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수출 급증, K-블록버스터 신약 개발 시급
[바이오타임즈]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올 상반기 기술수출액이 6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추세라면 연내 기술수출액 10조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올해 6월까지 12건의 기술수출이 체결됐고, 기술수출액은 6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3년간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기술수출 계약 규모는 2018년 5조 3,706억 원(13건)에서 2019년 8조 5,165억 원(15건), 2020년 10조 1,487억 원(14건)으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올해 상반기 기술수출액이 이미 6조 원(12건)을 넘어 역대 최고 기록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GC녹십자랩셀·제넥신·대웅제약, 1조 원 이상의 기술수출 달성
상반기 우리 제약·바이오기업 중 가장 큰 규모의 기술수출을 달성한 곳은 GC녹십자랩셀이다. 지난 1월 29일 GC녹십자랩셀은 미국에 설립한 NK세포치료제 개발 기업인 ‘아티바 바이오테라퓨틱스’가 미국 머크(MSD)와 총 3가지의 CAR-NK세포치료제 공동 개발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계약 규모는 총 18억 6,600만 달러(약 2조 900억 원)로, 이 가운데 GC녹십자랩셀로 직접 유입되는 금액은 총 9억 8,175만 달러(약 1조 980억 원)다.
CAR-NK 치료제는 면역세포의 일종인 NK 세포의 면역 기능을 강화해 암세포에 결합할 수 있도록 만들어 차세대 항암제로 주목받고 있다. GC녹십자랩셀은 이번 계약의 의미에 대해 “특정 신약후보 물질을 수출하는 경우와 달리 원천 플랫폼 기술을 수출하고, 초기 단계부터 공동 연구에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이 고무적”이라고 설명했다.
제넥신도 2월 인도네시아의 대형 제약사 칼베파르마의 자회사인 KG바이오와 11억 달러(약 1조 2,000억 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기술이전 후보물질은 면역항암제 GX-I7(성분명 에피넵타킨 알파)로, 제넥신이 코로나19 감염자의 면역세포 T세포를 증식해 질환의 중증 진행을 막고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어 코로나19 치료제로도 개발 중이다.
제넥신은 이번 기술 수출로 KG BIO 측에 아세안 국가들과 중동, 호주, 뉴질랜드, 인도, 아프리카 등의 지역을 대상으로 GX-I7의 사용권을 넘기게 된다.
대웅제약 역시 자체 개발한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 신약 ‘펙수프라잔(Fexuprazan)’으로 올 상반기 1조 원이 넘는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시작은 지난 3월 18일 중국 메이저 제약사인 양쯔강의약그룹(Yangtze River Pharmaceutical Group)의 자회사인 상해하이니(Shanghai Haini)와 3,800억 원에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이어 지난 6월 8일 미국 소화기 분야 전문기업인 뉴로가스트릭스(Neurogastrx)와 4,800억 원에 계약을 체결했고, 추가로 지분 최대 13.5% 양도, 미국 매출에 따른 로열티를 받기로 했다.
중남미 진출에도 성공했다. 대웅제약은 6월 24일 콜롬비아 바이오파스와 약 340억 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으로 바이오파스는 콜롬비아·에콰도르·페루·칠레에서 펙수프라잔을 유통·판매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된다. 이로써 브라질(860억 원), 멕시코(570억 원)을 포함한 중남미 계약 규모는 1,770억 원에 이르며, 펙수프라잔의 총 기술수출 계약 금액은 현재까지 1조를 넘어섰다.
펙수프라잔은 대웅제약이 개발한 위식도 역류질환 신약으로, 위벽에서 위산을 분비하는 양성자 펌프를 차단하는 기전의 칼륨 경쟁적 위산 분비 억제제(Potassium-Competitive Acid Blocker) 제제다. 세계 위산분비 억제제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기존 양성자 펌프 억제제(PPI) 제제의 한계점을 극복한 차세대 위산분비억제제로 주목을 받고 있다.
◇기술수출 급증하지만,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 개발 시급
유한양행과 미국 소렌토의 합작사인 이뮨온시아는 지난 3월 중국 3D메디슨과 4억 7,050만 달러(5,400억 원)에 CD47 항체 항암신약 후보물질 IMC-002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IMC-002는 차세대 면역관문 치료 타깃인 CD47에 작용하는 약물로서, 암세포에 대한 약물 특이성과 안전성을 높여 타 약물들과 차별화된 2세대 CD47 타깃 항체로 평가받는다. 현재 미국에서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휴온스글로벌의 자회사인 휴온스바이오파마는 4월 미국 아쿠아빗홀딩스(AQUAVIT HOLDINGS LLC.)와 휴톡스에 대한 라이선스 아웃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로열티, 마일스톤을 포함해 10년간 총 4,000억 원 규모다. 현지 임상 및 허가, 마케팅, 영업은 아쿠아빗이 담당하고, 휴온스바이오파마는 국내에서 생산한 휴톡스 완제품을 공급한다.
한독과 CMG제약은 4월 싱가포르의 AUM바이오사이언스와 Pan-TRK 저해 항암신약 CHC2014에 대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총 규모는 1억 7,250만 달러이며, 한독과 CMG제약은 이를 50대 50으로 나눠서 갖게 된다. CHC2014는 TRK 단백질군을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새로운 기전의 Pan-TRK 저해 표적항암신약으로, 국내에서 임상 1상을 마친 후 최종 결과 보고서를 마무리하고 있다.
알테오젠은 지난 1월 7일 다국적 제약사 인스타파마수티컬과 재조합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ALT-B4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계약금 600만 달러에 마일스톤 기술료 최대 1억 900만 달러로, 총 1억 1,500만 달러다. ALT-B4는 히알루론산을 분해하는 재조합 효소 단백질이다. 약물이 인체 피하조직을 뚫고 들어갈 수 있게 돕는데, 이 기술을 활용하면 단백질 제제의 정맥 주사제를 피하주사제로 바꿀 수 있다.
나이벡도 지난 2월 약물전달기술의 기술수출에 성공했으나, 계약 상대방과 계약 규모는 비밀에 부쳤다.
LG화학 역시 지난 4월 중국 트랜스테라바이오사이언스와 자가면역질환 치료 후보물질 LC510225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으나, 계약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처럼 제약·바이오 기업의 기술수출 계약이 많아지면서 K-바이오의 파워가 더 강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있지만, 진정한 K-바이오의 발전을 위해서는 기술 이전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세계 시장에 신약 출시까지 이뤄져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아직도 중소기업은 물론 대형 제약사들까지도 임상 비용의 부담으로 기술이전을 목표로 후보물질 개발을 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정부가 블록버스터 신약 개발을 위해 적극적 지원을 약속한 만큼 기업들 역시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 개발을 위해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바이오타임즈=김수진 기자] sjkimcap@bi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