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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균에도 끄떡없는 항생제 나오나, ‘항균 펩타이드 모방한 新 항생제’ 개발
내성균에도 끄떡없는 항생제 나오나, ‘항균 펩타이드 모방한 新 항생제’ 개발
  • 김수진 기자
  • 승인 2023.08.01 17: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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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생물 유래 항균 펩타이드를 모방한 양친매성 화합물로 항생제 내성 극복
KBSI·조선대 공동연구, 생명과학분야 국제학술지 ‘Int. J. Antimicrob. Agents’ 게재
항균 작용, 항생물막 및 항염증 활성도 갖춰…항균 펩타이드의 생체 내 불안정 극복
수천 년 동안 생존한 동·식물에서 유래된 항균 펩타이드를 모방해 새로운 항생제 개발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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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타임즈] 모든 항생제에 강력한 내성을 지닌 슈퍼버그(슈퍼박테리아, 내성균)가 새로운 공중보건의 위험으로 떠올랐다.

1928년 최초의 항생제인 페니실린 발견 후 항생제의 발전으로 인간은 생명 연장의 꿈을 이룰 수 있었다. 하지만, 항생제 오남용의 결과로 나타난 슈퍼버그는 인간의 수명을 다시 단축할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

항생제 내성이란 세균이 특정 항생제에 저항하여 생존하는 상태를 말한다. 항생제 내성의 원인은 항생제의 오남용에 있다.

유럽에서만 매일 100명이 항생제 내성균 때문에 숨지고, 매년 80만 명이 항생제 내성균에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역시 항생제 내성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항생제 사용량은 항생제 내성균 발생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9년 국내의 인체 항생제 사용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국 중 3번째로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전 세계적으로 2019년 한 해 항생제 내성균 감염이 직접적 사인이 된 경우가 127만 건이며, 이로 인해 간접적으로 건강이 악화해 사망한 사례는 495만 건에 달했다. 질병관리청은 지금 같은 추세로 항생제 내성 때문에 사망자가 발생하면 2050년경에는 한 해에만 1,000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할 것으로 경고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최근 포도상구균, 결핵균 등의 내성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항생제 개발은 전 세계적으로 정체된 실정이다. 2020년 세계보건기구(WHO) 보고에 따르면 대부분의 신규 항생제는 슈퍼버그에 취약하며, 새로 개발된 항생제들은 그람 음성 병원균을 주 대상으로 개발됐다.

특히, 최근 수년 동안 전 세계가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으로, 코로나 변이에 대응하기 위한 의약품 개발에 집중하면서 사망률이 매우 높은 패혈증 등을 일으키는 그람양성균인 메티실린 내성 포도상구균(MRSA)이나 세균학상 그람음성균이 아닌 다제내성 결핵균(MDR TB)에 대한 신규 항생제 개발이 시급한 실정이다.

그런데, 국내 연구진이 다제 내성균에 강한 활성을 보이는 천연 항생물질을 모방한 새 항생제를 개발했다.
 

양친매성 구조를 가지는 화합물을 이용, 다제 내성균에 대한 항균 활성. 꿀벌의 독에 포함된 멜리틴은 양전하(+)와 소수성 잔기로 구성된 양친매성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모방한 저분자 항균 모사체는 세균의 세포막 파괴 또는 세포막 투과를 통하여 항균 활성을 나타냄(사진=KBSI)
양친매성 구조를 가지는 화합물을 이용, 다제 내성균에 대한 항균 활성. 꿀벌의 독에 포함된 멜리틴은 양전하(+)와 소수성 잔기로 구성된 양친매성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모방한 저분자 항균 모사체는 세균의 세포막 파괴 또는 세포막 투과를 통하여 항균 활성을 나타냄(사진=KBSI)

◇수천 년 동안 생존한 동·식물에서 유래된 항균 펩타이드를 모방해 새로운 항생제 개발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이하 KBSI)은 바이오융합연구부 방정규 박사 연구팀이 조선대학교(이하 조선대) 의과대학 신송엽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항균 펩타이드의 양친매성 특성을 모방한 새로운 저분자 화합물을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KBSI 바이오융합연구부 운영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생명과학 분야 세계적 권위의 저명학술지인 ‘International Journal of Antimicrobial Agents’지 온라인판[논문명: Evaluation of deoxythymidine- based cationic amphiphiles as antimicrobial, antibiofilm, and anti-inflammatory agents, IF=10.8, KBSI 방정규(공동 제1저자), 조선대 신송엽(공동교신저자)]에 7월 5일 게재됐다.

이번에 개발한 양친매성 화합물은 내성균에 대항해 강한 활성을 보이면서도 독성이 적고 효소에 안정하며 대량 생산이 가능해, 기존의 합성 항생제를 대체할 차세대 신약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최근 많은 과학자가 합성 항생제 대신 자연 생물에서 추출한 항생물질인 항균 펩타이드를 원료로 천연 항생제를 만들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 항균 펩타이드는 아미노산 50개 미만으로 이뤄진 양친매성 물질로, 꿀벌의 멜리틴이 대표적이다. 멜리틴은 내성균에도 강력한 항균력을 갖는다. 다만, 독성, 짧은 반감기, 고비용 등의 문제로 인해 인간에게 직접 사용하기엔 무리가 있다.

공동연구팀이 개발한 항균 펩타이드 모방체는 데옥시티미딘(Deoxythymidine)을 몸체로, 두 개의 구아니딘(Guanidine) 또는 아민(Amine) 그룹을 연결해 양이온성(친수성)을 띠게 하고, 두 개의 아다만틴(1-adamantanemethyl) 작용기를 연결해 소수성을 띠게 해, 항균 펩타이드와 동일한 형태의 양친매성 구조를 이루도록 설계했다.

이 모방체 화합물은 기존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그람양성균 및 그람음성균에 대해 강력한 항균력을 나타냈으며, 단백질 분해 효소와 혈청에 대해서도 강한 저항성을 보였다. 또한, 700~800달톤(Da, 질량단위) 정도 분자량을 갖는 저분자 물질로서 제조과정이 간단하기 때문에 펩타이드 제조의 일반적 단점인 복잡한 개발 공정과 고비용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

아울러 항생제 내성을 일으키는 주범인 세균이 생산하는 생물막(Biofilm)의 형성을 억제하거나 이미 형성된 생물막(Mature Biofilm)을 제거하는 항생물막 활성(Antibiofilm Activity)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항생물막제(Antibiofilm Agent)로서 응용이 가능하다. 특히, 이 약물을 기존 항생제와 병행 치료 시 항균 활성이 상승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어, 항생보조제(Antibiotic Adjuvantes)로 사용 가능한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항균 펩타이드 모방체의 항균 효과 모식도. 모방체 화합물의 항균 활성, 항균작용 기전, 항생물막 활성, 항염증 활성, 단백질 가수분해효소에 대한 안정성 및 기존 항생제와의 시너지 효과를 나타냄(사진=KBSI)
항균 펩타이드 모방체의 항균 효과 모식도. 모방체 화합물의 항균 활성, 항균작용 기전, 항생물막 활성, 항염증 활성, 단백질 가수분해효소에 대한 안정성 및 기존 항생제와의 시너지 효과를 나타냄(사진=KBSI)

이번 공동연구에서 KBSI 방정규 박사는 양친매성 물질의 설계·합성을 담당했으며, 조선대 의예과 신송엽 교수는 약물의 활성 및 작용기작을 규명했다.

조선대 신송엽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개발된 항균 펩타이드 모방체는 항균 작용은 물론, 항생물막 및 항염증 활성도 갖췄다”며, “항균 펩타이드의 생체 내 불안정이라는 한계점을 극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KBSI 방정규 박사는 “합성 항생제가 극복하지 못한 내성균에 대해 수천 년 동안 생존한 동·식물에서 유래된 항균 펩타이드를 모방해 새로운 항생제를 개발했다”며, “세균과의 전쟁에서 또 하나의 생존 전략을 제시한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연구의 의의를 밝혔다.

[바이오타임즈=김수진 기자] sjkimcap@bi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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