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과학자 “코로나19, 중국 정부 작품”···전문가들은 ‘갸우뚱’
홍콩 과학자 “코로나19, 중국 정부 작품”···전문가들은 ‘갸우뚱’
  • 양원모 기자
  • 승인 2020.09.21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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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미국 망명한 전 홍콩대 공중보건대 연구원 옌리멍, 논문 통해 주장
사스(SARS)와 구조 유사, 중국서 발견된 박쥐 바이러스와 염기서열 일치 등 주장하며 ‘코로나19 중국 기원설’ 제기
과학계 반응은 회의적...“논문, 확증되지 않은 주장으로 가득 차 있어”

[바이오타임즈] 홍콩 출신 바이러스학자가 “코로나19는 중국 정부 작품”이라며 이를 뒷받침할 논문까지 공개했지만, 학계 반응은 싸늘하다. 논리적 비약이 많고 근거가 부실하다는 평가다. 해당 학자가 속한 단체를 놓고도 논란이 불거진다. 미국 내 대표적인 반중(反中) 단체인 ‘법률 사회 및 법치 재단(Rule of Law Society & Rule of Law Foundation, ROLS)’ 소속으로, 단체 성향에 비춰볼 때 폭로 배경에 ‘정치적 목적’이 깔려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출처: Pixabay)
(출처: Pixabay)

“코로나19 돌기 단백질, 인위적 조작”...논문 공개에도 과학계는 ‘싸늘’

지난 14일 동료 평가(Peer review) 전 논문 게재가 가능한 사이트 ‘제노도(Xenodo)’에 범상치 않은 논문 한 편이 올라왔다. 제목은 ‘코로나바이러스가 자연 진화보다는 수준 높은 연구소에서 조작됐음을 시사하는 게놈의 일반적이지 않은 특성과 가능한 조작 방법에 관한 상세 기술’로 지난 4월 중국 정부 감시를 피해 미국으로 망명한 전 홍콩대 공중보건대 연구원 옌리멍(閻麗夢) 박사가 쓴 것이었다. 

A4 26쪽 분량 논문에는 중국 정부의 바이러스 제작설에 힘을 싣는 3가지 근거가 제시됐다. △코로나19의 게놈 염기서열이 중국 군사 연구소(충칭 3군의학대, 난징사령부 의학 연구소)에서 발견된 박쥐 코로나바이러스와 비슷하다는 점 △코로나19의 돌기 단백질이 2003년 유행한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닮았다는 점 △코로나19의 돌기 단백질에서 세포 감염력을 높이는 부분(퓨린 분절 부위)이 인위적으로 조작된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옌 박사의 논문 공개는 정해진 수순이었다. 그는 지난 11일 영국 ITV 토크쇼 ‘루즈 우먼(Loose women)’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코로나19가 우한 수산물 시장에서 최초 발생했다는 보도는 중국 정부의 연막작전”이라며 “코로나19가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에서 만들어졌다는 과학적 증거를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폭로 예고 4일 만에 행동으로 옮긴 셈인데, 과학계에서는 회의적인 반응이 나온다. 이유가 뭘까. 

옌리멍 박사의 논문 표지(출처: Zenodo)
옌리멍 박사가 14일 제노도에 발표한 논문 표지(출처: Zenodo)

학계에선 ‘혹평, 비판’ 일색...트위터, 옌 박사 계정 삭제하기도

지난 16일 미국 시사 주간지 뉴스위크는 옌 박사의 논문에 대한 미국과 유럽 과학자들 반응을 소개했다. 대부분 혹평과 비판 일색이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의 진화생물학자 조나단 아이젠 박사는 “이 논문은 확증되지 않은 주장으로 가득 차 있다”고 깎아내렸고 영국 베스대 미생물 발병학 전문가 앤드루 프레스턴 박사는 “현재 상태로는 어떤 신뢰성도 갖고 볼 수 없다”며 판단을 유보했다. 

일부 전문가는 논문 내용을 정면 반박했다. 캐나다 맥매스터대의 바이러스학자 아린제이 배너지 박사는 ‘코로나19 입자의 퓨린 분절 부위가 인위적으로 조작된 것처럼 보인다’는 주장에 대해 뉴스위크에 “자연 속 모든 DNA 염기서열에는 분절 부위가 있다”며 “코로나19 입자에 분절 부위가 있다는 게 중국이 (코로나19)를 만들었다는 근거는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미국 워싱턴대 진화생물학자 칼 버그스트롬 교수도 “(옌 박사의) 논문은 게놈 염기서열의 객관적 증거에 근거하지 않았다”며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도 학계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 트위터는 지난 16일 “운영 원칙을 위반했다”며 옌 박사의 계정을 삭제했다. 자세한 설명은 없었지만 옌 박사의 ‘코로나19 중국 정부 제조설’을 가짜 뉴스로 판단해 계정을 삭제했다는 게 유력하다. 페이스북도 옌 박사가 지난 5월 폭스뉴스와 진행한 코로나19 관련 인터뷰 영상에 “독립적인 팩트 체크 기관에서 거짓이라고 판단한 코로나 정보가 반복되고 있다”는 주의 표시를 붙였다. 

옌리멍 박사 (출처: 유튜브 채널 '에포크타임즈' 캡처)
옌리멍 박사 (출처: 유튜브 채널 '에포크타임즈' 캡처)

폭로 배후에는 반중, 극우 세력이?

옌 박사가 활동하는 단체를 놓고도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옌 박사와 저자 3명은 논문에서 소속 단체로 ‘법치사회&법치재단(Rule of Law Society & Rule of Law Foundation, ROLS)’이라고 적었다. 이 재단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캠프 수석 보좌관 출신인 극우 전략가 스티브 배넌과 중국 고위층의 비위 의혹을 폭로하다가 미국으로 도피한 부동산 재벌 궈원구이(郭文貴)가 2014년 설립한 반중(反中) 및 극우 단체다. 

이 때문에 폭로의 진실성을 의심하는 시선도 있다. 실제로 옌 박사가 지난 4월 미국으로 건너온 뒤 3개월간 두문불출하다가 처음 인터뷰에 응한 곳도 극우, 보수 성향으로 유명한 폭스(Fox) 뉴스였다. 당시 그는 “대유행 몇 주 전부터 코로나19의 사람 간 가능성을 확인하고 상부에 경고했지만 무시당했다”며 중국 정부의 코로나19 고의 은폐 의혹을 제기했으며 지난 15일 폭스 뉴스 ‘터커 칼슨 투나잇’에서도 비슷한 주장을 반복했다. 

과학계는 코로나19의 인위적 탄생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지난 2월 전 세계 과학자 30명은 영국의 유명 의학 저널 ‘란셋(Lancet)’에 코로나19 유전체 조작설에 근거가 없음을 확인하는 공동 성명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바이오타임즈=양원모 기자] news@bi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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