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료 의약품 해외 의존도 상승...멀고 먼 ‘제약 자국화’
원료 의약품 해외 의존도 상승...멀고 먼 ‘제약 자국화’
  • 양원모 기자
  • 승인 2020.10.12 08: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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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이후 20%대 머물고 있는 원료 의약품 국내 자급도
수입 원료 의약품 3개 가운데 1개는 중국산...각 나라 ‘원료 자국화’ 정책 펼치는 데 한국은 전무
중국산 저가 제품 리스크도 문제... “정부 지원 뒷받침돼야”

[바이오타임즈] 완제 의약품의 핵심 성분을 구성하는 원료 의약품(API)의 해외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제약 자국화’에 빨간불 켜졌다. 중국, 인도 등 신흥 공업국의 값싼 원료 의약품에 밀려 토종 기업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국내 제약계의 원료 의약품 자급도는 2015년 이후 20%대에 머물고 있다. 자급도가 높을수록 자국 기업의 원료 의약품 생산 비중이 높다는 뜻이다. 

출처: Pxfuel
출처: Pxfuel

수입 원료 의약품 3개 가운데 1개는 중국산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최근 5년(2014~2018)간 원료 의약품의 국내 자급도는 31.7%에서 26.4%로 5%P가량 하락했다. 잠시 30%대(35.4%)를 회복한 2017년을 제외하면 대부분 20% 중후반대를 유지했다. 토종 기업들이 주춤하는 사이 신흥국의 시장 점유율은 빠르게 올라갔다. 2018년 우리나라에 수입된 원료 의약품 3분의 1(33%, 1위)은 중국산이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원료 의약품 수출국이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리서치앤드마켓에 따르면 2018년 글로벌 원료 의약품 시장 규모는 약 1,657억 달러다. 이 가운데 절반 정도(42%, 710억 달러, 수출액 기준)가 중국 기업 매출이다. 중국과 사이가 좋지 않은 인도, 미국조차 원료 의약품의 70~80%를 중국에서 수입한다. 특히 인도는 일부 항생제 원료 의약품의 경우 95~100%를 중국에서 들여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시장 제패 원동력은 ‘가격 경쟁력’이다. 선진국 근로자 절반에도 못 미치는 임금과 인구 13억 대국의 풍부한 노동력을 앞세워 중국 없이는 산업이 돌아가지 않는 상황을 만들었다. 실제로 2008년 중국 정부가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원료 의약품 공장 가동을 중단시키자 전 세계 의약품 공급에 차질이 생기기도 했다. 

인도 최대 제약사 '선 파마(Sun Pharma)' 본사 (출처:선 파마 홈페이지)
인도 최대 제약사 '선 파마(Sun Pharma)' 본사 (출처:선 파마 홈페이지)

인도, 일본은 거액 투자하는데...한국은 ‘전무’

원료 의약품의 해외 의존도 상승은 자국 제약 기업의 종속성을 높인다. 해외 기업에 국내 시장을 내줘 ‘제약 자국화’ 실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에 일부 국가는 원료 의약품의 자국 생산을 독려하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인도는 2023년까지 13억 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자국 기업의 원료 의약품 생산을 지원할 계획이며, 일본은 자국을 돌아오는 제약 기업에 20억 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한국은 원료 의약품 자국화를 위한 정책이 전무한 상황이다. 당장 2021년부터 10년간 2조 8,000억의 예산이 투입되는 국가 신약 개발 사업, 범부처 재생의료 기술 개발 사업에서 원료 의약품 관련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2019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제약산업 육성지원 시행계획’에서는 잠시 언급된다. 생산 자국화가 아닌 원료 의약품의 수출 경쟁력을 위해 유럽연합(EU) 화이트리스트 등재에 힘써야 한다는 내용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도 우려 요소다. 수출국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등을 이유로 원료 의약품 반출을 막으면 수입국 기업은 약품 생산에 차질이 빚을 수밖에 없다. 인도는 지난 4월 코로나19로 원료 수급이 어렵다는 이유로 의약품 주성분 26종의 수출을 제한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출처: 보건복지부)
(출처: 보건복지부)

‘중국산 저가 제품’ 리스크도 문제...“정부 지원 뒷받침돼야”

원료 의약품 문제의 또 다른 한 축은 ‘품질’이다.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의약품은 높은 수준의 품질 관리가 요구된다. 그러나 나라 밖에서 이뤄지는 의약품 제조 과정을 일일이 살피는 것은 불가능하다. 국산 제품을 쓰고 싶어도 가격이 발목을 잡는다. 하나둘 선택지를 지워가다 보면 중국산 저가 원료 의약품만 남는다. 많은 제약 기업이 일정한 리스크를 감수하고 중국산을 쓰는 이유다. 

이 리스크가 쌓이다 터진 게 2018년 중국산 ‘발사르탄’ 사태다. 노바티스가 개발한 고혈압 치료제 원료 의약품 발사르탄은 특허권이 만료돼 복제가 가능하다. 중국 기업들은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발사르탄 제네릭(복제약)을 국내 제약사에 공급해왔는데, 일부 물량에서 ‘NDMA(N-니트로소디메틸아민)’라는 발암 물질이 검출된 것이다. 

한 제약 업계 관계자는 “원료 의약품은 제약 주권, 제약 안보와 연결되는 사안”이라며 “당장은 힘들더라도 정부가 적극적인 지원 정책을 펼쳐 꾸준히 자급도를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바이오타임즈=양원모 기자] news@bi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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