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사이언스의 성공 이을 바이오 대형주에 투자자들의 관심 쏠려
[바이오타임즈] 지난해 SK바이오팜에 이어 올해 SK바이오사이언스의 광풍으로 주가 시장이 들썩인 가운데, 이들의 뒤를 이으려는 바이오기업들의 IPO 준비가 한창이다.
까다로워진 기술특례상장 제도로 올해 1분기 주춤했던 바이오벤처 기업들의 기업공개(IPO)가 2분기에 들어서며 활기를 띠는 모습이다.
기술특례상장 제도는 기술성과 사업성이 우수한 기업이 기술평가기관 평가를 통해 상장하는 방식이다. 거래소에 예비심사를 청구하기 전 복수의 외부 전문 평가기관으로부터 A나 BBB 이상의 등급을 받아야 예비심사 청구 자격이 주어진다.
이 제도에 대한 문제점들이 드러나자 한국거래소는 올해부터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기술 평가를 위해 개선된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시행했다. 기술특례상장 평가항목을 늘리고 세분화하는 등 심사기준이 다소 까다로워진 것이다. 이에 따라 올 초 디앤디파마텍과 오상헬스케어가 코스닥 시장 상장위원회로부터 상장 예비심사 결과 미승인 결론을 통보받았고, 이니스트에스티는 상장 예비심사가 길어지면서 자진 철회를 한 바 있다.
이처럼 까다로워진 기술특례상장 제도로 바이오기업들의 IPO 준비에도 제동이 걸렸었다.
그런데, 한국거래소가 지난달 26일부터 기술평가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자 한동안 상황을 지켜보며 숨을 고르던 바이오기업들이 다시 IPO 준비에 들어갔다. 예상 시가총액이 5,000억 원이 넘는 기업의 경우 1개의 기관에서만 평가를 받아도 되고, 시가총액이 1조 원이 넘을 경우에는 사전 평가 절차를 생략하고 상장 예비심사 청구 후 외부 전문가의 기술 심사 회의로 대체한다는 것이다.
◇ HK이노엔, 시가 총액만 1조 3,000억 원에서 2조 원으로 예상
업계에 따르면 4월부터 현재까지 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하고 IPO 준비에 돌입한 기업은 큐라클, 바이젠셀, 엑셀세라퓨틱스, 바이오플러스, 차백신연구소, 에이비온, HK이노엔, 프롬바이오다.
이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기업은 기술특례 방식이 아닌 실적과 기술력으로 코스닥 상장을 준비하는 HK이노엔이다.
지난 4일 코스닥 상장을 위해 예비심사를 청구한 HK이노엔은 현재 코스피 상장 심사를 기다리고 있는 SD바이오센서와 함께 SK바이오사이언스의 성공을 이을 대어로 꼽힌다.
HK이노엔은 2014년 CJ헬스케어로 물적 분할된 후 2018년 4월, 한국콜마에 1조 3,100억 원에 인수된 후 사명을 HK이노엔으로 바꿨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컨디션’과 ‘헛개수’를 비롯해 위식도 역류질환 신약 케이캡 정을 보유하고 있다.
증권가에서 예상하는 HK이노엔의 시가 총액은 1조 3,000억 원에서 2조 원 정도다. HK이노엔은 지난해 위기 속에서도 전년 대비 각각 10%, 16%가량 증가한 기준 매출 5,984억 원, 영업이익 870억 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또한 향후 케이캡정의 해외 수출 확대에 따라 지속적인 실적 성장도 기대된다는 전망이다.
HK이노엔은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국내 제30호 신약 ‘케이캡’의 국내외 시장 지배력 확대에 역량을 모으는 한편, 혈액암, 고형암 분야 차세대 세포 유전자치료제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고 연구·개발(R&D)에 나설 예정이다.
또한 자궁경부암, 대상포진 등 MSD 백신 7종의 국내 유통을 담당하고, 수족구 백신과 폐렴구균 백신 연구를 진행하면서 자체 개발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 바이젠셀, 보령제약 관계사라는 점과 세포치료제 기술력으로 어필
지난 4월 12일 기술특례상장을 통해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한 면역세포 전문기업 바이젠셀도 대형주로 꼽힌다.
면역학 권위자로 꼽히는 김태규 교수가 설립한 이 회사의 최대 주주는 지난 2016년 재무적 투자자로 이름을 올리며 30%의 지분을 가진 보령제약이다.
바이젠셀의 무기는 무엇보다 독보적인 기술력에 있다. 바이젠셀은 항원 특이 세포독성 T세포를 이용한 맞춤형 T세포치료제 플랫폼 기술 ‘바이티어’, 범용 면역억제 세포치료제 플랫폼 기술 ‘바이메디어’, 감마델타 T세포 기반 범용 T세포치료제 플랫폼 기술 ‘바이레인저’ 등 3종의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신약 6종을 개발 중이다.
주요 파이프라인으로는 표준치료법이 없는 희귀난치성 질환 ‘NK/T세포 림프종’ 치료제 ‘VT-EBV-N’로,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19년 식약처로부터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아 2상 완료 후 조건부 허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상장 예비 심사 청구에 앞서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기술성 평가도 무난하게 통과했다.
3분기 내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바이젠셀 김태규 대표는 “상장을 통해 임상 중인 핵심 파이프라인의 개발을 가속화해 난치성 질환 환자의 삶의 질 향상을 실현하고, 3가지 플랫폼 기술을 활용한 신약 발굴에도 역량을 집중해 기업의 시장가치를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 차백신연구소, 면역증강제 기술이전 활발...수익 개선은 해결 과제
한편 차바이오텍 계열사인 차백신연구소도 지난 3월 코스닥 기술특례 상장에 필요한 기술성 평가를 통과하고, 지난달 27일 코스닥 기술특례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이 회사는 백신 및 면역증강제(아주반트)를 만드는 의약품 업체다. 면역증강기술 및 관련 특허의 경쟁력과 혁신적인 백신 개발 중라는 차별성이 기술성 평가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차백신연구소의 면역증강제는 항체 생성을 활성화하는 체액성 면역반응과 세포에 감염된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세포성 면역반응을 동시에 유도한다. 체액성 면역기능이 대부분인 다른 면역증강제보다 효과가 월등히 높다고 알려졌다.
기술 이전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중국 백신 개발 전문기업 캔시노바이오로직스에 면역증강제를 이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또 지난달에는 국내 신약개발 바이오기업 애스톤사이언스와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다. 기술 이전된 이 물질은 애스톤사이언스가 개발 중인 암 치료 백신 ‘AST-021p’와 ‘AST-023’에 적용될 예정이다.
다만 차백신연구소는 지난해 영업 손실이 4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 폭이 확대되면서 수익성 개선이라는 숙제를 안고 있다. 같은 기간 매출은 7,800만 원으로 35% 줄고 당기순손실은 62억 원으로 적자가 늘었다.
염정선 차백신연구소 대표는 “코스닥 상장까지 신속하게 추진, 핵심 파이프라인의 임상 및 상업화에 속도를 내고 혁신 신약 연구개발 투자를 전략적으로 확대하겠다”며 “면역증강제 플랫폼이라는 특화된 기술을 기반으로 파이프라인을 다각도로 확장해 기업가치를 높여가겠다”고 말했다.
[바이오타임즈=염현주 기자] yhj@bi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