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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인공지능 도입한다고 의료 비밀 누설되지 않아
러, 인공지능 도입한다고 의료 비밀 누설되지 않아
  • 이승희(모스크바국립대학교 법학대학원)
  • 승인 2020.08.07 1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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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개인별 맞춤 의료서비스 제공 위한 것

[바이오타임즈] 7월 17일, 러시아연방규정 포털 사이트에 한 법안이 게시되었다. 법안의 명칭은 ‘러시아 연방 디지털 혁신 분야의 실험적 법적 제도에 관한 연방법 채택 관련 특정 입법 활동에 관한 개정안’으로 단번에 의미를 파악하기 어려운 법안명이다. 이 법안은 러시아 경제개발부가 발의했으며, 의료를 포함한 여러 분야에서 인공지능(AI) 테스트를 허용하고 있다.

이후 며칠간 여론에서는 의료 분야에 인공지능이 도입되면 환자들의 사생활이 침해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경제개발부는 이러한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본 법안은 절대로 환자의 의료 비밀을 공개하지 않을 것이며 익명처리 된 데이터만 동의하에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인공지능 법안과 의료 비밀

해당 법안의 목표는 1) 의료 서비스의 품질과 접근성을 높이고, 기술적 솔루션을 제공해 종양, 심혈관 질환, 결핵 등 치명적인 질병의 조기 발견 건수를 늘리는 것 2) 인공지능, 분산원장기술, 신경 기술(뉴로테크), 양자 기술 등 디지털 혁신 분야에서 신제품 및 신기술을 더욱 신속하게 개발하고 구현할 수 있는 법적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용자가 환자들의 비 개인화된, 즉 익명화된 의료 데이터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구체적인 동의를 얻어야 한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사용자는 환자의 비 개인화 데이터베이스 사용이 불가능하다. 이 데이터베이스는 새 데이터가 기존의 데이터로 링크될 수 있도록 태그 기능을 갖추고 있으며, 학계와 의료 컨퍼런스등에서 전문가들이 관련 분야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용도로만 사용해왔다.

경제개발부는 의료분야에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할 때 데이터베이스에 절대적 익명으로 보호된 환자의 의료 정보는 활용할 수 없으며, 사용자는 환자 개인별 맞춤형 의약품과 의료기술 개발에만 비 개인화된 의료 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러시아에서 말하는 ‘의료 비밀’이란 환자의 건강 상태와 처방은 물론 검사 중에 얻은 기타 정보 (예를 들어, 환자에게 안 좋은 습관이 있는지)와 환자가 의학적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실 등을 모두 아우른다. 러시아에서는 의료 비밀을 누설할 시, 의료인은 민사, 형사 및 행정 책임을 질 수 있으며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국내의 경우 정보누설 금지와 관련한 의료법 제19조에 따라 의료인이 의료법이나 다른 법령에 의해 특별히 제외된 경우가 아니라면 의료 또는 간호 과정에서 터득한 타인의 비밀을 누설하거나 발표하지 못한다. 이를 위반할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 질 수 있다.

한편 러시아에서는 현행법상 다음과 같은 경우에 의료 비밀을 공개할 수 있다.

1. 법에 따른 공개

의료 비밀은 관련 연구 혹은 의료인 교육 목적으로 정보가 사용될 시 환자 본인 또는 법률대리인의 서면 동의 이후 공개할 수 있다.

2. 자녀의 의료 정보

7월 31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부모나 법률대리인이 15세~18세 자녀의 건강 상태 정보를 의사로부터 받을 수 있는 권리 법안에 서명했다. 이전까지는 부모나 법률대리인이 자녀의 건강 정보를 15세까지만 (예외로 자녀가 약물 중독인 경우 16세까지) 받을 수 있었다.

3. 마약 중독자의 의료 정보

4월 2일 푸틴 대통령은 마약 중독자의 의료 비밀에 관한 법안에 서명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서 러시아 연방교정청(Federal Penitentiary Service)은 유죄 판결을 받은 마약 중독자의 의료 정보를 획득하고 치료 과정을 통제할 수 있게 되었고, 법원은 주된 형벌(벌금, 자격정지, 자격상실, 징역, 금고) 외에도 마약 중독자에게 치료 명령을 부과할 수 있게 되었다.

4. 사망한 친족에 관한 의료 정보

1월 13일 러시아 헌법재판소의 판결로 사망한 환자의 친족은 치료 과정 및 사망 원인에 대한 정보에 접근 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를 토대로 종이 또는 전자 문서 사본을 제작할 수 있게 되었다. 단, 사망자가 자신의 의료 정보 공개를 사망 전에 불허했다면 의료기관은 친족에게 정보 공개를 거부할 수 있다.

 

인공지능 개발은 필연적, 그러나…

러시아에서는 은행 직원이 고객의 계좌 비밀번호와 카드 CVC번호, 집 주소 등을 주변 사람들이 다 들리도록 말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만큼 러시아 사람들은 개인정보를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러시아도 최근 보이스피싱과 스미싱 등 전자금융사기가 횡행하자 경각심을 갖고 개인정보 보호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정부가 의료를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 인공지능을 도입하자 국민들의 개인정보 누설 우려가 심화된 것이다.

하지만 인공지능 기술의 개발과 활용은 거스를 수 없는 전 세계적인 흐름이다. 대부분 개발자들은 인공지능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현재 전 세계의 정부와 민간 기업이 모두 인공지능 기술 개발에 몰두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인공지능을 완벽하게 활용하는 국가나 기업이 막대한 힘과 부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의 개발은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선에서 안전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사용자가 이 기술을 악용해 정보를 독점하고 다른 이들을 곤경에 빠뜨릴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론에서는 우려를 표명하는 게 당연하며, 정부는 국민들의 불안한 정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을 마련하고 국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해야만 한다. 물론 러시아 경제개발부의 발표처럼 사용자가 익명의 데이터만 사용한다고 해서 정보 누설이나 악용을 모두 근절할 수는 없겠지만, 이럴 때일수록 정부는 기술을 좀 더 투명하게 관리해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타임즈= 이승희 기자 (Юридический факультет МГУ им. М. В. Ломоносова, 모스크바국립대학교 법학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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