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8 06:40 (일)
구글·엔비디아, AI 신약 개발... K-바이오 ‘질 수 없지!’
구글·엔비디아, AI 신약 개발... K-바이오 ‘질 수 없지!’
  • 김가람 기자
  • 승인 2024.02.27 16: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올해 바이오 핵심 키워드 'AI'…빅테크·빅파마 잇따라 신약 개발 참전
2027년 AI 신약 개발 시장 규모 5조↑전망…국내 기업도 선점 경쟁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바이오타임즈] 세계 경제가 미래에는 AI를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글로벌 바이오·제약 시장에서도 AI를 활용한 신약 개발이 핵심 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 그란 비아'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서 기조 연설자로 나온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AI의 미래를 "앞으로 2∼3년 안에 인공지능(AI)이 디자인한 약을 병원에서 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사비스 CEO는 AI 시대가 빠르게 다가왔음을 시사하며, 지난 2018년 단백질 구조를 분석해 신약을 개발한 프로젝트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알려진 단백질 2,000억 개를 모두 분석하려면 10억 년의 시간이 걸리겠지만, 우리는 AI를 통해 1년 만에 이를 분석했다”며 "끔찍한 질병을 치료하는 새로운 약을 발견하는 데 걸리는 기간이 평균 10년에서 앞으로 몇 달 정도로 줄어들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엔비디아 젠슨 황 CEO 또한 2024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AI 혁명이 시작되고 있으며 올해가 원년이 될 것”이라면서 “생성형 AI를 통해 신약 개발과 생명공학의 패러다임이 변할 것이다”고 말했다. 덧붙여 “신약 개발은 물론 DNA 구조와 수술실 데이터까지 모두 AI와 만나고, 모든 실험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들의 말처럼 AI 신약 개발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발간한 ‘AI 뉴노멀 시대의 도래와 신약 개발’ 리포트에 따르면 AI 신약 개발 세계 시장 규모는 2022년 6억 980만 달러(약 8,000억 원)에서 매년 연평균 45.7% 성장해 2027년 40억 350만 달러(약 5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 AI 활용 신약 개발 가속화…글로벌 빅테크 기업, ‘AI’ 앞세워 신약 개발 시장 넘본다

AI 신약 개발은 구글과 엔비디아를 비롯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빅테크도 가세해 글로벌 제약사 및 유망 AI 바이오텍과 협력해 AI를 활용한 신약 개발 도전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구글은 일라이릴리와 노바티스, 엔비디아는 암젠 등과 협업해 AI 신약 개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구글의 AI 신약 개발사 아이소모픽이 일라이릴리·노바티스와 맺은 계약 규모는 각각 최대 17억 달러(약 2조 2,700억 원), 12억 달러(약 1조 6,000억 원)에 달한다.

구글은 단백질 구조 분석과 희귀질환 분석이 가능한 AI를 개발했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따르면 구글 딥마인드는 AI 프로그램인 ‘알파미스센스’를 개발해 7,100만 개에 달하는 인간 유전자 변이가 질병을 유발할 가능성을 평가하는 데 성공했다.

딥마인드 단백질 구조 예측 모델 ‘알파폴드’는 단백질 구조를 완벽하게 해석했다. 2020년 개발된 알파폴드는 당시 인간이 가진 단백질 중 약 2억 개의 구조를 파악했으며 2021년에는 36만 5,000개 이상 단백질의 3D 구조를 예측했다.

엔비디아는 신약 개발을 위한 생성형 AI 플랫폼 ‘바이오니모’를 개발했으며, 빅파마 암젠과는 신약 연구를 위한 슈퍼컴퓨터 ‘프레이야’를 개발 중이다. 해당 컴퓨터는 신약 개발 후보물질 탐색 및 단백질 구조 분석 등을 실시간으로 추행할 것으로 추정된다.

엔비디아 헬스케어 부문 부사장 킴벌리 파웰은 "엔비디아의 AI 시스템을 활용하면 데이터를 7배 더 빠르게 처리하고, 비용은 7배 아낄 수 있다"며 "AI는 2,500억 달러 규모의 신약 개발 시장을 더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해 9월 임상 AI 분야 기업 페이지와 AI 암 진단 모델 구축에 협력해 AI 활용 질병 진단 기술 개발에 나섰다. AI 기반 신약 개발 기업 UNP도 최근 미국 머크와 약 3,000억 원 규모의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 국내 기업도 AI 신약 개발 선점을 위한 ‘잰걸음’

글로벌 빅테크와 빅파마들이 AI 신약 개발 공략을 이어가는 가운데, 국내 제약사와 바이오텍도 시장의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AI를 이용해 신약후보 물질을 발굴할 수 있는 독자 시스템을 구축했다. 회사는 지난 40여 년간 신약 연구를 통해 확보한 화학물질과 신약 개발에 이용할 수 있는 화학물질의 결합체를 데이터화했다.

복잡한 화합 물질 구조에서 불필요한 정보를 분리, 제거하는 처리 과정을 거쳤고 AI가 화학물질의 정보를 바로 활용할 수 있도록 가공했다.

대웅제약은 “주요 화합물 8억 종의 분자 모델을 데이터로 바꿔 저장하고, 이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신약후보 물질을 발굴하는 AI 신약 개발 시스템 ‘데이지’를 만들었다”며 “이미 비만과 당뇨, 항암제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연구 성과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AI를 기반으로 항체 설계와 안정성 평가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어 연구팀의 시행착오가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한미약품은 바이오텍 아이젠스와 AI 신약 개발 플랫폼을 활용해 항암 분야 신규 후보물질 발굴에 속도를 높인다.

협약에 따라 아이젠사이언스가 AI 플랫폼을 기반으로 항암 후보 물질을 발굴하면 한미약품은 자체 R&D 역량을 토대로 해당 물질의 도입 여부를 평가하게 된다. 아이젠사이언스는 약물의 잠재적 표적, 작용 기전을 도출할 수 있는 전사체 데이터 기반 AI 신약 개발 플랫폼을 통해 14개의 신약 파이프라인을 개발하고 있다.

JW중외제약은 자체 기술을 바탕으로 R&D 플랫폼을 구축하고 혁신 신약 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AI 기술을 보유한 유망 바이오텍과 오픈 이노베이션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에는 독일 머크 라이프사이언스와 AI 신약 개발 관련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원료의약품 연구개발에 돌입했다.

동아에스티는 이스라엘 바이오 기업 일레븐 테라퓨틱스와 리보핵산(RNA) 기반 유전자 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일레븐이 보유한 플랫폼인 ‘테라’를 활용해 섬유증 질환용 RNA 치료제 발굴하기로 했다. 테라는 RNA 약물 발굴에 활용하는 AI 기반 플랫폼이다.

스탠다임, 파로스아이바이오 등 일찍이 AI 신약 개발에 참여한 바이오텍의 향방에도 관심이 쏠린다.

스탠다임은 국내에서 AI 신약 개발 플랫폼에 열중하는 대표적인 회사로, 현재 플랫폼 고도화를 진행하고 있다.

AI 기술로 질병을 유발하는 단백질 타깃 후보를 발굴하고, 약물의 구조를 바꾸지 않고 새로운 적응증을 찾아 약물 재창출이 가능한 ‘스탠다임 애스크’와 신규 물질 도출 목적의 ‘스탠다임 베스트’가 핵심 플랫폼이다. SK케미칼과 한미약품, 삼진제약, HK이노엔 등 제약사와의 공동연구로 5종류의 적응증을 대상으로 12개 후보물질을 연구 중이다.

파로스아이바이오는 AI 신약 개발 플랫폼 ‘케미버스’를 활용해 희소 질환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이 회사가 개발하는 ‘PHI-101’은 급성 골수성 백혈병을 대상으로 글로벌 임상 1b 상을 진행 중이며, 재발성 난소암 치료제로는 국내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 “AI 활용으로 신약 개발에 투입되는 시간과 비용 획기적으로 절감할 것”

AI 기술은 이제 거의 모든 산업 영역에서 생산성 향상을 위해 투입되고 있다. 특히 바이오산업은 첨단 AI 기술이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분야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신약 개발 초기 단계부터 AI를 활용하면 투입되는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신약 개발은 통상 후보 물질 탐색-후보 물질 도출-전 임상-제1~3임상 시험-허가 검토 및 승인 단계를 거친다. 이 과정에서 AI를 사용하면 임상시험 단계에서도 최적의 신약후보 물질을 탐색 및 제시할 수 있으며, 임상시험 설계 단계에서 발생하는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빅테크와 빅파마오와 더불어 국내 전통 제약사 및 바이오텍이 앞다퉈 AI 신약 개발 사업에 뛰어드는 이유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신약 개발에 필요한 평균 기간은 15년, 비용은 3조 원에 달한다. AI를 활용하면 개발 기간은 7년, 비용은 6,000억 원 규모로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신약 개발 과정에서 AI의 장점을 활용하면 시간과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다”면서 “AI 기술 발전으로 특정 부분 치료제가 아닌 치료제 전역에서 앞으로 더 효율적인 신약 개발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오타임즈=김가람 기자] news@biotimes.co.kr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