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에 이어 전공의까지 파업 선언··· 의료 공백 생기나
의사에 이어 전공의까지 파업 선언··· 의료 공백 생기나
  • 정민아 기자
  • 승인 2020.08.06 17: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의대 정원 증가 등에 반발해 의료계 집단행동
지역의사제, 공공 의대 설립··· 산적한 과제 해결책?
코로나19 상황 속 갈등 유발할 때인가 지적도

[바이오타임즈] 정부의 의료정책에 의료계의 반발이 심상찮다. 대한의사협회가 ‘4대 악’으로 규정한 의료계와 관련된 정책은 의대 정원 확대, 공공 의대 신설, 첩약 급여화, 그리고 비대면 진료다. 대한의사협회가 오는 14일 총파업을 예고한 데 이어 대한전공의협의회가 내일 총파업에 들어간다. 이대로라면 2000년 의약분업 시행으로 총파업이 있은 지 20년 만에 의료 대란이 우려된다.

 

의협 파업 선언, 전공의·의대생들도 동참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총파업의 의지를 표명했을 때만 해도 의료계의 파업 동력을 끌어올 수 있을지 미지수였다. 그러나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총파업에 참여하면서 강경하게 정책을 추진하던 정부와 여당은 주춤하는 모양새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이 지난 5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코로나19 대응 현황과 의료계 집단휴진 관련 정부 입장 등을 밝히고 있다. (출처: 보건복지부)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이 지난 5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코로나19 대응 현황과 의료계 집단휴진 관련 정부 입장 등을 밝히고 있다. (출처: 보건복지부)

대전협에는 현재 전국 250곳 병원에서 수련 중인 1만5,000여 명의 인턴과 레지던트들이 소속되어 있다. 전공의들은 오는 7일 오전 7시부터 8일 오전 7시까지 24시간 동안 업무를 중단하고 단체행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지난 2일 파업 의결 당시 대전협 측은 1차 파업 제외 영역(중환자실, 분만, 수술, 투석실, 응급실 등 필수 의료)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방침을 변경해서 당장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응급실과 중환자실·수술실의 전공의들도 파업에 동참하기로 해 이들의 공백으로 인한 업무 중단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지난 2014년 3월 의사단체의 집단휴진 시에는 응급실과 중환자실·수술실 등 필수 의료를 담당하는 인력은 파업에 참여하지 않았다.

의대생들도 오는 7일부터 14일까지 일주일간 수업과 실습을 거부하기로 하면서 집단행동이 의료계 전체로 번지는 분위기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에 따르면 ‘전국 의대생 수업 거부 안건’에 전국 40개 의과대학의 85%인 34개 대학이 찬성했다. 일선 교수들도 전공의의 파업이나 의대생들의 수업 거부에 별다른 제재나 징계 등을 고려하지 않으며 지지를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개원의를 중심으로 약 13만여 명의 회원을 두고 있는 의협의 파업이다. 의협은 지난 1일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료대학 설립, 한약 첩약 급여화, 비대면 진료 등을 철회하라”며 “정부가 12일 낮 12시까지 개선 조치를 내놓지 않으면 14일 1차 총파업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파업에는 전공의들도 동참하기로 했으며, 2014년 이후 6년 만에 강행되는 평일 파업이기도 하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의료기관의 평일 진료가 멈추게 될 경우 파장이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대체 인력 확보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의료체계에 혼선은 불가피해 보인다.

 

정부가 처방한 ‘만병통치약’, 의대 정원 증가

의료계 집단파업의 불씨가 된 것은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안이다. 지난 7월 23일 국회에서 여당과 정부는 당정 협의회를 통해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 의대 설립 추진 방안’을 확정했다. 당정은 그동안 3,058명으로 동결되었던 국내 의대 정원을 2022학년도부터 10년간 한시적으로 매년 400명씩 총 4,000명을 늘린 후, 추가 양성된 인력은 의사가 부족한 지방의 지역의사(3,000명)로 양성하는 한편 역학조사관·중증외상 등 특수 분야(500명), 제약·바이오 등 의과학 분야(500명)에 종사토록 할 계획이다.

또한 의대 정원 확대와 별도로 공공이 필요로 하는 의료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국립 공공의료대학원을 2024년 3월 개교할 수 있도록 입법을 추진 중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공공의대는 폐교된 서남대 의대 정원 49명을 활용해 설립하며, 10년간 공공보건의료기관 종사를 조건으로 입학금과 수업료·기숙사비·실습비 등 전액을 국고에서 지원한다. 졸업 후 의사면허를 받으면 10년간 공공보건의료기관·보건복지부·각 지자체 등에서 의무적으로 복무하게 된다.

정부는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에서 드러난 국내 의료시스템의 가장 큰 문제를 공공의료 부족과 의료수급 불균형으로 진단하고, 의사 수를 늘려 이를 해결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근거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000명당 활동 의사 수이다. 지난해 인구 1,000명당 활동 의사 수는 한의사 0.4명을 포함해도 2.4명으로 OECD 평균 3.4명의 71% 수준이다. 서울이 3명으로 가장 많고 경북은 1.4명으로 최저다.

의료계와 견해 차이를 보이는 부분은 OECD국가의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의료 서비스 수준과 상관관계가 있는지다. 스웨덴의 경우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4.0명 이상이지만, 주치의 초진 대기가 길어 법적으로 초진 환자에 대해 1주일 이내에 진료하도록 하고 있다. 외과 환자의 수술대기 기간도 60일 이상 걸리는 경우가 30%를 넘어 이 역시 법으로 두 달 이내에 해결하도록 조치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이런 사례들은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많은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의료계는 의사 수 부족이 문제가 아니라 지역 간 의사 수 불균형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의료 인프라와 접근성은 정상급이지만 수도권과 대도시에 편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 문제를 ‘지역의사제’ 도입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지역의사제 정원으로 선발된 의사는 의대 졸업 후 10년을 지역에서 근무해야 한다.

이에 대해 김대하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이미 일본과 대만에서 실패한 정책”이라며, “지역의사선발전형으로 의료인을 선발해도 10년 후 자유의 몸이 되었을 때 지역에 남으려는 의료인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김 대변인은 경력 단절 의사들이 복귀할 때 지역에서 일하도록 돕거나 해당 지역 출신이 그 지역에 의료기관을 차리면 혜택을 주는 등 의사들의 자발적인 지역 근무를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협이 공개한 ‘전 회원 총파업 투쟁을 포함한 집단행동 추진에 대한 찬반 투표’에 대한 대의원 투표 결과 (출처: 대한의사협회)
의협이 공개한 ‘전 회원 총파업 투쟁을 포함한 집단행동 추진에 대한 찬반 투표’에 대한 대의원 투표 결과 (출처: 대한의사협회)

지난 7월 31일 경제정의실천연합 등 8개 시민사회단체가 개최한 ‘정부 의대 증원 방안의 문제점과 대안’ 토론회에서는 혈세 낭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었다. 공공운수노조 이동우 국장은 “정부의 지역의사제는 국민의 세금을 전액 장학금을 지급하여 지역사립대 병원에 의사를 배치하고, 의무복무 이후 대도시로 나가는 의사를 키우는 정책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국내에서 가장 큰 지자체인 서울시도 보건소에 의사가 부족하고, 서울시립병원 의사 이직률이 19%에 이르는 등 현장 상황은 매우 열악한 수준인 만큼 ‘공공의료기관에서 일하는 의사와 간호사’를 늘리기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은 절실하다. 전문가들은 공공 의대 설립에 들어갈 수천억 원의 예산을 공공의료기관 확충과 보건의료 현안 개선을 위해 집행되는 것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실패한 정책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현재 국내 의학교육은 환자를 진료하는 임상의사 양성에 집중되어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문의 10만 명 중 필수진료과목인 감염내과 전문의는 277명이다. 역학조사관, 중증외상 등 특수 분야 의사 수도 부족한 상태다.

대한중환자의학회는 오랫동안 중환자 전담 의사 및 간호 인력 확대의 필요성을 역설해 왔다. 대한중환자의학회 곽상현 회장은 지난 7월 31일 창립 40주년 기자간담회를 통해 중환자 전담 의료인력 확보를 위해서는 “의사나 병원이 중환자실에 근무하고 운영하게끔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곽 회장은 “일부 상급종합병원을 제외하면 중환자실을 제대로 운영하는 곳은 많지 않다. 그 이유는 중환자실 근무가 고되고, 병원 경영에도 크게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라고 현 상황을 설명하며 보다 근본적 개선과 장기적 지원책이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과대학 정원 확대로 의과학자를 늘리겠다는 정책은 가장 심한 비판을 받고 있다. 이미 과거에 의과학자 육성 사업이 실패로 돌아갔음에도 비슷한 수준의 정책을 해결 방안으로 내놨기 때문이다.

메르스·에볼라 등 바이러스의 위협을 겪은 과거 정부는 2008년 ‘의과학자 육성 지원 사업’을 도입했다. 바이오산업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춘 의과학자를 양성하기 위해 의·​치·​한의학전문대학원 학생들에게 최대 7년간 등록금 전액을 지원하고 연간 최대 500만 원의 교육 연구지원비를 지급하며 2008년부터 2014년까지 142명에게 79억 원의 국가 예산을 지출했다. 그러나 ‘의과학자 육성 지원 사업 현황’에 따르면 졸업한 61명 중 44.3%에 달하는 27명이 졸업 후 개업의가 되거나 전문의가 되기 위해 수련의 과정을 밟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의대 정원을 확충하고 장학금 지급 등으로 의과학자를 양성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은 지원금 ‘먹튀’ 논란까지 빚고 있는 ‘의과학자 육성 지원 사업’을 타산지석으로 삼기는커녕 그대로 벤치마킹한 것처럼 보인다.

우석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대표는 “지금 추진하는 의과학자 양성방안은 과거 실패한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의 실험을 반복하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의전원은 의과학자 양성을 명분으로 2005년 도입됐으나 사실상 폐지됐다. 현재 의전원 형태를 유지하는 곳은 차의과대학교가 유일하다.​

의전원 상당수가 기존 의대 체제로 회귀한 이유는 신규 지원이 갈수록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연세대 의대에는 지금도 의과학자 양성 과정이 있지만, 프로그램별 지원자는 매년 4~5명 정도다.​ 현재 환자를 진료하는 임상의사와 의과학자의 임금은 크게는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 기존 사례를 통해 의과학자 부족의 근본적인 경위를 파악한다면, 심사숙고하여 실질적인 유도책을 마련하지 않는 한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는 점은 명확하다.

출처: Pixabay
출처: Pixabay

국민 목숨 담보로 한 진실게임, 누가 벌이나

리얼미터의 지난달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 58.2%가 ‘의대 입학 정원 확대에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국민 과반수가 지지를 보내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왜 의료 대란을 우려해야 할 만큼의 잡음이 나는가. 물론 코로나19 2차 대유행이 우려되는 시점에서 의료계의 이번 집단행동 결정은 국민 건강을 담보로 투쟁을 벌인다는 비난을 피해가기 어렵다. 그러나 자기 밥그릇만 지키겠다는 집단 이기주의로 치부하기에는 10년 뒤 의사 4,000명이 늘었을 때 전체 의사 수에 미치는 영향은 3%에 불과하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지난 23일 당정 협의회에서 의과대학 정원 확대안을 발표하면서 “의료계와도 계속 논의했던 사항”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의협과 대전협은 물론 대한중환자의학회 등 학회 중에서도 정부와 안건을 논의했다는 곳은 없다. 오히려 대전협은 “한 달에 한 번 실무자 간담회 통해 장관과 만남을 요청했으나 의료 정책에 대한 대화를 미루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당정과 의료계의 주장을 살펴보면 분명 동일한 문제 인식을 하는 부분이 있다. 해결 과정에서 입장차를 보인다면 충분한 대화와 전문가 의견 수용으로 절충하면 될 문제다. 특히 의과대학 정원을 늘린 후 이들이 전문의로 자리 잡기까지는 적어도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 장기간의 의료인력 육성 사업이다. 급박하게 진행해서 효과를 봐야 할 정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의학전문대학원제도의 실패와 서남대 의대 폐교 등 좋은 반면교사도 있다.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을 또다시 실패하지 않으려면 전문가들의 의견 청취와 심도 있는 논의 과정은 필수적이다. 또한 의료계를 뒤흔들 정책이라면 우리나라의 GDP 성장률, 의료 환경과 보건학적 특성, 인구분포 등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보건의료 발전 계획을 확립해 적극적으로 의료계 설득에 나서야 한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30일 국회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서 “의료계가 과격한 행동을 하지 않도록 의견 반영을 위해 적극적으로 논의하겠다”고 밝히면서도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위협이 발생하는 경우 엄중히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대화와 협의 요청에 전공의들의 파업을 하루 앞둔 의료계가 어떻게 화답할지 국민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바이오타임즈=정민아 기자] sturzregen@gmail.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