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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킨슨병, 역분화 만능 줄기세포와 AI로 맞춤 치료 가능해진다
파킨슨병, 역분화 만능 줄기세포와 AI로 맞춤 치료 가능해진다
  • 정민아 기자
  • 승인 2023.08.16 17: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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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英프랜시스 크릭 연구소, 파킨슨병 환자의 개인별 질병 하위 유형 예측 프로그램 개발
파킨슨병 치료, 환자 개별의 병리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 접근’ 방식 사용
원인 미상의 파킨슨병 환자가 속한 분자 세포적 하위 유형별로 진단, 개인별 맞춤 치료 가능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바이오타임즈] 전 세계 약 1,000만 명이 앓고 있는 파킨슨병(Parkinson‘s disease; PD)은 대표적 퇴행성 뇌 질환의 하나로, 발병 원인은 정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다만, 뇌의 흑질 부위에서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분비하는 신경세포가 서서히 소실되어 도파민 부족으로 인해 느린 동작, 떨림, 강직 및 보행 장애 등의 운동 증상과 인지기능 저하, 정신과적 증상 등의 비운동 증상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킨슨병 치료제 개발은 질환의 발병 원인이 명확하지 않고, 임상에서의 어려움 등으로 높은 투자 비용 대비 성공 확률은 매우 낮다. 최근 파킨슨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던 유수의 기업들이 좋지 않은 결과를 잇달아 발표하면서 파킨슨 치료제 기술 확보에 대한 해외 기업들의 수요가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의 치료법들은 도파민 신경 세포의 소실을 되돌리거나 늦추지 못해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 증상이 악화하기 때문에 약물 및 수술적 치료는 증상에 대한 완화 효과만을 제공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파킨슨병 같은 만성 퇴행성 뇌 질환의 경우, 생존 환자의 뇌세포에 직접 접근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뇌 질환 환자의 세포 데이터를 토대로 환자 질병의 메커니즘 하위 유형을 인공지능으로 예측하는 것은 시도된 바가 없다.

지금까지 파킨슨병의 치료는 환자 개별의 병리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확률에 기댄 ‘일률적 접근’ 방식을 사용해 왔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병리적 원인과 치료 방법 사이의 불일치로 인해 치료 효과를 향상하기 어려웠다.
 

고속-대용량 이미징 시스템을 통해 촬영된 환자 역분화 만능 줄기세포 유도 신경 세포의 예 (핵: 파란색, 미토콘드리아: 빨간색, 리보좀: 초록색). 전체 사진을 8 X 8 로 슬라이스 한 후 각각의 조각 이미지. b. 예측 결과를 보여주는 오차 행렬 (Confusion Matrix).(사진=KAIST)
고속-대용량 이미징 시스템을 통해 촬영된 환자 역분화 만능 줄기세포 유도 신경 세포의 예(핵: 파란색, 미토콘드리아: 빨간색, 리보솜: 초록색). 전체 사진을 8 X 8 로 슬라이스 한 후 각각의 조각 이미지. b. 예측 결과를 보여주는 오차 행렬(Confusion Matrix).(사진=KAIST)

◇KAIST·英프랜시스 크릭 연구소, 파킨슨병 환자의 개인별 질병 하위 유형 예측 프로그램 개발

이러한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인공지능으로 파킨슨병 맞춤형 치료 가능성을 제시했다. KAIST 뇌인지과학과 최민이 교수 연구팀은 영국 프랜시스 크릭 연구소(Francis Crick Institute)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파킨슨병 환자의 개인별 질병 하위 유형을 예측하는 인공 지능 기반의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15일 밝혔다.

이 플랫폼은 파킨슨병 환자의 역분화 만능 줄기세포(hiPSC)에서 분화된 신경 세포의 핵, 미토콘드리아, 리보솜 이미지 정보만 학습해 파킨슨 환자의 병리적 하위 유형을 정확하게 예측한다.

이번 논문은 영국 Medical Research Council (MRC)와 대교-KAIST 인지 향상 연구센터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국제 학술지 ‘네이처 머신 인텔리젼스(Nature Machine Intelligence, IF = 25.8) 8월호에 출판됐다(논문명: Prediction of mechanistic subtypes of Parkinson’s using patient-derived stem cell model).

연구팀에 따르면 파킨슨병은 진행성 신경 퇴행 장애로 임상 증상뿐만 아니라, 기저 병변에서도 상당한 수준의 개인 간 차이를 보이는 질환이다. 유전적 결함과 파킨슨병의 임상적 특징 간의 관계에 대한 하위 유형 분류 연구는 이전에도 있었지만, 아직 파킨슨 환자 개인의 질병 하위 유형을 실험 없이 확정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임상에선 파킨슨병을 진단받은 모든 환자가 동일 메커니즘을 통해 발병했다고 간주하고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재 의료분야에서도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질병 진단 등이 급증하고 있지만, 파킨슨병 같은 만성 퇴행성 뇌 질환은 생존 환자의 뇌세포에 직접 접근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환자의 라이브 데이터를 학습시킨 인공지능을 치료에 접목시키기가 어려웠다. 파킨슨병 환자의 임상 데이터에 머신러닝을 적용하는 시도나 건강한 세포와 환자 세포의 형질을 구분하기 위해 딥러닝을 적용한 연구는 있었지만, 이는 주로 질병 발병이나 질병 진행을 예측했을 뿐, 뇌 질환 환자의 세포 데이터를 토대로 환자 질병의 메커니즘 하위 유형을 예측하는 것은 시도된 바가 없다.
 

인공지능 기반의 파킨슨 하위 유형 예측 플랫폼: 데이터를 학습한 머신러닝 기반 클래시파이어(Classifer)는 (1) 모집단을 파킨슨 그룹과 건강한 그룹으로 나누고, 파킨슨 그룹 환자 개개인을 기전적 하위 유형에 따라 추가적으로 분류해 (2) 파킨슨병 환자들의 고유한 질병 하위 유형에 맞는 기전 특이적 효능 약물들을 매칭시킴으로써 파킨슨병 치료 효과를 개선할 수 있음.(사진=KAIST)
인공지능 기반의 파킨슨 하위 유형 예측 플랫폼: 데이터를 학습한 머신러닝 기반 클래시파이어(Classifer)는 (1)모집단을 파킨슨 그룹과 건강한 그룹으로 나누고, 파킨슨 그룹 환자 개개인을 기전적 하위 유형에 따라 추가적으로 분류해 (2)파킨슨병 환자들의 고유한 질병 하위 유형에 맞는 기전 특이적 효능 약물들을 매칭시킴으로써 파킨슨병 치료 효과를 개선할 수 있음.(사진=KAIST)

◇원인 미상의 파킨슨병 환자가 속한 분자 세포적 하위 유형별로 진단, 개인별 맞춤 치료 가능

그간 퇴행성 뇌 질환 연구에서 동물 질병 모델이 아닌 인간 질병 모델을 이용한 연구는 환자 유도 만능 줄기세포(hiPSC) 기술을 사용해 표적 신경 세포 생성함으로써 본격적으로 가능해졌다.

연구팀은 건강한 사람과 유전성 파킨슨 환자의 유도 만능 줄기세포를 신경 세포로 분화시켰다. 이렇게 분화시킨 신경 세포의 여러 소기관 중 파킨슨병의 대표적 병리 현상을 일으키는 미토콘드리아와 리보솜, 그리고 핵을 다중 라이브 이미징으로 촬영했다. 이를 통해 파킨슨병의 대표 병리 기전인 리소좀의 손상 단백질 항상성(예: 단백질 응집 축적)과 미토콘드리아 기능 감소(예: ATP 억제)를 감지할 수 있었다.

이 연구에서는 파킨슨병의 대표적 병리 하위 유형을 (1)파킨슨 유전성 돌연변이 존재 (2)단백질 잘못 접힘 현상으로 인한 시누클린 단백질 축적 (3)미토콘드리아 스트레스 (4)미토파지 (리보솜이 손상된 미토콘드리아를 제거하는 자가 포식 현상) 장애로 분류했다.

이같이 대량의 세포 소기관 이미지를 학습한 인공지능 플랫폼은 질병의 유무뿐만 아니라 질병의 하위 유형을 약 95%의 정확도로 예측할 수 있었다. 특히, 질병 하위 유형을 예측하는 데 있어 가장 핵심적인 소기관이 미토콘드리아이며, 미토콘드리아와 리보솜 네트워크 변화에 대한 정보 역시 파킨슨병 하위 유형을 결정하는 중요한 정보임을 확인했다.

파킨슨병 환자의 개인별 질병 하위 유형을 예측하는 인공지능 기반의 플랫폼은 환자별로 다르게 나타나는 파킨슨병 양상을 겉으로 보이는 발현형이 아닌 생물학적 메커니즘별로 분류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원인 미상의 파킨슨병 환자가 속한 분자 세포적 하위 유형별로 진단이 가능해져 환자 맞춤형 치료의 길을 열 수 있다. 또 이 플랫폼은 고속의 대량 스크리닝 시스템을 사용하기 때문에 병리적 하위 유형에 적합한 맞춤형 약물 개발 파이프라인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이 플랫폼은 2012년 노벨의학상 수상 기술인 유도만능줄기세포(iPSC: 성인 피부세포나 혈액에서 얻은 체세포를 태아기의 미분화 상태로 리프로그래밍한 세포. 어떤 장기 세포로도 분화가 가능)를 분화시켜 얻은 뇌세포를 사용하는 ‘접시 속 질병(disease in a dish)’ 패러다임을 활용했다. 이는 퇴행성 뇌 질환처럼 병변을 직접 얻을 수 없거나, 인간의 뇌를 정확하게 모사할 수 없는 동물 모델의 한계점을 극복할 수 있는 기술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접시 속에 배양한 자신의 표적 질병 세포를 순차적으로 이미징하면 일련의 병리적 사건을 추적할 수 있어 질병 진행에 따른 약물 반응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현재 파킨슨병을 위한 완치 치료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파킨슨 치료가 어려운 이유는 환자 개인의 병리적 하위 유형에 맞는 최적 약물 패키지를 처방하지 못해 치료 효과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성과가 환자들의 질병 하위 유형을 정확히 진단할 수 있어서 궁극적으로 ‘정밀 의학(Precise medicine)’이 가능해진다. 이는 각 개인에게 맞춤화된 치료(Personalized medicine)로 이어져 치료 효과를 크게 향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교신 저자인 최민이 교수는 “이번 연구는 실험실에서 얻은 생물학적 데이터를 인공지능에 효과적으로 학습시켜, 정확도가 높은 질병 하위 유형 분류 모델을 생성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소개했다”며, “이 플랫폼은 자폐 스펙트럼과 같이 환자 개인별 증상이 뚜렷하게 다른 뇌 질환의 하위 유형을 분류하는 데에도 유용할 것이며, 이를 통해 효과적인 치료법 개발도 가능해질 것이다”라고 연구의 의의를 설명했다.

[바이오타임즈=정민아 기자] news@bi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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