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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진의 바이오人사이드] 뉴라클사이언스, 15년 연구로 혁신 치매치료제 개발…“코스닥 상장과 기술이전 남았죠.”
[최수진의 바이오人사이드] 뉴라클사이언스, 15년 연구로 혁신 치매치료제 개발…“코스닥 상장과 기술이전 남았죠.”
  • 김수진 기자
  • 승인 2024.01.04 1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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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라클사이언스, 알츠하이머 치매, 난청 등 신경계 질환을 치료할 혁신신약 개발
고려대 의과대학 성재영 교수가 창업, 설립 8년 만에 기술성 평가 통과
신경돌기의 성장과 신경세포의 시냅스 연접을 억제하는 FAM19A5 단백질 발견
FAM19A5 제거해 치매, 난청 등 퇴행성 신경질환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NS101 개발
글로벌 빅파마들과 지속적으로 논의 중…기술이전 기대감↑
2024년 코스닥 상장 목표, NS101 임상 1b/2a 진행 계획
“기초가 강해야 살아남을 수 있어”, “무엇보다 정직해야 할 것”

모두들 바이오 업계가 어렵다고 한다. 투자받기는 갈수록 힘들어지고, IPO 흥행도 옛말이 됐다. 바닥에 떨어진 신뢰로, 보는 눈이 곱지 않다. 하지만 여전히 뚝심 있게 이 업계를 지켜가는 사람들이 있다. ‘바이오 인사이더’로 통하는 최수진 박사가 바이오에 진심인 사람들을 만나 허심탄회한 속내를 들어본다. 그들의 시행착오와 실패담, 극복 과정은 오늘도 고군분투 속에 바이오 업계를 이끌어 가는 후배나 동료에게 좋은 아이디어를 제공할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K-BIO에 희망을 걸어도 좋다는 시그널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편집자 주)

뉴라클사이언스 성재영 대표
뉴라클사이언스 성재영 대표

[바이오타임즈] 지난 1년 내내 한파를 겪었던 바이오 업계에도 목표만 바라보고 뚝심 있게 나아가는 기업들이 있었다. 이들의 무기는 오직 기술력과 진정성, 그리고 솔직함과 인내심이다.

알츠하이머 치매, 난청 등 신경계 질환을 치료할 혁신신약(First-in-Class)을 개발하고 있는 뉴라클사이언스도 그런 회사 중 하나다.

성재영 대표(고려대 의과대학 대학원 의학과 교수)가 이끄는 뉴라클사이언스는 지난해 11월 16일 코스닥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기술성 평가를 통과했다. 두 평가기관으로부터 각각 A, BBB 등급을 받아 한껏 까다로워진 심사 기준을 무난히 충족했다.

신경과학자인 성재영 대표가 8년간 연구한 후보물질을 바탕으로 2015년 창업한 뉴라클사이언스는 회사 설립 이후에도 인내심을 갖고 ‘연구’라는 한 우물만 팠다. 그리고 드디어 2021년 10월 국내서 개발한 치매 항체 신약 최초로 해외 임상에 진입했다.

뉴라클사이언스의 대표 파이프라인은 항체 기반 신약후보물질인 ‘NS101’로, 중추신경 및 감각신경계에서만 특이적으로 발현하는 단백질 ‘FAM19A5’를 타깃으로 한다. FAM19A5 단백질은 신경돌기의 성장과 신경세포의 시냅스 연접을 억제하는데, NS101은 이를 제거함으로써 신경 기능 회복을 촉진해 알츠하이머 치매, 난청, 급성 척수손상, 루게릭병, 망막병증 등 다양한 퇴행성 신경질환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것으로 기대된다.

회사는 캐나다에서 진행한 임상 1상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얻어 후속 임상 성공의 가능성은 물론, 2024년 코스닥 상장과 기술이전 등의 목표까지 한 발짝 더 다가갔다.

새로운 표적단백질을 발굴한 것부터 좋은 직원들과 투자자를 만난 것 전부 행운이라고 말하는 성재영 대표. 기술의 가치를 지키고자 하는 한결같은 마음과 의지, 그리고 정직이라는 신념이 성재영 대표에게 행운을 가져다주지 않았을까.

학자로서 신약 개발 경험이 전무한 그가, 어떻게 실패 없이 기초 연구부터 시작해 임상 진입이라는 성과를 거뒀는지 궁금해 고려대학교 내 위치한 뉴라클사이언스를 찾았다.
 

(왼쪽부터) 최수진 박사, 뉴라클사이언스 성재영 대표
(왼쪽부터) 최수진 박사, 뉴라클사이언스 성재영 대표

[최수진] 우선 기술성 평가를 통과한 것 축하드려요. 최근 기술성 평가 트렌드가 미래 비전보다는 시장 평가로 완전히 바뀌었다고 들었는데, 실제 어떠셨어요? 이게 굉장히 궁금했습니다.[성재영] 저희의 경우는 꼭 그렇지는 않았고요, 가장 중요하게 이야기한 내용은 임상 의약품으로서 기술의 가치에 관한 부분이었습니다. 2021년부터 바이오 USA 등에 참가하며 10여 곳의 글로벌 파트너와 미팅을 이어 오고 있어요. 그들이 계속해서 연구결과에 대한 업데이트를 요구하고 있고, 저희가 그 요구를 충실히 수행해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으면서 신뢰를 쌓아가고 있습니다. 일부는 실사(듀 딜리전스, Due Diligence)도 했고, 텀싯(Term Sheet)과 유사하게 간 것도 있기 때문에 상장을 해도 될만한 가치가 있다고 평가해주신 것 같습니다. 또, 무엇보다 개발하는 약물 자체가 새로운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고, 새로운 작용기전의 신경계 질환 치료제라는 부분도 점수를 얻지 않았나 합니다.

[최수진] 개발 중인 항체 신약 NS101에 대해서 소개 좀 해주세요.
[성재영]
NS101은 시냅스를 복원해 주는 항체입니다. NS101의 표적은 FAM19A5(혹은 TAFA5로 알려져 있음)라는 신경계에서 분비되는 조그마한 단백질인데, 저희가 연구한 바로는 FAM19A5가 시냅스 해체를 촉진합니다. 시냅스는 매일 새로 생기고 없어지는 구조를 갖고 있어요. 따라서 시냅스를 생성시키는 인자도 있어야 하지만, 해체시키는 인자도 있어야 합니다. FAM19A5는 바로 시냅스를 해체시키는 인자인 것이죠.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FAM19A5가 일정한 수의 시냅스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병리적인 상황에서는 FAM19A5와 상관없는 시냅스 소실 요인에 의해 시냅스 수가 줄어들게 됩니다. 이때 NS101을 통해 FAM19A5를 제거하면 다시 시냅스 균형을 찾을 수 있게 됩니다. NS101은 실제로 아밀로이드 병증 형질전환 생쥐와 타우병증 형질전환 생쥐에서 발생한 시냅스 감소를 효과적으로 막아내 인지 기능을 정상화시킬 수 있었습니다. 또한, NS101이 달팽이관에 있는 시냅스 수와 기능을 복원시켜 난청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최수진] 대표님이 설명하신 것처럼 NS101이 새로운 개념의 혁신 신약이고 글로벌 파트너링 미팅도 계속 해오고 있지만, 그 점만으로 기술성 평가 통과가 쉽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요. 라이선스 아웃도 아직 안 됐고, 2상 결과도 안 나온 상태인데, 시장에서 각광받을 수 있는지 예측하기가 쉽지는 않으니까요.
[성재영]
맞습니다. 저희도 기적적으로 기술성 평가를 통과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은 라이선스 아웃까지 가면 정말 좋겠지만, 그게 금방 되는 게 아니라 최소 2~3년은 신뢰를 축적해야 되는 거니까 지금까지는 라이선스 아웃의 기틀을 잘 마련했다는 걸 인정받았다고 생각됩니다. 어디라고 말씀드릴 순 없지만, 복수의 빅파마와 CDA(Confidential Disclosure Agreement, 비밀유지약정)를 맺었습니다. 딜(Deal)의 사이즈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상태이고요. 또 어떤 회사와는 R&D 헤드와 임상 헤드들끼리 모여서 3번 연달아 미팅한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 기술이 좋지 않았다면 빅파마들이 중간에 스톱했겠죠. 아무리 빅파마라고 해도 혁신신약이라는 게 사람한테 검증이 안 되면 덥석 가져가기는 어렵죠. 더구나 요즘처럼 경기가 어려울 때는요. 저희가 NS101 1상을 끝내면서 안전성 평가를 받았지만, 빅파마들은 다회 투여했을 때의 약물 안전성을 보고 싶어하기도 하고, 난청과 알츠하이머 치매에서 임상효과가 나오는지를 확인하고 싶어합니다.

[최수진] 그럼 임상 1상은 안전성 확인만 한 건가요. PoC(개념 증명)는 안 보셨어요?
[성재영]
안전성과 작용기전이 맞는 것까지 확인했습니다. 우리가 이걸 타깃 인게이지먼트(Target Engagement)라고 하는데요, 약물이 타깃에 붙여서 작동한 걸 확인했습니다.

[최수진] 동물실험에서 확인하셨나요?
[성재영]
동물은 물론 사람에서 NS101이 BBB를 효과적으로 통과해 뇌로 들어가 표적 단백질인 FAM19A5에 결합해서 FAM19A5를 뇌에서 빠져나오게 하고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뉴라클사이언스는 NS101이 BBB를 효과적으로 통과해 뇌로 들어가 표적 단백질인 FAM19A5에 결합해서 FAM19A5를 뇌에서 빠져나오게 하고 있음을 증명했다

[최수진] 데이터를 보면서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성재영]
여기 보시면 뇌에 FAM19A5라고 타깃이 있는데, 이게 뇌에만 있지, 혈액에서는 검출이 안 되거든요. 그런데, 정맥 주사로 약을 주입하면 뇌에 들어가서 FAM19A5를 끌고 나와 혈액에서 검출이 됩니다. 약물 용량을 늘리면 혈액에서 검출되는 양도 점점 늘어나고요. 약물이 최대 효과를 보이는 데 이틀 정도 걸립니다. 약이 뇌로 들어가는 데 하루 정도 걸리고, 또 뇌에서 끌고 나오는 데 하루가 걸리죠. 저희가 캐나다 임상 1상에서 64명의 정상인을 대상으로 0.25mg/kg부터 48mg/kg까지 용량을 증가시키는 8개의 코호트로 구성했는데, 6, 7, 8 코호트에서의 결과를 보면 이미 12mg/kg 용량에서 포화상태의 효과가 보이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이 정도 용량의 약물이면 뇌에 있는 FAM19A5을 대부분 끌고 나올 수 있다는 뜻입니다.

[최수진] 이건 정말 대단한데요. 아무나 못하는 거예요. 다국적 회사들은 타깃과 작용기전(MOA)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결과값이 좋은데 왜 그런지 설명이 안 되면 안 가져가요. 그런데 사람에서 작용기전을 확인하신 거잖아요.
[성재영]
네. 항체가 뇌를 타깃팅해서 뇌에서 작동한다는 걸 보여주기가 굉장히 어려운데, 이 데이터가 그걸 증명한 것이죠. 저희는 이걸 원숭이, 마우스, 래트에서 모두 확인했습니다.

[최수진] 처음에 이 물질은 어떻게 발견하셨는지요.
[성재영]
대학교수로 있으면서 신경계 질환 표적 물질 발굴 연구를 진행했어요. 2003년 발표된 인간게놈프로젝트 연구 결과를 보고 새롭게 발견된 유전자 2만 개를 연구했습니다. 제가 그걸 일일이 다 조사하고 분석했는데, 그중에서 신경계의 타깃이 될 만한 단백질이 뭐가 있을까를 2~3년 동안 정말 고생해서 찾아냈어요. 40여 개의 후보 단백질을 찾았고, 그중에서 동물과 사람에서 아미노산 서열이 매우 유사한 것들을 찾았습니다. 제가 발굴한 단백질은 사람과 마우스, 원숭이, 래트에서 아미노산 서열이 완전히 동일합니다. 따라서 마우스에서나 사람에서나 항체가 동일하게 작동할 것이라는 걸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고요. 그래서 시작한 거죠. 종을 뛰어넘어 아미노산 서열이 동일하다는 것은 하나의 돌연변이도 허락하지 않을 정도로 중요한 단백질이라는 건데, 진짜 운 좋게 단백질을 찾았습니다. 그게 바로 FAM19A5였습니다.

[최수진] 와, 진짜 운이 좋으셨네요. 단백질을 찾아낸 후 어떻게 하셨습니까.
[성재영]
이 단백질이 완전 새로운 단백질인데, 그 기능을 알려면 제일 먼저 해보는 게 로스 어브 펑션(Loss-of-Function) 연구입니다. 단백질의 기능을 알려면 해당 단백질의 기능을 없애 보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죠. 유전자로 로스 어브 펑션을 해볼 수도 있지만, 항체를 갖고도 할 수 있기 때문에 바로 항체를 제작했어요. 저희가 최초로 뇌에서 손상이 생길 경우에 이 단백질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걸 알았죠. 뇌 손상을 주고 이 단백질에 대한 항체를 처리했더니 뇌 손상이 많이 극복된 거죠.

[최수진] 그러니까 이건 거꾸로 항체를 만든 거네요. 기능을 알고 싶어 이것저것 다 없애보고, 성능이 개선되는 단백질이 있어서 찾았군요.
[성재영]
이게 운이 안 좋으면 절대 될 수 없는 거죠. 사실은 제가 회사를 하면서도 여러 차례 운이 좋았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이 단백질을 선택한 게 가장 운이 좋았던 일 중의 하나입니다. 뇌 분포도를 보면 이 단백질이 뇌의 어떤 영역에서 나오는지를 추적할 수 있고, 또 이것과 연관된 단백질들은 어디서 나오는지도 보면 알죠. 이 단백질이 실제로 뇌 기능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이 단백질의 기능을 알기 위해 폴리클로널 항체들을 만들어 작용하지 못하게 만들었어요. 이게 뇌가 손상된 상태라 BBB가 뚫려 있기 때문에 정맥주사를 해도 잘 들어간다는 걸 알았죠. 이 상황에서 실험했더니 뇌에서 손상된 부분이 많이 회복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뉴라클사이언스 3층 실험실 전경(사진=뉴라클사이언스)
뉴라클사이언스 3층 실험실 전경(사진=뉴라클사이언스)

[최수진] 대표님이 예상했던 게 들어맞았네요. 타깃을 명확히 알았고, 이제 거기서 다시 거꾸로 약을 개발하신 거죠?
[성재영] 맞습니다. 그런 다음 글로벌 파마한테 이 상태로 팔 수 없으니까, 실제로 뇌가 왜 회복되는지 MOA 연구를 해야 했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일단 효과가 좋다는 건 금방 알았습니다. 뇌 손상을 입은 쥐에게 이 항체를 주니까 잘 회복됐으니까요. 그래서 바로 서울대학교 정준호 교수님께 모노클로널 항체를 만들어주십사 의뢰해서 쥐를 대상으로 척수손상 실험을 했습니다. 일부러 척수손상을 유발한 다음 항체를 두 번 정도 정맥 투여하고 49일 동안 이 쥐의 운동 기능을 추적했어요. 그랬더니 항체 주사하고 나서 14일 정도 되니까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쥐 뒷발의 운동 기능이 좋아진다는 걸 알게 됐죠.

[최수진] 그래서 확신하셨군요.
[성재영]
이 데이터들을 얻게 됐을 때 마침 쿼드자산운용의 몇몇 분들과 만나서 이런 결과들을 얻었다고 하니까, 바로 투자를 결정한 후 회사를 만들자고 제안하셨어요. 2007년부터 이 연구를 시작했는데, 8년 후인 2015년에 회사를 설립하게 된 거죠.

[최수진] 동물실험에서 효과까지 확인하고 회사를 창업한 거니까 연구가 꽤 진행된 상태에서 회사가 설립된 거네요. 학교에 계시면서 거의 중요한 과정은 다 끝내셨고, 이제부터 돈이 많이 들어갈 타이밍에 회사 창업을 하셨네요. 처음에 투자는 얼마나 받으셨나요?
[성재영]
저희가 창업 이듬해 쿼드자산운용에서 42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이제 사람한테 쓸 수 있는 약을 개발할 수 있는 항체들을 만들기 시작했죠. 이 항체도 서울대 정준호 교수님이 치킨에 항원을 주사하고 난 후 치킨 비장으로 만든 라이브러리에서 만들었습니다.

[최수진] 치킨은 처음 들어봐요.
[성재영]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사람과 래트, 마우스의 FAM19A5의 시퀀스가 동일하기 때문에 항체가 잘 안 만들어져요. 그런데 치킨은 시퀀스가 약간 다르다 보니까 반응성 있는 항체가 선별되어졌는데, 이 선별된 항체들에서 면역반응 가능성이 있는 부분을 다 제거해서 항체를 만들었더니, 굉장히 친화도가 좋은 항체가 만들어졌어요. 이 항체는 임상 1상 연구 결과 anti-drug antibody(ADA) 양성률이 낮았으며, 대부분 PK 프로파일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정도로 미약한 수준이었습니다.
 

성재영 대표가
성재영 대표가 돌발성 난청과 치매, 시냅스와의 상관 관계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최수진] 신약 개발은 한 번도 안 해보신 교수님께서 어떻게 실패 없이 이런 결과를 얻으셨는지 참 신기해요. 대표님은 그동안 어떤 경력을 쌓아오셨는지요.
[성재영]
33년째 신경과학을 연구하는 ‘신경과학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1996년 서울대학교 분자생물학과에서 신경내분비학 분야로 이학박사 학위을 받았고, 이후 독일 괴팅겐 의과대학에서 박사후 연구원 경력을 쌓았습니다. 2000년에 전남대 생명과학기술학부에서 교수로 부임했고, 2005년부터 지금까지 고려대의과대학 교수로 18년간 재직하고 있습니다. 고려대 의과대학에서는 연구부학장보, 의과학과 주임교수 역할을 하기도 했고요. 지금까지 123편의 SCI/E 논문을 발표했고, 국제 신경과학 분야 학술지(Neuroendocrinology, Frontiers in Neuroendocrine Science) 부편집장을 역임했었습니다. 대학교수로 재직하면서 신경계 질환 표적물질 발굴 연구를 진행해 왔습니다. 앞서도 말씀드렸듯이 2003년 발표된 인간게놈프로젝트 성과를 보고, 새롭게 밝혀진 2만 개의 유전자를 하나 하나 조사해서 중추신경계 질환의 표적이 될 수 있는 단백질을 발견했고, 이 단백질을 조절할 수 있는 항체를 개발할 수 있어 2015년 창업하게 됐습니다. 창업 이후 초기에는 주로 기술 개발 도움을 주는 역할을 했지만, 2019년 대학으로부터 겸직 허가를 받고 본격적으로 경영활동을 시작하게 된 거죠.

[최수진] 진짜 신약 개발 경험이 전무한데, 어떻게 이런 성과를 거두게 됐나요. 사람을 잘 쓰신 건가요?
[성재영]
그것도 맞고요, 운도 대단히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회사의 김원겸 CTO가 한화케미컬 수석연구원, LG생명과학 선임연구원 출신인데, 이분이 항체 연구를 많이 해왔어요. 이분을 비롯해 회사의 임원들이 저를 잘 이끌어줬습니다. 처음에는 과학자의 입장에서 ‘왜 저런 일을 할까?’라는 의문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신약 개발에 있어 식약처 승인을 받으려면 GMP, GLP, GCP의 규정을 모두 만족시켜야 한다는 걸 알게 됐고, 그 과정에서 저 역시 많은 트레이닝이 된 셈이죠. 우리는 NS101이 임상 1b/2a 시험까지 진입하면서 신약이기 때문에 수많은 분석법과 시험법을 스스로 개발해야 했습니다. 이런 타깃도 처음이었고, 이 타깃에 작용하는 약물도 처음이었기에 분석법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스스로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성공할 수 있었던 건 잘 훈련된 임직원의 공로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최수진] 와, 분석법 개발은 돈을 줘도 못하는데, 굉장한 성과를 거두셨네요.
[성재영]
그렇습니다. 뉴라클사이언스의 가장 큰 성과라고 한다면 자체 개발한 혁신 신약 약물이 1상을 넘어 1b/2a상에 간다는 것이고요, 무엇보다 NS101이 임상 1b/2a 시험에 진입할 때까지 수많은 분석법/시험법을 자체 개발했다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분석법 개발에만 5년 정도 걸린 것 같아요. 이러한 분석법을 회사 연구원들과 자체 개발했다는 것에 대해 큰 자부심이 있고, 이 자리를 빌려 회사 동료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최수진] 분석법 개발이 이렇게 힘든 거예요. 안 해본 사람들은 쉬운 줄 아는데 말이죠. 그런데, 왜 임상 2상은 알츠하이머 치매로 안 하고, 돌발성 난청을 선택했습니까?
[성재영] 돌발성 난청을 포함한 감각신경성 난청은 POC를 보기에 여러 가지 장점이 있는 질병 분야입니다. 우선 난청 분야는 현재 표준치료법이 없습니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지난 7월 미국에서 승인된 레켐비 등 표준치료법이 될 것 같은 약물이 있는데, 난청은 아직 없거든요. 그래서 임상에 성공하면 거의 치매만큼 큰 시장에서 바로 사업화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또 알츠하이머 치매는 노인성 질병이라 이미 많이 망가진 상황에서 장기로 복용해야 하니까 임상이 오래 걸리고, 인지 기능이 좋아지면 문진을 통해서 효과를 파악하는데 이게 한계가 있습니다. 통계적 유의성을 얻으려면 많은 사람의 시험 결과도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돌발성 난청은 3개월이면 빠르게 효과가 나올 수 있고, 청력 검사는 매우 객관적입니다. 그래서 치매와 비교해 시간과 자원을 적게 들이더라도, 유의한 유효성 시그널을 확인할 수 있는 가능성이 더 큽니다. 그래서 감각신경성 난청을 중심으로 POC증명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최수진] 빠른 시간 안에 사업화가 가능해서 난청을 선택하셨군요. 그럼 모든 종류의 난청에 효과가 있나요?
[성재영]
난청의 원인이 여러 가지인데, 대부분의 감각신경성 난청에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단 하나, 항암제에 의한 난청을 제외하고요. 항암제제를 많이 맞으면 귀 속의 유모세포인 헤어셀이 죽는 경우가 많이 있어요. 그럼 난청이 오는데, 셀이 죽은 건 저희 약으로 살릴 수는 없습니다.

[최수진] 노화로 인한 난청은 치료 가능한가요?
[성재영]
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물리적인 음파가 화학 전기 신호로 바뀔 때, 유모세포에서 시냅스를 통해서 건너가는데, 이 시냅스의 숫자가 줄어서 덜 가게 되면 못 듣게 된다는 것이 정설화돼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개발한 NS101은 달팽이관에 있는 시냅스 수와 기능을 복원시키기 때문에 치료할 수 있습니다. 신경세포에 접속된 시냅스의 양이 줄어들어 있는 건 충분히 약으로 늘려줄 수 있는 것이죠. 사실 치매도 똑같습니다. 치매도 시냅스의 관점에서 보면, 치매 증상이 있기 10~20년 전부터 누적된 시냅스의 기능 이상이죠.
 

(사진=)
(왼쪽부터) 최수진 박사, 뉴라클사이언스 성재영 대표

[최수진] 시냅스가 정확히 무엇이고, 또 어떤 역할을 하는지요?
[성재영]
신경세포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신경세포 간의 연결을 통해 전기/화학 정보를 다른 신경세포로 전달하는 것입니다. 이 연결을 담당하는 신경세포의 구조물이 시냅스입니다. 1개의 신경세포는 평균 1,000개의 시냅스를 통해 서로 연결되어 있는데, 다양한 병리적 요인에 의해 시냅스 수가 줄어들게 됩니다. 또, 나이를 먹으면 시냅스들이 많이 떨어집니다. 신경세포에서 시냅스 몇 개가 줄어드는 것은 신경세포의 기능에 큰 장애를 주지 않지만, 많이 줄어들면 신경세포 간의 연결이 끊어지고 신경세포 사멸까지 유도되죠. 즉, 접속량이 줄어든다는 건데, 신경세포는 접속되지 않으면 죽습니다. 이러한 과정은 주변 신경교세포의 반응을 자극해서 신경교세포 증식증을 유도하기도 하고요. 저희 약물을 통해 시냅스가 보존된다면 신경세포의 사멸을 막을 수 있고, 이에 따라 신경교세포 증식증도 감소할 수 있게 됩니다.

[최수진] 그렇다면 치매와 난청의 연관을 설명해주세요.
[성재영]
시냅스는 늘 일정한 숫자를 유지하는데, 매일 만들어지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합니다. 오늘 제가 한 얘기들을 잘 기억하고 있으면 시냅스 숫자가 늘어난 건데, 내일 잊어버리실 거 아니에요? 그러면 시냅스가 없어진 겁니다. 보통은 우리가 중요한 것만 기억하고 나머지는 다 버리거든요. 그래서 시냅스가 생겼다 없어졌다는 걸 반복하는 겁니다. 그런데, 뇌의 노화가 진행되거나, 신경세포에서 시냅스 감소가 누적되고, 아밀로이드와 같은 병리적 요인들이 축적되어가면서 신경세포가 줄어들면, 결국 기억력 감퇴라는 치매 증상이 나타납니다. 이런 기억을 관장하는 신경의 시냅스와 소리를 듣고 전달해주는 시냅스는 아주 유사한 구조를 갖고 있어요. 감각신경성 난청도, 소음을 비롯한 다양한 원인이 와우내 시냅스병증(cochlear synaptopathy)을 초래해 어음명료도의 문제라는 증상에서 시작돼 결국 다양한 주파수 영역대에서 어음역치 감소라는 증상으로 고착되는 것이죠. 소음이나 노화, 감염과 같은 다양한 외부 요인에 의해 시냅스가 줄어들면 각 사람의 유전적인 감수성과 외부 요인의 강도에 따라서, 어떤 사람은 난청이, 어떤 사람은 치매 증상을 보이는 것이지요. 결국, 난청과 치매는 똑같은 단백질들이 관여하는 공통의 메카니즘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시냅스 소멸에 공통적으로 관여하는 FAM19A5를 항체로 제거해주면 시냅스의 균형이 다시 이루어집니다.

[최수진] 이런 원리라면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에 있어 아밀로이드나 타우를 없앨 필요도 없겠네요.
[성재영]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는 아밀로이드나 타우가 있어도 NS101로 시냅스 소멸을 막아주면 신경 기능이 좋아지고 기억력이 회복됩니다.

[최수진] 그렇다면 난청 임상에서 NS101를 한 번만 투여하면 되나요?
[성재영]
저는 돌발성 난청에서 치료 기간을 약 3개월 정도로 보고 있고 다양한 임상을 통하여, 투여 방법을 좀 더 명확하게 결정할 예정입니다. 현재 저희는 오랜 기간 NS101을 투여해도 인체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앞으로 다양한 임상에서 더 확인해보려고 합니다. 일단, 동물실험에서 6개월 동안 매주 2회씩 아주 고용량의 NS101을 원숭이와 쥐에 투여했었는데, 일반적인 독성뿐만 아니라 신경학적으로 이상이 있으면 발견되는 행동이 전혀 관찰되지 않았습니다.

[최수진] 치료제를 투여했다고 해도 시간이 흐르면서 또 나빠질 수도 있을까요?
[성재영]
앞으로 진행될 다양한 임상에서 확인할 부분입니다. 현재 예상하기에는 완치에 준하는 재발 지연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람의 모든 시스템이 그렇듯이, 신경계는 비상 상황에 대비해서 상당한 여유분의 시냅스를 갖고 있어요. 그런데 이 시냅스가 다 고갈되면 인지 기능이 떨어지는 등 증상이 나타나게 되는 거죠. 우리가 이 약을 처리해서 비상용까지도 몇 개를 확보해 놓는다고 하면 약물 치료가 끝난 후에도 증상이 다시 나타나는 데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중에 또 치료제를 맞을 수도 있고요.

[최수진] 임상 1상 샘플 제조와 GMP는 어디서 하셨어요?
[성재영]
 임상 1b/2a 완제까지 바이넥스에서 생산했습니다. 대형 글로벌 CMO들에 비해서 초기 연구, 개발과 생산 공정 적용에 유연성이 있었고, 임상 승인을 위한 GMP 생산까지의 비용도 대형 글로벌 CMO들에 비해서 경쟁력 있는 합리적인 가격이었죠. 스타트업으로서는 1상부터 돈을 많이 쓸 수 없으니까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최수진] 일하는 과정이나 결과도 괜찮았죠?
[성재영]
저는 CMO의 생산 능력도 중요하지만 의뢰를 맡긴 회사의 관리 능력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실험공정이나 문서 관리 등 우리의 전반적 관리 능력이 필요해요. 저희 같은 경우에는 CMC 프로세스를 잘 알고 있는 김원겸 CTO가 매일 바이넥스로 출근하다시피 해서 하나부터 열까지 다 관리 감독했어요. 분석법도 저희가 다 개발했고요.

[최수진] 보통 CMO들이 관리 감독하는 걸 되게 싫어하지 않습니까?
[성재영]
바이넥스하고는 서로 잘 맞았어요. 저희가 초기 기술을 가르쳐주는 부분도 있다 보니, 서로 윈윈하는 관계가 됐죠. 어떤 분들은 바이넥스처럼 국내 소규모 회사에서 생산하는 임상 약을 가지고 글로벌 빅파마와 딜이 되겠냐고 하시기도 합니다만, 임상 1상이나 1b/2a상 정도까지는 바이넥스에서 생산을 한다 해도 품질면에서 허가기관의 요건을 충족하는 데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2상 이후부터는 대규모 생산이 필요하다 보니 대형 생산 시설을 갖춘 대형 CMO에서 생산을 고려하게 되죠.
 

뉴라클사이언스는 BIO USA 2023에 참가해 기술이전 등에 관해 논의했다(사진=뉴라클사이언스)
뉴라클사이언스는 BIO USA 2023에 참가해 기술이전 등에 관해 논의했다(사진=뉴라클사이언스)

[최수진] 김원겸 CTO가 큰일을 하셨네요. 이분은 제자이신가요?
[성재영]
아닙니다. 제가 이분을 리쿠르팅할 때 굉장히 인상적이었던 게 있어요. 김원겸 CTO가 LG생명과학과 한화케미컬에서 근무하셨던 분인데, 한화가 바이오시밀러를 마지막으로 만들고 문 닫을 때 끝까지 남아서 정리를 다 하고 나오신 거예요. 바이오 하는 사람으로서 신뢰가 갔어요. 또, 이분은 자신의 여러 과제개발 경험에서 겪어야 했던 수많은 CMC 이슈와 문제들에 대한 해결 경험과 노하우들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이런 CMC 과정에서의 문제해결 경험과 노하우들을 잘 정리해 실제에도 적용하고 있었고요. 그래서 정말 귀하게 모셔야겠다고 생각했고, 실제 NS101 임상에 있어서 지금까지 CMC 이슈가 없었습니다. 이분을 만난 것도 큰 행운 중의 하나죠.

[최수진] 또 재미있는 게 바이오 벤처로는 드물게 MD가 있으시죠?
[성재영]
네. 박요섭 Chief Medical Officer(CMO)가 가톨릭의대 출신인데, 화이자 Global R&D센터 내, Neuroscience Unit에서 Study Physician으로 임상 개발 업무를 하신 분입니다. 제가 박요섭 CMO께 감사드리는 것은 NS101의 MOA를 이해하고, 이 시험약의 POC를 확인하기 위한 최적의 질환으로 감각신경성 난청을 찾은 거예요. 저희가 처음에 치매로 임상을 하려고 했는데, 비용도 많이 들고 환자 모집도 쉽지 않으니까 엄청 고민했었어요. 그때 박요섭 CMO가 다른 방법을 찾다가 감각신경성난청도 시냅스 문제라는 걸 알게 된 거죠. 이게 바로 임상의가 회사에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입니다. 많은 바이오 벤처가 임상 디자인을 잘못해서 실패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최수진] 그래서 일단 난청으로 임상 디자인을 바꾼 거군요.
[성재영]
네. 그렇게 알게 된 것을 우리나라 이과학에서 제일 믿을 수 있는 연구자분 중에 한 분이신 연세대 해부학 교실의 복진웅 교수님과 협업으로 유효성을 확인하고, 치매에서 난청으로 임상 전략을 바꾸었습니다.

[최수진] 쥐 실험에서 쥐가 잘 들을 수 있는지, 안 들리는지는 어떻게 알 수 있어요?
[성재영]
뇌파를 보면 됩니다. 귀에 자극을 주면 뇌로 전달되는데, 자극이 나오냐 안 나오냐를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복진웅 교수님께 어느 날 연락이 왔어요. 쥐 두 마리만 실험해봤는데, 난청에서 효과가 너무 극명하게 보이는 데이터가 나왔다는 거예요. 나머지 세 마리를 해봐도 똑같이 나올 거라는 거죠. 복진웅 교수님께서 난청을 유발하는 유전자를 알아보려고 난청 동물모델을 갖고 계셨던 것도 우리에게는 큰 행운이었습니다.
 

뉴라클사이언스 4층 사무실 전경(사진=뉴라클사이언스)
뉴라클사이언스 4층 사무실 전경(사진=뉴라클사이언스)

[최수진] 대표님께서 말씀하신 행운들이 지금 몇 가지 있는데, 다시 한번 정리해볼까요.
[성재영]
좋은 인재를 발굴한 것과 동물모델을 갖고 계신 교수님을 만난 것, 또 적절한 약물 표적 단백질을 발굴한 것과 척수손상 결과가 나왔을 때 쿼드자산운용을 만난 것도 큰 행운이라고 할 수 있죠. 쿼드가 적극적으로 회사를 만들어야 한다고 밀어준 것도 그렇고요.

[최수진] 지금 회사의 밸류가 어느 정도인가요? 또 투자는 얼마나 받으셨습니까.
[성재영]
밸류는 2,300억 원 정도 되며, 지금까지 580억 원 정도 투자받았습니다. 현재 250억 정도 규모의 프리 IPO를 준비 중인데, 시장 반응은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최수진] 기초 연구부터 시작해서 임상까지 진입하는 게 정말 가능성이 작잖아요. 그런데, 이걸 이뤄내셨다니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대단하세요.
[성재영]
감사합니다. 여기까지 정말 어렵게 왔습니다. 많은 과학자가 치료할 수 있는 물질을 찾았다고 이야기하지만, 실제 임상 약까지 개발하는 경우는 거의 없죠. 저희는 다행히 저희가 최초의 표적단백질을 발굴하고, 스스로 임상약을 생산해서 임상까지 갔기 때문에 자부심이 매우 큽니다. 현재 논문도 준비하고 있고요. 어떻게든 이 약을 잘 살려서 글로벌 빅파마와 공동연구를 할 수 있도록 해야죠.

[최수진] 또 다른 파이프라인으로는 어떤 약물들이 있습니까.
[성재영]
글로벌 빅파마들이 항체 말고 또 다른 모달리티의 약물은 없냐고 계속 물어보고 있습니다. 항체로는 NS101말고도 FAM19A5의 다른 부위에 결합하는 백업 항체를 2종 더 가지고 있습니다. FAM19A5는 89개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작은 크기의 단백질로, 항체와 결합할 수 있는 에피토프가 많이 나올 수 없는데, 저희가 가지고 있는 항체가 대부분의 에피토프를 커버할 수 있어 다른 경쟁업체가 따라올 수 없는 진입장벽을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저희가 FAM19A5의 작용기전을 규명하면서, 항체가 아니더라도 펩타이드 혹은 저분자 화합물로도 FAM19A5의 기능을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죠. 펩타이드는 적은 비용으로 합성이 가능하며 국소주사(Local Injection) 혹은 비강흡입(Intranasal)을 통해 약물을 전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저분자화합물은 경구투여가 가능한 약물을 개발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요. 이렇게 다양한 모달리티(modality) 즉 항체, 펩타이드, 저분자화합물의 형태를 가진 약물 개발을 통해 각 약물 형태에 적합한 적응증(난청, 망막증, 척수손상, 통증)을 개발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FAM19A5가 아닌 GALR2를 표적으로 하는 펩타이드성 약물인 NS200도 있습니다. 이 약물은 비임상시험을 통해 신경병증성 대장질환에 효과가 있음을 증명했는데, 현재 임상 약 생산단계에 있습니다.

[최수진] 특허도 많으시죠? 뉴라클사이언스는 창업 초기부터 특허를 포함한 지식재산권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해오셨다고 들었어요. 회사만의 특허 전략이 있으신가요?
[성재영]
특허는 독점적 사업 권리 확보 및 글로벌 파트너링에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학자들이 자신이 개발한 연구물질을 사업화할 때 많이 실수하는 것이 논문부터 출판하는 건데, 이렇게 되면 특허를 획득할 수 없죠. 하지만 저는 사업화가 가능한 수준으로 충분히 특허를 출원해 권리를 다 보장받게 한 다음에 논문을 출판하는 전략을 갖고 있습니다. 저희가 아주 결정적인 논문을 지금 준비 중이긴 한데, 실제로는 이 특허로 커버할 수 있는 걸 다 해놓고 난 다음에 발표할 생각이에요.

[최수진] 너무 훌륭한 생각이세요. 교수님께서도 얼마나 논문을 내고 싶겠어요. 그런데, 논문을 먼저 내면 금방 유명해질 수는 있지만, 사실상 권리는 하나도 획득을 못하는 거죠.
[성재영] 그렇죠. 그리고 또 하나의 특허 전략이라고 한다면 미국부터 특허를 등록하는 건데요, 글로벌 딜의 경험이 많은 SKGF 특허법인을 통해서 미국 중심으로 먼저 특허를 받고 이후에 각국에 진입하는 전략입니다. 현재 특허 비용만 30억 원 정도 들여서 총 23종의 계열 특허를 출원했고, 모두 합하면 206건을 출원했습니다. 이 중에서 67건이 현재 여러 국가에 등록되어 있습니다. 특허 대부분은 NS101의 표적단백질인 FAM19A5에 관한 것으로 FAM19A5를 억제했을 때 퇴행성 뇌 질환을 비롯한, 안구질환, 난청, 종양, 섬유화, 신경병증성 통증, 기분장애, 죽상경화증과 같은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용도 특허와 FAM19A5에 작용하는 다양한 항체에 대한 물질 특허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최수진] 기술이전이 성사되면 계약 규모도 클 것 같은데요.
[성재영]
조금 아쉬운 게 이 연구가 2년만 빨리 됐더라도 시장에서 더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합니다. 지금은 세계 경제가 너무 안 좋다 보니까 빅파마들도 Proof of concenpt(POC)가 끝난 매우 안전한 것만 찾습니다. 그전에는 초기 단계에서도 많이 갖고 갔었는데 말이죠. 하지만 지속적으로 빅파마와 연락을 주고받고 있어 조만간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최수진] 그래도 글로벌 빅파마 10곳과 지속적으로 논의를 하고 있으니, 이 정도면 엄청난 거예요.
[성재영]
최근에 하버드 의과대학의 찰스 리버만 교수가 저희 임상 자문의로 합류해주셨어요. 이분이 누구냐면 2017년 시냅스 소실이 난청의 원인이라는 걸 가장 먼저 밝히신 분인데, 저희 연구를 보고 바로 합류해주셨어요. 행운이죠. 아마도 난청 임상이 더 탄력받을 걸로 보이고, 기술이전에서도 좋은 성과가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최수진] 대표님께서는 모두 다 행운이라고 말씀하시는데, 그 운을 만난 건 대표님이 같이 일하는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주고 존경해주셔서가 아닌가 싶어요.
[성재영]
그렇게 인정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시간이 지나고 나니 그때 내가 잘 참았다고 생각되더군요.

[최수진] 대표님께서 회사를 운영해오시면서 이것만은 꼭 지켜야겠다는 신념이 있으세요?
[성재영]
‘정직하자’입니다. 저는 비즈니스 파트너링에 있어서 신뢰도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연구는 기초가 없이는 안되죠. 데이터 없는 가설은 필요 없어요. 하나하나씩 증명해가야지, 정직하지 않으면 다 들킵니다. 조금 빨리 하려고 하면 결국 되돌아와서 시간이 훨씬 오래 걸리더라고요. 투자자한테도 미안하지만 어려운 점이나 실패 등을 솔직히 이야기하는 것도 꼭 필요합니다.

[최수진] 진짜 제 생각과 일치해요. 벤처는 사이언스가 강해야 합니다. 레고켐바이오 등 제가 인터뷰했던 대표님들이 모두 이 말씀을 하세요. 지금 벤처들이 착각하는 게 ‘사업화, 사업화’하는데, 사이언스가 약하면 결코 성공할 수가 없어요.
[성재영]
사이언스가 제대로 증명이 안 된 상황에서 자꾸 비즈니스 파트너링 미팅을 하니까 문제가 생기는 거예요. 저도 원칙을 지키고 가는 일이 너무 어렵습니다. 원칙을 지키고 싶지 않게 만드는 유혹도 있고요. 하지만 어려움 속에서도 인내심을 갖고 15년간 연구해서 결국 임상 1상까지 성공적으로 진행했습니다. 기초가 강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걸 깨닫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현재 바이오 스타트업들이 신뢰를 많이 잃어서 밸류가 많이 떨어졌습니다. 소신을 지키고 창의적인 과학으로 이뤄진 성과이니만큼, 잘 살아남아서 이 약을 세상에 내는 게 중요한 사명입니다.

[최수진] 2024년 뉴라클사이언스는 어떤 계획을 갖고 있습니까.
[성재영]
매년 그러했지만, 2024년도는 아주 중요한 한 해가 될 것 같습니다. 식약처의 승인이 나오는 대로 리드 파이프라인의 후속 임상을 진행하고, 펀딩을 통해 운영자금을 확보할 계획입니다. 또 상장 예비 심사를 통과해 코스닥 상장을 계획하고 있고, 사업개발 분야에서는 글로벌 파트너링의 진전을 이루어 낼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다행인 건 어려운 자본시장 여건 에서도 우리의 기술성과 사업성에 관심을 가져주시는 기관투자자들이 계시고, 기존 투자자들께서도 새로운 투자자를 소개시켜 주고 계시다는 것입니다.

[최수진] 현재 바이오업계가 많이 어렵습니다. 그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시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이 있을까요?
[성재영]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등 전 세계적으로도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인 투자를 필요로 하는 신약 개발 바이오텍들에게는 지금이 매우 어려운 시기인 것 같습니다. 우선 금리 상승 및 글로벌 경기 부진에 따른 유동성 감소 등 대외적인 요인을 이유로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대외적인 요인은 시간이 지나면 다시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내부적인 요인으로는 수년간 국내 바이오텍들이 높은 기업가치로 상당한 투자를 받았었는데 이에 부응하는 성과를 만들어 내지 못한 것도 이유로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바이오텍들의 분발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바이오텍들은 시장에서 관심을 가질 수 있는 타깃을 잘 발굴해 특정 분야의 혁신신약(First-in-class) 후보물질을 만들어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이전하고, 이를 통해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 허가받는 글로벌 신약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해요. 또 국내 대형제약사들 역시 바이오텍들과 초기부터 전략적으로 투자하고 협력하는 모델을 통해 이러한 성과를 도출하고 성과를 공유하려는 방향성이 요구됩니다.

[최수진] 어떤 사람이 바이오텍을 창업한다고 하면 하라고 하시겠어요?
[성재영]
절대로 하지 말라고 말리겠습니다(웃음). 저 역시 8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절대 안 할 것 같아요. 학자로서의 길이 아니고 사업가로서의 길은 제가 살아왔던 인생 루트랑 너무 달라요. 우리는 운이 좋아서 임상까지 왔지만, 리스크가 하나 생기면 전체가 무너지는 느낌입니다. 그동안 4~5번 리스크를 넘어서면서 암에 걸릴 것 같을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사람으로 인한 스트레스도 상상을 초월하고요. 그래도 일을 하면서 한 번도 원칙을 벗어나지 않았고, 그게 밑바탕이 돼서 오래 걸렸지만, 임상까지 온 것 같아 자부심이 큽니다.

[최수진]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임상 1상 끝나는 데까지 15년이 걸리셨으니까요. 그중에서 12년은 사이언스에 투자하셨고요. 그래서 결국 강해지셨고, 어려운 시기에 기술성 평가까지 통과하셨어요. 오늘 소신을 지키신 대표님을 뵙게 된 게 영광이었습니다. 저 역시 ‘정직’과 ‘사이언스의 힘’이라는 제 철학이 맞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소중한 만남이었습니다.

 

■ 최수진 박사는? ■

국내 최초로 코엔자임 Q10을 개발한 인물로, 대웅제약 연구소장을 거쳐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바이오PD, 산업통상자원 R&D 전략기획단 신산업MD, OCI 부사장, 파노로스바이오사이언스 대표를 맡았으며, 현재는 한국공학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30년 가까이 제약업계는 물론 정부 기관에서 활약하며 신약 개발을 비롯해 바이오 기술개발 관련 전략 수립과 투자관리, 정책 수립 등을 두루 섭렵해온 그가 바이오타임즈의 [최수진의 바이오人사이드]에서 진정성 있는 바이오人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한다.

[바이오타임즈=김수진 기자] sjkimcap@bi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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