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표 찍는 보톡스 ‘균주 전쟁’, 무엇을 남겼나
마침표 찍는 보톡스 ‘균주 전쟁’, 무엇을 남겼나
  • 정민아 기자
  • 승인 2020.07.03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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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톡스 VS 대웅제약 햇수로 5년째 공방
오는 7월 6일 ITC 예비 판결 예정돼
강화된 균주 등록제도, 전수조사 가능성도

[바이오타임즈] 메디톡스와대웅제약의 균주 논란은 2016년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가 기자회견을 통해 대웅제약 나보타의 균주 출처 의혹을 제기하면서 공식화되었다. 이후 4년 동안 두 업체는 수백억 원의 소송비용을 들여 국내외를 오가는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였다. ‘균주 전쟁을 통해 한국 보톡스 업계가 얻은 것과 잃은 것은 무엇일까? ITC 예비 판결을 앞두고 한국 보톡스 시장의 현황과 과제를 점검해 본다.

 

메디톡스 VS 대웅제약 분쟁의 역사

대웅제약은 2014년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를 출시했다. 그런데 선두주자인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이 균주를 불법 취득했다고 주장하면서 균주 논란이 불거졌다. 메디톡스에 따르면 메디톡스를 퇴사한 전 직원이 대웅제약으로 이직하면서 보툴리눔 균주와 보툴리눔 톡신 제제 전체 제조공정의 기술문서를 절취해 대웅제약에 제공했다는 것이다.

메디톡스의 메디톡신균주는 미국 위스콘신 대학과 미국 앨러간, 한국 메디톡스만 보유하고 있는 A 하이퍼(Hall A hyper) 균주로 알려져 있다. 메디톡스는 전체 염기서열 370~380만 개 중 대웅제약이 공개한 독소와 관련한 12912개의 염기서열이 모두 메디톡신과 일치한다며 균주 도용으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수사는 무혐의로 내사 종결됐지만 메디톡스는 전체 염기서열을 공개하자며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출처: 메디톡스 홈페이지, 대웅제약 홈페이지
출처: 메디톡스 홈페이지, 대웅제약 홈페이지

이에 대웅제약은 보툴리눔 균은 모두 독소를 생성하기 때문에 이 기능에 관여하는 유전자들은 개체마다 큰 차이가 없다며 균주의 출처가 달라도 독소 단백질의 염기서열이 일치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또한 나보타의 균주는 경기도 용인시 인근 마구간 토양에서 추출한 다른 균주라고 주장했다. 반면 메디톡스는 홀 A 하이퍼 균주는 포자를 형성하지 않기 때문에 자연 상태에서 발견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균주 논란은 메디톡스가 20176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 법원에 지적 재산권 반환과 관련하여 소장을 접수하면서 법정 싸움으로 번졌다. 오렌지카운티 법원은 한국 법원에서 따져봐야 할 내용이라며 국내로 공을 넘겼고, 201710월 메디톡스는 다시 국내 법원에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대웅제약이 나보타로 전 세계 최대 보톡스 시장인 미국 진출을 서두르자 메디톡스는 201712월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품목허가신청(BLA) 승인 거부 시민청원을 냈다. 20191월에는 미국 앨러간과 함께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대웅제약과 미국 에볼루스를 제소하면서 법정 공방은 ITC 소송으로 확대되었다.

메디톡스의 파상공세에도 승기는 대웅제약 쪽으로 기울었다. 미국 오렌지카운티 법원에 제기했던 소송은 20184월 결국 각하되었고, 국내 민사 소송은 아직 진행 중이지만 소송 중에 진행된 포자 감정시험에서 대웅제약의 균주는 포자를 형성했다. 소송에서 메디톡스가 밝힌 대로 “Hall A hyper 균주는 보톨리눔 균주 가운데 내생포자를 형성하지 않는 유일한 균주라면 대웅제약의 균주는 메디톡스와 다른 균주라는 것이 증명된 것이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의 감정시험 조건은 매우 이례적인 것이며, 동일한 조건에서 진행했을 때 자사의 균주도 포자를 형성했다고 반박했지만 그 동안의 일관되게 포자를 형성할 수 없다고 주장한 것을 볼 때 바뀐 입장은 신뢰를 얻기에 역부족이었다.

FDA 역시 메디톡스의 시민청원에도 불구하고 201921일 대웅제약의 나보타(미국 제품명 주보) 미국 판매 허가를 승인했다. FDA는 답변서를 통해 메디톡스가 인용한 대웅제약의 공식 진술에서 허위성을 의심할만한 부정행위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ITC의 예비판결, 변수는?

남은 과제는 ITC 소송 결과이다. 지난 해 7ITC 재판부의 결정으로 양사의 균주를 각사가 선임한 전문가에게 제공해 감정시험을 진행했지만, 여기에서도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은 서로 다른 분석결과를 도출했다.

나보타가 미국 시장에 출시된 이후로는 방어에 주력한 초반과 다르게 대웅제약의 공격이 거셌다. 대웅제약은 균주 논란을 시작한 메디톡스의 균주가 홀 A 하이퍼 균주가 맞는지 역으로 의문을 제기했고 ITC 소송을 마무리한 후 메디톡스에게 무고의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원래 ITC의 예비판결은 6, 최종판결은 10월로 예정되어 있었지만 대웅제약이 추가로 제출한 메디톡스의 국내 불법 행위와 관련한 자료가 증거로 채택되면서 예비판결은 오는 76, 최종판결도 1달 늦춰진 116일로 결정됐다.

예비판결이 미뤄진 사이, 지난 618일 식약처는 메디톡신 일부 제품에 대해 품목허가 취소 처분을 결정했다. 메디톡스는 같은 날 저녁 이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및 처분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시장 퇴출 하루 전, 대전지방법원은 메디톡스가 제기한 가처분 신청에 대해 판단하는 기간 동안 식약처 처분 효력을 일시적으로 정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일각에서는 법원의 결정으로 식약처의 품목허가 취소가 ITC 소송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들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온다.

ITC 소속 변호사(Staff Attorney)인 한국계 브라이언 구 변호사가 지난 3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를 사용하고 있다는 의견을 재판부에 제출한 것도 변수다. ITC 소속 변호사의 발언은 판사가 꼭 수용할 의무는 없지만 어느 정도 소송에 영향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브라이언 구 변호사가 최근 사고로 돌연 사망했다. 최근 들어 ITC의 예비판결이 최종판결에서 번복된 경우는 전무한 상황이기 때문에 예비판결에 모든 시선이 쏠리고 있지만, ITC 소속 변호사 교체로 이번에는 예비판결과 최종판결이 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종판결에 새로운 변호사의 의견이 영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출처: 픽사베이(Pixabay)
출처: 픽사베이(Pixabay)

끝없는 소모전.. 웃는 앨러간

국내 보톡스 시장의 규모는 연간 14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해외 시장 규모도 계속 증가세로 한국무역통계진흥원에 따르면 세계 보톡스 시장은 2020년에 50억달러(한화 약 6조원)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유망한 분야인 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균주 전쟁은 표면적으로는 보툴리눔 톡신 균주 출처에 관한 분쟁으로 보이지만, 전 세계 시장에서 최대 규모를 차지하는 2조원의 미국 보톡스 시장을 둘러싼 사건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후발 주자인 대웅제약은 미국 시장을 먼저 개척해 해외에서 입지를 다지려고 하고, 국내 점유율에서는 앞서지만 미국 진출은 한 발 늦은 메디톡스가 이를 저지하려는 싸움이라는 분석이다.

이러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만큼 예비판결 결과에 따라 한 쪽은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소송비용으로 메디톡스는 지난해 178억원, 올해 1분기 100억원을, 대웅제약은 지난해 210억원, 올해 1분기에 137억원을 지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양사 모두 출혈이 만만찮은데, ITC 판정이 진행 중인 국내 민사소송에 영향을 준다면 그 후폭풍과 승소한 쪽에서 제기할 엄청난 손해배상청구 등 추가적인 지출도 클 것으로 보인다.

특히 메디톡스의 경우 식약처의 품목허가 취소처분 문제도 얽혀있기 때문에 ITC 소송에서 패소한다면 결정타를 맞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대웅제약 역시 ITC가 메디톡신의 손을 들어줄 경우, 그 동안 공들여온 미국향 수출 전선에 이상이 생길 수밖에 없다. 최악의 경우 미국 수출이 중단될 수도 있는 문제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이 무려 5년에 걸쳐 원색적인 비난까지 주고받는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동안 업계 전체의 이미지 실추는 물론 보톡스 업계의 장기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또한 메디톡신의 품목허가 취소를 이끌어 낸 공익신고도 되짚어봐야 할 부분이다. 메디톡스의 불법행위는 처벌받아야 마땅하고, 메디톡신의 사례로 식약처의 의약품 관리·감독 체계가 재정비된다면 물론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공익신고자인 전 메디톡스 직원은 대웅제약으로 이직한 상태이며 공익신고가 균주 전쟁중에 제보되었다는 점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업계에서는 국내 경쟁사의 미국 진출을 막겠다고 앨러간과 손을 잡은 메디톡스를 비판하며 두 업체의 균주 논란이 오히려 앨러간의 미국 시장 방어에 도움을 줬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앨러간은 메디톡스의 협력 관계로 알려져 있지만, 20139월 메디톡스의 액상형 보툴리눔 톡신 제제인 이노톡스를 도입한 후 2022년에야 상품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메디톡스가 세계 최초로 액상형 톡신 제제를 개발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직접 미국 진출을 타진했다면 그 시기가 훨씬 앞당겨졌을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ITC 소송으로 대웅제약의 미국 수출에 브레이크를 걸고, 기술도입으로 메디톡스의 미국 진출까지 늦춘 앨러간의 고도의 전략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낳고 있는 실정이다.

출처: 픽사베이(Pixabay)
출처: 픽사베이(Pixabay)

균주 허가제 무엇이 달라지나

균주 논란의 배경에는 자세한 획득 경위 없이 균주가 발견된 물건이나 위치만 기재해도 승인받을 수 있었던 우리나라 균주 등록제도의 허점이 존재한다. 그 동안 각국의 관리 체계를 놓고 비교했을 때 위험한 보툴리눔 톡신 균주에 대한 우리나라의 관리 기준이 턱없이 낮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보툴리눔 톡신은 보툴리눔 균이 만들어내는 신경독소로 현존하는 독소 중 가장 독성이 강하다. 맹독인 복어독(테트로도톡신)보다 3만 배 강력하며 보툴리눔 톡신 1g으로 100만 명이 사망할 수 있어 화학무기로 사용될 위험도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의 경우 보툴리눔 균주를 미국 질병관리본부(CDC)와 식품의약국(FDA)에 등록할 때 균주 출처는 물론 균주를 사용할 기업의 전문성, 균주 등록자의 범죄 이력과 정신감정까지 따져서 허가한다.

간단한 균주 신고 절차는 물론 국내 보톡스 시장을 활성화하는데 기여했을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 보툴리눔 톡신 제품 제조 허가를 획득한 업체는 메디톡스, 휴젤, 대웅제약, 휴온스, 파마리서치바이오, 종근당, 한국비엔씨, 한국비엠아이, 제테마 등 9곳이다.

이 중 균주 도입 출처와 염기서열을 모두 공개한 업체는 제테마 뿐이다. 일부 기업들은 균주 출처 및 기원을 토양’, ‘부패한 통조림’, ‘축산 농가의 소 분변’, ‘설산등으로 명시하고 허가를 받았다. 산소에 노출되면 살 수 없는 절대 혐기성 세균인 보툴리눔 균을 일상적으로 발견했다고 하지만 아무도 획득 경위를 따져 묻지 않았다. 기재된 균주 출처에 대한 별도의 현장 검증도 없었다. 이런 식이면 제2, 3의 균주 전쟁이 언제 다시 발발해도 이상하지 않다.

다행히 지난해 9월 질병관리본부가 고위험병원체 분리신고 시 신고서 외 분리경위서를 제출하도록 시행규칙을 개정하면서 보툴리눔 톡신 균주 등록·관리 체계가 개편되기 시작했다. 작년 12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개정안에 따라 지난 64일부터 규제기관에 신고의무만 있었던 보툴리눔 톡신 균주등록제도가 허가제로 바뀌었다. 생물테러감염병 병원체 보유 시 복지부 장관의 사전 허가를 맡도록 하고 고위험병원체 분양 시 신고 규정을 신설, 복지부에 현장조사 실시 권한을 부여하는 게 개정안의 골자다. 이를 위반하고 균주를 보유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등의 처벌을 받는다.

또한 강화된 규제는 기존 업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난 4월부터 개정·시행된 약사법 76조에 따르면 균주등록제도가 개정되기 전에 등록을 마쳤다 할지라도 부정한 방법으로 진행했을 시 이에 대한 취소와 처벌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존 등록 업체에 대한 전수조사에 들어가거나 약사법이 소급 적용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당장은 법 개정이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겠지만, 강화된 제도와 관리 체계가 자리 잡으면 보톨리눔 톡신 균주 출처 및 품질 논란을 일단락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높아지고 있는 세계 시장의 문턱을 넘기 위해서도 국내 시스템의 상향 조정은 꼭 필요한 부분이다.

미국 앨러간의 제품명인 보톡스가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고유명사로 쓰일 만큼 보톡스 시장에서 앨러간은 독보적인 존재이다. 하지만 한국 보톡스 시장은 국내 업체들이 시장점유율을 역전시키며 앨러간을 밀어내고 주류로 자리잡았다. 여기에 멈추지 않고 2013년에는 메디톡스가 이노톡스의 기술을 보톡스 원조 회사인 앨러간에 역수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투명하고 철저한 균주 관리가 바탕이 된다면 토종 보톡스의 돌풍은 계속될 수 있을 것이다.

 

[바이오타임즈=정민아 기자] sturzrege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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