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17곳 중 10 곳 재도전... 바이오 IPO 추진 증가 요인
기회 불확실성으로 피노바이오·하이센스바이오 상장 예비심사 철회
[바이오타임즈] 올해 바이오기업이 잇따라 기업공개(IPO)에 도전하면서 한동안 위축됐던 바이오 업계의 투자 심리가 회복될지 관심이 모인다. 이 가운데 상당수의 기업이 IPO 재도전에 나서 눈길을 끈다.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올해 IPO에 도전하는 기업은 약 17곳이며, 상장을 한차례 이상 보류했다가 다시 도전하는 기업은 10곳에 달한다.
IPO 재도전에 나선 기업은 오상헬스케어, 쓰리빌리언, 온코크로스, 디앤디파마텍, 옵토레인, 엑셀세라퓨틱스, 엔지노믹스, 넥스트바이오메디칼, 퓨처메디신 등이다. 그 중 디앤디파마텍과 엔지노믹스는 세 번째 도전장을 던졌으며, 퓨처메디신은 코스닥 이전 상장을 결정했다.
◇IPO 포문 연 오상헬스케어 13일부터 코스닥 거래 시작
올해 IPO 첫 스타트를 끊은 회사는 진단 전문기업 오상헬스케어다. 회사는 생화학 진단, 분자 진단, 면역 진단 등 체외 진단 분야에서 다각화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성공적으로 구축했다. 2015년 메르스, 2020년 코로나19 분자 진단 시약을 개발했다.
코로나19 분자 진단 시약은 국내기업 최초로 미국 FDA 긴급 사용승인을 획득하는 등 분자 진단 및 면역 진단 분야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이 같은 기술력을 기반으로 오상헬스케어는 28년간 100여 개국, 140여 개 거래처를 확보하며 글로벌 유통망을 구축했다.
작년 3분기 누적 매출액 대비 수출 비중은 97.3%다. 특히 미국 시장이 전체 매출액의 86.6%를 차지하고 있다.
오상헬스케어는 오늘(13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지난달 21일~27일 5일간 국내외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수요예측 결과, 공모 밴드(1만 3,000원~1만 5,000원) 상단을 초과한 2만 원에 확정했다.
지난 4~5일 일반 투자자 대상으로 청약에서는 2,126대 1의 경쟁률을 기록, 청약 증가금 약 5조 2,600억 원을 확보했다.
오상헬스케어는 이번 IPO를 통해 확보한 공모 자금과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 자산으로 연속혈당측정기(CGM) 개발, 신제품 출시, 설비 자동화 확대, 바이오·헬스케어 분야에 투자할 방침이다.
◇올해 상장 기대되는 바이오·헬스케어 IPO 재도전 기업은?
AI가 의료계에 긍정적인 파급력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면서 AI 기술 기반 바이오텍인 쓰리빌리언, 온코크로스에 대한 시장 기대감이 높다.
쓰리빌리언은 AI로 유전자 변이로 인한 희귀질환을 분석하는 기술을 개발한 기업으로, 구글 ‘딥마인드’보다 높은 희귀질환 AI 분석 기술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증시 상장을 위한 기술성 평가에서 A등급을 받으며 올 하반기 상장을 위한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한국, 미국 주요 병원 등 300곳 이상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으며 지난해 매출은 약 30억 원으로 추정된다.
상장 추진 당시인 2022년 대비 3배 이상 성장한 수치다. 회사 측에 따르면 해외 매출은 50% 비중이 늘었고 특허는 35개, 논문 수 76편(SCI 기준), 매출 30억 원, 주요 병원은 300곳 이상으로 늘었다. 올해는 3배 성장한 100억 원 매출이 목표다. 금융업계 등에서 측정되는 회사 가치는 약 3,000억 원에 이른다.
온코크로스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유전자 발현 데이터(전사체)를 AI로 분석해 질병과 치료제를 연계하는 원천 기술로 AI 플랫폼 ‘랩터 AI’, ‘온코렙터 AI’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활용해 신약 개발 및 기술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주요 파이프라인인 ‘OC514’는 근감소증 등 근육 질환 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OC514의 국내 판권은 한국파마에 기술이전됐고, 현재 글로벌 임상 2상을 준비하고 있다.
온코크로스는 2021년 기술성평가에서 A, BBB 등급을 획득하고 IPO 절차를 밟았지만 시장 상황 악화로 상장계획을 철회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기술성평가에서 전문평가기관 두 곳으로부터 모두 A 등급을 획득했다.
디앤디파마텍는 GLP-1 계열 펩타이드를 활용한 만성 질환 치료제 개발 기업으로, 경구형 비만 치료제를 중심으로 주사형 NASH 치료제(DD01), 퇴행성 뇌 질환 치료제(NLY01) 등 GLP-1 기반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회사의 IPO 도전은 세 번째로, 2020년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했으나 승인받지 못했고, 이듬해에도 고배를 마신 바 있다.
항암제 개발 전문 기업 웰마커바이오는 ‘신규 타깃 발굴 시스템’을 이용해 도출된 치료 반응 예측 바이오마커 기반 혁신 신약 파이프라인을 개발 중이다. 지난 8월에는 유럽 바이오 기업에 7,000억 원 규모로 이 신약 기술을 수출하는 등의 성과로 올해 코스닥 상장에 청신호를 켰다.
이외에도 씨어스테크놀로지, 아이빔테크놀로지, 아이엠비디엑스, 이엔셀, 지피씨알, 코루파마, 웰마커바이오 등이 올해 IPO에 도전한다.
◇피노바이오·하이센스바이오 상장 예비심사 철회... 기업가치 불확실성 우려
반면 IPO에 도전했으나 상장 예비 심사를 철회한 기업도 있다. 치과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하이센스바이오도 상장 예비 심사를 청구한 지 6개월 만에 철회했다.
항체 약물 접합체(ADC) 플랫폼 전문 바이오텍인 피노바이오는 지난해 1월 기술성 평를 통과하며 코스닥 상장에 도전했으나, 대내외 변수로 인해 심사가 지연됨에 따라 상장 예비심사를 철회했다.
거시경제의 불확실성과 금리 인상 여파로 주식시장 전반의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에 회사의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어려운 상황이라 판단이라는 게 회사 측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약 개발에 장시간이 소요되는 바이오산업의 경우, 상장 심사가 지연되면 자금 조달 계획에 차질이 생길 우려가 있어 오히려 기업의 가치가 낮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지난해 말과 올 초 바이오 업계에 빅딜이 이어지면서 바이오산업의 성장 가능성이 재확인돼 IPO와 M&A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아직 미국 기준금리 인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등 완전히 시장 상황이 개선된 것은 아니라는 평가도 있다. 코로나19 여파와 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바이오산업 투자 분위기는 수년간 정체돼 있었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VC의 바이오 투자는 2021년 1조 6,770억 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2022년 1조 1,058억 원으로 감소했다. 작년 3분기까지 누적 바이오의료 분야 VC 신규 투자는 6,264억 원에 그쳤다.
[바이오타임즈=김가람 기자] news@bi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