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살아남았다"···코로나 19 ‘생존자’ 박현 교수 투병기
"나는 살아남았다"···코로나 19 ‘생존자’ 박현 교수 투병기
  • 정민아 기자
  • 승인 2020.08.24 0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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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후유증 알린 ‘부산 47번 환자’
완치 후 가슴 통증, 만성피로, 단기 기억상실 등 겪어
후유증 정보 절대 부족···완치자 관리에 관심 가져야

[바이오타임즈] 지난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본격화된 지 벌써 반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최근 들어 일일 신규확진자가 세 자릿수로 폭증하며 재유행의 조짐이 보이자,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19일 0시부터 수도권의 방역 조치를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로 강화했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확진자 내 누적된 격리해제 인원도 22일 0시 기준 14,169명에 달한다. ‘완치’된 그들은 무사히 일상으로 돌아갔을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은 나의 맥박 소리”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22일 일일 신규확진자 수는 332명. 지난 이틀간 연속 300명대를 넘어서며 확산세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신천지 발 집단감염 사태 때 발생한 3월 8일 일일 신규확진자 수 367명에 이어 166일 만에 최대 규모를 기록했지만, 주변에서 이런 심각성을 느끼기는 힘들다. 코로나19 사태가 예상외로 너무 장기화하여서일까. 사람들의 반응은 “다시 마스크를 좀 잘 쓰고 다녀야겠다” 정도.

지난 19일부터 사회적 거리 두기가 2단계로 격상되며 수도권의 PC방이 문을 닫자, 젊은 층 사이에는 “지하철을 타고 천안 PC방에 가서 게임 중이다”는 인증샷도 종종 등장한다. 집단 감염이 발생한 사랑제일교회와 연관성이 없으면 위험이 적고, 젊고 건강한 사람은 코로나19에 걸린다 해도 감기처럼 가볍게 지나가거나 증상 없이 금방 회복된다는 인식 때문이다.

‘부산 47번 환자’로 알려진 스페인 바르셀로나 라몬유 대학의 박현 교수도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 중 하나였다. 코로나19는 “매주 4~5일 헬스클럽에서 운동하고, 건강 식단을 섭취하고 금연하며, 술을 거의 마시지 않고, 손을 자주 씻고, 손 세정제를 지나치게 사용하고,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가 1명도 없는 청정지역에 거주하는” 박 교수에게 큰 위협이 되지 못했다. 그는 부산대 특강을 위해 지난 2월 초 미국을 거쳐 고향인 부산에 입국한 후 갑자기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코로나19가 그의 일상을 완전히 바꿔 놓자 박 교수는 과거의 안이했던 인식을 “바보스러운 자만”이었다고 자책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코로나19의 심각성을 느끼고 감염을 피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온전치 않은 건강 상태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증상에 대한 기록을 남기기 시작했다.

부산 47번 환자였던 박현 교수는 코로나19에서 회복한 자신의 경험을 다른 이들과 공유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기록을 남기고 있다. (출처: 박현 본인 제공)
부산 47번 환자였던 박현 교수는 코로나19에서 회복한 자신의 경험을 다른 이들과 공유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기록을 남기고 있다. (출처: 박현 본인 제공)

그의 투병기가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코로나19 후유증에 대해 외신과 진행한 인터뷰가 언론에 소개되면서부터다. 하지만 박 교수가 처음 코로나19에 대한 기록을 남긴 것은 증상이 발현되기 시작했던 지난 2월 25일이다. 박 교수는 보건소와 선별진료소 검사에서부터 입원 과정, 의료진과의 대화, 코로나19의 증상, 복용한 약의 효과와 부작용, 치료 과정, 격리 해제 후 겪고 있는 후유증에 이르기까지 최대한 많은 내용을 최대한 상세히 적었다. 그리고 자신의 확진자 번호였던 ‘부산47’이라는 이름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그동안의 기록을 공유했다.

 

건강한 사람도 면역력 떨어지면 감염될 수 있어

무리한 운동으로 잠깐 컨디션 난조를 겪던 시기, 건강한 성인 남성인 박 교수의 몸에 코로나19가 침입했다. 이 지독한 신종바이러스는 면역력이 떨어진 그 짧은 시기를 놓치지 않았다.

그가 처음 겪은 증상은 피곤할 때 흔히 겪는 아주 가벼운 목 간지러움과 물을 마시면 바로 없어지는 사소한 마른기침 정도였다. 그마저도 금방 사라졌다. 그다음 찾아온 것은 가슴근육이 약간 당기는 정도의 불편함과 가슴이 살짝 눌리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다음 날, 갑자기 호흡곤란이 발생했다.

부산 대동병원 야외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기다리던 중에도 호흡곤란이 찾아왔다. 박 교수는 이날 호흡곤란으로 기절하면서 땅바닥에 머리를 부딪쳐 피가 나는 상처를 입기도 했다. 2월 말은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되기 전이라 양성으로 확진 받은 지 10시간 만에 박 교수는 음압 병동에 입원할 수 있었다.

아직 코로나19의 치료제는 개발되지 않았다. 박 교수가 복용할 수 있었던 것은 의료진이 “치료제가 없어서 부작용을 감수할 수밖에 없지만, 살아남기 위해서는 유일하게 그나마 줄 수 있는 약”이라며 처방해 준 약이 전부였다.

박 교수가 겪은 코로나19의 주요 증상은 가슴 통증과 호흡곤란, 기침, 인후통, 고온, 오한, 충혈, 피부 건조 등이었다. 산소공급을 받으면서 호흡하기가 조금 더 나아지기는 했지만, 가슴 통증은 심했고, 체온은 약간의 미열이 있었을 뿐 높지 않았다고 한다. 약을 먹은 후에는 부작용 때문인지 가슴과 배가 불에 타는 듯 뜨거워지는 증상이 나타났다.

다행히 약으로 인한 심각한 부작용은 더 나타나지 않았고, 좋았다 나빠지기를 반복했지만 상태는 호전되기 시작했다. 2차례의 코로나19 검사가 음성이 나오면서, 그는 완치 판정을 받았다. 퇴원하기 전 이틀 동안 피부건조증뿐 아니라 온몸에 보라색 반점이 생기고 건선과 피부가 보라색으로 변했으나, 퇴원 때 바로 사라졌다. 그렇게 부산 47번 환자는 ‘완치자’가 되어 집으로 돌아왔다.

 

퇴원 후 5개월 반이 넘었지만 여전한 후유증

박 교수가 퇴원한 직후인 3월에는 극심한 피로, 호흡곤란, 가슴 통증, 충혈, 피부가 검붉게 보라색으로 변하는 증상이 계속 나타났다. 10분 이상 서 있으면 호흡이 힘들었고, 계단 오르는 것이 예전보다 너무 숨이 찼다. 그리고 입원 때는 겪지 못했던 두통을 가끔 겪기 시작했다.

4월 들어 잠깐 상태가 나아지는 듯했으나 4월 말부터 다시 상황이 나빠졌다. 입원 당시 약을 먹은 후 나타났던 가슴과 배가 타는 듯한 증상이 발생하기 시작했고, 두통과 호흡곤란도 약간씩 겪기 시작했다.

출처: 부산47(박현 교수) 페이스북
출처: 부산47(박현 교수) 페이스북

그러나 이미 ‘완치자’인 그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은 없었다. 질병관리본부 대표번호에 전화를 걸었지만, 코로나19 완치자라는 사실을 밝히면 증상을 말하기도 전에 ‘감기니까 집에 있으라’는 답이 돌아왔다. 보건소에서 권유한 코로나19 재검사를 받았지만, 결과는 음성이었다. 후에도 몇 차례 보건소와 병원을 찾았지만 후유증에 대한 정보를 찾을 수 있는 곳은 없었다.

코로나19는 감기처럼 완치되니 체력과 면역력을 길러 이겨내기만 하면 된다는 인식이 팽배한 상황에서, 결국 그는 스스로 후유증에 대한 정보를 찾아 관리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 이탈리아, 중국 등 해외언론에서 나오는 후유증 관련 기사들에는 박 교수와 비슷한 후유증을 겪는 사람들이 많았다.

박 교수는 해외 의료기관에서 나오기 시작한 후유증에 대한 보고서를 파악하고 외국에 있는 의사 친구들에게 조언을 얻었다. 미국 보고서를 통해 그가 겪는 역류성 식도염이 입원 당시 복용한 치료 약의 위장 관련 부작용과 일치한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박 교수는 후유증에 대한 현재 상황이 “코로나19 초기, 전혀 알지 못하는 새로운 바이러스에 대해 언론과 정부가 상반되는 정보를 제공하던 시기”와 같다고 표현했다.

5월 초에는 2주 정도 지독한 두통이 찾아왔다. “어떤 날은 뒷골이, 어떤 날은 머리 오른쪽이, 어떤 날은 머리 왼쪽이, 어떤 날은 정수리가 쪼개지는 것처럼” 아팠다. 갈수록 집중력이 떨어지고 조금 전에 했던 것도 기억 못 하는 단기 기억 상실 증상이 나타나 박 교수를 괴롭혔다.

‘완치’라는 말에 박 교수 역시 “얼마간 집에서 요양하면 체력이 나아질 것”이라고 착각했다. 하지만 퇴원 후 150일 중에 그가 편하게 잠들 수 있었던 날은 단지 3일뿐이었다.

 

코로나19 후유증과 회복 환자 관리 절실한 때

코로나19에 대해 우리가 가장 정확하게, 또 많이 받는 정보는 확진자 통계에 관한 것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어느 지역에 확진자가 발생했는지 문자를 받고, 날마다 일일 신규·누적 확진자가 몇 명인지 통계 수치가 발표된다.

물론 모두가 예방을 위해서 필요한 노력이다. 하지만 마치 1등을 목표로 시험을 보는 아이처럼 단순히 확진자를 몇 명 이하로 낮춘다는 ‘숫자’가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아무리 확진자 수가 많아도 그 경고가 피부에 와닿지 않으면, 오히려 코로나19를 치명적이지 않은 병으로 여기게 만들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지금도 우리가 예방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는 코로나19가 처음 확산하던 시기와 별반 다르지 않다. 마스크와 손 소독제를 꼭 사용하고, 체온을 잴 것. 하지만 코로나19 증상은 환자마다 전혀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박 교수처럼 고열을 겪지 않는 예도 있다.

코로나19 경증·무증상 환자를 격리 치료하기 위해 개소한 생활치료센터 (출처: 서울대학교병원)
코로나19 경증·무증상 환자를 격리 치료하기 위해 개소한 생활치료센터 (출처: 서울대학교병원)

젊고 건강했으나 감염된 여러 사례와 코로나19의 무서운 증상 및 회복 후에도 이어지는 후유증에 대한 현실적인 정보를 수집하여 가감 없이 제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람들의 경각심이 높아질 때, 코로나19의 진정한 예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환자 본인마저도 혼동을 일으키게 하는 ‘완치자’라는 용어도 ‘회복자’ 또는 해외 언론에서 주로 사용하는 ‘생존자’라는 용어로 정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완치 판정을 받고 퇴원한 지 벌써 5개월 반이 지났지만, 박 교수는 여전히 여러 가지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가슴과 배의 통증, 만성피로, Brain Fog로 인한 집중력 저하, 두통, 피부질환, 우울증, 단기 기억상실 등의 증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없어지며 그를 괴롭히고 있지만, 가장 힘든 것은 체력이 떨어지거나 독한 약의 부작용일 뿐 ‘완치’되어서 후유증은 없다는 보건당국의 반응이다.

그나마 해외 후유증 관련 보고를 찾아볼 수 있고, 외국에 의사 친구가 있는 박 교수의 상황은 나은 편이다. “생전 처음 보는 증상들이 나타나는데 이를 설명해 줄 사람도 없는 상황”인 완치자가 대부분이다. 완치 판정을 받고도 후유증을 겪고 있는 환자 중에는 여기저기 정보를 찾다 박 교수의 SNS를 보고 그에게 연락을 취하는 경우도 있었다.

약의 부작용과 바이러스에 의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그들은 ‘증상이 단기적인지 장기적인지’도, ‘회복 가능할지 더 나빠질지’도 알 수 없다. 다른 완치자의 증상을 공유하며 나만 겪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에 위로받고, “그럼에도 살아남았다”는 감사와 예전과 같은 생활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으로 버티고 있을 뿐이다.

이미 영국, 이탈리아, 중국 등은 정부 차원에서 코로나19 회복자들의 체계적인 후유증 관리를 시작했다. 미국에서도 코로나19 회복자들의 후유증 전담 병원과 의료보험 미가입자들을 위한 국가 의료보험 시스템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도 누적 확진자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회복 환자들의 삶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바이오타임즈=정민아 기자] news@bi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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