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플랫폼 강화 노력...기술수출도 강세
[바이오타임즈] 지난해 저점을 찍은 제약·바이오 산업이 올해 반등해 내년부터 다시 성장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바이오제약 산업에서 혁신 주자로 떠오르는 의료AI, 합성생물학, 항체약물접합체(ADC) 등의 분야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이뤄내며 주목받는 기업들을 살펴봤다.
◇ 진화되는 의료 AI…가치 상승 중인 루닛, 신테카바이오, 뷰노
의료 분야에서 인공지능(AI)는 딥러닝과 이미지 처리를 활용한 의료진의 진단 보조 역할부터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신약 발굴, 그리고 외과 수술 영역에까지 그 분야가 다양하게 확장되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에서도 AI 접목 사례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제약사들은 신약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해 AI 기반 기술 관련 기업과 협업에 나섰고, 의료기기 업체들도 AI를 활용한 진화된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루닛과 신테카바이오, 뷰노 등 바이오텍은 AI를 활용한 연구에 적극 나서며 신약개발 및 AI 플랫폼 구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세대 의료 AI 업체로 꼽히는 루닛은 AI 기반 바이오마커 플랫폼인 '루닛 스코프'를 개발했으며, 영상 판독 보조 솔루션인 ‘루닛 인사이트’ 등을 출시했다. 세계적인 의료영상장비 업체 지이헬스케어(GE Healthcare)를 비롯해 필립스, 후지필름, 홀로직 등과 협력해 해외 시장에 진출했다.
해외 시장에서 우수한 정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으면서 주요 제품들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올해 들어 주가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특히 중동 의료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향후 주가 전망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루닛은 사우디아라비아의 국가 전략 사업인 비전 2030의 핵심 과제 ‘SEHA 가상병원’ 프로젝트에 참여한다고 지난 5일 밝혔다. SEHA 가상병원 프로젝트는 사우디 전역 의료 기관에 의료 AI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가상 병원을 도입하고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다.
루닛은 오는 11월까지 AI 솔루션의 임상적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하고 제품 성능 평가를 진행할 예정이다. 성능 평가가 성공하면 사우디 전역의 170개 국공립 가상 병원에서 '국가 암 검진 및 결핵 검사' 프로그램에 제품이 활용될 예정이다.
신테카바이오는 2009년 설립돼 2019년 코스닥에 상장한 국내 최초이자 유일의 AI 신약개발 상장사다.
합성신약 후보물질 발굴 플랫폼 '딥매처', 신생항원 예측 플랫폼 '네오-에이알에스, AI 신약 클라우드 서비스 '에스티비(STB) 클라우드' 등 AI 신약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에는 후보 물질 탐색 성능이 5배 이상 개선된 딥매처 2.0버전을 출시했다. 딥매처로 발굴한 100여 개의 유효물질 중 일부는 전임상 결과에서 유효성을 확인했고, 자체 임상 진입과 기술수출 가능성도 주목받고 있다.
4분기에는 합성신약 후보물질 발굴 플랫폼 딥매처를 탑재한 클라우드 서비스를 미국에 출시하며 글로벌 시장으로 본격 진출했다. 자체 개발한 신생항원 발굴 플랫폼 네오-에이알에스는 암환자의 종양과 혈액 유전체 데이터로부터 높은 정확도로 신생항원을 예측할 수 있다.
AI 의료기기 상업화 기업인 뷰노는 AI를 활용한 MRI 진단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현재 주요 제품의 미 FDA 승인 절차를 진행 중으로, AI 기반 뇌 정량화 의료기기 '뷰노메드 딥브레인'과 흉부 CT 판독 보조 의료기기 '뷰노메드 흉부CT AI'의 승인을 이르면 올해 말과 내년 상반기 기대하고 있다.
AI 기반 심정지 예측 의료기기 '뷰노메드 딥카스'는 최근 FDA로부터 혁신 의료기기 지정을 받았다. 회사 측은 기존 내년 하반기 중 승인을 목표하던 뷰노메드 딥카스의 최종 승인 시점을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이 시대 주목해야 할 기술 트렌드 ‘생물공학’…바이오니아
합성생물학(Synthetic Biology)은 21세기 들어 가장 주목해야 할 주요 기술 트렌드 중 하나로 여겨진다.
최근에는 의학 분야에 합성생물학이 적용돼 질병 치료에 혁신을 가져오고 있다. 생물학적 다양성을 활용한 개인 맞춤형 치료제 및 신약 개발 등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합성생물학 기반 기술과 제품들이 시장을 점령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바이오니아, 메디톡스 등은 획기적인 기술로 글로벌 역량을 인정받은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바이오니아는 1992년 국내 바이오벤처 1호로 설립돼 2005년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현재 유전자, 분자진단, BNR17, 신약개발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유전자 연구에 필요한 기초 원료물질의 생산부터 합성, 추출 및 증폭에 필요한 장비와 키트까지 자체적으로 개발해 생산하는 국내 유일 분자진단 토털 솔루션 기업으로 평가된다.
바이오니아는 최근 탈모증상 완화 기능성 화장품인 코스메르나(CosmeRNA) 해외 자사몰을 공식 론칭했다. 코스메르나는 지난달 2일 온라인몰 판매를 시작했고, 지난 13일엔 영국 아마존에 입점했다. 코스메르나의 성공 여부는 본격 마케팅이 시작되는 3분기 이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다.
증권가에 따르면 바이오니아의 2023년 2분기 연결 재무제표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572억 원, 5억 원으로 추정된다. 코스메르나 매출은 제외한 추정치다. 업계는 글로벌 마케팅이 성공할 경우 추가적인 주가 상승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 항체약물접합체(ADC)로 ‘승부수’…알테오젠, 레고켐바이오, 에이비엘바이오, 피노바이오
글로벌 제약사가 ADC에 대한 대형 계약을 속속 체결하고 나서는 가운데, 국내외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개발 움직임이 활발하다.
정보서비스 기업 클래리베이트(Clarivate Plc)가 발표한 '미래 의약품을 위한 제약업계의 투자처 - 2023년 제약바이오 산업 거래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10억 달러 이상 파트너십 거래 5건 중 1건이 ADC에 초점을 맞췄다.
시장조사기관 이밸류에이트파마에 따르면 글로벌 ADC 시장은 2026년까지 248억 달러(약 31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알테오젠은 ADC 기술 등을 활용한 기존 바이오 의약품을 개선하는 바이오베터 사업과 이머징 마켓을 타깃으로 아일리아, 허셉틴 등 바이오시밀러 개발 사업을 하고 있다.
ADC 원천기술 '넥스맵(NexMab)'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기술을 기반으로, 2021년 난소암 치료제 'ALT-Q5' 항체를 개량하는 기술에 대한 국내 특허를 등록한 바 있다. 현재 넥스맵 기술을 적용한 유방암·위암 치료제인 ‘ALT-P7’은 임상 1상을 완료했다.
레고켐바이오는 2015년부터 다수 기술이전 계약에 성공하며 ADC 강자로 평가받는다. 콘쥬올(ConjuAll)이라는 자체 ADC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다양한 암종을 타깃으로 하는 콘주올 적용 항암 후보물질이 기술수출됐고 ADC 원천기술 자체도 기술수출 대열에 합류했다..
콘쥬올은 항체와 약물을 연결하는 링커(Linker)가 특징이다. 콘쥬올은 항체와 약물을 혈중에서는 잘 결합된 상태로 유지하고 암세포에서만 방출하도록 한 링커 기술이 다른 기업보다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12월 미국 암젠과 최대 1조 6,000억 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바 있으며, 현재까지 총 6조 5.000억 원 규모, 12건의 기술이전에 성공했다.
회사는 최근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삼중음성 유방암과 대장암 등 고형암을 치료하는 ADC 후보물질 'LCB84'의 임상 1·2상 임상시험계획을 승인받았다. 해당 임상은 미국, 캐나다에서 유방암, 폐암 등 고형암 환자 약 300명을 대상으로 한다.
회사 측에 따르면 LCB84는 암세포에 특이적으로 존재하는 항원에만 결합하기 때문에 효능이 극대화됐다. 트루델비와 다이찌산쿄의 DS-1062BS 등과 비교의 효능 실험에서 압도적인 효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에이비엘바이오도 ADC 파이프라인을 강화하고 있다. ROR1을 타깃으로 하는 ROR1 ADC 파이프라인에 대한 글로벌 제약사들의 대규모 인수가 이루어진 가운데, 에이비엘바이오와 레고켐바이오가 공동으로 연구개발해 씨스톤 파마슈티컬(CStone Pharmaceuticals)에 기술이전한 ROR1 ADC 파이프라인 ABL202(CS5001, LCB71) 또한 주목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ABL202는 에이비엘바이오의 우수한 ROR1 항체에 레고켐바이오의 차세대 ADC 원천기술인 혈중안정적 링커와 Pro PBD라는 세포독성 항암 화학 약물(Cytotoxic Chemo Payload)을 접합해 다른 ROR1 ADC와 효능과 안전성에서 차별점을 갖췄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올해 3월 런던에서 개최된 ADC 런던(World ADC London)에서 씨스톤이 발표한 비임상 데이터를 통해 경쟁사의 ADC 벤치마크 대비 적은 용량으로 우월한 종양 억제 효능을 나타냄을 확인한 바 있다.
에이비엘바이오의 ROR1 항체가 적용된 ADC 파이프라인 ABL202의 미국, 중국 및 호주 임상이 순항 중이고, ADC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지속해서 높아짐에 따라 에이비엘바이오의 신규 ADC 파이프라인 확보 및 관련 특허 등록을 위한 움직임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에이비엘바이오는 우수한 항체 기술을 바탕으로 이중항체 ADC 등 차세대 ADC 개발 전략을 구체화해 나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피노바이오는 ADC 플랫폼 PINOT-ADC™ 기술 연구와 함께 특히 페이로드와 링커 개발에 주력하는 바이오 기업이다. 표적항암제 'NTX-301' 등의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 외에도 다수의 항암물질 후보군을 연구 중이다.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9억 원으로, 전년(2억 원) 대비 350% 증가했고 영업손실은 107억 원으로 181.68% 감소했다.
올해는 상장 전 지분투자(Pre-IPO)에서 126억 원을 유치하는 등 투자 성과를 올렸다. 또한 바이오산업 기술 개발사업의 국책과제 주관연구개발기관으로 선정돼 Trop2 ADC 연구의 생산 공정을 개발 수행한다.
[바이오타임즈=김가람 기자] news@bi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