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A 승인’ SK바이오팜 뇌전증 신약 미국서 두각
제약바이오산업, 글로벌 도약 방안 모색 필요
업계, 메가펀드 조성, 다방면의 민간자금 활성화 등 촉구
[바이오타임즈] 국내 신약개발이 양적성장을 이뤄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K-바이오의 국내외 위상이 크게 높아진 가운데, 미국 식품의약국(FDA) 심사를 완주한 첫 K-신약도 탄생했다. 하지만 혁신 신약 개발에 있어서 국내 기업들이 세계 최대 의약품시장인 미국의 문턱을 넘기란 여전히 쉽지 않다.
◇ 급성장세를 거듭하는 제약·바이오 산업...신약개발도 양적성장
국가신약개발사업단이 자체 조사와 국가과학기술지식정보서비스(NTIS) 자료를 취합한 결과에 따르면, 현재 360개 기업 및 기관에서 1,833건의 신약개발을 진행 중이다. 산업계 및 대학교와 연구소, 병원까지 포함한 수치다.
산업계에서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이 1,337개를 선두로 학계(439건), 연구계(30건), 병원계(25건)가 뒤를 잇는다.
물질 유형별로는 저분자가 579건으로 전체 31.6%를 차지했다. 항체∙재조합 단백질∙펩타이드 물질을 활용한 바이오 신약개발 410건, 핵산∙바이러스, 유전자변형, 줄기세포 등 유전자 연구개발 349건 순으로 나타났다.
천연물은 117건으로 유일하게 산업계보다 학계 연구개발 사례가 많았다. 이어 백신이 62건을 기록했다.
질환 분야에서는 항암제 연구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항암제는 글로벌 제약사의 신약개발 비중이 가장 높은 질환으로 국내서는 698건(38.1%)이 개발, 진행되고 있다.
중추신경계의약품 207건(11.3%)과 더불어 국내 신약개발 파이프라인 절반 가량이 두 질환 극복에 집중돼 있다. 감염성질환(152건), 대사질환(144건), 면역계질환(132건), 안과질환(73건), 심혈관질환(63건)이 뒤를 이었다,
연구 단계별로 분석한 결과, 전체 약 20%가량이 임상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집계됐다. 임상 1상이 가장 많은 173건이었으며, 2상과 3상은 각각 144건, 57건으로 조사됐다.
대부분이 후보물질 선정 이전 초기 단계(944건)와 비임상 단계(463건)이며, 신약승인신청(NDA) 단계나 바이오의약품승인신청(BLA) 단계에 있는 파이프라인도 52건 있었다.
이 같은 조사결과는 국내 신약 개발이 양적성장을 거둬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 SK바이오팜 뇌전증신약 미국서 두각…FDA 심사 첫 ‘완주’ 성과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이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는 가운데, SK바이오팜이 FDA 심사를 완주하는 등 글로벌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의 뇌전증 혁신신약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는 최대 의약품시장인 미국 시장에서 상승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SK바이오팜이 미국 자회사로 보낸 엑스코프리의 규모는 이미 700억 원을 넘겼다.
25일 금융감독원은 SK바이오팜이 이날 미국 자회사 SK라이프사이언스와 엑스코프리의 단일판매 및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규모는 664억 원으로 지난해 SK바이오팜의 매출액 대비 15.9%다.
올 들어 SK바이오팜이 체결한 공급 계약 중 가장 큰 규모다. 지난 1월 15억원이던 공급계약 규모는 4월 104억 원으로 7배 가까이 뛰었다. 이번 계약까지 포함하면 총 789억 원에 이른다.
SK라이프사이언스는 SK바이오팜이 엑스코프리의 미국 내 자체 판매를 위해 세운 법인이다. SK라이프사이언스의 공급 요청이 잇따르는 것은 그만큼 미국 시장 내 점유율을 꾸준히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SK바이오팜은 올해 네번의 공급계약을 맺었다. 대상은 자회사 SK라이프사이언스와 아벨 테라퓨틱스(Arvelle Therapeutics) 두 업체다. 아벨과는 지난 1월과 2월 각각 27억 원, 34억 원 규모로 엑스코프리의 원료약을 수출했다. 아벨은 SK바이오팜이 엑스코프리의 유럽 시장 진출을 위해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업체다.
물질 탐색부터 임상 1~3상 모두를 자체 수행해 미국 허가 당국의 문턱을 넘은 K-신약은 엑스코프리가 유일하다.
엑스코프리는 SK바이오팜이 자체 개발한 신약이다. SK바이오팜은 미국에서 임상 1상부터 3상까지 엑스코프리의 모든 임상을 자력으로 진행한 뒤, 2019년 11월 국내 기업 중 다섯번째로 FDA 문턱을 넘었다.
엑스코프리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2년이 되지 않아 15배 이상 매출 달성 성과를 냈다. 2020년 2분기 21억 원에 수준이던 미국 매출은 지난 1분기 317억 원을 기록했다.
뇌전증과 같은 중추신경계열 치료제는 기존 약물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편이다. 그만큼 약물 전환이 어렵다는 얘기다.
제약·바이오업계는 이 같은 성과의 비결로 신약에 대한 전폭적이고 장기적인 안목과 투자, 이를 가능하게 한 자본력이라는 평가를 내린다. 실제로 SK바이오팜은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시험, 허가까지 20년 가까운 기간을 두고 신약 개발에 적극적인 투자를 지원했다.
업계에서는 신약 개발이 흔히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으로 비유된다. 미국에서 시판 허가를 받을 가능성은 이보다 더 낮다고 보고 있다. 미국은 유럽과 함께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으로 꼽히는 데다 FDA는 전 세계적으로 공인된 허가 기관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한편, SK바이오팜은 북미, 유럽, 아시아 시장에 이어 중남미 지역까지 엑스코프리 4개 대륙 진출을 완료했다.
◇ 제약·바이오산업, 글로벌 혁신신약 개발 완주 방법 찾아야
제약·바이오 산업은 전 세계적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을 기점으로 크게 도약했다. K-진단키트가 전 세계적으로 보급되는가 하면, 자체적으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국가에도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신약만큼은 세계 최대 바이오·제약 시장인 미국의 문턱을 넘기가 여전히 쉽지 않다.
미국은 한 해 평균 약 40~50개 의약품이 FDA 허가를 받는다. 한국의 신약 개발 승인 건수는 가까운 일본과 비교해 봐도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지난 5년간 미국에서 허가 받은 일본의 FDA 의약품 허가는 14개다. 반면, 한국 제약사가 물질 발굴부터 임상 1~3상을 자체적으로 수행해 허가 받은 신약은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가 유일하다.
일본 제약산업 규모는 우리나라보다 약 4.5배 크다. 한국 제약·바이오산업의 성장 속도는 일본의 6배를 넘어서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신약 격차가 적다고 할 수 없는 이유다.
FDA 심사를 완주한 첫 K-신약, SK바이오팜의 엑스코프리 탄력을 이어받아 신약 개발 강국, 글로벌 제약·바이오산업의 강국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제약사들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바이오 연구개발이 점차 강화되고 있고, 성과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올해 하반기 두 개의 국산 신약이 하반기 FDA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한미약품의 '롤론티스'와 '포지오티닙'이다. 두 신약이 FDA 승인을 받게 되면 이 경험을 발판 삼아 임상 전 과정과 허가까지 과정을 국내 제약사가 모두 소화해 미국 시장에 입성하는 사례도 늘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세계 최대 시장 미국을 신약으로 뚫는 게 이미 성숙 단계에 진입한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의 핵심 과제임에도 현지 제약산업에 관여하는 오피니언리더들과 규제기관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우리 신약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블록버스터 신약을 탄생시키기 위해서는 정부와 민간이 힘을 합쳐 후기 개발에 집중 투자하는 메가펀드를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신약개발은 임상시험 단계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10년이 넘는 기간과 큰 자본을 필요로 한다”며 “대규모 투자가 수반된 ‘하이리스크 하이리턴(High Risk, High Return, 고위험 고수익) 사업으로, 더 많은 자금을 가지고 더 좋은 파이프라인을 발굴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바이오타임즈=김가람 기자] news@bi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