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타임즈] 최근 정부에서 2025년 R&D 예산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가운데, 바이오는 3대 게임체인저(AI, 첨단바이오, 퀀텀) 분야 중 하나로 선정됐다. 정부의 발표가 있기 전부터 심상치 않은 주가의 움직임을 보인 바이오 기업이 있는데, 그 주인공인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KOSDAQ /141080/(구)레고켐바이오(이하 리가켐))의 내막을 알아보자.
리가켐은 2006년 5월 2일 설립되어, 2013년 5월 10일에 상장했으며, 신약 R&D에 주력하고 있는 연구 중심형 제약회사이다. 주요 사업영역으로는 신약 연구개발 분야 중 차세대 항암제 기술인 ADC(Anti-Drug-conjugates: 항체-약물-결합체)와 합성신약 분야, 그리고 의료기기, 의료용 소모품 판매업이 있다.
ADC는 암세포에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항체에 고도의 치료 효능을 가진 약물을 부착함으로써 기존 항암치료의 미충족 수요를 충족시키고자 개발된 차세대 바이오의약품이다. 리가켐은 ADC 플랫폼 원천기술 ‘ConjuALL’을 자체 개발해 이 기술을 적용한 후보물질과 임상 개발 약물을 통해 수익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합성신약 사업부에서는 약물의 기본 구조에 유사성을 가진 리가켐 고유의 기능성 화학 구조물을 연결하여 신약후보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는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그람음성균과 그람양성균 치료제를 개발 중이며, 희귀질병인 특발성 폐섬유화증 치료제 후보물질을 발굴해 기술이전한 바 있다.
리가켐은 임플란트 수술용 재료와 수술, 진료용 일회성 소모품을 주요 사업 아이템으로 삼아 의약사업부문에서 매년 약 200억 원의 고정적인 매출을 발생시키고 있다. 고정적인 매출에서 발생하는 이익으로 신약 연구개발 사업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일부 보전하는 것이 리가켐의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신약연구개발 사업은 통상적으로 그 성과가 빛을 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편이며, 연구 비용 또한 끊임없이 들어간다. 신약 개발에 실패하는 경우도 많지만, 성공하게 되면 개발에 들어간 비용의 수십 배에서 수백 배에 달하는 이익을 볼 수 있다. 2019년, 2020년의 경우 신약개발과 관련된 부문에서 기술이전 계약을 통해 매출이 크게 증가한 바가 있다.
2023년 말 기준 공시된 자료에 따르면, 영업손실은 지속해서 큰 폭으로 발생하여 주가의 미래에 먹구름이 낀 것으로 보였으나, 결과는 이와 달리 끊임없이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2023년 12월 체결한 기술이전계약과 오리온(주)의 인수에 따른 것으로 추측된다.
공시된 자료에 따르면, 리가켐은 신약개발사업에서 주력으로 하는 ADC 기술과 관련하여 얀센 바이오테크와 LCB84(Trop2-ADC, 항체-약물 결합체) 기술이전 계약을 2023년 12월 22일에 체결했다. 리가켐은 해당 기술이전 계약을 통해 현재 진행 중인 임상 1/2상을 얀센과 공동개발하게 됐다. LCB84는 2027년 5월 임상 2상까지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얀센 바이오테크와 기술이전 계약의 총계약 금액은 미화 17억 달러에 달하며 이는 한화로 2조 2천억 원에 달하는 규모로, 1,300억 원가량의 선수금을 수령한 바 있다. 나머지 2조가량의 계약금은 개발과정에서 단계별 목표 달성에 따라 받으며 제품을 출시하는 경우 로열티 또한 지급받는 구조이다. 또한, 선수금과 마일스톤, 로열티 등의 금액은 반환 의무가 없는 것으로 개발 실패 시의 부담도 적은 편이다.
얀센 바이오테크와의 기술이전 계약 외에도 리가켐은 ADC 분야에서 만 총 12건의 기술이전계약을 맺었으며 총계약 규모는 6조 원으로, 중국, 미국, 체코 등 외국의 빅파마들을 파트너로 임상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들 중 다수가 2024년 중 임상에 진입하며 투자 성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2024년 1월 15일에는 최대 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 양수도 계약체결과 유상증자가 공시되었다. 이는 홍콩 소재 오리온(주)의 계열사인 팬오리온코퍼레이션이 참여한 것으로, 제 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7,963,283주를 배정받고 창업자 김용주 대표이사와 박세진 사장으로부터 1,400,000주를 매입하여 총 9,363,283주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오리온(주)은 약 5,500억 원대의 자금을 투입해 25%가량의 지분을 확보한 셈이다.
오리온(주)에 인수되면서 레고켐에서 리가켐으로 사명이 변경되었는데, 이는 ‘결합’, ‘연합’을 뜻하는 스페인어 ‘Liga’에서 어원을 따온 것으로, 기업브랜드 이미지를 명확히 구축하고, 덴마크 완구회사(LEGO)와의 상표권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고자 함에 있다고 한다.
글로벌 제약시장에서 ADC에 대한 관심이 지속해서 증가하는 가운데, 대규모 기술이전 계약의 성사, 정부의 미래 전략산업 지정에 따른 예산 확대 발표, 오리온(주)의 대규모 투자 등 연이은 호재 속에서 리가켐이 이들을 등에 업고 어디까지 날아오를 수 있을지가 기대된다.
손승현 전문기자 news@bi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