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8 22:05 (목)
[최수진의 바이오人사이드] 넥스트바이오메디컬 이돈행 대표, “이제껏 없던 기술로 세계 의료기기 시장 접수”
[최수진의 바이오人사이드] 넥스트바이오메디컬 이돈행 대표, “이제껏 없던 기술로 세계 의료기기 시장 접수”
  • 김수진 기자
  • 승인 2023.05.18 18: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분말 형태의 내시경 지혈재 개발, 2020년 메드트로닉과 글로벌 판권 계약 체결
- 인하대병원 소화기내과 이돈행 교수가 2014년 설립, 고분자로 신개념 치료제 개발
- 내시경 지혈재, 수분에 의해서 분말이 점착성 하이드로겔로 변해 지혈 작용…세계 최초
- 몸 안에서 녹는 속분해성 색전 통증 치료제로 기존 색전 시장의 패러다임 바꿀 것
- 세계적인 글로벌 권위자들과 손잡고 개발
- 시장이 인정하는 혁신적이고 우월한 제품을 개발하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게 목표

모두들 바이오 업계가 어렵다고 한다. 투자받기는 갈수록 힘들어지고, IPO 흥행도 옛말이 됐다. 바닥에 떨어진 신뢰로, 보는 눈이 곱지 않다. 하지만 여전히 뚝심 있게 이 업계를 지켜가는 사람들이 있다. ‘바이오 인사이더’로 통하는 최수진 박사가 바이오에 진심인 사람들을 만나 허심탄회한 속내를 들어본다. 그들의 시행착오와 실패담, 극복 과정은 오늘도 고군분투 속에 바이오 업계를 이끌어 가는 후배나 동료에게 좋은 아이디어를 제공할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K-BIO에 희망을 걸어도 좋다는 시그널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편집자 주)

​넥스트바이오메디컬 이돈행 대표(인하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넥스트바이오메디컬 이돈행 대표(인하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바이오타임즈] 많은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희망 사항 중 하나는 글로벌 진출이다. 실제 수년 전부터 미국에 지사나 사무소를 두거나 처음부터 FDA 승인을 받으려는 회사들이 많아졌다.

하지만 실체가 있는 글로벌 진출은 많지 않다. IPO를 준비하는 많은 바이오 기업이 상장 후 글로벌 진출을 목표로 삼지만, 실질적인 성과보다는 허울 좋은 경우가 대다수다.

진정한 의미의 글로벌 기업은 무엇일까. 해외 시장에서 먼저 찾는 혁신적이고 압도적인 기술력, 또 그 기술력으로 완제품을 만들어 수출을 진행하고 있는 기업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의미로 본다면 혁신형 치료재 개발 전문기업 ‘넥스트바이오메디컬’(대표 이돈행)은 국내 몇 안 되는 진정한 글로벌 의약품&의료기기 회사다.

인하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인 이돈행 대표가 창업한 이 회사는 분말 형태의 내시경 지혈재 ‘넥스파우더(Nexpowder)’를 개발해 2020년 세계에서 제일 큰 의료기기 회사인 미국 메드트로닉(Medtronic)과 한국 일본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판권 계약을 체결했고, 현재 미국, 유럽, 캐나다, 싱가포르에서 판매 허가를 받아 공급 중이다.

넥스파우더가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내시경 시술 시 기존 지혈 기구의 시술적 제약을 극복한 혁신형 제품이라는 이유에서다.

또한, 회사는 간암과 자궁근종, 동맥 출혈, 전립선 비대증 색전술에 쓰이는 혈관 색전 미립구인 ‘넥스피어(Nexsphere)’와 빨리 몸 안에서 녹는 미립구로 관절염 통증을 감소시키는 ‘넥스피어-F’를 개발했다.

‘넥스피어-F’는 임상시험계획(IND)을 한국 최초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승인받아 임상을 준비 중이다. 이 제품 역시, 기존 글로벌 기업이 개발한 비분해성 색전 치료재와 달리 몸 안에서 녹는 생분해성이라는 점에서 색전 시장 내 ‘게임체인저’로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혁신적인 기술력으로 저명한 미국 의과대학 교수들이 넥스트바이오메디컬의 최고의료책임자(CMO, Chief Medical Officer)를 자처하고 나섰다.

넥스트바이오메디컬 이돈행 대표는 “우리 회사의 아이덴티티는 의료 현장에서 꼭 필요한 치료 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서 글로벌 회사에 수출하는 것”이라며 “무엇보다 의사가 인정하는 혁신적이고 우월한 제품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게 목표”라고 말한다.

송도에 위치한 넥스트바이오메디컬을 찾아 이돈행 대표로부터 글로벌 진출에 성공하기까지의 과정과 혁신적인 기술력의 원천, 그리고 코스닥 상장 후 회사의 비전에 관한 이야기들을 들어보았다.
 

넥스트바이오메디컬 이돈행 대표(왼쪽)과 최수진 박사(한국공학대학교 교수)가 송도에 위치한 넥스트바이오메디컬 본사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넥스트바이오메디컬 이돈행 대표(왼쪽)와 최수진 박사(한국공학대학교 교수)가 송도에 위치한 넥스트바이오메디컬 본사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회사 로비에는 넥스트바이오메디컬과 글로벌 판권 계약을 체결한 메드트로닉에서 만든 넥스트바이오메디컬의 내시경 지혈재 홍보 영상을 볼 수 있다

[최수진] 오랜만입니다, 대표님. (회사 로비에 있는 영상을 가리키며) 이건 무슨 영상인가요?[이돈행] 우리와 내시경 지혈제(넥스파우더)에 관해 글로벌 판권을 계약한 메드트로닉이 직접 만든 홍보 영상입니다. 메드트로닉 본사 직원들이 우리 회사로 와서 촬영해 가서 만든 거예요. 메드트로닉 대표가 직접 우리에 관해 코멘트한 부분도 있고요. 메드트로닉이 왜 우리를 선택했는지, 이 영상을 보시면 잘 알 수 있습니다. 메디트로닉은 우리 회사를 단순한 제조사가 아닌 파트너로 생각하고 진심으로 일을 하는 것 같아요.

[최수진] 그동안 고생을 많이 하셨는데, 영상을 볼 때마다 뿌듯하시겠어요. 메드트로닉과는 어떻게 인연이 닿았나요.
[이돈행]
2017년 미국 소화기학회에 제품을 홍보하러 아주 작은 부스를 열었는데, 마침 미국의 소화기내과 교수님을 만났고 이분에게 내시경 지혈제를 소개했더니 “이건 정말 필요한 제품”이라면서 그 자리에서 바로 메드트로닉 담당자를 연결해준 인연으로 메드트로닉과 첫 만남을 갖게 됐습니다.

[최수진] 일단 넥스트바이오메디컬이 어떤 회사인가 간단하게 소개해주신다면?
[이돈행]
저는 인하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로 있고요, 2014년 넥스트바이오메디컬을 설립했습니다. 원대한 꿈이 있어서라기보다, 제가 의료 현장에 있으면서 꼭 필요로 하는 기술, 제품들이 있었는데, 그런 니즈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회사를 직접 만들게 됐습니다. 한마디로 넥스트바이오메디컬은 고분자를 이용해서 새로운 개념의 치료재를 개발하는 회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대표 파이프라인은 분말 형태의 내시경 지혈재 ‘넥스파우더’와 혈관 색전 미립구인 ‘넥스피어’, 그리고 빨리 몸 안에서 녹는 미립구로 관절염 통증을 감소시키는 ‘넥스피어-F’가 있습니다.

[최수진] 회사 규모도 더 커진 것 같은데요, 리모델링하셨나요?
[이돈행]
메드트로닉과 계약 체결 이후 글로벌 스탠다드 수준의 GMP 시설로 업그레이드하느라 대대적인 공사가 필요했죠. 최근에는 4층에 물류창고를 확장했어요. 내시경 지혈재의 수출이 늘어나다 보니까 원활한 유통과 물류를 위해 공간을 더 늘렸습니다. 결국 이 건물 안에서 연구, 생산, 유통까지 전과정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운영하고 있습니다.
 

넥스트바이오메디컬 본사 외관
넥스트바이오메디컬 본사 외관

[최수진] 아무래도 2020년 메드트로닉과 내시경 지혈제의 글로벌 판권 이전 계약을 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는데요, 계약 과정 좀 이야기해주세요.
[이돈행]
앞서 말씀드렸듯이 미국 스탠포드 의과대학 교수님이 소개해서 2018년 아태소화기학회에서 메드트로닉의 부사장급 임원과 미팅을 했어요. 우리 기술을 한눈에 알아보고 바로 후속 작업이 진행됐죠. 문제는 내시경 지혈제가 지금까지 의료 시장에 없던 제품이기 때문에 CMO(Contract Manufacturing Organization, 위탁생산)을 맡길 곳도 없고 우리가 자체적으로 하고 싶어도 경험이 없어 어려웠습니다.

[최수진] 그럼, 어떻게 이런 공장을 짓고 수출까지 하게 됐나요?
[이돈행]
저희가 시리즈 A 때 투자받은 돈으로 이 건물을 매입했어요. 여기가 원래 전자회사였는데, 매물이 나왔을 당시에 연말까지 계약하면 10억 원을 깎아준다고 해서 계약을 했죠. 그랬더니 투자자가 쫓아온 거예요(웃음). “투자금을 당연히 연구개발에 쓸 줄 알았는데, 지금 뭐 하는 거냐”면서요. 그래서 투자사 대표를 만나게 해달라고 해서 대표를 만났어요. 제가 설득했죠. “지금 이 건물 없으면 안 된다, 매출도 생산시설도 너무 없어서 아무 것도 못한다”라고요. 그래서 흔쾌히 동의를 얻었어요. 그 이후 메디트로닉의 도움을 받아 전부 리모델링해서 연구개발과 생산까지 가능한 시스템을 갖추게 됐습니다.

[최수진] 제품 생산 허가를 위해 처음부터 메드트로닉의 도움을 받으신거네요. 세계 최대 규모의 메디컬 회사인데 함께 일해 보니 어떠셨는지요?
[이돈행]
메드트로닉은 진짜 좋은 회사라는 걸 많이 느꼈습니다. 저희가 메드트로닉과 함께 일하면서 회사의 전체적인 시스템이 많이 업그레이드 됐다고 생각해요. 2020년 메드트로닉과 정식 계약을 체결하기 이전에 2019년 품질 협력 계약을 맺고, 1년간 메드트로닉에서 원하는 글로벌 스탠더드 수준으로 문서, 품질·생산까지 모든 시스템을 끌어 올렸습니다. 메드트로닉은 우리를 진정한 파트너로 생각해요. 덕분에 우리 회사의 시스템이 글로벌 표준에 맞춰질 수 있었습니다.

[최수진] 처음부터 내시경 지혈제 개발을 위해 회사를 설립한 건 아니었죠?
[이돈행]
그렇죠. 처음에는 소화기 스탠트를 개발해서 사업하려고 회사를 만들었습니다. 막상 제품이 나왔는데, 경쟁제품보다 월등히 우월하지 않았어요. 마침 그 당시 내시경 지혈제 또한 제약사에 기술이전 하려고 했는데 마땅한 회사가 없었어요. 그래서 과감히 스탠트 사업을 접고, 고분자 파우더(내시경 지혈재)에 집중하게 됐습니다. 우리가 직접 개발하고, 임상을 하게 됐어요. 결과적으로는 아주 잘된 일이죠.
 

일회용 내시경 캐뉼러, 넥스파우더, 분말의약품 분사기로 구성된 넥스파우더 패키지
일회용 내시경 캐뉼러, 넥스파우더, 분말의약품 분사기로 구성된 넥스파우더 패키지

[최수진]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내시경 지혈제의 판매나 승인은 어느 정도 진행됐나요.
[이돈행]
2018년 유럽의약품청(CE-MDD)과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판매 승인을 받은 후 2020년 글로벌 판권 이전을 계약한 메드트로닉이 워낙 적극적으로 우리 내시경 지혈제(넥스파우더)를 홍보하고 있어 유럽에서 이미 많은 의사가 쓰고 있고요, 컴플레인도 거의 없습니다. 재주문율도 70~80%나 됩니다. 미국에서도 지난해 9월 FDA 승인을 획득한 이후 올 1월부터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치료제도 그렇지만 의료기기는 더욱 임상적 근거가 있어야 의사들이 쓰지 않습니까. 미국에서 이걸 입증하기 위해 메드트로닉이 대규모 시판 후 임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내시경 지혈재라는 것이 완전히 새로운 시장이기 때문에 FDA 승인을 받았다고 바로 매출이 나는 게 아니거든요. 논문도 여러 편 나와야 하고, 입증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저희가 5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 소화기학회(DDW)에서 최근 완료한 350명 대규모 시판 후 임상 시험의 결과를 구연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 시장에서도 반응이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싱가포르 내 대학병원 3곳에서도 시판 후 국외 임상을 진행 중입니다.

[최수진] 내시경 지혈재 ‘넥스파우더’는 정확히 어떤 의료제품인가요.
[이돈행]
내시경 수술 시 위나 소장, 대장의 출혈이 생겼을 때 분말 형태로 뿌려서 지혈 작용을 하는 건데요, 이게 기술적으로 어려운 겁니다. 위가 엄청 움직이는 데다가 강한 산(酸)이 나오기 때문에 지혈 자체가 힘들거든요. 그래서 접착력이 매우 강해야 합니다. 넥스파우더는 고분자 물질로 만든 가루 형태의 내시경용 지혈재인데, 물만 있으면 파우더가 겔 형태로 돼서 지혈 작용을 합니다. 분말이 내시경 도관을 막히지 않고 통과하면서 동시에 출혈 부위에 즉각적인 지혈 작용을 하고, 위장의 연동 활동에도 24시간 이상 출혈 부위 접착을 유지하고 떨어져나옵니다.

[최수진] 물만 있으면 분말이 겔 형태로 변해서 지혈한다니, 굉장히 획기적인 기술이네요.
[이돈행]
다른 지혈재는 피가 있어야 응고 작용을 촉진하는데, 저희 제품은 그냥 밴드처럼 물만 있으면 파우더가 겔로 변해 응고됩니다. 그간 FDA에서 승인받은 경쟁제품은 2개인데, 모두 피가 있어야만 지혈제로서 작동하고, 잘 안 붙고 떨어져요. 이에 반해 우리 제품은 출혈이 발생하지 않아도 출혈을 예방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어 경쟁력이 크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또, 경쟁제품보다 낮은 압력으로 환부에 분사할 수 있어, 부작용이 적고 내시경 시술 중에도 시야 확보에 유리합니다. 이러한 기술력으로 2019년 한국 식약처와 유럽 CE 인증을 획득했고, 국내 신의료 기술 인증도 받았습니다.

[최수진] 내시경 지혈재의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었습니까.
[이돈행]
제가 2003년 7월부터 2005년 2월까지 고분자를 연구하는 미국 유타대학교 공대에 교환교수로 연수를 갔었어요. 그때 공학을 전공하는 학생들과 논의하다 보니, 내시경 지혈재에 관한 아이디어가 떠올랐었어요. 제가 젊은 의사였을 때 내시경 지혈이 쉽지 않았거든요. 외과에서는 수술 부위에다 거즈 같은 걸 덮거나 꿰매지만, 우리는 내시경으로 하다 보니 손을 쓸 수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내시경 지혈재를 꼭 개발해 보고 싶다고 생각했고, 그때 아이디어를 활용해 2011년부터 지혈 작용을 하는 고분자 물질을 찾아 개발을 시작해 성공하게 됐습니다.
 

넥스트바이오메디컬은 2020년 메드트로닉과 정식 계약을 체결하기 이전에 2019년 품질 협력 계약을 맺고, 1년 간 메드트로닉에서 원하는 글로벌 스탠더드 수준으로 문서, 품질·생산까지 모든 시스템을 끌어 올렸다. 최근에는 수출이 증가하면서 물류 창고를 확장했다
넥스트바이오메디컬은 2020년 메드트로닉과 정식 글로벌 판권 계약을 체결하기 이전에 2019년 품질 협력 계약을 맺고, 1년 간 메드트로닉에서 원하는 글로벌 스탠더드 수준으로 문서, 품질·생산까지 모든 시스템을 끌어 올렸다. 최근에는 수출이 증가하면서 물류 창고를 확장했다
(사진=)
넥스트바이오메디컬은 연구, 생산, 유통까지 전과정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운영한다 

[최수진] 내시경 지혈재는 항암제나 다른 신약보다 시장 규모가 작은데, 메드트로닉과 같은 글로벌 기업이 주목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이돈행]
메드트로닉은 ‘출혈 예방치료’라는 새로운 시장의 가능성을 봤습니다. 예방 시장까지 포함하면 내시경 지혈재의 시장 규모는 약 1조 5,000억 원 정도 됩니다. 물론 면역항암제나 파킨슨병 치료제 시장보다는 훨씬 적지만 그만큼 경쟁이 덜 치열하고, 시장이 작다고 생각하니 경쟁품이 나올 확률도 적어요. 우리 제품은 혈액이 있어야 작용하는 타사 제품과 달리 수분만 있으면 분말이 점착성 하이드로겔로 변해 출혈이 예상되는 부위에 선제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나중에 출혈이 있는지 추적 내시경을 안 해도 되고요. 메드트로닉은 최종적으로 우리 제품을 내시경 지혈술에 있어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최수진] ‘넥스파우더’의 미국 FDA 승인이 생각보다 오래 걸렸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이돈행] 2021년에 FDA에 승인 신청을 넣었으니까 2022년 9월 승인까지 2년 가까이 걸렸는데요,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신물질이기 때문에 많은 자료를 요구했습니다. 특히 기존 미국 제품이 시술 시 천공이 생기는 문제가 있어 넥스파우더의 경우, 천공이 생기지 않는다는 걸 대동물 실험을 통해 입증해야 했어요. 한국 및 유럽 임상 결과와 대규모 고난이도 대동물 전임상 결과, 생물학적 안전성 시험(GLP) 등 140여 건의 자료를 제출했습니다.

[최수진] FDA 승인이 난 후 미국 시장 마케팅은 어떤 전략으로 진행되나요.
[이돈행]
메드트로닉이 미국에서 시판 후 대규모 임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의 임상 비용은 메드트로닉이 다 부담하는 걸로 계약이 되어 있습니다. 메드트로닉이 현재 미국 내시경 지혈재 분야의 대가 3명과 컨설턴트 계약을 맺고 적극적인 시장 공략에 나섰어요. 그래서 메드트로닉에서도 넥스파우더를 내시경 지혈술의 가이드라인에 넣어 내시경 지혈재의 패러다임을 바꾸려고 하고 있습니다.

[최수진] 넥스파우더에 관한 미국에서의 반응은 오고 있나요?
[이돈행]
작년 9월 FDA 승인을 받은 후 시판은 올해 1월부터 시작됐어요. 이제 보도자료가 막 나오고 있는 시점입니다. 지난해 10월에 미국 소화기내과학회에서 미국 경쟁제품과 우리 제품을 비교하는 핸즈온세션이 있었는데, 우리가 완전히 이겼죠. 미국 회사 제품은 카테터가 자꾸 막혔어요. 또 올해 3월에 미국 젊은 의사들 앞에서 제가 직접 강연할 기회가 있었는데, 내시경 지혈술을 되게 어려워하더군요. 보통 경력이 어느 정도 되는 의사들은 내시경 수술이 쉽다고 하는데, 본인들이 직접 안 하고 젊은 의사들을 시키니까 그렇게들 말하는 거예요(웃음). 경험이 적은 젊은 의사들이 내시경 수술을 할 때 우리가 개발한 내시경 지혈재 ‘넥스파우더’가 큰 도움이 되리라 자신합니다. 넥스파우더가 2022년 9월 미국 FDA 승인을 받고 지금 미국 병원에서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주에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소화기학회(DDW)에 참석했는데, 우리 제품을 사용해본 미국 의사들이 카테터가 거의 막히지 않고 뿌리고 싶은 부위에 정확히 뿌려져서 월등히 좋다는 반응을 받았습니다.
 

넥스트바이오메디컬은 5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소화기학회(DDW)에서 내시경 지혈 '넥스파우더'를 홍보했다.  (사진=넥스트바이오메디컬)
넥스트바이오메디컬은 5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소화기학회(DDW)에서 내시경 지혈 '넥스파우더'를 홍보했다. 왼쪽 사진은 메드트로닉 부스에 전시된 넥스파우더의 모습이며, 오른쪽 위 사진은 파우더사용군에서 재출혈이 감소한 대규모 임상시험결과를 구연 발표하는 모습이다 (사진=넥스트바이오메디컬)

[최수진] 국내에서도 넥스파우더가 의료 현장에서 쓰이고 있습니까?
[이돈행]
동아에스티가 판매를 맡고 있는데요, 국내에선 기존 지혈술 실패 환자에 한해서만 제한적으로 보험수가가 적용돼서 아쉬운 면이 많은 게 사실입니다.

[최수진] 이제 혈관 색전 미립구에 대해서 이야기 좀 해볼까요. 어떤 제품인가요.
[이돈행]
‘넥스피어’는 혈관 색전술 진행 시 조영제와 함께 사용되는 혈관 색전 미립구인데요, 높은 탄성과 강한 응집력을 지니고 있으며 분해가 되는 게 특징입니다. 색전 치료라는 게 비정상적인 혈관을 막아서 치료하는 방법인데, 기존 글로벌 기업이 개발한 색전 치료재는 체내에서 하나도 녹지 않는 비분해성이었어요. 관절염과 같은 근골격계 색전 치료를 하게 되면, 시술 후 한 달 정도 피부 변색, 피부 궤양 등과 같은 심한 부작용을 발생시켜 환자들의 고통이 컸어요. 그래도 병원에서는 “어쩔 수 없다, 시간 지나면 괜찮아지니 그냥 참아라”라고 했던 것이죠. 그래서 환자의 통증을 줄이기 위해서 빨리 분해되는 미립구(마이크로스피어스)를 개발했습니다. 이 제품은 구형으로 생분해가 가능하고, 세계 최초로 분해 시간을 조절할 수 있어 색전 효과가 뛰어나고 부작용이 적습니다.

[최수진] 그동안 분해되는 색전 치료재를 개발한 곳이 없었나요.
[이돈행]
시간을 오래 투자하면 만들 수도 있는데 그게 꼭 굳이 필요하다고 생각을 안 했던 거죠. 보통 의료기기에 젤라틴이라는 물질을 많이 사용하는데, 젤라틴으로 원하는 사이즈로 혈관을 막을 정도의 강도와 탄성을 가진 마이크로스피어를 만드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거든요. 젤라틴은 화학적 가교를 하는데, 저희는 가교제를 쓰지 않고 열로 가교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최수진] 미립구가 분해되는 기술이 쉽지 않다고 했는데, 어떻게 개발할 수 있었나요?
[이돈행]
우리가 알부민을 열가교하는 핵심 기술을 이미 갖고 있었어요. 넥스파우더를 개발한 후 알부민으로 만든 마이크로 스피어를 개발해서 다른 회사에 기술도 이전했었어요. 이 제품이 한국에서 허가받고 출시가 됐는데, 그때 색전 치료 시장을 알게 된 거죠. 그래서 고민하다가 젤라틴도 알부민과 같은 단백질이니까 젤라틴을 열 가교해서 색전 치료재를 만들어보자 했습니다. 제품을 만든 후 세계적인 대가들이 사용해보면서 제품을 계속 업그레이드를 하고 있습니다.
 

이돈행 대표가 관절염 색전 통증 치료제 ‘넥스피어-F’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이돈행 대표가 관절염 색전 통증 치료제 ‘넥스피어-F’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최수진] 최근 저명한 미국 의사를 CMO로 영입했다는 뉴스를 봤어요. 그분은 색전 치료제를 같이 개발하고 계시는 분인가요?
[이돈행]
맞아요. 혈관 색전의 세계적 권위자인 지브 하스칼 교수입니다. 이분이 누구냐면 미국 보스턴대 의대 출신이고, 현재 버지니아 의대 교수로 재직 중이에요. 존슨앤드존슨, 화이자, 보스턴 사이언티픽, 메드트로닉, 지멘스 등 굵직굵직한 기업과 제품 임상시험과 연구를 진행했던 분이고, Journal of Vascular and Interventional Radiology 편집장만 10년을 했었어요. 올해 3월에는 미국 혈관 색전 학계에서 골드메달까지 땄어요. 이게 굉장히 영예로운 거예요. 이분도 제가 소개받았는데, 우리가 개발 중인 ‘넥스피어’를 보더니 딱 한눈에 알아보시고는 “이렇게 빨리 녹는다는 게 신기하다”고 하면서 자발적으로 CMO를 하고 싶다고 제안했어요. 미국 현직 의대 교수가 CMO를 하는 경우가 없거든요. 우리도 깜짝 놀랐죠. 이분이 우리한테 보낸 이력서만 73페이지에요. 이분이 CMO를 맡아주셔서 관절염 통증 치료제 넥스피어-F의 미국 FDA 임상 및 인증을 위해 열심히 힘써주고 있습니다.

[최수진] 넥스트바이오메디컬이 진정한 글로벌 회사라고 제가 말하는 이유 중 하나가 글로벌 색전 치료계의 대가들이 넥스트바이오메디컬의 기술력을 인정해서 마케팅을 함께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네요. 보통 협업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나요.
[이돈행]
관련 분야의 권위 있는 의사들에게 우리가 만든 제품을 사용해보게 함으로써 장점이나 고칠 부분을 피드백 받습니다. 또한 마케팅 글로벌 회사를 소개해주기도 하고, 임상 결과를 세계적인 학회에서 발표하기도 합니다. 관절염 통증 색전 치료재 ‘넥스피어-F’의 경우 의사들의 의견을 들어 개발하게 됐는데, 관절염 통증 색전 치료 시 1~2시간이라도 비정상 혈관을 막아줄 수 있는 치료재가 없으니 개발해 달라고 했고, 이때 세계 최고의 대가가 일본의 오쿠노 유지(Okuno Yuji) 박사라는 걸 알게 됐어요. 그래서 그분의 논문을 찾아보았죠. 이분이 일본에서 한 달에 관절염 환자만 200명 넘게 색전 치료를 해요. 1년이면 3,000명이에요. 오쿠노 유지 박사는 모든 통증의 근원이 비정상 혈관이라는 것을 밝혀 세계적인 대가가 됐어요. 그는 비정상 혈관을 막아서 혈관으로 생기는 신경까지 막으면 통증이 좋아진다고 보는데, 항생제를 조영제와 함께 색전 치료재로 쓰고 있습니다. 오쿠노 유지에게 우리 제품의 기술력을 확인해보고 싶어 여러 번 메일을 보냈는데 답변이 없었어요. 그래서 제가 직접 작년 7월에 찾아가서 담판을 지었죠(웃음).

[최수진] 오쿠노 유지 박사가 관절염 색전 통증 치료재를 써보고 반응이 어땠나요.
[이돈행]
이분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유효성보다 안전성인데, 저희 제품을 써보고 신뢰하게 됐어요. 그래서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아태혈관색전학회에서 우리 색전 통증 치료재로 시술한 178명의 데이터를 발표했습니다. 공개 석상에서 이렇게 발표한다는 것은 우리 제품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는 반증이죠. 효과도 최소 1년에서 2년 이상까지 유지될 수 있기 때문에 기존 치료를 대체할 수 있는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기대합니다.

[최수진] 이번에 식약처로부터 IND를 승인받은 관절염 색전 통증 치료재 ‘넥스피어-F’의 임상은 어떻게 진행되는지요.
[이돈행]
관절염 치료는 물리적 요법과 진통제, 스테로이드와 같은 약물치료로 나뉘는데, 결국은 나중에 수술 외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그동안 환자가 겪는 통증이 매우 심하고, 사회적 비용도 많이 들죠. 저희가 개발한 넥스피어-F는 퇴행성 관절염 통증을 유발하는 비정상혈관을 단시간(2~6시간) 내 분해해 통증을 줄이는 제품이에요. 이번 임상은 약물 치료나 관절 주사로는 통증이 잘 조절되지 않는 ‘무릎 퇴행성 관절염 환자를 대상으로 세브란스병원에서 분해성 혈관 색전 물질’에 대한 안전성·유효성을 평가하고, 관절염 색전 시술의 신의료기술 신청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글로벌 임상이 완료되면 미국 FDA, 일본 PMDA 인증을 추가로 획득해 미국, 유럽, 일본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넥스트바이오메디컬 이돈행 대표(왼쪽)와 최수진 박사(한국공학대학교 교수)가
넥스트바이오메디컬 이돈행 대표(왼쪽)와 최수진 박사(한국공학대학교 교수)가 중앙 실험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수진] 이렇게 실질적인 성과들이 나타나면서 코스닥 상장에도 다시 도전하신다면서요.
[이돈행]
저희가 기술성 평가에서 2개 기관으로부터 각각 ‘A’등급을 받아 기술특례상장으로 준비해왔었는데, 내시경 지혈재의 FDA 승인도 늦어지고 시장도 너무 안 좋다 보니 지난해 6월 상장을 자진 철회했었습니다. 이제 FDA 승인도 받았고, 관절염 통증 혈관색전 치료재 임상도 들어갈 예정이어서 하반기에 다시 기술특례 상장으로 심사 예비 청구를 하려고 합니다.

[최수진] 투자자들의 마음을 움직일만한 넥스트바이오메디컬 만의 장점과 차별성이라면?
[이돈행]
우리가 올해 내시경 지혈재로 60~70억 정도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매출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 본질의 제품으로 매출을 계속 늘려간다는 것이 큰 의미가 있는 것이죠. 어떤 회사들은 연구 개발하는 제품 따로, 매출 내는 제품 따로인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우리 본질의 제품으로 매출을 낸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그리고 관절염 색전 통증 치료재 ‘넥스피어-F’도 First in Class로 시장을 선도해나갈 것으로 기대되는 제품입니다. 이처럼 저희는 신시장을 창출하는 혁신제품을 개발하고 수출하는 것이 가장 큰 강점입니다.

[최수진] 회사를 운영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이돈행]
무엇보다 의사들이 인정하는 우월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래서 제품을 개발할 때 ▲첫째, 임상적으로 유용한지 ▲둘째, 유용은 한데 의사의 반응은 어떤지 ▲셋째, 경쟁제품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봅니다. 결국은 시장을 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최수진] 회사 대표로서의 생각도 궁금합니다. 직원들에게는 어떠한 비전을 제시해주시나요. [이돈행] 비전은 아주 심플합니다. 우리 회사가 잘 돼서 직원들 개개인까지 다 잘되는 것입니다. 저는 이 회사를 자식한테 물려줄 생각이 전혀 없어요. 주식도 못 팔고요. 능력 있는 직원들이 오래 함께하길 바라서 기여도에 따라서 우리 사주를 주고 있습니다. 특히 여성이 일하기에 좋은 회사를 만들고 있습니다. 넥스트바이오메디컬은 그동안 많은 발전을 해왔습니다. 이 분야에 경험이 없던 직원들이 많은 노력과 고생 끝에 개발부터 생산까지 가능한 글로벌 수준의 올인원 시스템을 갖추게 됐고, 우리가 자체 개발 생산한 내시경 지혈재를 유럽과 미국, 캐나다, 싱가포르 등으로 수출하고 있어 자부심도 느끼고 있습니다. 특히, 색전 통증 치료재는 녹지 않는 비분해성에서 녹는 것으로 해당 분야의 패러다임을 바꿀 정도로 혁신적인 제품이라 앞으로 회사는 더 좋아지리라 기대됩니다.

[최수진] 저는 정말 넥스트바이오메디컬이야말로 진정한 글로벌 회사라고 생각되는데요, 글로벌 진출을 원하는 바이오 기업이나 혹은 정부에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이돈행]
정부나 기관에서 옥석을 잘 가려 좀 더 적극적인 투자를 해주길 바랍니다. 화이자 백신도 사실 바이오엔테크라는 조그만 벤처에서 만들었잖습니까. 거시적으로 보면 100개 기업 중 한 개만 잘 돼도 한국 경제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려면 벤처가 투자를 받아야하죠. 또 글로벌 기업과 딜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줬으면 해요. 물론 지금도 각 기관에서 적극적으로 주선하고 있는 건 알고 있지만, 스타트업이나 벤처 입장에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부딪혀가며 해가는 것보다 좀 더 빠른 길을 갈 수 있다면 그것만큼 고마운 건 없으니까요. 물론 그러려면 기술이 좋아야겠지요.

[최수진] 지금까지 이야기를 들어보니, 넥스트바이오메디컬이 글로벌 회사로 성장한 것은 무엇보다 혁신적인 기술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보입니다. 또, 그 분야의 대가나 권위자들이 오케이할 때까지 제품을 만들고, 그들을 찾아 메일도 쓰고 찾아가면서까지 끊임없이 노크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은 연구 중인 물질만 있는 게 아니라, 실제 출시된 제품이 있는, 말하자면 실체가 있는 회사라는 점 아닐까요?

 

■ 최수진 박사는? ■

국내 최초로 코엔자임 Q10을 개발한 인물로, 대웅제약 연구소장을 거쳐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바이오PD, 산업통상자원 R&D 전략기획단 신산업MD, OCI 부사장, 파노로스바이오사이언스 대표를 맡았으며, 현재는 한국공학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30년 가까이 제약업계는 물론 정부 기관에서 활약하며 신약 개발을 비롯해 바이오 기술개발 관련 전략 수립과 투자관리, 정책 수립 등을 두루 섭렵해온 그가 바이오타임즈의 [최수진의 바이오人사이드]에서 진정성 있는 바이오人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한다.

[바이오타임즈=김수진 기자] sjkimcap@biotimes.co.kr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