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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량수입 GMO 대체, 유전자 가위로 슈퍼농작물 개발하겠다"
"전량수입 GMO 대체, 유전자 가위로 슈퍼농작물 개발하겠다"
  • 온라인뉴스팀
  • 승인 2019.11.29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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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지학 툴젠 종자연구소장
내년 1월 종자사업부 출범…사업 본격화
한지학 툴젠 종자연구소장이 27일 서울 금천구 툴젠 본사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11.27/뉴스1 © News1
한지학 툴젠 종자연구소장이 27일 서울 금천구 툴젠 본사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11.27/뉴스1 © News1

"우리나라는 OECD 가입국 중 GMO 농작물 수입을 가장 많이 하는 곳으로 꼽힙니다."

국내 바이오기업 툴젠이 종자사업에 뛰어든 이유다. 툴젠은 자사의 플랫폼 기술인 '유전자 가위'로 기존 신약뿐 아니라 새로운 농작물 개발 사업을 하기 위해 2020년 1월 종자사업부를 출범한다. 이는 기존 종자연구소를 본부로 승격, 확장하는 형태다.

가뭄에 견디는 채소, 특정 영양소가 풍부한 곡식 등의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는 유전자 삽입기술로 만든 농작물로 1990년대부터 전세계 상업화가 시작됐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GMO를 한 해 2조7000억원어치 수입한다. 국내 농산물 총생산량의 15% 수준이다.

한지학 툴젠 종자연구소장은 지난 27일 <뉴스1>과 인터뷰에서 "GMO는 우리나라에서 개발되지 않기 때문에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며 "앞으로 GMO보다 한 단계 위 기술인 유전자 가위로 만든 품종으로 이를 대체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GMO는 섭취 시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지만, 농작물의 품종 개량 등을 위해 다른 유전자를 삽입했다는 이유로 반감을 사왔다. 툴젠은 이러한 반감을 없애면서도 원가절감이 가능한 '슈퍼 농작물'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유전자를 삽입하는 대신 '유전자 가위'로 자연 속 일반적인 변이 수준에서 농작물의 일부 유전자를 바꾸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수입 GMO를 국산 농작물로 대체하겠다는 게 툴젠의 목표다.

툴젠의 유전자 가위 기술 '크리스퍼 카스9'(CRISPR Cas9)은 살아있는 세포에서 원하는 유전체 위치를 잘라 유전정보를 바꿀 수 있다. 이를 테면 주사기에 '유전자 가위' 약물성분을 담아 주입하면 유전자가위가 이동 수단인 '전달 바이러스'를 타고 세포까지 이동한다. 그 뒤 세포 속에서 특정 유전자를 잘라낼 수 있다.

한지학 툴젠 종자연구소장이 27일 서울 금천구 툴젠 본사 종자연구소에서 유전자가위 기술을 활용해 개발 중인 감자 샘플을 살펴보고 있다. 2019.11.27/뉴스1 © News1
한지학 툴젠 종자연구소장이 27일 서울 금천구 툴젠 본사 종자연구소에서 유전자가위 기술을 활용해 개발 중인 감자 샘플을 살펴보고 있다. 2019.11.27/뉴스1 © News1

◇GMO보다 연구개발 비용·시간 크게 줄여

툴젠의 자신감은 유전자 가위를 활용한 품종 개발 비용과 시간이 GMO 개발 과정보다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나온다. GMO 개발에는 1300억원 정도 투입되고 10년 이상이 소요된다. 반면 유전자 가위를 활용하면 연구개발비가 15억원으로 크게 감소하면서 개발기간이 4~5년으로 단축된다는 설명이다.  

툴젠은 이러한 품종 연구개발(R&D)과 사업을 총괄하기 위한 종자사업부를 2020년 1월 출범한다. 우선 본부 내 R&D 1·2팀(각 4명)과 사업팀(3명)을 꾸리고, 인력을 충원해 5년 내 28명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한지학 연구소장은 본부장 직함을 단다.

한지학 소장은 앞서 국내 최대 종자기업인 농우바이오에서 R&D 본부장을 역임한 인물로, 관련 분야에서 잔뼈가 굵었다. 지난해 4월 툴젠에 입사한 뒤 같은 해 10월 1일 툴젠 내 종자연구소가 설립되면서 연구소장을 맡아 현재까지 R&D에 집중해왔다.

한지학 소장은 "질병이나 기후변화에 강한 품종 그리고 영양소가 풍부한 건강기능성 품종 등 첨단 농작물을 차례로 개발할 것"이라고 사업 방향을 제시했다. 제초제에 강한 농작물도 개발 목표 중 하나다.

◇올레익산 많은 '콩' 개발 완료, 발암물질 없는 '감자' 개발 중

툴젠은 우선 1년간 R&D를 진행한 결과 여러 지방산 중 '올레익산'(oleic acid) 비율을 85%까지 높인 콩 개발을 마쳤다. 올레익산이 가장 많이 들어있는 대표 식품인 올리브(70%)보다 비중이 크다. 일반 콩이 20~40%인 것과는 더욱 차이가 난다.

올레익산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항산화, 항노화 작용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툴젠은 콩의 지방을 만드는 대사 유전자인 'FAD2'를 유전자 가위로 변이시켜 올레익산을 증가시켰다. 이러한 콩으로 만든 기름이 올리브유보다 올레익산 비중이 훨씬 커지는 것이다.  

한지학 소장은 "개발한 콩을 해외에서도 쓸 수 있도록 하려면 현지 재배가 잘 이뤄져야 한다"며 "현지 콩과 툴젠의 콩을 교배한 뒤 현지 시험재배로 적응력을 높일 수 있고, 우리 토종 콩만 현지서 재배해 높은 적응력을 확인한 뒤 툴젠의 콩을 바로 수출하는 방식도 있다"고 말했다. 한 소장은 이어 "이러한 육종과정을 앞으로 2~3년 거쳐 상품화할 것"이라며 "중앙아시아와 남미 국가 등이 현재 계획한 진출 목표 지역"이라고 덧붙였다.

툴젠은 3가지 형질 감자도 개발 중이다. 껍질을 벗겨도 갈변현상이 일어나지 않는 감자, 기름에 오래 튀겼을 때 발생하는 발암물질 '아크릴아마이드'가 발생하지 않는 감자가 있다. 그리고 감자의 독성 성분인 '솔라닌' 발생을 억제하는 감자도 있다.  

한 소장은 "2020년 말까지 이러한 감자를 모두 개발하고, 이들 형질을 합친 감자도 만들 수 있다"며 "마찬가지로 여러 시험을 한 뒤 큰 해외기업에 기술이전을 시키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어 "콩과 감자 외에도 2024년까지 여러 농작물을 개발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지학 소장은 "글로벌 시장은 이제서야 유전자 가위 기술로 새로운 농작물 개발을 시작했다"며 "툴젠은 기술에 대한 지식재산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역량이 있고, 앞으로 투자 유치를 통해 사업을 확장하며 신산업을 창출해 나가겠다"고 각오했다.

<기사출처_뉴스1>

한지학 툴젠 종자연구소장이 27일 서울 금천구 툴젠 본사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11.27/뉴스1 © News1
한지학 툴젠 종자연구소장이 27일 서울 금천구 툴젠 본사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11.27/뉴스1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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