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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AR 기술, 헬스케어 산업에서도 핵심 기술로 부상 중
VR/AR 기술, 헬스케어 산업에서도 핵심 기술로 부상 중
  • 나지영 기자
  • 승인 2020.05.08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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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AR 기술 활용 헬스케어 시장, 2023년 6조원 규모 넘어설 전망
의학 교육, 치료, 약학 모델링 등 다양한 부문에서 활용 증가
한국, 정부의 규제로 산업성장에 한계 존재

[바이오타임즈] 가상현실(이하 VR), 증강현실(이하 AR) 기술이 헬스케어 분야에 적극 활용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에만 국한되었던 VR과 AR은 최근 5G 등 기반 네트워크 활성화와 헤드셋 등의 기술 발전으로 진단, 처방, 수술을 비롯한 각종 의료 분야에 적용되는 추세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2023년 6조 1,249억 원 규모로 성장 전망...국내는 초기 단계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마켓츠에 따르면 VR/AR 기술을 활용한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2017년 기준 7억 6,290만 달러(9,349억 원)에서 연평균 36.6% 증가해 2023년에는 49억 9,790만 달러(6조 1,249억 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이에 미국과 중국은 VR/AR 의료기기 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지만, 국내는 아직 기술 상용화가 이뤄지지 못해 초기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VR/AR을 활용한 의료기술 특허출원은 1998년부터 2017년까지 277건으로, 최근 6년간 급격한 증가세를 보였다. 이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던 분야는 환자 재활 치료였다. VR/AR이 접목되는 영역은 수술이나 진단뿐만 아니라 의료인 훈련, 재활 치료, 건강 관리 등이며, 대체로 의료인력 부족으로 시달리던 분야와 관련이 깊다.

 

신약후보물질 발견에도 활용 본격화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현재 VR/AR은 헬스케어 산업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의학 교육, 자폐증 치료, 정맥 탐지, 후보 물질 탐색을 위한 약학 모델링, 정신건강 및 웰빙 등이 있다. 특히 인체 해부학을 포함한 다양한 의료 현장 교육 도구로 점차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의료 교육생들은 이를 통해 가상으로 인체를 탐구하며, 의료 과정을 보다 몰입감 있고 현실감 있게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미국의 Case Western Reserve University는 2017년 클리블랜드 클리닉과 마이크로소프와 협업을 통해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를 통해 이용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HoloAnatomy’를 출시했다. 사용자는 이를 통해 가상으로 인체 해부학 연구를 진행할 수 있다. 또한, VR 기술이 활용된 의료 교육용 시스템 ‘Osso VR’은 외과 의사의 수술 훈련을 위한 플랫폼, 콘텐츠 등을 제공해 의료기술 발전에 도움을 주고 있다.

또한, 수술 및 치료에서도 VR/AR이 많이 활용되고 있다. 특히 자폐증은 행동 분석과 치료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과 발병률 증가, 전문가 부족으로 치료가 어려웠지만, 최근 VR/AR 기술로 이러한 한계가 극복될 전망이다.

자폐증 치료와 관련해 최근 진행된 연구 결과 구글글래스를 통해 이용할 수 있는 ‘Superpower Glass Intervention’가 6세~12세 이하 자폐증 어린이의 행동 개선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 확인됐다. 이 연구는 웨어러블 디지털 기기가 자폐증을 앓는 어린이들의 행동 개선을 위해 이용된 최초의 무작위 임상시험으로, 구글 글래스와 인공지능(AI) 플랫폼, 스마트폰 앱을 결합해 표정을 감지하고 사회적 인지능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Superpower Glass는 가정에서 사용할 수 있으며 표준치료요법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보조 역할을 하는데, 최근 FDA는 Superpower Glass를 혁신 장치로 지정했다. 한편, 휴대용 정맥진단기 AccuVein은 열서명(Heat Signature) 기술을 사용해 환자의 정맥을 쉽게 찾을 수 있는 기기다. 피부에 이미지를 투사해 정맥을 보여주기에 환자의 혈액 채취, 정맥 주입, 헌혈 등 혈관에 관련된 의료 분야에 사용된다.

영국에서는 정신질환 치료에 도움을 주는 VR 임상이 진행되고 있다. 영국은 성인 4명 중 1명이 우울, 불안 등을 겪고 있어 이를 회복하려면 환자 개개인에 맞춰 접근할 필요가 있는데, 지난 2018년 2월 영국의 옥스퍼드 대학의 스핀오프 기업 옥스퍼드VR(OVR)은 영국 국립 건강 연구소로부터 4백만 파운드를 지원받아 연구에 착수했다.

증거 기반 VR 치료의 선구자로 꼽히는 OVR은 펀딩으로 진행된 GameChange 프로젝트로 독자 개발의 임상 가치를 증명한 바 있다. 이에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정신 질환 치료 분야에 혁신적인 기술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된다.

한편, VR 기술은 약물 분자의 다차원 분자 형태의 데이터를 제공해 후보물질 발견에 투입되는 연구자들의 이해를 도울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글로벌 제약 회사 Novartis가 샌디에고의 신생 기업인 Nanome와 협력해 후보물질 발견에 도움을 주는 가상 분자 모델을 설계했다. 이 기술은 리간드와 고분자 간의 상호작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시각화하여 새로운 약물 후보물질을 식별하고 설계하는 데 사용될 예정이다.

Nanome에서 제공한 플랫폼은 HTC의 오큘러스의 VR 헤드셋에서 작동한다. 특정 가상 분자 모델에서 최대 10명의 과학자가 작업할 수 있어 기존 약물 프로세스보다 시각적인 제약이 개선될 전망이다.

 

식약처, VR/AR 할용 가이드라인 발표했으나 응용부문 제한으로 실효성 떨어져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이처럼 해외에서 VR/AR을 활용한 헬스케어 산업은 성장세이지만 국내 시장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이디어를 현실로 구현하는 속도가 빨라 우리나라도 남다른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정부 정책이 시장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VR/AR 의료기기 개발에 뛰어든 스타트업들은 정부의 허가 과정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길재소프트의 ‘VR피터스’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2015년에 개발된 VR 피터스는 산모가 입체 초음파 검사를 받으면 가상현실을 통해 태아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제품이다. 길재소프트 관계자는 “산모가 초음파로 아기 얼굴을 볼 때, 초음파 화면을 와이파이를 이용해 VR 기기로 전송한다. 전송받은 태아의 특징을 추출해서 3D 형태로 구현하는 기술이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2018년 2월 식약처(식품의약품안전처)는 VR피터스를 의료기기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러한 식약처의 입장은 업계의 환영을 받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식약처가 최근 VR/AR 관련 의료기기 허가 심사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는데, 가이드라인 역시 의료기기나 소프트웨어의 허가 조건이 ‘치료, 진단, 예방, 처치’에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 관계자는 “사업 초기부터 치료 또는 진단 목적의 의료 기기를 개발하려면 의료인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 입장에서는 의사들을 고용하는 게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라며, “식약처가 VR 기술의 이해 없이 목적의 범위를 너무 좁게 해석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라고 토로했다.

사스와 메르스에 이어 최근 코로나19 사태까지 겪으며 건강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늘고 있다. 특히 VR/AR이 활용되는 분야가 다양해지고 있으며, 각 국가마다 보건의료 체계 및 헬스케어 산업에 변화가 필요한 시기이다. 전 세계적인 흐름에 맞춰 정부가 보건의료와 정보통신(IT)의 융복합을 저지하는 각종 규제를 완화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바이오타임즈=나지영 기자] jyna19@bi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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