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제약사, 차세대 고부가치 사업으로 주목
대기업도 CGT CDMO·신약개발 전략적 투자 진행
[바이오타임즈] 세포·유전자 치료제 급성장세에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국내 기업들 역시 인수합병(M&A), 설비투자 확대, 기술 확보, 네트워크 구축 등 다양한 영역을 전개하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 제약·바이오 업계 핫이슈는 ‘세포·유전자 치료제’
‘세포·유전자 치료제(Cell & Gene Therapy, CGT)’ 영역의 연구·투자가 열기가 뜨겁다. 최근 제약·바이오 업계는 매출 1조 원 이상 의약품인 ‘블록버스터’ 신약 개발을 위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CGT는 환자 개인의 면역세포를 기반으로 치료제가 만들어지는 자가유래 방식의 ‘개인 맞춤형 치료제’다. 기존 치료제들과 비교해 월등한 효과를 보이는 반면, 대량 생산이 어렵고 제조비용이 만만치 않다. 판매 가격이 고가일 수 밖에 없다.
이는 곧 개발 및 제조 기술력만 확보하면 소량 생산으로도 고수익 창출이 가능하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전 세계 제약사들이 너나할 것 없이 눈독을 들이는 이유 중 하나다.
CGT는 환자에게 건강한 인간 세포를 이식해 치료 효과를 내는 ‘세포치료제’와 환자의 유전물질을 수정해 치료 효과를 내는 ‘유전자치료제’가 접목된 최첨단 치료제다. 주로 종양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최근 자가면역질환, 근골격계 질환, 심혈관계 질환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는 추세다.
두 치료제의 장점이 결합돼 1세대 화학 의약품, 2세대 항체 치료제 등 기존 치료제의 한계를 극복하고 근본적인 치료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R&D 블루오션 CGT 시장, 연평균 49% 고공성장 전망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최근 발표한 ‘글로벌 시장 전망 및 오픈 이노베이션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CGT는 다른 유형 대비 월등히 높은 시장 성장률이 예상된다. 2026년에는 10여 개 이상의 블록버스터급 CGT 등장도 전망된다.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CGT는 승인 의약품이 적은 초기 단계의 시장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승인 의약품이 늘어남에 따라 시장이 빠르게 확대돼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글로벌 CGT 시장이 2021년 기준 약 74억 7,000만 달러(약 9조 4,500억 원)이며 2026년에는 약 555억 90만 달러(약 70조 3,5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평균 성장률이 약 49.1%에 달한다.
유형별 시장 규모는 2021년 기준 RNA 치료제 시장이 가장 크다. 하지만 2026년에는 유전자 변형 세포치료제의 시장 규모가 가장 클 것으로 예측된다.
2021년 기준 RNA 치료제 시장 규모는 약 33억 9,000만 달러로 전체 시장의 약 45.5%를 차지하고 있다. 이어 유전자 변형 세포치료제 23.3%, 유전자치료제 20.6%, 세포치료제 9.4%, 항암 바이러스 1.2% 순으로 조사됐다.
2026년에는 유전자 변형 세포치료제 시장 규모가 전체 세포·유전자치료제 시장 규모의 29.7%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전자치료제 28.8%, RNA 치료제 24.3%, 세포치료제 14.8%, 항암 바이러스 2.4% 등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항암 바이러스의 경우 시장 규모는 작으나 기존 승인 의약품과 후보물질의 매출액이 빠르게 증가해 연평균 71.6%라는 고성장률이 전망된다.
◇ 신약 개발 경쟁 본격화…CDMO도 ‘CGT’가 대세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CGT 시장 선점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국내 기업들도 신약개발, 인수합병(M&A), 설비투자 확대, 기술 협력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특히 대기업까지 합세해 CGT CDMO 시장에 적극 나서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 노바티스는 CAR-T 세포치료제 ‘킴리아’를 개발해 세포치료제 대표주자로 올라섰다. 킴리아는 혈액암의 일종인 B세포 급성 림프성 백혈병과 비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 치료제로 ‘기적의 항암제’로 평가 받는다. 이외에도 길리어드의 예스카다·테카투스 등 5종의 CAR-T 치료제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상태다.
국내에서는 종근당이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한 CGT 기술 확보에 나섰다. 종근당은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인 이엔셀에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해 신약을 함께 개발하기로 합의했다.
바이오벤처인 큐로셀은 독자 플랫폼 기술인 ‘오비스(OVIS)’를 적용한 CAR-T 치료제 후보물질 ‘CRC01’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HK이노엔도 앱클론과 CAR-T 세포치료제 공동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
그런가 하면 테라젠바이오는 유전체 분석을 기반으로 면역 항암제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면역항암 백신 치료제는 인체의 면역체계를 통해 작용하기 때문에 기존의 항암제와 같은 부작용은 거의 없다고 알려졌다. 백신 같은 효과를 내면서 암세포를 죽이기 때문에 '맞춤형 암 치료제'로 불린다.
CGT 시장은 신약 개발뿐 아니라 위탁개발생산(Contract Development & Manufacturing Organization, CDMO)도 고부가가치 창출 사업으로 주목되고 있다.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은 지난 2019년 15억 2,000만 달러(약 1조 9,000억 원)였던 CGT CDMO 시장이 연평균 31% 성장해 2026년에는 101억 1,000만 달러(약 12조 8,000억 원)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항체 등 바이오 의약품 생산능력 기준 글로벌 1위 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mRNA 원료의약품(DS)을 시작으로 세포‧유전자 치료제 등으로 CDMO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힌다는 방침이다. 단일 공장 기준 세계 최대 규모 3공장에 mRNA DS 설비를 증축하고 멀티모달 플랜트 5공장을 오는 2023년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롯데는 이달 말 롯데바이오로직스를 설립하고 미국 뉴욕주 시러큐스 소재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BMS)의 바이오 의약품 공장을 약 2,000억 원에 인수했다. 앞으로 10년 간 약 2조 5,000억 원을 투자해 2030년 세계 톱10 CDMO에 진입한다는 목표다.
SK는 SK팜테코를 통해 미국 세포유전자치료제 CDMO 기업인 CBM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2대 주주로 올라섰다. 투자금액은 약 3억 5,000만 달러(한화 4,400억 원 정도)다. 지난해 3월에는 프랑스 세포‧유전자 치료제 CMO 기업 이포스케시를 인수하고 제2공장을 추가로 건설 중이다. SK팜테코는 세포유전자 치료제 사업을 성장동력으로 2025년 매출 약 2조 4,000억 원을 목표로 세웠다.
면역세포치료제 개발에 집중해 온 GC셀은 최근 미국 CGT CDMO 기업 바이오센트릭의 지분 100%를 약 900억 원에 인수했다.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면역항암제 영역이 점차 1세대 화학의약품, 2세대 항체 치료제를 넘어 3차 세포·유전자 치료제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망 바이오 벤처들이 CGT 개발 능력을 보유하고 있고 대기업들의 적극 투자가 이뤄지는 만큼, 국산 블록버스터 신약 개발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고 긍정적 평가를 내놨다.
다만 “CGT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고 환자들에게 안정적으로 공급되려면 기술과 상업화 측면에서 해결해야 할 이슈가 아직 많다”고 지적하며, “더 넓은 응용을 위해서 국가 차원에서 원천 기술 확보 위한 R&D 투자 등 지원 확대와 장기적인 관점의 정책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바이오타임즈=김가람 기자] news@bi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