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태 시장 중심 복제약 사용 장려 움직임
식약처, 바이오시밀러 제품화 지원단 출범
[바이오타임즈] 2020년에는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시장에 청신호가 켜질 전망이다. 전 세계 상위 매출액 15개 바이오의약품 중 다수가 올해 특허만료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써 바이오시밀러 사용 확대에 따른 제품 개발의 경쟁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은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을 선도하고 있으며 지속적인 선점을 위해서는 제품개발부터 허가까지 각 단계별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는 등 정부와 관련 업계의 긴밀한 협조가 중요해 보인다.
바이오시밀러,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폼과 효능 동일
제약회사가 새로운 의약품을 개발했다고 가정해보기로 한다. 이 회사는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엄청난 시간과 비용을 투자했을 것이다. 이를 보호하기 위해 회사는 새 의약품과 관련된 특허권을 인정받을 수 있다. 특허기간은 보통 20년인데 이 기간이 지나면 다른 제약회사도 의약품의 주성분을 합성해 판매할 수 있다. 이때 처음 개발한 의약품을 ‘오리지널’(original), 특허가 만료된 의약품을 구조적으로 동일하게 만든 의약품을 ‘복제약’(generic drug)이라고 한다.
바이오의약품에서 복제된 약이 ‘바이오시밀러’(biosimilar)다. 바이오의약품은 사람이나 다른 생물체에서 유래된 단백질 등을 원료 또는 재료로 활용해 제조한 것인데 제조회사에 따라 세포의 생산조건과 단백질 의약품의 정제방법이 다르다. 그래서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과 완벽하게 동일하지 않기 때문에 ‘바이오시밀러’라고 부른다. 이때 처음 제약회사가 개발한 바이오의약품이 바이오시밀러의 ‘참고제품’(reference product)이다.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과 동등한 효능을 보인다. 또 바이오시밀러의 개발에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도 절감된다. 이미 검증된 제품을 생산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목표 시장의 진입도 가능하다. 유럽에서는 2006년 이후 총 65개의 바이오시밀러가 승인됐다. 대표적인 파머징 국가 인도는 2012년 첫 바이오시밀러 지침을 발행해 현재까지 50개 이상의 제품을 시장에 내놓았다. 가장 큰 바이오의약품 시장인 미국도 2017년 처음으로 바이오시밀러를 승인했다.
한국지식재산연구원 미래전략연구실 김아름 전임연구원은 “유럽의 경우 바이오시밀러의 제품가격이 바이오신약의 약 70% 수준”이라며 “바이오시밀러의 가격 경쟁력으로 인해 건강보험재정 절감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성동원 선임연구원은 “아시아∙태평양 시장을 중심으로 신약 의약품 대비 저렴한 복제약 사용을 장려할 것으로 보인다“며 “의료비 재정부담을 축소하고 의약품에 대한 환자 접근성 개선을 위해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급격히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 바이오시밀러 해외수출 증가 ∙∙∙ 2018년 1조 원 달성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는 지난해 ‘바이오의약품 산업동향 보고서’를 통해 “국내 바이오의약품 시장규모는 2017년 2조 2,327억 원”이라며, “전년 1조 8,308억 원 대비 22%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도 “국내 전체 의약품 시장규모가 2조 2,000억 원인 것에 비해 바이오의약품 시장규모는 약 10%로 미미한 수준”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한국에서는 바이오시밀러를 중심으로 바이오의약품의 해외수출이 증가하고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지난 2018년 한국의 바이오시밀러 수출액은 10억 8,970만 달러(한화 약 1조 3,347억 원)를 달성했다. 이는 바이오의약품 전체 수출액의 70%를 차지하는 수치다. 또 2014년 수출액이 2억 477만 달러(한화 약 2,508억 2,277만 원)인 것과 비교해 4년 사이 약 5배 증가했다. 이로써 한국은 바이오의약품 수출 1조 원 시대를 열며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을 선점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유럽시장서 20% 중반대 점유율 확보
업계에서는 “한국은 바이오시밀러의 ‘퍼스트무버’(first mover)로서의 이점을 살렸다”며 한국의 바이오시밀러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이유를 설명했다. 퍼스트무버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선도자’로 산업에서는 주로 ‘가장 먼저 출시한 제품’을 말한다. 현재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성장 초입 단계에 있으며 한국은 경쟁 국가보다 빨리 시장을 선점해 그만큼 환자 데이터를 더 많이 축적할 수 있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한국의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인식이 글로벌 시장에서 우호적으로 형성됐다는 점도 시장 선점의 이유로 꼽힌다. 셀트리온의 ‘램시마’(Ramsima)는 세계 최초의 항체의약품 바이오시밀러로 지난 2012년 한국에서 허가를 받았다. 지난 2014년 유럽에 수출됐을 때만 해도 현지 의료진은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다. 그러나 바이오시밀러가 안전성과 효능을 인정받으면서 글로벌 시장의 초기 진입에 성공했다. 김아름 연구원은 “램시마는 2017년 4분기 유럽에서 점유율 52%를 달성했다”며 “바이오시밀러로서는 최초로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의 시장점유율을 초과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렘시마는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87개 국가에서 허가를 받으면서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의약품 시장에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김 연구원에 따르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베네팔리’(Benepali) 역시 유럽시장에서 20% 중반대의 점유율을 확보한 것으로 추정되며 2017년 4분기 유럽에서 1억 1,760만 달러(한화 약 1,5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한편 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바이오시밀러 제품화 지원단’을 출범한다”고 밝혔다. 지원단을 통해 식약처는 기업이 신약개발 중에 겪는 어려움을 기업별 맞춤형으로 도와 국내 바이오시밀러 의약품의 세계시장 진출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지원단에는 지원총괄 분과, 허가심사 분과, 임상 분과, GMP 분과 등 4개 분과가 있으며 제품 종류∙개발 단계에 따라 식약처 담당자와 외부 전문가 등으로 구성∙운영하게 된다. 업계에서는 “국내 바이오시밀러 개발이 확대되고 해외 시장진출이 보다 빨라질 것”이라며 기대하고 있다.
[바이오타임즈=염현주 기자] yhj@bi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