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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이젠 진단법도 함께 개발…"메주 쑤려면 콩과 맷돌 있어야"
신약, 이젠 진단법도 함께 개발…"메주 쑤려면 콩과 맷돌 있어야"
  • 온라인뉴스팀
  • 승인 2019.09.19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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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신영기 에이비온 대표 "신약과 진단 함께 연구돼야 혁신신약 탄생"
신영기 에이비온 대표가 17일 오후 서울 구로구 에이비온 사무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9.17/뉴스1 © News1
신영기 에이비온 대표가 17일 오후 서울 구로구 에이비온 사무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9.17/뉴스1 © News1

"좋은 메주를 쑤려면 콩과 이를 갈 맷돌, 이 2개는 꼭 필요하다."

국내 바이오기업 에이비온의 신영기 대표이사(48)는 혁신 신약을 탄생시키기 위해 '신약물질'과 함께 '진단법'의 공동개발을 강조하며 이 같이 빗댔다.

신약물질과 이 약이 잘 듣는 환자를 선별하는 진단법이 연구 초기부터 동시 구축돼 있어야 임상시험은 물론, 신약허가 성공확률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로슈와 MSD 등 내로라하는 다국적제약사들도 이 같은 '동반진단' 연구개발(R&D)에 열을 올리고 있어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신 대표는 10여년 전 정부기관에 관련 연구과제를 제출하며 국내 업계에 처음 '동반진단' 용어를 알렸다. 신 대표는 신약과 진단 사이의 연관성을 잘 아는 병리학 전공의 의사이기도 하면서 현재 서울대 약대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교수직을 겸하고 있다.

신영기 대표는 "신약개발의 가장 큰 핵심은 성공률을 높이는 것으로, 무엇보다 그 약이 잘 듣는 환자 선별 작업이 중요하다"며 "신약물질 개발 초기 단계서부터 어떤 환자를 임상연구할 것인지를 구체화할 수 있는 동반진단법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액체생검 기반 진단법 개발

에이비온은 이를 위해 현재 동반진단 '키트'와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에이비온은 기존 '조직생검'이 아닌 혈액 내에서 암 발생 유무를 확인할 수 있는 '액체생검' 기반의 진단법을 택했다. 기존 조직생검 진단은 생체에 상해를 입힐 수 있고 특히 폐암의 경우 염증 유무, 암 크기나 위치 그리고 환자 상태에 따라 사용이 제한적인 반면, 액체생검은 혈액을 통해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장점을 갖는다.

그 중 에이비온의 ddPCR(드롭렛 디지털 중합효소 연쇄반응) 기반의 액체생검 동반진단 키트는 암 진단뿐 아니라 암세포 특징을 확인해 최적의 치료법을 제시할 수 있다. 즉 암세포가 약물에 반응하는지, 약물에 내성이 생겼는지, 다른 약물과 병용요법이 필요한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에이비온의 다른 진단법은 CTC(혈중순환암세포) 기반의 동반진단 시스템이다. 장비와 시약, 소프트웨어(분석 알고리즘)를 아우르는 이 시스템은 혈액 내 떠다니는 암세포를 분리, 분석할 수 있다.

이 2개 진단법을 함께 사용하면 신약물질의 치료효과 및 암 재발 여부 등을 더 정밀하게 관찰할 수 있고 환자도 선별할 수 있다는 게 신 대표의 설명이다.

신영기 에이비온 대표가 17일 오후 서울 구로구 에이비온 사무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에 앞서 사진을 찍고 있다. 2019.9.17/뉴스1 © News1
신영기 에이비온 대표가 17일 오후 서울 구로구 에이비온 사무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에 앞서 사진을 찍고 있다. 2019.9.17/뉴스1 © News1

◇c-MET 억제제 등 신약물질 개발 중…동반진단 활용해 임상

에이비온은 현재 보유한 모든 신약물질 파이프라인에 이 같은 진단법을 적용해 개발 중이다.

주요 파이프라인 중 하나인 간세포성장인자 수용체(c-MET, HGFR) 억제제 'ABN401'은 표적항암 신약물질로, 앞서 비임상을 마치고 올 7월 호주와 한국서 임상1·2상을 승인받아 현재 진행 중이다. c-MET은 활성화가 되면 암세포가 계속해서 증식과 분열을 하기 때문에 'ABN401'은 이를 억제해 암세포 성장을 저해하는 작용기전을 갖는다. 'ABN401'은 암세포 내 타이로신카이네이즈(TK) 도메인과 결합해 c-MET 신호를 모두 차단시킨다.

c-MET 억제제는 수 년간 많은 다국적제약사들이 개발 실패를 거듭해 진입 장벽이 높은 신약물질 계열로 꼽힌다. 의도치 않은 부작용이 확인되거나 임상적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저분자화학물질인 'ABN401'은 세포수준 실험을 통해 c-MET에만 98% 이상의 억제율을 보여 경쟁약물보다 선택성을 훨씬 키웠다. 회사는 오는 2020년 3분기쯤 임상1상을 마무리 지은 뒤 임상2상을 이어갈 계획이다. 그 밖에 여러 병용요법이나 다른 적응증 확대를 위한 추가 임상도 목표로 하고 있다. 임상1상 결과 윤곽이 나오면 해외 기업에 기술수출(라이선싱 아웃)할 계획이다.

신 대표는 "암이 마지막 단계에 이르면 대부분 c-MET이 발현되는 만큼 이 억제제는 광범위하게 쓸 수 있고 아직 개발되지 않은 영역인데다 병용요법 가능성도 타진돼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파이프라인 'ABN101'은 기존 다발성경화증 치료제인 '인터페론 베터'의 바이오베터다. 바이오베터는 신약과 바이오시밀러(복제약)의 중간성격으로, 기존 약보다 안정성과 약효 지속력을 키운 게 특징이다.

이를 테면, 인터페론 베터의 27번째 아미노산 염기서열 '아르지닌'을 '트레오닌'으로 바꾸면 25번째 아미노산 위치에 당사슬(당쇄)이 추가로 붙는다. 이렇게 만든 약물은 생체 안정성을 높이고 혈중 잔존기간을 늘릴 수 있다. 생산성도 높일 수 있어 약값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점 역시 기대되는 대목이다.

에이비온은 현재 'ABN101'에 대한 물질 비임상 시료 생산을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위탁한 상황이다. 그 뒤 절차인 임상시료 생산과 수출용 원료의약품 생산 계약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논의 중이다. 에이비온은 2020년 상반기 'ABN101'의 비임상을 진행하고 같은 해 하반기 임상1상 신청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역시 기술수출을 염두하고 있다.

신영기 대표는 "앞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혁신신약을 탄생시킬 수 있도록 임상개발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에이비온은 지난 2007년 설립된 '레퍼런스바이오랩'이 전신이다. 당시 신영기 대표는 서울대 약학대학에서 조직병리 실험 연구실을 담당했는데, 정부가 비정규직 관련 법을 처음 도입하면서 서울대가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던 연구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키지 못 하다 보니 우수한 연구인력 이탈을 막고자 별도 기업을 만들게 됐다.

신 대표는 서울대 의대를 1996년 졸업하고 2000년동대학원에서 병리학 석·박사를 마쳤다. 2004년부터 서울대 약대 조교수와 부교수를 거쳐 현재 서울대 약대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교수를 겸직하고 있다. 지난 2014년 코넥스에 상장한 에이비온은 2016년 기술성 평가를 통과해 코스닥 기술특례 상장을 추진했지만 당시 예비심사서 미승인을 받아 한 차례 고배를 마셨다. 그 이유는 연구개발 '진도 미흡'이었으나 최근 신약물질의 임상진입으로 이를 해소했다는 해석이다. 에이비온은 지난 달 기술성 평가를 다시 통과하고 코스닥 이전상장 재도전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에이비온은 최근 바이오헬스 전문 투자사인 에스티캐피탈과 스타셋인베스트먼트가 운영하는 '에스티-스타셋헬스케어조합 제1호 펀드'로 최대주주(지분율 25.95%)가 변경됐다. 신영기 대표는 지분율 15.57%로 개인주주로는 1대주주다.

<기사출처_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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