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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루게릭병 치료제 탄생, 국내 개발 현황은?
새로운 루게릭병 치료제 탄생, 국내 개발 현황은?
  • 김수진 기자
  • 승인 2022.10.04 16: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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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밀릭스 파마슈티컬스 ‘렐리브리오’, 9월 29일 미 FDA 승인 획득
렐리브리오, 뇌와 척수의 신경세포의 미성숙한 사멸을 막는 효과 있어
일부 전문가들, 신약으로서의 임상 효능이 불충분하다는 의견 제시
국내 기업들도 개발 한창, 코아스템 ‘뉴로나타-알주’ 임상 3상 진행 중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바이오타임즈] 불치의 병이라고 여겨지던 루게릭병에 대한 희망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아밀릭스 파마슈티컬스의 근위축성측상경화증(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ALS) 치료제 렐리브리오(Relyvrio, 성분명 페닐부틸산나트륨 및 타우루르소디올)가 지난달 29일(현지 시각)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이번 승인은 아밀릭스가 2020년 9월 FDA에 임상 2상 중간 결과를 제출한 지 2년 만에 이뤄졌다.

지금까지 ALS의 치료제로 FDA의 승인을 받은 약은 프랑스 사노피(Sanofi)의 리루텍(Rilutek, 성분명: 릴루졸·riluzole)과 일본 미쓰비시다나베 파마(Mitsubishi Tanabe Pharma)의 라디컷(Radicut, 성분명: 에다라본·edaravone) 등이 있다.

두 약품 모두 병의 진행 속도를 늦출 뿐 치료 효과는 미미하다. 통계적으로 2년간 리루텍을 복용하면 생존 기간이 3개월가량 연장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화학 합성의약품으로 장기 복용 시 독성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렐리브리오, 뇌와 척수의 신경세포의 미성숙한 사멸을 막는 효과 있어

근위축성측삭경화증, 즉 루게릭병은 운동신경 세포만 선택적으로 사멸하는 질환이다. 이 병은 대뇌 겉질(피질)의 위 운동신경 세포(Upper Motor Neuron, 상위운동신경세포)와 뇌줄기(뇌간) 및 척수의 아래 운동신경 세포(Lower Motor Neuron) 모두가 점차 파괴되는 특징을 보여, 의지에 따라 움직이는 근육인 수의근을 조절하는 신경세포가 소멸해 얼굴, 호흡근 등 전신 근력 저하와 근위축이 진행적으로 일어난다.

루게릭병은 자발적 움직임이 불가능해지다가 결국 숨쉬기에 관여하는 근육인 횡경막의 운동이 멈추면서 사망에 이르게 되며, 평균 생존 기간은 발병 후 3~5년 정도로 알려져 있다. 루게릭병이란 명칭은 1930년대 미국의 유명 야구선수 루 게릭이 38세의 젊은 나이로 이 병에 걸려 사망하자 그를 기리기 위해 붙여졌다.

루게릭병의 발병 원인은 환자의 약 10%가 유전적 특징을 보이기도 하지만, 아직 정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다. 다만 루게릭병 환자 신경세포에서 퍼스(FUS) 단백질, ‘TDP-43’ 등 비정상적 단백질 응집체가 세포질에 과다하게 축적되면 신경세포가 손상되어 퇴행을 일으킨다는 것은 알려져 있다.

전 세계적으로 ALS의 발병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대체로 ▲흥분성 독성물질인 글루타민산 ▲자가면역성 발병기전 ▲자유기, 즉 SOD(Superoxide Dismutase) 효소의 유전자 돌연변이 ▲신경영양인자의 결핍 ▲운동신경세포 골격의 이상과 관련한 발병 기전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번에 FDA의 승인을 얻은 렐리브리오는 희귀성 간 질환 치료에 사용되는 소듐 페닐부티레이트(Sodium Phenylbutyrate)와 영양 보충제인 타우루르소디올(Taurursodiol) 등 두 가지 성분으로 이루어진 복합제로, 뇌와 척수의 신경세포의 미성숙한 사멸을 막는 효과가 있다.

렐리브리오는 경구용 치료제로 삽입관을 통해 투여가 가능하다. 처음 3주 동안 페닐부티르산나트륨 3g과 타우루르소디올 1g으로 구성된 릴리브리오 1포를 매일 복용하고, 이후에는 하루 두 번 1포씩 복용하면 된다.

아밀릭스는 자사의 치료제가 질병의 경과를 늦추고 사망을 지연시켰으며, 가능한 빠르게 판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FDA의 렐리브리오 승인에 대해 신약으로서의 효과가 있다는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루게릭병 환자 137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2상 결과만을 근거로 승인했기 때문이다. 실제 FDA 자문위는 지난 3월 열린 회의에서 임상적 효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6대 4로 반대 결정을 내렸었다.

아밀릭스는 그 이후로 렐리브리오의 치료를 통해 위약군과 비교했을 때 ALS 환자군의 기대 수명을 10개월 가까이 늘릴 수 있다는 새로운 분석 결과를 내놓으며 FDA 자문위원들의 지지를 확보했다.

아밀릭스는 현재 미국, 영국 등을 비롯해 12개 국가에서 ALS 환자 600명을 대상으로 대규모 임상시험을 진행 중으로, 임상 결과는 빨라도 2024년 말이나 2025년에 발표될 예정이다.
 

루게릭병의 줄기세포 치료제 '뉴로나타-알주'(사진=코아스템)
루게릭병의 줄기세포 치료제 '뉴로나타-알주'(사진=코아스템)

◇국내 기업들도 개발 한창, 코아스템 ‘뉴로나타-알주’ 임상 3상 진행 중

한편 국내에서도 코아스템, 헬릭스미스, 지엔티파마, 지뉴브 등의 기업이 루게릭병 치료제 개발에 한창이다.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 리서치앤드마켓 보고서에 따르면 루게릭병 치료제 시장은 매년 13.9% 증가해 2029년에는 1조 3,500억 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미국에서 매년 약 5,000명이 ALS 진단을 받고 현재 약 2만 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우리나라에는 약 3,000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아스템은 골수 유래 중간엽줄기세포 치료제 ‘뉴로나타-알주’의 임상 3상을 미국과 한국에서 진행 중이다. 회사는 2014년 희귀 난치성 질환인 루게릭병의 줄기세포 치료제인 뉴로나타-알주 개발에 성공하면서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줄기세포 치료제를 상용화했다. 코아스템은 최근 혁신형 제약기업 재인증 승인으로 코스닥 관리지정 종목 우려를 해소할 수 있게 된 만큼 루게릭병 임상 3상에 더욱 전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헬릭스미스는 유전자 치료제로 ‘엔젠시스’(VM202)를 개발하고 있다. 최근 임상 2a상에서 주평가지표인 안전성을 확인했다는 내용의 톱라인 결과를 발표했다. 회사는 임상 2a상에 참여한 참가자 대상으로 엔젠시스의 장기적인 안전성을 지켜보기 위한 임상 2b상을 현재 진행 중이다.

지엔티파마는 루게릭병 치료제 ‘크리스데살라진’의 임상 2상을 준비 중이다. 회사는 글로벌 전문 컨설팅 회사와 협력해 FDA와 EMA에 크리스데살라진을 루게릭병 희귀의약품으로 신청하고 임상 2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특히 알츠하이머 치매, 루게릭병의 비임상 동물실험에서 비교 약물 대비 크리스데살라진의 탁월한 약효가 입증됐고 임상 1상에서 목표 용량 대비 안전성이 검증된 만큼 신속히 임상 2상을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지뉴브도 ALS 치료제 후보물질 ‘SNR1611’(성분명 트라메티닙)의 국내 임상 1·2a상을 진행 중이다. 지뉴브는 신경세포 신생 및 항상성 강화 효능의 신약후보물질을 발굴해내는 아트리뷰(ATRIVIEW) 플랫폼을 통해 신경 신생 및 신경 보호 효과를 나타내는 저분자 재창출 신약 후보 물질인 트라메티닙 발굴에 성공했다. 회사는 전임상에서 루게릭병 질환 마우스 모델에 트라메티닙을 투여, 손상된 신경세포 안의 자가포식 활성을 회복시켜 비정상적인 단백질의 응집을 감소시켜 척수 운동신경 세포를 보호하는 효과를 확인했다. 지뉴브는 이와 같은 전임상 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2020년 7월부터 삼성서울병원을 포함한 국내 대형 종합병원 5곳에서 루게릭병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바이오타임즈=김수진 기자] sjkimcap@bi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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