤드존슨메디칼과 환자맞춤형 3D 임플란트에 대한 독점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사진=티앤알바이오팹)

[최수진] 글로벌 회사들과 일한다는 게 쉽지 않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정말 인내와 기다림의 연속이군요.

[윤원수] 맞아요. 오랜 기간 신뢰를 쌓으면서 만난 인연이었어요. 회장이 방문하면 바로 다음 날 일이 생길 것 같은데 아무 일도 안 일어나더라고요(웃음). 그래도 J&J는 로레알에 비하면 너무 빠른 편이에요. 저희가 외국 기업과 가장 먼저 일한 게 프랑스 기업 로레알이었어요. 2015년 로레알로부터 바이오잉크로 인공피부를 만들어 달라고 의뢰가 왔었어요. 그런데, 이 회사가 유럽 회사라 그런가? 1년에 상당 기간이 휴가예요. 무슨 일을 하려고 해도 한 타임 놓치면 휴가를 가 있어서 일 진행이 너무 힘들었죠. 그때 느꼈어요. ‘여기에만 매달려 있으면 안 되겠구나’라고요. 그러면서 자체적인 포트폴리오와 마일스톤을 지키며 묵묵히 일하는 게 제일 좋은 기회를 얻는 거라 생각했어요. 기회가 오면 바로 잡을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요.

[최수진] 독일 기업인 비브라운과도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죠?

[윤원수] 2020년 8월에 비브라운코리아와 신경외과 부문 조직 재생 및 치료용 제품을 공동개발하고, 비브라운코리아의 유통 네트워크를 통해 개발한 제품을 공급하자는 업무협약을 맺었어요. 업무협약 체결 후 ‘두개안면골 임플란트’(Craniofacial Implant)를 공동 개발해서 2021년 초에 식약처 품목허가를 획득하고, 판매해오고 있습니다. 뇌 수술 시, 두개골을 여는 과정에서 뼈를 절개한 자국이 톱날 모양으로 생기는데, 그 틈을 메워주는 제품입니다. 그동안은 골시멘트로 틈을 메웠는데 완벽하게 메워지지도 않고, 체내 장기간 머물면서 염증이나 감염을 일으키는 부작용이 종종 발생했습니다. 수술 시간도 길어지고요. 이 제품은 생분해성 재료로 만들어져 손상된 두개골 조직의 재생을 유도하고, 안전하게 자연 분해되니까 부작용과 후유증 위험도 적은 게 특징이죠. 국내 판매를 시작으로 점차 글로벌 시장으로 판로를 넓혀갈 계획입니다.

[최수진] 작은 규모의 기업으로서 글로벌 기업들과 일하면서 어려움도 많았을 텐데, 해외 기업과 협업을 하려고 하는 다른 기업들에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윤원수] 제가 올해 3월 KIMES 2023에서 열린 ‘Open Innovation: 국내 의료기기 글로벌 진출을 위한 파트너십’ 세미나에서도 했던 말인데요. 글로벌 기업과의 일은 내가 서둘러서 되는 것도 아니고, 꾸준히 관계를 맺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그리고 무조건 그들이 관심을 갖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저희는 J&J이 100을 원했다면 300을 보여주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했어요. 작은 나라의 작은 회사는 그것밖에 방법이 없어요. 처음에는 그 회사의 담당자를 만나면 일이 다 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절대 아닙니다. 관계를 맺어가야 하고, 그 결과는 시간이 지나야 나옵니다. 논문이 나와도 사업화되는 데 10년이 걸립니다. 이러한 기다림과 노력 속에서 글로벌 시장에서도 충분히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됐습니다.

[최수진] 올해로 회사를 운영한 지 10년이 됐잖아요. 그동안 잘 되지만은 않았죠? 어떤 시행착오를 겪었습니까?

[윤원수] 처음엔 내가 만들 수 있는 걸 만들었어요. 그래놓고는 의사들을 탓했죠. 우리 것을 안 써준다고요. 그런데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걸 만들어야 했어요. 이걸 깨닫는 데 몇 년이 걸렸습니다. 저희는 다행히 투자받아서 살아남았지만,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이걸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어버린 경우가 많습니다. 연구 과정에서도 시장의 차별화를 고민하고, 지속적인 고객과의 소통은 너무 중요합니다.

[최수진] 사업 시작 당시 3D 바이오 프린팅하는 회사가 없었잖아요. 지금이야 몇 군데 있지만... 하나하나 다 만들어온 게 대단하세요.

[윤원수] 일하면서 가장 힘든 일 중 하나가 식약처의 허가를 받는 일이었어요. 식약처도 선례가 없으니까 저희가 일일이 다 설명해야 했죠. 그렇게 해서 2014년 첫 허가를 받았고, 작년 말까지 국내외 다 합쳐서 3D 프린팅 인공지지체를 실제 환자에 적용한 케이스가 6만 건입니다. 지금은 성형외과에 가면 저희 제품을 다 알지만, 처음에는 모르니까 성형외과, 정형외과, 치과 학회에 많이 찾아다녔어요. 의사들과 자유롭게 소통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의료·바이오 쪽과 기계공학 쪽은 언어 자체가 완전히 다르더라고요. 해부학책 갖고 열심히 공부했어요. 용어를 익히는 데도 오래 걸렸고요. 지금은 말 안 하면 제가 기계공학 출신인 줄 몰라요(웃음). 저희 제품은 실제 환자에 쓰일 때 의사들의 술기가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의사들과의 끊임없는 소통과 상호작용을 통해 제품이 계속 발전해올 수 있었습니다.
 

포스텍 박사 출신인 티앤알바이오팹 윤원수 대표는 공동창업자인 포스텍 조동우 교수(기술고문)나 심진형 교수(CTO) 모두 서로를 배려하고 양보하면서 회사를 끌어왔기에 지금까지 좋은 관계가 유지되고 있다고 말한다

[최수진] 투자는 어디서, 얼마나 받으셨어요?

[윤원수] 제 친구 중에 유일하게 경영학을 전공한 친구가 있어요. 도이치뱅크와 골드만삭스에서 일했던 친구인데 그 친구를 통해 창업 시작 시점부터 경영을 함께 도와줄 분을 소개받았고, 그 분이 현재 부사장인 심주성 부사장입니다. 그리고 부사장님을 통해 만나게 된 VC가 한국투자파트너스 황만순 대표였죠. 당시에는 제가 그분을 잘 몰랐어요. 저희와 미팅한 후 네 가지를 개선하면 투자하겠다고 하더군요. ▲포스텍 특허를 빨리 회사로 옮겨올 것 ▲자본금을 3억 원 이상 만들 것 ▲학교에 겸직 승인을 확실히 받을 것 ▲특허 밸류가 너무 높으니 조정할 것 등이었습니다. 자본금은 엔젤투자자로부터 투자받았고, 겸직 승인은 한국공학대 산학협력단에서 도와줬어요. 몇 달 동안 한국투자파트너스가 제안한 조건대로 다 만들었고, 연락했죠. 그랬더니 이렇게 빨리 연락할 줄 몰랐다고 놀라더라고요. 그래서 2014년 말에 한국투자파트너스로부터 80억 밸류로 20억 원을 투자받았습니다. 이게 시리즈A였어요. 그다음 2015년 말 산업은행이 밸류를 높여서 20억을 투자했고, 또 2016년 한국투자파트너스가 한 번 더 20억 원을 투자하면서 그 이후부터는 순조롭게 투자 유치가 이뤄졌어요. 공모까지 해서 총 1,500억 원을 투자받았어요. 공모 빼고는 6번을 투자받았는데, 그때마다 한국투자파트너스가 다 들어왔습니다. 좋은 투자자를 만나는 것이 중요하고 너무 감사하죠.

[최수진] 한국투자파트너스가 한 번도 빠짐 없이 모든 투자에 들어왔다면, 티앤알바이오팹의 기술력과 가능성을 굉장히 높게 평가했네요. 어떤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었다고 생각하세요?

[윤원수] 그런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처음 세팅된 임원 그대로 가는 게 신뢰가 간다고요. 동업이 쉽지는 않다고들 하잖아요. 그런데 저와 같이 창업한 포스텍 조동우 교수님(기술고문)이나 심진형 교수(CTO) 모두 서로를 배려하고 양보하면서 회사를 끌어왔기에 지금까지 좋은 관계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욕심이 없었어요. 좋은 사람들끼리 우리가 연구했던 것을 한번 실현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회사를 만든 거라서 자신이 조금 손해 보더라도 개의치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원래 VC들이 투자한 회사에 간섭을 많이 한다고 들었는데, 신기할 정도로 한국투자파트너스와는 한 번도 트러블이 없었어요. 저희를 신뢰하는 것 같아요. 시리즈 B 할 때도 밸류에이션 이슈도 없었고요. 그래서 제가 “우리 회사에 너무 무관심한 것 아니냐”면서 한국투자파트너스를 찾아가 현재 회사 상황이나 계획을 이야기했을 정도예요.

[최수진] 2018년 11월에 코스닥에 상장했잖아요. 창업하고 5년 좀 넘어서 상장했으니까 굉장히 빨리 한 편인데, 상장하니까 어땠나요?

[윤원수] 저희가 원래는 2016년 기술성 평가를 통과하고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지만, 미승인 통보를 받았었어요. 당시 거래소로부터 기술력은 인정받았는데, 주요 기술이 상용화 단계에 진입하기 전이어서 상장이 보류됐었습니다. 그러다가 2018년 다시 기술특례상장으로 재도전해서 1,500억 밸류로 상장했습니다. 저는 상장만 하면 꽃길일 줄 알았어요. 그런데 상장하고 난 후 한 달 동안 주가가 급락했어요. 너무 신경을 쓰다 보니까 병원에 실려갈 정도로 몸이 안 좋아졌습니다. 그때가 사업하면서 가장 힘든 순간이었습니다.

[최수진] 그때 시장이 안 좋아서 그랬을 텐데, 그렇게까지 힘들어했군요.

[윤원수] 지금 생각해 보면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었던 것 같아요. 사람 얼굴을 못 쳐다봤어요. 능력 없는 사람이 대표가 돼서 주가가 떨어진다고 하는 것 같아서요. 회사와 집만 왔다 갔다 했었죠.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미국으로 열흘간 휴가를 다녀왔어요. 남들이 봤을 땐 상장하고 난 후니까 가장 좋을 때인데, 전 너무 힘들었습니다. 휴가를 다녀오니까 조금 회복이 됐어요. 그때부터 ‘우리는 우리 길을 간다. 한눈 안 팔겠다’라는 마음가짐으로 일했습니다.

[최수진] 최근에 240억 전환사채(CB) 발행을 했는데, 회사의 자금 상황은 어떤가요.

[윤원수] 자금은 언제든 필요하기 때문에 항상 최악의 상황까지 생각해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신공장을 짓는데 300억 원이 넘게 들었고, 올해 하반기에 임상부터 두개안면용 임플란트(CFI)의 미국 FDA 승인 준비, 글로벌 시장 공략 등 돈 들어갈 일이 많아서 자금조달을 결정했어요. 이번 CB 발행은 주주배정 유상증자가 아니라 한국투자파트너스 등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했습니다. CB를 통해 240억 원을 확보했고, 또 신공장을 담보로 산업은행 정책자금 100억 원을 확보해서 현재 600억 정도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준비해놓으면 2년 전 발행한 CB의 풋옵션도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안정적 운영이 가능합니다.

[최수진] 회사를 운영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윤원수] 회사는 펀더멘탈(Fundamental)과 포텐셜(Potential)이 같이 일어나야 합니다. 펀더 멘탈은 목표를 끌고 갈 수 있는 매출입니다. 그래야 회사가 살아남을 수 있고, 다른 사람의 뜻에 흔들리지 않고 우리의 길을 갈 수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비전이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포텐셜이고, 저희의 포텐셜이라고 한다면 세포치료제 분야입니다. 돈을 벌어주는 팀이 있고, 미래를 열어주는 팀이 항상 서로를 신뢰하며 밸런스를 맞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수진] 현재 직원은 몇 명이나 되세요?

[윤원수] 연구원 40명을 포함해서 모두 100명 정도 됩니다. 앞서도 말했지만 공동 창업자인 조동우 CTO, 심진형 CTO가 회사를 같이 끌어가고 있고, 진성호 교수, 심주성 부사장, 진송완 CSO, 김현정 연구소장, 정승교 IR 전무, 한유란 영업/마케팅 이사, 김영필 경영지원 이사, 박영준 해외영업 상무 등이 든든히 연구개발과 회사 쪽 살림을 맡아주고 있습니다. 내 능력에 비해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고, 운도 좋아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지 않았나 싶습니다.
 

최수진 박사와 티앤알바이오팹 윤원수 대표
최수진 박사와 티앤알바이오팹 윤원수 대표

[최수진] 저희가 인터뷰 마지막에 꼭 하는 질문이 있어요.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바이오 스타트업들에 해주고 싶은 말씀이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노하우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윤원수] 회사를 왜 운영하는지 그 목적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는 단순히 그동안 연구했던 걸 사람한테 직접 응용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시작했어요. 상장 욕심도 없었고요. 그런데 하다 보니 시간도 많이 걸리고, 돈도 많이 들고, 인내심도 강해야 해요. 만일 돈을 빠른 시간 안에 많이 벌고 싶다면 바이오는 아니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바이오는 진짜 시간이 많이 걸리고, 그걸 버틸 힘이 있어야 해요.

[최수진] 올해가 회사 창업한 지 10년이 됐잖아요. 지난 10년 스스로를 평가한다면?

[윤원수] 가끔 제가 언제까지 대표라는 자리에 어울릴까를 생각합니다. 상장 후 처음에는 안 어울리는 것 같아 고민했어요. 대표보다는 그냥 연구자라고 생각했죠. 맨땅에서 시작했는데, 지금은 생각보다 잘하는 것 같아요(웃음). 회사가 성장하면서 저도 성장하지 않았나 싶어요. 이제는 욕심이 생겨요. 우리 회사가 글로벌에서도 경쟁력이 있을 것 같아서요. 앞으로 제가 얼마만큼 더 성장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한계가 오면 더 좋은 사람이 경영하는 게 맞습니다. 제가 회사의 흐름을 못 따라가거나 혹은 따라가기 싫다면 미련 없이 떠나야죠.

[최수진] 저는 그런 사람을 많이 봐왔어요. 상장하고 돈 좀 생기면 달라지는 사람들이요. 그런데 대표님은 예전부터 봐왔지만, 변함없이 겸손해 보이세요.

[윤원수] 일부러 더 조심하고 의식하는 것도 있어요. 그리고 제가 성격은 급한데, 장점이 하나 있다면 다른 사람과 비교를 잘 안 하는 편이에요. 누가 재산이 얼마가 있다더라. 밸류가 얼마더라, 어디를 인수했다더라…이런 것에 신경 쓰지 않아요. 한때는 그래서 내가 너무 욕심이 없고 무능력한가 고민도 했었어요. 다른 회사는 M&A도 하고 그렇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우리끼리 하는 게 더 좋습니다. 서로 융합했을 때 시너지가 많이 났고요. 기대했던 것보다 잘 만들어졌어요.

[최수진] 앞으로 티앤알바이오팹은 어떤 플랜을 갖고 있나요?

[윤원수] 올해는 우선 신공장을 좀 더 완비하고, GMP 승인도 마무리할 계획입니다. 저희가 작년 매출이 58억 원이었어요. 올해 실적은 작년 실적보다는 좋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2025년에는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처음 계획했던 대로 지금 포트폴리오가 굉장히 잘 갖춰져 있어요. 그래서 엑싯보다는 종합 재생의료회사로 계속 성장하고 싶어요.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고, 우리의 길을 묵묵히 가겠습니다.

[최수진] 네, 대표님과 티앤알바이오팹 응원하겠습니다. 긴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 최수진 박사는? ■

국내 최초로 코엔자임 Q10을 개발한 인물로, 대웅제약 연구소장을 거쳐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바이오PD, 산업통상자원 R&D 전략기획단 신산업MD, OCI 부사장, 파노로스바이오사이언스 대표를 맡았으며, 현재는 한국공학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30년 가까이 제약업계는 물론 정부 기관에서 활약하며 신약 개발을 비롯해 바이오 기술개발 관련 전략 수립과 투자관리, 정책 수립 등을 두루 섭렵해온 그가 바이오타임즈의 [최수진의 바이오人사이드]에서 진정성 있는 바이오人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한다.

[바이오타임즈=김수진 기자] sjkimcap@bi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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