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화 사회 코앞…치매 원인 밝히는 ‘뇌 조직 은행’ 중요성 커져
초고령화 사회 코앞…치매 원인 밝히는 ‘뇌 조직 은행’ 중요성 커져
  • 나지영 기자
  • 승인 2020.03.10 13: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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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선진국, 30년 전부터 뇌 기증 프로그램 운영
국내, 2016년 뇌 조직 은행 구축해 현재 3개소 운영
나라마다 치매 발병 요인 달라… 한국형 뇌 연구 자원 필요

[바이오타임즈] 전 세계적으로 인구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노인성 치매를 앓는 환자도 늘었다. 대부분의 나라는 국가 차원에서 연구를 지원하고 있으며, 뇌 조직 및 치매 관련 임상 전문가들의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사람의 뇌를 직접 연구에 활용하기는 어렵다. 이에 많은 과학자는 쥐와 원숭이 등 포유류의 뇌를 연구하며 인간의 뇌를 이해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특히 알츠하이머 치매나 자폐증, 뇌전증 등 뇌 질환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뇌를 현미경으로 살펴보고 DNA를 분석해야 한다. 이를 돕는 것이 바로 뇌 은행이다.

뇌 은행이란 다양한 뇌 질환을 앓는 환자와 가족, 또는 일반인들로부터 뇌 연구 자원을 기증받아 보존한 뒤 이를 필요로 하는 연구자들에게 제공하는 기관을 말한다. 질병관리본부 소속 국립보건연구원 뇌 질환과는 2016년 ‘치매 뇌 조직 은행 구축사업’을 시작해 현재까지 뇌 조직 은행 3개소를 운영하고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치매 환자 늘수록 사회적 부담도 커져

2018년 기준 국내 65세 이상 고령 인구 중 치매 환자는 74만 8천여 명으로, 전체 고령 인구 중 10%가 치매를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 인구의 치매 유병률은 해마다 늘고 있으며, 이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치매 환자가 많아질수록 이들을 책임질 국가 의료 예산이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기준 치매 환자 한 명당 발생하는 연간 관리비용은 약 2,095만 원이며, 고령화가 가속화되면 2025년에는 108만 명이, 2050년에는 302만 명이 치매를 앓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정부는 2008년에 시작한 제1차 국가 치매관리 종합계획(2008~2012)을 시작으로 현재는 제3차 국가 치매관리 종합계획(2016~2020)을 시행하고 있다. 이 계획은 단계적으로 진행되는데, 예를 들어 2008년에는 매년 9월 21일을 ‘치매 극복의 날’로 지정해 치매의 심각성을 알렸고, 2011년에는 치매관리법을 제정해 치매 환자를 법으로 보호했고, 2017년에는 치매 국가책임제를 시행해 국가 차원에서 치매 환자를 책임지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렇듯 나라가 본격적으로 치매 환자를 관리해 사회적, 경제적 비용을 줄이고 치매 유병률 증가를 둔화시키려면 무엇보다도 치매와 관련한 연구 및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있어야 하며, 이를 토대로 과학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국립보건연구원은 2016년부터 '치매 뇌 조직 은행 구축사업'을 추진해 뇌 조직, 임상 정보, 인체 자원 등 치매와 관련된 연구 자원을 수집하고 활용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뇌 조직 은행을 잘 활용한다면 국내에서도 유의미한 치매 연구 성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외, 국제 컨소시엄 및 네트워크 구축해 뇌 연구 진행

대부분의 선진국은 우리보다 앞서 30년 전부터 뇌 조직 은행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2019년 기준 미국을 비롯한 북미에서 83개소, 영국과 네덜란드 등 유럽에서 37개소, 호주에서 12개소의 뇌 조직 은행이 운영되고 있으며, 가까운 일본과 중국도 뇌 조직 은행을 운영해 뇌 관련 연구자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신경 병리학적 진단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나라들은 국제 컨소시엄이나 네트워크를 구축해 뇌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 중에서도 뇌 조직 은행이 연합해 뇌 조직 정보를 공유하는 브레인넷 유럽(BrainNet Europe)이 대표적이다.

해외 주요 뇌 조직 은행 컨소시엄 현황

출처: 질병관리본부
출처: 질병관리본부

 

국내, 2019년 기준 사후 뇌 기증 100증례 넘어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국내에서는 2014년부터 뇌 조직 은행 구축사업을 진행했다. 바로 다음 해인 2015년에 고려대병원을 포함한 2개의 병원이 뇌 조직 은행으로 지정되었으며, 2019년부터 서울 아산 병원 등 뇌 조직 은행을 연결해주는 뇌 조직 은행 네트워크(KBBN)를 운영하고 있다. 뇌 조직 은행에 등록된 뇌는 다양한데, 2019년 5월 기준으로 소아 뇌를 포함한 시신 뇌 자원을 100례 이상 수집했으며, 뇌 조직 은행에서 보관 중이다.

향후 국내에서 치매 연구를 활성화하려면 일단 한국형 뇌 연구 자원이 필요하다. 나라나 대륙, 언어권마다 생활양식이 완전히 달라서 치매 발병 요인도 조금씩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는 국내 치매 환자의 특성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어 연구 진행이 더딘 상황이다. 앞으로는 생전 임상 정보와 사후 병리 정보를 한 번에 대조해 볼 수 있는 장기 추적 조사가 진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치매 진단 기술 역시 개선해야 할 요건이다. 치매가 무서운 것은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한 때보다 수십 년 전부터 뇌에 아밀로이드가 축적되기 때문에 임상 진단이 정확하지 않은 경우가 더러 있다. 따라서 장기추적조사 시스템을 구축하고 치매 진단 기술을 강화해 정확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현재 국내에서 운영 중인 치매 뇌 조직 은행 3개소는 뇌 연구 자원 수집만 하는 건 아니다. 은행별로 특성화를 개발해 뇌 부검 레지스트리 구축, 뇌 영상을 활용한 치매 진단 표준화, 체액 바이오 마커 기반 치매 진단 표준화 등 다양한 연구를 수행 중이다. 또한, 뇌 기증 희망자를 받고 동의서 획득, 혈액 검사, 신경 심리 검사, 뇌 영상 검사 등을 실시하고 있다.

이렇게 수집된 뇌 연구 자원은 국립 중앙 인체 자원 은행에 맡겨져 치매 연구자들에게 제공된다. 정부는 이 과정을 통해 국내 치매 연구 활성화를 이뤄낼 계획이다. 향후 연구가 성공적으로 활성화된다면 치매 국가책임제의 가치를 제고하고 정책 수립의 근거 마련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타임즈=나지영 전문기자] jyna19@bi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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