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파이프라인 중 79% 차지
2026년 희귀의약품 매출 평균 26% 전망
FDA도 ‘니치버스터’ 개발 장려
시대적 변화에 따라 의약품 패러다임이 새롭게 바뀌고 있다. 현 시대 주목할 트렌드 중 하나는 희귀의약품, 이른바 ‘니치버스터(Nichebuster)’다. 현재 글로벌 제약업계는 미충족 의료수요 대응을 위해 신약 개발 움직임이 활발하다. 국내 제약사들 역시 틈새시장을 겨냥한 니치버스터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및 국내 현황을 짚어보고, 앞으로의 전망과 글로벌 중심국가 도약을 위해 나아갈 길을 모색해본다.(편집자 주)
[바이오타임즈] 전 세계 제약업계가 차세대 먹거리로 희귀의약품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저위험 고수익(low risk, high return)'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희귀의약품 시장은 더욱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비주류가 주류가 되다
니치버스터는 비주류를 의미하는 니치(Niche)와 블록버스터(Block Buster)를 결합된 용어다. 시장성이 크지만 상대적으로 경쟁은 약한 의약품을 지칭한다. 시장 경제에서 주류시장이 블록버스터(Blockbuster)라면, 니치버스터는 틈새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다국적제약사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표적항암제, 희귀질환 치료제와 같이 특성화, 전문화를 통해 희귀의약품 개발을 위해 별도의 사업부를 마련하는 등 노력해왔다.
맞춤형 치료제가 질병 치료의 새 트렌드로 자리잡고 희귀질환에 대한 접근이 용이해지면서 희귀질환 치료제 등에 대한 연구개발(R&D) 역량은 더욱 더 확대되는 추세다.
세계보건기구(WHO)의 ‘Health products in the pipeline from discovery to market launch for all diseases’에 따르면 2022년 5월 기준 희귀의약품 파이프라인은 전 세계 신약(New Molecular Entity) 파이프라인의 79%를 차지하고 있다.
후기 임상 개발 단계 기준 항암제 파이프라인이 59%로 가장 많고(6,112개), 내분비, 혈액 및 면역 분야가 8%(833개)를 차지한다. 정신 질환 분야가 7%(759개)로 뒤를 잇는다. 임상 단계별로는 임상 1상 30%(3,142개), 임상 2상 55%(5,646개), 임상 3상 13%(1,296개)로 임상 2상에 머물러 있는 파이프라인이 절반이상으로 나타났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저위험 고수익(low risk, high return)'이 희귀의약품 개발을 촉진하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니치버스터는 비용 위험이 크지 않고 상대적으로 경쟁이 치열하지 않다는 점에서 국내 실정에도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 전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희귀의약품 시장
경제적 지원 및 시장 독점 혜택을 제공하는 등 각국의 희귀의약품 개발 장려 정책이 늘면서 니치버스터 글로벌 시장 성장세는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그간 희귀의약품 연구개발(R&D)은 주로 바이오벤처에 의해 주도돼 왔지만, 최근 빅파마들이 가세, 시장 확대를 부추기고 있다. 글로벌 빅파마들은 적극적인 기술 이전과 인수합병 등 공격적인 횡보를 이어가고 있다.
화이자는 희귀 신경계 질환 치료제 전문 개발사인 바이오헤븐을 116억 달러에 인수했다. 올해 상반기 최대 규모 딜이다. GSK와 UCB도 각각 19억 달러를 투자해 희귀암과 희귀 뇌전증 치료 개발 바이오텍들을 인수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해 390억 달러에 희귀질환 치료제 전문 바이오텍 알렉시온을 인수했다.
유전자 조작 기술, AI 등 새로운 기술의 등장으로 희귀의약품 개발은 더욱 촉진될 것으로 보인다.
존슨앤드존슨은 지난 5월 FDA로부터 새 CAR-T 치료제 '카빅티'를 승인받아 최근 시장에 출시했다. 기존 CAR-T 치료제처럼 카빅티도 희귀질환을 시작으로 적응증을 늘려 2024년 이후 매출 10억 달러 이상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사노피는 유전병 희귀질환인 산성 스핑고미엘린분해효소 결핍증에서 최초이자 유일한 치료제 '젠포자임' 개발에 성공해 최근 일본과 유럽에서 허가 획득에 성공했다. 젠포자임의 2026년 예상 매출액은 약 2억 7,000만 달러다.
이들의 적극적인 기술이전, 인수합병 등 공격적인 시장 장악력 확대에 2026년에는 빅파마의 매출 중 희귀의약품 매출이 평균 26%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FDA도 ‘니치버스터’ 개발 장려…신약 허가 방향성 주목해야
신약개발 상용화는 글로벌 시장 진출의 필수 관문인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문턱을 넘어서느냐가 관건으로 꼽힌다. 때문에 FDA 허가 방향성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FDA는 암을 포함해 희귀질환 치료제, 이른바 ‘니치버스터’ 개발을 장려하기 위해 임상시험계획 승인과 허가 과정에서 혜택을 주는 등 트렌드를 바꾸고 있다
FDA은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된 신약의 경우 연구개발(R&D) 비용에 대한 세제혜택을 최대 50%까지 제공한다. 또 임상 개발을 위한 보조금과 프로토콜 설계를 자문하고 심사신청 수수료를 면제해주기도 한다.
신약이 상용화된 경우 독점권 기간도 일반 신약 5년보다 2년 긴 7년을 부여한다. 올해에는 희귀의약품을 위한 우선심사제도를 신설하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신약 후보물질은 FDA의 승인을 받아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세계 의약품 시장에서 그 가치를 높게 평가받는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항암제와 희귀질환 치료제를 포함해 환자 개개인에 따른 맞춤형 치료제가 개발되는 추세”라며 “유전자 변이 타깃, 희귀질환 등을 첫 적응증으로 정하면 환자 수가 적어 상업화가 어렵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덧붙였다.
[바이오타임즈=김가람 기자] news@bi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