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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담회] 국가 과학기술 R&D 예산, 대학·출연연·기업에 효과적으로 쓰이려면?
[간담회] 국가 과학기술 R&D 예산, 대학·출연연·기업에 효과적으로 쓰이려면?
  • 김수진 기자
  • 승인 2024.01.19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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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예산의 증가를 선도형 R&D로 바꿀 수 있는 제도적 준비 미비
기술사업화까지 가능한 우수 중소기업 위주로 R&D 예산 집행될 것
기업의 경우, VC 투자나 기술보증기금, 은행의 금융 지원 등이 충분히 작동되어야
대학 R&D 지원은 ‘수월성’을 기본으로 경쟁력 있는 대학을 집중 육성 필요
조직의 혁신과 정년이 없는 임금 피크제 도입 등으로 출연연의 경쟁력 강화해야
인구 감소에 따른 정부의 R&D 정책에도 변화 시급… 이공계 인재 유치와 관리가 관건
(사진=)
바이오타임즈가 주최하고, 선명 AG가 후원한 ‘국가 과학기술 R&D 정책 방안 신년 간담회’ 참석자들. (왼쪽부터)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 이삼열 연세대학교 교수, 최수진 박사, 이병헌 광운대학교 교수, 손병호 KISTEP(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부원장

[바이오타임즈] 바이오타임즈가 주최하고, 선명 AG가 후원한 ‘국가 과학기술 R&D 정책 방안 신년 간담회’가 17일 로얄파크컨벤션 루비홀(용산 전쟁기념관 내)에서 열렸다.

우리나라 R&D 정책 현황과 투자 방안에 관해 논의하기 위해 개최된 이번 간담회는 최수진 한국공학대학교 교수가 좌장을 맡고, 손병호 KISTEP(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부원장, 이병헌 광운대학교 교수(전 중소벤처 비서관), 이삼열 연세대학교 교수,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간담회의 토론 주제는 ▲정부 R&D 구조개선 ▲ R&D 성과 확산 방안 ▲ 정부의 전략 투자 방안 등으로, 이날 토론 참석자들은 정부 R&D 시스템을 기획하고 실제 운용해 본 전문가들로서 실질적인 개선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됐다.

2024년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은 26.5조 원으로, 2023년 31조 원에서 4조 5,000억 원이 감소했다. 국가의 R&D 예산이 줄어든 것은 R&D 예산을 OECD 기준으로 공식 집계한 1991년 이후 33년 만에 처음으로, 코로나 팬데믹 위기와 소재·부품·장비(이하 소부장) 기업 지원, R&D 투자가 기폭제가 되면서 최근 3~4년간 급격하게 증가했던 만큼 R&D 예산 감소는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손병호 KISTEP(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부원장
손병호 KISTEP(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부원장

이에 대해 손병호 KISTEP 부원장은 “그간 R&D 예산의 증가를 선도형 R&D로 바꿀 수 있는 제도적 준비가 미비했었다고 본다”며 “신규 R&D 사업 예비타당성조사 제도의 경직성, R&D 사업 일몰제 등으로 인해 R&D 사업들이 파편화되고, 국가적 차원의 전략성과 효율성이 저하되지 않았나 하는 반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손 부원장은 “작년 말 정부가 발표한 R&D 혁신방안은 ▲R&D다운 R&D(도전적이고 혁신적인 R&D)는 늘리고 ▲기초 원천이나 차세대 기술 중심으로 투자를 늘리며 ▲글로벌 R&D 협력을 늘리겠다는 것”이라며 “중소기업 역시 1~2억 원짜리 과제는 과감히 줄이고 기술사업화까지 가능한 우수 중소기업 위주로 R&D 예산이 집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소기업의 R&D에 대한 시각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노 연구위원은 “R&D를 사회적 자본 관점에서 보면 신뢰, 규범, 네트워크, 인프라가 함께 가야 하는데 우리나라 R&D에 있어서는 신뢰라는 개념이 매우 취약하다. 중소기업 R&D는 일단 문제가 있다는 가정에서 시작하면 안 된다”며 “R&D로 성공한 기업 사례를 보면 시드머니가 굉장히 중요하다. 이에 중소기업 특성에 맞는 R&D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무엇보다 중소기업 R&D에 있어서는 위험성을 줄이고 투자 효율성을 갖기 위해서 출연연과 연계하거나 융자를 지원하는 등 다양한 정책 혼합이 필요한 것 같다”며 “최근 중소기업 R&D가 삭감되면서 역량 있는 연구원 확보가 어려운데, 이런 부분을 정책적으로 세밀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삼열 연세대학교 교수
이삼열 연세대학교 교수

이삼열 연세대학교 교수는 “국가 R&D 예산은 한 번 정리할 때가 됐다. 어느 순간 과학기술계가 예산 팽창과 맞물리면서 이익 집단화되는 모습을 보였다”며 “다만 R&D 예산 삭감으로 어려운 부분은 우리나라 과학기술 거버넌스가 오랜 노력을 통해서 예산과 평가 체계를 구축해왔는데, 이게 무효화 되는 게 실망스러웠다”고 밝혔다.

또한 이 교수는 대학 R&D 예산의 조정이 필요하다는 부분에서도 적극 공감했다. 그는 “풀타임 이공계 대학원생 수가 지속해서 줄어들고 있는데, 대학 R&D 자금이 계속 늘어나는 것은 조정이 필요하다”며 “연구소나 기관 등 일선에 있는 사람들은 예측 가능성이 매우 중요하다. 당장 다음 달 예산을 집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과학계의 신뢰 자본을 다시 만드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병헌 광운대학교 교수
이병헌 광운대학교 교수

이병헌 광운대학교 교수는 “정부의 R&D 예산이라는 것은 국가 경영 목표 상의 여러 가지 이질적인 요소의 총합이다. 산업 정책의 일환으로서의 R&D 정책도 있고, 인력양성, 교육 정책의 일환으로서의 R&D 정책도 있다. 또 과학기술 R&D도 있고, 국방 분야의 무기체계 개발 분야에도 R&D가 들어갈 수 있다”며 “분야별 R&D 예산을 늘릴 수도 있고 줄일 수도 있는데, 이걸 정부가 R&D 예산이라는 독자적인 카테고리에 넣어 ‘많다 적다’를 말하는 것은 논쟁을 촉발시킬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서 이병헌 교수는 “만일 중소기업의 R&D 예산이 비효율적이라면 삭감하겠다고 할 것이 아니라 혁신 기업이나 중소기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벤처캐피털 투자나 기술보증기금, 은행의 금융 지원 등이 충분히 작동된다면 R&D 예산을 굳이 늘리지 않고도 효과적으로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학에 들어가는 기초연구비는 늘어나고 있지만, 대학원 학생의 수준이나 경쟁력은 지속해서 악화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뤄졌다.

좌장인 최수진 박사는 “인구 절벽이라 불릴 정도의 인구 감소와 의대 정원 증가로 인해 이공계 학생들은 질적, 양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지금의 예산 지원 방식에 대해 개선이 필요하다”며 “특히 정부 R&D 예산의 25%인 7조 원을 대학에 쏟아붓고 있는데, 이공계 대학의 연구 경쟁력이 그만큼 국제적으로 좋아지고 있는지는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 참가자들 역시 대학 R&D 지원은 ‘수월성’을 기본으로 경쟁력 있는 대학을 집중 육성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경쟁력 있는 연구중심 대학을 선정, 500억~1,000억 원 정도의 예산 지원으로 개선해 학생 인건비부터 연구자금까지 해결 ▲지역 균형을 위해서는 교육부의 라이즈 사업이나 글로컬 대학 등으로 이원화 ▲국가연구자 정보를 통합한 범부처통합연구지원시스템 아이리스(IRIS)에 기반, 석·박사의 수요 공급 데이터를 고려한 R&D 투자 ▲ 대학 실험실의 디지털화 등이 제시됐다.
 

좌장을 맡은 최수진 박사
좌장을 맡은 최수진 박사

이와 함께 정부 출연 연구기관(이하 출연연)에 대한 R&D 정책의 개선안도 논의됐다. 출연연은 정부 R&D 예산의 40%를 쓰고 있다. 수소, 첨단바이오, 원자력, 양자, AI 등 국가의 대형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출연연 간 융합이 필요한데, 현재로써는 예산 집행이 연구소별 칸막이로 되어 있어 융합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는 앞으로 예산을 횡으로 편성, 출연연이 미션에 따라서 융합해 연구를 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토론 참석자들은 출연연의 융합 연구가 취지는 좋지만, 법인 체계가 도입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출연연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조직의 혁신 ▲정년이 없는 임금 피크제 도입 ▲산업 위험을 구분해서 PBS를 차등 지급 등의 아이디어가 제안됐다.

마지막으로 토론 참석자들은 현재 우리나라 과학기술 R&D정책의 핵심은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과학기술의 미래는 젊은 인재에 달려있기에 인구 감소에 따른 이공계 인력 공급이 가장 시급한 문제로 대두됐다. 인구 변화에 따른 정부의 R&D 정책에도 변화가 요구되는데, 즉 젊은 인재를 어떻게 잘 유지하고 관리할 수 있느냐에 투자가 집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동남아시아, 중국, 아프리카 등 개도국에서 오는 우수한 유학생들이 졸업 후에도 한국에서 취업과 연구를 할 수 있도록 비자 정책을 유연하게 할 것 ▲미국처럼 이공계 박사에 등록금 및 생활비 지원(국가 예산으로 힘들 시 장학금 확대) 등의 의견을 내놓았다.

손병호 KISTEP 부원장은 “현 정부의 R&D 정책 기조는 R&D다운 곳에 예산을 주자는 것이기 때문에 상당히 위험성이 큰 연구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또한, 글로벌 협력 강화와 미래 인재에 대한 투자 등 이 세 가지가 앞으로 5~10년간 과학기술 R&D 정책 방향에 있어 키워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R&D의 성과는 통찰력 있는 투자와 진정성 있는 기다림이 있어야 한다. 단기간 내에 성과를 내야 하는 부분과 중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부분을 구분해서 관리해야 한다”며 “R&D는 선공정, 후공정이 있는데 정책이 대부분 R&D 과정까지만 전부인 것처럼 움직인다. 하지만 기술의 사업화나 보호와 같은 후공정에도 지원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최수진 박사는 이번 간담회에 대해 “정부 R&D 시스템을 직접 기획하고, 효과적인 운용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온 전문가들을 모시고, 정부 자금이 연구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고 평가하며 “앞으로도 정부의 과학기술 R&D 지원 자금이 대학과 출연연, 벤처 및 중소기업들에 가장 효과적으로 쓰일 수 있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바이오타임즈=김수진 기자] sjkimcap@bi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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