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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보노디스크, CDMO 기업 카탈런트 인수로 ‘독과점 논란’…이유는?
노보노디스크, CDMO 기업 카탈런트 인수로 ‘독과점 논란’…이유는?
  • 김가람 기자
  • 승인 2024.02.15 1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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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보홀딩스, 세계 2위 바이오 CDMO 기업 카탈런트 인수… “위고비 공급난 직접 대응 차원”
일라이릴리, 카탈런트 인수에 대한 면밀한 조사 촉구… 노보노디스크 견제 심화
유럽 의약품청, 카탈런트 인수 잠재적 위험 조사 방침

[바이오타임즈]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글로벌 기업의 위탁개발생산(CDMO) 진출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형 제약사의 CDMO 진출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특히 최근 성사된 노보노디스크 지주사인 노보홀딩스의 당뇨·비만약 '생산기지' 인수에 따른 의견이 분분하다.

◇글로벌 CDMO 경쟁 ‘가열’...2028년 60조↑규모 전망

CDMO는 위탁생산(CMO)과 위탁개발(CDO)을 함께 일컫는 것으로 바이오 관련 제품개발부터 분석 지원, 제조 등을 하나의 통합된 프로세스 형태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CMO(Contract Manufacturing Organization)가 의뢰된 의약품을 대신 생산해 주는 전문 위탁 생산사업이라면, CDMO(Contract Development and Manufacturing Organization)는 약품의 개발과 제조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해 주는 사업이다.

글로벌 바이오 CDMO 시장은 지속적인 성장세가 전망된다. 한국바이오협회의 '해외 주요 CDMO 2022년 경영실적' 브리핑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바이오 CDMO 시장이 전년 대비 14.1% 성장한 202억 8,000만 달러(약 27조 원)를 기록했다. 

2028년까지 연평균 15.3 증가세가 예상되며, 2028년에는 477억 달러(약 63조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또, 주요 바이오 CDMO 기업들이 공격적인 인수 및 생산능력 확장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이는 성장을 지속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노보노디스크도 CDMO 참전… 세포·유전자 치료제 기업 등 서비스 불확실성 우려

이달 초 글로벌 제약사 노보노디스크 지주사인 노보홀딩스는 세계 2위 바이오 CDMO 기업 카탈런트(Catalent)를 165억 달러(약 22조 원)에 인수해 업계의 시선을 모았다.

이같은 결정은 ‘위고비’에 대한 수요가 폭증하고 있으나,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직접 생산기지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노보노디스크에 매각되는 3개 공장은 위고비 생산의 마지막 충전 단계를 맡아온 위탁 제조 공장으로, 회사는 이들 공장이 위고비를 전담한다면 공급이 크게 늘 것으로 분석한다.
 

노보노디스크의 비만약 '위고비'(사진=노보노디스크)
노보노디스크의 비만약 '위고비'(사진=노보노디스크)

노보노디스크의 라스 프루에르가르드 요르겐센(Lars Fruergaard Jørgensen) 사장 겸 CEO는 "카탈런트 제조 시설 3곳을 인수함으로써 향후 훨씬 더 많은 당뇨병 및 비만 환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면서 "이미 진행 중인 활성 원료 의약품 시설 투자를 보완하고, 기존 공급 네트워크에 전략적 유연성을 제공할 것이다"고 밝혔다.

노보홀딩스의 카탈런트 인수 발표 이후 경쟁사, 고객사, 주요 제약사는 이와는 엇갈린 시선을 보인다. 특히 세포·유전자치료제 개발기업은 카탈런트의 서비스에 대한 불확실성을 우려하고 있다.

카탈런트는 북미, 유럽 및 아시아에 50개 이상의 시설을 보유한 기업으로 1,500개 이상의 기업과 파트너십 계약을 맺고 연간 700억 도즈의 의약품을 생산한다. 유전자치료제 생산이 가능한 3개 공장과 세포치료제 생산이 가능한 3개 공장, 그리고 플라스미드 생산이 가능한 1개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그간 CDMO에 대한 인수는 아웃소싱 서비스 기업에 흔하게 이뤄졌다. 글로벌 기업인 써모피셔(Thermo Fisher)는 2017년 CDMO 기업인 파테온(Patheon)을 72억 달러에 인수했으며, 다나허(Danaher)는 2021년 CDMO 기업 알데브론(Aldevron)을 96억 달러에 인수했다.

하지만 제약사인 노보노디스크의 운영지주사인 노보홀딩스가 CDMO를 인수한 것은 업계에서는 다소 드문 사례로 평가된다. 아웃소싱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추진된 것이 아니라 노보노디스크의 당뇨·비만치료제인 GLP-1 생산 역량을 확대하는 데 중점을 둔 거래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위고비 매출은 313억 4,300만 크로네(3조 9,489억 원)로 2022년 61억 8,800만 크로네(7,796억 원)의 5배가 넘을 정도로 성장했다. 하지만 공급이 받쳐줬다면 더욱 가파른 매출 증가세를 기록했을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위고비는 현재까지 덴마크와 미국, 영국, 독일, 노르웨이에 출시됐고, 오는 22일 세계 여섯 번째이자 아시아 첫 번째로 일본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일라이릴리 CEO 데이비드 릭스(David Ricks)는 외신 파이낸셜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거래는 의료기술 공급망의 중요한 노드에 대한 통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드문 사례”라며 “노보노디스크와 경쟁하고자 하는 100개 이상의 기업이 카탈런트의 고객사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바이러스 벡터 생산 용량이 부족하다는 주장이 더해지면서 노보홀딩스의 카탈런트 세포·유전자치료제 서비스 계획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또 다른 세포·유전자치료제 생산 가능 공장 매각 시 글로벌 세포·유전자치료제 개발 기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일라이릴리 vs 노보노디스크 견제 심화

이번 노보홀딩스의 CDMO 기업 인수에 경쟁사인 일라이릴리 또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두 기업 간 신경전이 심화하는 모습이다.

일라이릴리는 노보노디스크의 카탈런트 공장 인수에 우려를 표명하고, 반독점 규제당국이 노보노디스크의 110억 달러 규모 카탈런트 3개 공장 인수에 대해 면밀히 조사할 것을 촉구했다.

현재 비만치료제 시장은 두 기업이 양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최대 경쟁사인 일라이릴리 역시 카탈런트 생산시설을 이용하는 주 고객사라는 점이다.

실제로 유전자치료제와 비만치료제 등 일라이릴리의 핵심 제품이 노보노디스크가 인수하는 3개의 시설을 포함해 카탈런트에서 생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노보디스크의 카탈런트 인수는 경쟁사인 비만치료제 등 의약품 생산을 맡기는 일라이릴리 입장에서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면서 "카탈런트 인수를 통해 위고비를 전담 생산해 생산량을 늘리려는 것 외에 일라이릴리의 추가적인 수주를 막겠다는 의도도 다분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일라이릴리가 다른 CMO를 선정한다고 해도 기술이전이나 규제기관 승인 등의 문제가 있어 병목현상 악화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유럽의약품청(EMA)은 로이터통신에 보낸 성명에서 유럽의약품청은 의약품 부족 문제를 담당하는 기관으로서 노보홀딩스의 카탈란트 인수가 의약품 가용성에 어떤 위험을 미칠지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바이오타임즈=김가람 기자] news@bi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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