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혈관 의학, 종양학 등 다방면 관심”
로슈, “카못 M&A, 새로운 전망 밝혀줄 것”
[바이오타임즈] 스위스 다국적 제약기업 로슈(Roche Holding AG)가 항암제에 이어 비만치료제 시장에서의 입지 굳히기에 돌입한 모습이다.
미국 <블룸버그(Bloomberg)>는 10일(현지시각) 로슈가 생명공학 파트너를 지속해서 찾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로슈는 지난달 대사질환 치료제 전문기업 카못테라퓨틱스(Carmot Therapeutics, 이하 카못)를 31억 달러(약 4조 원)에 인수합병(M&A)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M&A 계약에 따라 로슈는 카못 주주에 27억 달러(약 3조 5,700억 원)를 선불로, 향후 특정 요건이 충족될 경우 4억 달러(약 5,277억 6,000만 원)가량을 지급하기로 했다.
보도에 따르면 로슈는 비만치료제 시장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전략으로 새로운 파트너와의 협력 방안을 구상했다. 궁극적으로는 로슈가 보유한 기술과 결합해 신진대사를 조정하는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고자 카못과의 M&A를 추진했다.
제임스 사브리(James Sabry) 파트너십 책임자는 “로슈는 심혈관 의학뿐만 아니라 종양학, 신경학, 안과학 등 다방면으로 관심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카못과의 M&A는 최근 로슈가 파이프라인을 강화하기 위해 체결한 수많은 거래 중 하나”라며 “이번 거래는 로슈에 완전히 새로운 전망을 밝혀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못테라퓨틱스’는?
카못은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생명과학 기업이다. 주 1회 피하주사 제형 GLP-1 및 GIP 수용체 작용제 ‘CT-388’(개발코드명)과 ‘CT-868’, 일 1회 경구투여 제형 GLP-1 수용체 작용제 ‘CT-996’ 등 비만∙당뇨치료제 후보물질을 주요 파이프라인으로 개발 중이다.
특히 CT-388과 CT-868에는 카못의 편향신호(biased signaling) 기술이 적용돼 있다. GLP 및 GIP 작용제에는 각각 상응하는 수용체에 결합해 고리형 아데노신 일인산(Cyclic Adenosine Monophosphate, cAMP) 신호를 작동시켜 약효를 발휘한다. 해당 신호체계가 작동된 상태에서 시간이 지나면 베타 어레스틴(beta arrrestin)이 GLP 및 GIP 수용체에 결합해 수용체 내면화(internalization)를 일으켜 전체적인 GLP∙GIP 신호를 약화시킨다. 즉, CT-388과 CT-868은 GLP 및 GIP 신호체계를 변형시켜 베타 어레스틴이 GLP 및 GP 수용체에 결합하지 못하게 막고 이를 통해 약효가 장기간 지속되도록 돕는 것이다.
로슈 측은 “CT-388은 2형 당뇨 과체중∙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2상 진입이 준비된 상태”라며 “CT-868과 CT-996은 각각 1형 당뇨 과체중∙비만 환자와 2형 당뇨∙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2상과 1상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제약∙바이오업계, 비만치료제로 ‘GLP-1’ 주목
전 세계적으로 비만 인구가 늘면서 제약∙바이오업계는 비만치료제로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에 주목하고 있다.
인크레틴(Incretin) 호르몬 중 하나인 ‘GLP-1’은 혈당을 낮추는 인슐린(Iinsulin) 분비는 촉진시키고 혈당을 높이는 글루카곤(Glucagon) 분비는 억제시킨다. 그러나 GLP-1이 체내에서 매우 빠르게 분해돼 지속적인 효과를 유지하기가 어려운 만큼, 비만에 대한 직접 치료제로 사용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게 제약∙바이오업계의 시각이다.
한편 로슈는 카못과의 M&A가 무리 없이 완료될 경우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노보노디스크(Novo Nordisk)와 일라이릴리(Eli Lilly)와의 본격적인 경쟁에 뛰어들 전망이다.
앞서 노보노디스크는 ‘위고비’(Wegovy)를, 일라이릴리의 ‘젭바운드’(Zepbound)를 선보이며 비만치료제 시장을 이끌고 있다. 두 의약품 모두 GLP-1 유사체를 기반으로 개발된 비만치료제다. 특히 일라이릴리는 지난 4일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릴리다이렉트’(LillyDirect)를 개설하며 젭마운드를 포함한 일라이릴리의 의약품 14개를 배송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반면 로슈는 1999년 지방흡수억제제 ‘제니칼’(Xenical)을 선보였지만,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메스꺼움, 담석증 등의 부작용을 우려하면서 지난 10여 년간 개발을 중단한 상태다.
제임스 사브리 책임자는 “국내∙외로 많은 기업이 비만치료제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로슈 역시 신약 출시에 필요한 고비용 임상시험을 진행할 수 있는 규모의 글로벌 영향력을 갖춘 소수의 지원자 중 하나”라고 말했다. 또 “(비만치료제를 개발한)제약회사는 소수의 전문 치료센터가 아닌 일차의료에서의 의사를 상대해야 하는 만큼, 비만치료제를 마케팅하는 것은 암과 같은 다른 분야보다 복잡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바이오타임즈=염현주 기자] yhj@bi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