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업계 ‘스핀오프’ 움직임 활발...이유 살펴보니
바이오 업계 ‘스핀오프’ 움직임 활발...이유 살펴보니
  • 양원모 기자
  • 승인 2020.09.17 1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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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5월 이후 대웅제약, 헬릭스미스, 크리스탈지노믹스 등 주요 바이오 기업 스핀오프 진행 
자금 유치 유리하고 ‘선택과 집중’ 가능한 게 장점...바이오 벤처 1세대도 스핀오프 회사 많아
코로나19 영향 실패 사례도...“그래도 매력적인 카드”

[바이오타임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반사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바이오 업계에서 스핀오프 움직임이 활발하다. 영화나 드라마계에서 자주 쓰는 말인 ‘스핀오프(Spin-off)’는 기업 용어로는 특정 사업, 부서가 별도의 회사로 분리해 나가는 것을 뜻한다. 코로나19가 장기전에 돌입하면서 바이오 기업들의 스핀오프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헬릭스미스 마곡 사옥 전경 (제공: 헬릭스미스)
헬릭스미스 마곡 사옥 전경 (제공: 헬릭스미스)

올해 스핀오프 진행한 기업은 어디

17일 업계에 따르면 올 5월 이후 스핀오프를 진행한 주요 바이오 기업은 대웅제약, 헬릭스미스, 크리스탈지노믹스 등이다. 이들 외에 스핀오프를 추진하고 있거나, 추진을 계획하는 곳까지 합치면 그 수는 두 자릿수를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웅제약은 지난 5월 사내 이온 채널 신약 개발 플랫폼을 스핀오프한 바이오 기업 ‘아이엔테라퓨틱스’를 설립했다. 비마약성 진통제, 뇌 질환 치료제 및 이온 채널 플랫폼 기술 기반의 신약 파이프라인 Nav 1.7 개발 등을 전담하며 2025년 기업 공개(IPO)가 목표다. 이온 채널은 세포막 안팎으로 이온을 통과시키는 막 단백질이다. 통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헬릭스미스는 지난 14일 현물(특허권) 출자 형태로 자회사 ‘뉴로마이언’과 ‘카텍셀’을 설립했다. 뉴로마이언은 아데노 부속 바이러스(AAV) 벡터를 사용한 유전자 치료제 개발을 맡고, 카텍셀은 카티(CAR-T) 세포를 활용한 고형암 치료 신약을 개발에 나선다. AAV는 체내에서 오랫동안 유전자가 발현될 수 있도록 하는 유전자 운반체(벡터)의 하나로, 아데노 바이러스(AV)를 재조합해 만든 것이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지난 7월 섬유증 신약 개발 업체 ‘마카온’을 설립했다. 후성유전학적 타깃 물질인 CG-750을 마카온에 기술 이전해 본격적인 섬유증 신약 연구 및 개발에 나선다. 섬유증은 손상된 조직이 염증과 회복을 반복하면서 섬유성 결합조직이 과도하게 생성되는 질환이다. 아직 마땅한 치료제가 없어 시장성이 큰 분야로 평가된다. 

서정선 마크로젠 대표 (제공: 마크로젠)
서정선 마크로젠 회장 (제공: 마크로젠)

투자금 유치 쉽고 ‘선택과 집중’ 가능

바이오 기업들이 스핀오프에 앞다퉈 나서는 건 ‘자금 확보’ 목적이 가장 크다. 비상장사는 상장사보다 투자금 유치가 자유롭고 IPO를 통한 추가 투자까지 기대할 수 있다. 특정 신약에만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이른바 ‘선택과 집중’에 유리할 뿐만 아니라, 모회사로부터 독립성이 보장돼 오픈 이노베이션 추진도 수월하다. 아무래도 규모가 있는 모회사는 업무 과정도 복잡한 데다 외부 유출을 고려해 자원 공유에 인색해질 수밖에 없다. 

국내 바이오 벤처 1세대 가운데는 스핀오프 형태로 갈라져 나온 곳이 많다. 1997년 설립된 마크로젠은 서울대 의대 유전체의학연구소가 모태다. 창업자인 서정선 서울대 의대 생화학교실 교수는 과거 인터뷰에서 “국립대 안에서 새로운 연구를 과감하게 진행하는 것은 어려운 현실”이라며 “연구 주도권을 대학이 아닌 회사가 가져야 한다는 권고를 얻어 자의 반, 타의 반 회사를 만들게 됐다”는 창업 배경을 밝히기도 했다. 

당뇨병성 신경병증과 루게릭병 등 희소병 치료제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헬릭스미스(옛 바이로메드)도 서울대에 뿌리를 둔다. 1996년 설립된 헬릭스미스의 전신은 서울대 사내 벤처인 ‘바이로메디카퍼시픽’이다. 1997년 GC녹십자와 기술 협력을 시작으로 서서히 몸집을 키워나간 헬릭스미스는 창업 24년 만에 시가총액 1조 4,000억원이 넘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성공 사례만 있는 건 아니지만...“그래도 매력적인 카드”

물론 성공 사례만 있는 건 아니다. 동아ST는 스핀오프 형식으로 출자했던 대사질환 신약 개발 전문 자회사 ‘큐오라클’에 대한 흡수 합병을 최근 마쳤다. 자본금, 유동자산, 부채, 고용관계 등을 모두 승계하는 조건이다. 큐오라클이 홀로서기에 나선 지 약 1년 만이다. 예상치 못했던 존재가 발목을 잡았다. 코로나19다. 대유행 여파로 투자 시장이 꽁꽁 얼어붙으며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업계 관계자는 “신약 개발에 속도를 내야 하는 모회사 입장에서는 위험 부담을 줄이면서 R&D 유연성이 높고, 자회사 형태로 통제할 수 있는 스핀오프를 거부할 이유가 없다”며 “실패 사례도 있어 신중해야 하겠지만 (그럼에도) 스핀오프는 매력적인 카드”라고 말했다.

[바이오타임즈=양원모 기자] news@bi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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