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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약, 국내 제약계 새로운 먹거리로 뜬다
전자약, 국내 제약계 새로운 먹거리로 뜬다
  • 양원모 기자
  • 승인 2020.10.05 09: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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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신호로 장기, 조직, 신경 자극해 치료 효과 유도...부작용 적은 게 장점
신경, 조직 직접 자극하는 방식에서 비침습 웨어러블 형태로 진화 
정부·지자체, 주력 특화 산업으로 지정하고 개발 박차

[바이오타임즈] 전자약(Electroceutical)이 국내 제약계에서 새로운 ‘먹거리’ 사업으로 뜨고 있다. 전자약은 2018년 세계경제포럼(WEF) ‘10대 유망 기술’에 선정되는 등 기존 화학, 바이오 의약품을 대체할 차세대 의료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전자약을 차기 주력 산업, 특화 산업으로 지정하고 육성에 나섰다. 

합성 의약품 부작용 걱정 없고 사용 간편해

전자(Electronic)와 약품(Pharmaceutical)을 합친 말인 전자약은 전기 신호로 장기, 조직, 신경 등을 자극해 치료 효과를 내는 전자기기다. 세계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증을 받은 전자약은 2015년 엔테로메딕스의 중증 비만치료 의료기기 ‘마에스트로 리차저블 시스템(Maestro Rechargeable System)’이다. 신경 다발에 이식된 기기가 뇌에서 보내는 식욕 자극 신호를 차단해 식욕을 억제한다. 

전자약의 장점은 적은 부작용이다. 시중 의약품 대다수를 차지하는 합성 의약품은 여러 가지 화학물을 인위로 배합한 것이다. 체내 흡수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화학 반응(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19년 국내 574개 의약품에서 26만 3,000여건의 부작용이 보고됐다. 2018년(25만 7,348건)보다 2.2% 늘어난 수치다. 전자약은 합성 의약품을 쓰지 않아 부작용 비율이 낮다. 

전자약은 체내에 이식한 기기로 직접 중추신경에 자극을 가하는 초기(1세대) 방식에서, 피부 부착 등을 통해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중기(2세대)를 거쳐, 입거나 쓰는(웨어러블) 형태(3세대)로 진화하고 있다. 이마에 붙이고 있으면 전기 신호가 삼차신경을 자극해 두통을 줄여주거나(와이브레인 ‘두팡’), 목에 걸고 있으면 전기 신호가 미주 신경을 자극해 불안을 가라앉힌다(뉴로티엑스 ‘오토티엑스’). 

엔테로메딕스의 '마에스트로 리차저블 시스템' (출처: 엔테로메딕스)
엔테로메딕스의 '마에스트로 리차저블 시스템' (출처: 엔테로메딕스)

신경 신호 차단해 통증 완화...코로나19 치료 도움도

현재 시판 중인 전자약은 말초 신경이나 장기 조직을 자극하는 방식이다. 말초 신경은 중추 신경에서 발생한 감각, 운동 신호를 온몸으로 전달한다. 전자약은 이 신호를 말초 신경 단계에서 차단해 통증을 완화하거나 호르몬 양을 조절한다. 조직 자극도 비슷한 메커니즘이다. 조직 내 신경 자극을 통해 세포 활성도, 생체 반응, 재생 속도 향상을 유도한다. 

말초 신경의 한 종류인 미주 신경은 최근 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대상이다. 총 12쌍의 뇌신경에서 10번째에 해당하는 미주신경은 뇌신경 가운데 가장 복잡한 구조로 이뤄져 있으며 신체 대사에 깊숙이 관여한다. 이 때문에 여러 신경 질환의 원인이 된다. 미주 신경의 직간접적 영향을 받는 질환은 당뇨병, 류머티즘 관절염, 심혈관 질환, 비만, 배변장애(요실금 등), 천식, 우울증, 간질, 통증 등이다. 

전자약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미국 FDA는 지난 7월 일렉트로코어(electroCore)가 개발한 ‘감마코어 사파이어’를 천식 환자의 코로나19 치료 목적으로 긴급 승인했다. 이 기기는 미주 신경을 자극해 기도 수축을 억제하고 연근육을 완화해 천식 환자의 호흡이 돌아오게 돕는다. 

일렉트로코어의 ' (출처: 일렉트로코어)
일렉트로코어의 '감마코어 사파이어' (출처: 일렉트로코어)

“전자약 시장 신규 창출” 속도 내는 정부 

전자약은 지난해 정부의 혁신성장계획에서 ‘신사업, 신시장 창출’ 분야로 선정됐다. 정부는 2025년까지 연구 개발(R&D) 예산 4조원을 투입해 바이오헬스를 차기 주력 산업으로 키울 계획이다. 장기 3D 프린팅, 마이크로바이옴(미생물 유전체) 등과 함께 선도적 개발 대상으로 꼽힌 전자약은 현재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주도로 중장기 성장 전략이 수립되고 있다. 

지자체도 전자약 육성에 팔을 걷어붙였다. 경남 김해시는 지난 5월 ‘전자약 기술개발사업 과제 기획회의’를 열고 국책 연구기관, 인제대, 기업 등과 협력해 전자약 기술 개발과 산업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동남권 의생명산업 중심지’로 도약하려면 전자약 같은 특화 산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해시는 2025년까지 전국 4대 의생명 클러스터 거점 도시로 발돋움하는 게 목표다.

한 제약계 관계자는 “(전자약은)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생소한 개념이지만 미국 등 해외에서는 두통, 우울증 등 일부 질환의 치료 수단으로 상용화까지 마친 상황”이라며   “정부는 앞으로 수십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 예상되는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더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바이오타임즈=양원모 기자] news@bi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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