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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인지 기능, 학습 없이 뇌의 초기 무작위화 신경망에서 자발적 발생
얼굴 인지 기능, 학습 없이 뇌의 초기 무작위화 신경망에서 자발적 발생
  • 김수진 기자
  • 승인 2021.12.31 11: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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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망의 초기 구조가 갖춰진 시점에 이미 다양한 인지 기능이 발생
선천적인 인지 기능의 발생을 설명할 수 있는 최초의 이론 제시
‘초기 뇌 신경망 인지 기능의 발생’에 대해 기존의 상식과 완전히 다른 시각 제시
생물학적 지능의 발생과 진화의 원리를 이해하는데 결정적인 단서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바이오타임즈] 사람이 대상의 얼굴을 인식하는 ‘얼굴 인식 기능(Face Detection)’은 사회적 행동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인지 기능으로, 사람뿐만 아니라 원숭이나 고양이 등 다양한 동물에서 발견된다.

일반적으로 인지 기능은 학습에 의해 생기지만, 얼굴 인식 기능은 얼굴에 대한 학습을 거치지 않은 생애 초기(어린 동물)에도 갖고 있음이 관찰된다. 이에 얼굴 인식 기능 발생에 학습이 필수적인지 아닌지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켜 지금까지 학계에서 논의가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국내 연구진이 학습을 전혀 거치지 않은 뇌 신경망에서 선천적인 인지 기능이 발생하는 원리를 규명했다.
 

무작위화 신경망 구조에서 자발적으로 발생하는 얼굴 선택성을 테스트하기 위한 계산적 모델 시뮬레이션(사진=KAIST)
무작위화 신경망 구조에서 자발적으로 발생하는 얼굴 선택성을 테스트하기 위한 계산적 모델 시뮬레이션(사진=KAIST)

◇선천적인 인지 기능의 발생을 설명할 수 있는 최초의 이론 제시

카이스트(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백세범 교수 연구팀은 생물학적 뇌 신경망의 시각 경로 구조를 모사한 인공신경망 모델을 이용하여, 전혀 학습을 거치지 않은 무작위 초기화 (randomly- initialized) 신경망에서 얼굴 이미지에 선택적으로 강한 반응을 보이는 신경망 유닛들이 자발적으로 발생함을 발견했다.

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백승대, 송민 박사과정이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의 자매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 12월 16일 자에 게재됐다. (논문명: Face Detection in Untrained Deep Neural Networks)

연구팀은 인지과학 분야에서 활발히 연구돼 온 얼굴 인지 기능에 초점을 두어 뇌의 시각 신경망을 모사한 인공신경망에서의 사물 인지 기능을 시뮬레이션했다. 이를 통해 모든 연결 가중치가 무작위로 정해지도록 초기화된 심층신경망이 전혀 학습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도 얼굴 이미지를 다른 사물 이미지와 구별할 수 있음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무작위화 신경망에서 발생하는 얼굴 선택성(Face-Selectivity)이 실제 동물 실험에서 관측되는 다양한 생물학적, 인지 행동적 특성들과 매우 유사한 양상을 보이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이론적 모델 기반의 본 연구 결과가 충분한 생물학적 타당성을 가지며, 향후 뇌 신경망에서 나타나는 선천적 인지 기능의 핵심적 발생 원리를 설명하는 일반적인 이론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인지 지능의 최초 발생에 관한 연구는 뇌신경과학, 인지과학과 인공지능 분야 모두에서 중요한 주제다. 특히, 별다른 학습 과정 없이 출생 직후부터 다양한 인지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 하는 뇌의 ‘선천적’ 인지 기능은 데이터 입력을 통한 학습에 의존하는 인공신경망의 기능과 뚜렷이 구별되며, 이에 대한 이해는 생물학적 지능의 발생과 진화의 원리를 밝히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다.

또한 얼굴 인지 기능은 사회적 행동을 하는 다양한 동물 종의 어린 개체들에서 관측되며, 이 기능의 발생을 위해 외부 정보의 학습이 필수적인지는 학계에서 활발하게 논의돼왔다.
 

2. 얼굴 인식을 위해 필요한 시각적 요소의 형상화(사진=KAIST)
얼굴 인식을 위해 필요한 시각적 요소의 형상화(사진=KAIST)

◇생물학적 지능의 발생과 진화의 원리를 이해하는데 결정적인 단서 제공

연구팀은 앞서 진행했던 연구를 토대로 구축한 신경망 기능 발생 이론에 기반해, 아무런 학습을 거치지 않은 계층적 신경망의 초기 피드 포워드 연결 구조를 통해 얼굴 인지 기능이 자발적으로 형성될 수 있을 것이라 가정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수행한 심층신경망 시뮬레이션에서 얼굴 이미지를 비롯한 단순 사물의 인식 기능은 학습을 전혀 거치지 않은 초기 무작위화 신경망에서 자발적으로 발생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러한 결과는 학습이 이루어지기 전, 신경망의 초기 구조가 갖춰진 시점에 이미 다양한 인지 기능이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주며, 뇌 과학의 오랜 화두인 지능 형성의 선천성 또는 후천성(nature vs. nurture) 논의와 관련해 자발적으로 발생하는 선천적 기능 발생에 대한 이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자발적으로 형성되는 무작위적 뇌 신경망 연결 구조의 형상화(사진=KAIST)
자발적으로 형성되는 무작위적 뇌 신경망 연결 구조의 형상화(사진=KAIST)

이번 연구 결과는 동물들이 출생 직후 학습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도 기초적 인지 기능들을 수행할 수 있게 하는 ‘선천적 뇌 기능’에 대한 이해의 기초를 마련했으며 ‘초기 뇌 신경망 인지 기능의 발생’에 대해 기존의 상식과 완전히 다른 시각을 제시한다.

또한, 일반적인 인공지능 모델에서 기능을 발생시키기 위해서는 외부의 데이터 학습이 반드시 요구되는 것과 달리, 생물학적 뇌 신경망의 기능 발생과 진화는 확률적으로 생성되는 물리적 연결 구조에 의해 자발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차별된 기저 원리를 제안한다.

백세범 교수는 “이번 연구는 뇌신경과학 연구의 가장 근본적인 질문 중 하나인 선천적인 인지 기능의 발생을 설명할 수 있는 최초의 이론을 제시해 생물학적 지능의 발생과 진화의 원리를 이해하는데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ˮ라며 ”한편으로 데이터 학습 기반 인공 지능 구현의 방법과 완전히 다른 관점의 생물학적 지능 구현 원리를 정립해 현재의 인공지능 개발의 상식과 완전히 다른 시각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ˮ라고 언급했다.

[바이오타임즈=김수진 기자] sjkimcap@bi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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