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고혈압·위장질환 유병률로 신규 시장 개척 필수 루트…통합 의약품청 기대↑
국내 제약바이오사가 파머징마켓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국내를 넘어 해외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내는 가운데 ‘떠오르는 제약 신흥 시장’, 이른바 파머징마켓으로 성장세를 이어간다. 머징은 제약(Phamacy)과 신흥(Emerging)의 합성어로 중동·중남미·동남아 등 신흥 제약시장을 의미한다.
새로운 기회 찾기에 열을 올리는 K-제약바이오 기업에 파머징 지역의 경제성장에 따른 시장 확대와 인구 고령화, 의료 수요 증가 등은 큰 기회요인을 제시하고 있다. 국내 기업 진출 현황 및 각 시장별 전망을 알아봤다(편집자 주).
◇급성장하는 중남미 파머징…K-제약바이오, 블루오션으로 떠올라
[바이오타임즈] 중남미가 동남아에 이은 새로운 파머징 시장으로 부상 중이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신규 시장 개척을 위한 필수 루트로 중남미 국가를 주목하고 있다.
업계는 중남미권에서 나타나는 고혈압·위장질환·뇌전증 유병률 증가를 시장 주목 이유로 분석한다. 브라질의 소화성 궤양용제 시장 규모는 2020년 기준 연간 약 8,000억 원 규모로 전 세계 6위에 해당한다. 또, 멕시코인 40%는 고혈압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며 관련 의약품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이뿐만아니라 600만 명 이상의 뇌전증 환자 중 절반 이상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2021년 전 세계 의약품 시장 매출이 전년 대비 10.5% 성장한 데 비해 중남미 의약품 시장 매출이 전년 대비 12.9% 늘며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인 시장으로 꼽았다.
또한 중남미 통합 의약품청 개설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어 시장에서의 반향이 점차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에 따르면 6월 16일 콜롬비아 보고타에 모인 아르헨티나, 브라질, 칠레, 콜롬비아, 쿠바, 멕시코의 의약품 규제기관 책임자들은 ‘라틴아메리카 및 카리브해 의약품청(AMLAC)’의 창설에 동의했다.
이들이 내건 목표는 AMLAC를 통한 효과적이고 양질의 의약품·의료기기에 대한 제조를 지원하고, 지적 재산에 대한 유연성을 높임으로써 의약품·의료기기에 대한 자급자족 강화다.
중남미 각국은 곧 미국 워싱턴 DC에서 AMLAC 설립 관련 회의를 개최하고 실무 그룹 구성 등에 나설 예정이다. AMLAC를 통해 의약품 허가 등이 진행되면 개별 국가별 허가 절차를 밟을 때보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현지 진출 과정은 더욱 수월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의약품 시장 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지난해 중남미 의약품 시장 규모는 연간 약 72조 원 규모로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바이오협회는 ‘중남미 헬스케어 시장 규모 및 동향’을 통해 중남미 주요 3개국(멕시코, 브라질, 칠레)의 제약시장은 2024년까지 연평균 멕시코가 2.2%, 브라질이 5.8%, 칠레가 6.7%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남미 겨냥' 파머징마켓 진출 본격화한 기업은?
지속적인 의약품 시장 성장세와 통합 의약품청 개설 기조에 대웅제약, SK바이오사이언스, HK이노엔, SK바이오팜, 셀트리온헬스케어, GC녹십자 등 다수의 국내 기업들이 중남미 시장 진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대웅제약은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의 글로벌 시장 확대와 ‘펙수클루’, ‘엔블로’ 등 자체개발 신약 효과 등으로 최근 2년간 수출이 200% 이상 성장했다. 2020년 448억 원이었던 수출액은 2022년 1,348억 원으로 증가했고, 올해는 1,485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출시된 대웅제약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 신약 펙수클루는 국내 출시 1년도 안 돼 필리핀, 에콰도르, 칠레 등 3개국으로부터 허가를 받았다.
특히 칠레의 품목허가 여부는 중남미 국가에서 품목허가 기준으로 삼는 사례가 많아 향후 중남미 시장 진출은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올해 5월 출시된 엔블로는 올해 초 시장 규모 2조 원에 달하는 브라질과 멕시코 두 국가의 당뇨 시장에 진출했다. 계약 규모는 기술료 포함 1,082억 원 규모로, 올해까지 빠른 허가 절차를 거쳐 내년 하반기 현지 출시를 목표하고 있다. 나보타는 브라질과 칠레, 페루에서 판매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자체개발한 수두백신 ‘스카이바리셀라’로 중남미 국가에 본격 진출했다. 칠레, 멕시코 등 중남미 국가에서 보건당국 품목허가도 진행 중에 있다.
올해 2월에는 세계 최초로 개발한 4가 세포배양 독감 백신 ‘스카이셀플루4가 프리필드시린지’에 대해 칠레 공공보건청으로부터 최종 품목 허가를 획득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스카이셀플루가 중남미 국가에서 품목허가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칠레를 시작으로 SK바이오사이언스는 중남미권 내 스카이셀플루 허가 국가를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HK이노엔은 지난 2018년 중남미 대형 제약사인 ‘라보라토리어스 카르놋’과 페루를 포함한 중남미 17개국을 대상으로 ‘케이캡정’ 완제품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최근 중남미 의약품 시장 규모 2위인 멕시코에 본격 출시됐으며 페루에서도 품목 허가를 받았다. 현재 다른 중남미 국가들에서도 허가 절차를 밟는 중이다.
SK바이오팜은 뇌전증 혁신 신약 ‘세노바메이트’의 중남미 내 상업화를 예고했다.
중남미 지역 내 세노바메이트 출시 및 판매를 담당하게 된 유로파마는 중남미 전역에 판매망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노바메이트는 유로파마를 통해 브라질, 멕시코 등 중남미 17개국에 판매될 예정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램시마’는 브라질에서 2년 연속 연방정부 입찰에 성공하는 등 2022년 기준 84%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처방 1위를 지속하고 있다.
‘트룩시마’ 또한 공격적인 입찰 전략으로 70% 이상의 독보적인 점유율을 달성했다. 최근에는 브라질에서 피하주사제형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SC’를 출시했다.
지난해 11월 브라질 위생감시국(ANVISA)에서 램시마SC에 대한 판매 허가가 이뤄진 이후 약가 등재 등 필수적인 업무들을 진행하고 정부 기관 소통을 지속하며 제품 상업화에 집중하고 있다.
GC녹십자는 지난 6월 브라질 현지 파트너사인 블라우와 면역글로블린 혈액제제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을 2028년 6월 29일까지 5년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브라질은 지난 2022년 기준 면역글로블린 시장규모는 약 3,536억 원에 달하는 큰 혈액제제 시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남미 파머징 시장은 1인당 의약품 소비액은 적지만,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는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바이오타임즈=김가람 기자] news@bi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