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코로나19 사태로 원격의료 일시적 허용
원격진료 임상경험 충분히 쌓아야
[바이오타임즈] 지난 2월 코로가19의 위기경보가 ‘심각’으로 격상되면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한시적인 원격진료를 허용했다. 이로써 코로나19 의심환자는 진료소를 직접 방문하지 않고 전화상담만으로 처방을 받을 수 있다. 처방전은 모바일앱 또는 병원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하면 된다. 약도 택배나 대리인을 통한 수령이 가능하다. 국내에서는 사실상 처음 시도되는 ‘비대면 원격의료 서비스’다.
원격의료는 환자가 병원에 방문하지 않고도 통신망이 연결된 모니터 등 의료장비를 통해 의사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세계적으로 의료와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이 이뤄지면서 새로운 성장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인 86% 원격의료에 매우 긍정적
미국, 일본, 유럽 등의 국가에서는 이미 원격의료 산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미국은 1993년 미국원격의료협회(ATA, American Telemedicine Association)가 설립되면서 본격적으로 원격의료가 시행됐다. 도입 당시 넓은 국토 면적 때문에 지역별로 의료 수준이 달라 시골–대도시 병원 간 원격의료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지난 2018년 미국 시장조사기관 프로스트앤설리반(Frost & Sullivan)의 발표에 따르면 미국인 중 86%가 영상통화로 진료를 받을 의향이 있으며 원격의료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2015년 섬 등 외지에 사는 주민과 당뇨 등 만성질환자에게만 제한적으로 허용하던 의사–환자 간 원격진료를 전 국민을 대상으로 확대했다. 2018년에는 진료수가 개정에서 온라인 진료료를 신설, 의료기관의 온라인 원격진료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또 일본 의료당국 후생노동성은 온라인 진료의 질이 저하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도 했다.
프랑스는 의사인력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이에 대한 대책으로 원격진료를 내세웠다. 2018년 프랑스는 공중위생법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이용한 환자와 의사 간의 원격진료를 의료행위로 규정했다. 즉, 원격진료도 법적으로 허용한 것이다. 에드아르 필리프(Eduard Philippe) 총리는 “2020년까지 모든 노인복지시설과 의사 부족을 겪고 있는 지역에 원격진단장비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한국 현행법 상 원격진료는 불법
한국은 지난 2002년 의료법 개정을 통해 처음으로 원격의료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의사–의료인 간의 원격의료가 가능해졌다. 그러나 이는 실질적인 진료가 아닌 ‘자문’만 주고 받는 수준이다.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 한국은 현행법상 의사–환자 간 원격진료가 여전히 불가능하다. 2010년과 2014년 국회가 각각 이와 관련된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한 번도 통과되지 못했다. 당시 야당과 의료계는 “원격의료가 의료민영화의 시작” “대형병원을 배불리기 위한 진료”라고 주장하며 거센 반발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2014년 9월부터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시행 중이지만 법 개정을 하지 못해 진전이 없는 실정이다.
충분한 임상경험과 제도적 보안책 마련 우선
코로나19를 계기로 한국에서 일시적인 원격진료가 가능해졌다. 관련 업계에서는 새로운 시장형성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정확한 통계는 집계되지 않았지만 원격진료를 직∙간접적으로 체험한 의사와 환자의 반응은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이다.
그러나 지금 당장 원격진료의 완전한 도입은 어려워 보인다. “원격의료가 허용되면 의료 사각지대가 해소되고 환자의 편의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진료 효율성이 높아 의료비 절감에 기여할 것”이라고 찬성하는 목소리가 있는 반면, “원격의료는 오진 가능성이 높다”며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환자가 구제받기 어려울 수 있다”고 반대하는 이들도 있기 때문이다. 의료업계 관계자는 “소중한 생명을 살릴 다른 형태의 의료행위인 만큼 원격진료의 임상경험을 충분히 쌓아야 한다”며 “무엇보다 제도적 보완책 마련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대 의대 김윤 교수는 “만성질환자의 재진 이상 진료는 원격의료를 도입해도 큰 문제가 없다”며 “고령화로 만성질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평소에도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디지털헬스산업협회 송승재 회장은 “의료계와 환자단체, 시민단체, 산업계가 함께 신뢰회복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공공의료와 민간의료 간, 공보험과 사보험 간 역할분담 논의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오타임즈=염현주 기자] yhj@bi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