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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변형 식품, 믿고 먹어도 괜찮을까 
유전자 변형 식품, 믿고 먹어도 괜찮을까 
  • 양원모 기자
  • 승인 2019.11.08 13: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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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소비자 67.6% “GMO 안전하지 않다” 응답… 학계는 GMO 유해성 판단에 신중
1995년 미국 몬산토의 ‘라운드 업 레디’로 GMO 개념 대중화… 보통 아그로박테리움법으로 GMO 제조
빌 게이츠 “GMO, 완벽하게 건강에 이로워”… GMO 찬반 떠나 ‘GMO 없는 밥상’ 피하기 힘들어

[바이오타임즈] 유전자 변형 식품(GMO)에 대한 대중과 학계의 인식 차는 극과 극을 달린다. 1994년 미국 생명공학기업 칼젠(Calgene)이 최초의 GMO인 ‘무르지 않는 토마토’를 출시한 지 25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GMO를 향한 대중의 시선은 부정적이다. 여론조사 기관 엠브레인에 따르면 2017년 국내 소비자 67.6%는 “GMO가 안전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반면 학계는 GMO의 유해성에 대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출처: Pxhere
출처: Pxhere

GMO 제조, 이유는 달라도 ‘목표’는 하나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는 유전자 재조합 기술로 생산된 농산물과 이를 원료로 하는 식품이다. LMO, LGMO라고도 한다. 1995년 다국적 식량 기업 몬산토(Monsanto)가 자사의 제초제 ‘라운드업(Round Up)’에 내성을 지닌 유전자 변형 콩 ‘라운드업 레디’를 출시하면서 개념이 대중화했다. 몬산토는 라운드업 레디로 매년 수십억 달러를 쓸어 담으며 GMO 시장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현재는 독일 제약회사 바이엘에 인수된 상태다. 

기업들이 유전자 변형을 시도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그러나 목적은 하나다. ‘슈퍼 작물’을 만드는 것. △독한 제초제를 뿌려도 끄떡없는 콩(라운드업 레디) △비타민A 전구(驅物)물질인 베타카로틴이 풍부한 쌀(황금쌀) △해충에 저항성을 지닌 옥수수(슈퍼 옥수수) 등이 자연 발생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인간이 옥수수의 조상인 테오신테(Teosinte)를 옥수수로 개량하는 데 걸린 시간은 1만년으로 추정된다. 

GMO는 일반적으로 식물 침투 능력이 뛰어난 ‘아그로박테리움(Agrobacterium)’이라는 미생물을 통해 만들어진다. 먼저 특정 미생물에서 가뭄에 잘 견디는 유전자를 분리하고 해당 유전자를 아그로박테리움에 이식한다. 이어 이 아그로박테리움을 식물에 감염, 재배한 뒤 유전자가 변형된 식물을 선발한다. 이외에도 고압가스로 식물 안에 특정 유전자를 밀어 넣는 ‘입자총법’ 등이 유전자 변형에 활용된다. 

주요 GMO 농산물 (출처: 식품안전나라)
주요 GMO들 (출처: 식품안전나라)

GMO가 기형아를 발생시킨다?  

GMO 반대론자들은 GMO의 안전성을 들어 퇴출을 주장한다.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2000년 알레르기 유발 단백질 검출로 대규모 리콜을 시행한 ‘스타링크’ 옥수수 사태, GM 섭취 동물들에게 발생한 장기 기형 등 사건 사고도 GMO를 향한 불신을 키우는 데 한몫했다. 한국도 GMO에 대한 반감이 상당한 나라다. 2017년 문재인 당시 대선 후보 공약 가운데 하나가 함량에 관계없이 GMO 여부를 표시하도록 하는 ‘GMO 완전 표시제’였다. 

일각에선 GMO가 기형아의 원인이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대표적인 사례가 아르헨티나 차코주(州)다. 현지에서 콩 생산지로 유명한 이곳은 1996년부터 몬산토의 GMO인 라운드업 레디로 콩 재배를 시작했다. 그런데 20여년 뒤 과학자들이 추적 조사를 해보니 이 지역의 소두증, 전신 마비 등 기형아 출생 비율이 GMO 재배 전보다 3~5배 늘어났다는 것이다. 원인은 세계보건기구(WHO)가 발암 물질로 지정한 글리포세이트 때문이었다. 

글리포세이트의 정식 제품명은 ‘라운드업’. 앞서 언급됐던 몬산토의 제초제 이름이다. 반대론자들은 라운드업 레디로 재배한 GMO 콩에 글리포세이트가 기준치 이상 함유돼 있으며 이것이 기형아 발생의 주요 요인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글리포세이트는 전 세계 법정에서 유독성이 인정돼 보상금으로 수천억을 쏟아붓고 있다. 다만 이에 대해선 GMO 자체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별개로 다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빌 게이츠 (출처: Wikemedia)
빌 게이츠 (출처: Wikemedia)

“GMO 식품은 완벽하게 건강에 이롭다”

GMO를 가장 반기는 곳은 기업계다. 안전성, 효율성 등 모든 면에서 기존 식품보다 낫다는 입장이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립자는 2018년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Reddit)’에 “GMO 식품은 완벽하게 건강에 이롭다”며 “사람들이 비(非) GMO 식품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게 실망스럽다. GMO는 제대로만 감독하면 전 세계 기근과 영양 결핍을 해결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과학계는 GMO의 유해성 판단에 조심스럽다. 단 GMO의 유해성을 입증할 확실한 근거가 아직 없다는 점에서는 의견이 일치된다. 2013년 프랑스 캉대학 연구팀이 과학저널 ‘네이처’에 “몬산토의 GMO 옥수수를 2년간 먹은 쥐가 그렇지 않은 쥐에 비해 종양과 장기 손상이 더 많이 발생했다”는 논문이 발표돼 전 세계적으로 GMO의 유해성 논란에 불이 붙는 듯했지만, 편집부가 ‘결론 도출 과정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논문을 철회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에 따르면 2015년 한국의 GMO 수입량은 약 1023t(톤)으로 이 가운데 20%가 식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GMO를 향한 찬반을 떠나 ‘GMO 없는(Non-GMO) 밥상’을 찾기가 쉽지 않은 셈이다. 청와대는 2018년 GMO 완전표시제 국민 청원이 20만명을 돌파하자 같은 해 12월 ‘GMO 표시제도 사회적 협의체’를 출범시켰지만 협의 과정에서 8개 시민단체가 참여 중단을 선언하는 등 내홍을 겪고 있다. 

[바이오타임즈=양원모 기자] news@bi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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