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너겟’부터 ‘암 조직’까지... 바이오프린팅 시대가 온다
‘치킨너겟’부터 ‘암 조직’까지... 바이오프린팅 시대가 온다
  • 양원모 기자
  • 승인 2020.07.22 15: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활동 폭 넓히는 바이오프린팅 기술... KFC, 러시아 3D 프린팅 업체와 배양육 치킨너겟 개발 착수
인공 장기 만들어... POSTEC 연구팀, 환자에게 얻은 암세포로 인공 방광암 조직 생성
최근 5년간 시장 규모 빠르게 확대... “지속적인 기술 개발 추진 필요”

[바이오타임즈] 3D 프린터로 살아있는 세포와 조직을 만드는 바이오프린팅 기술이 활동 폭을 넓히고 있다. 치킨너겟 제조부터 암 조직 생성까지 분야와 종목을 넘나든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관련 뉴스에서 자주 언급되는 오가노이드(유사 장기)도 바이오프린팅으로 만든 것이다. 

출처: Pixabay
출처: Pixabay

3D 프린터로 치킨너겟을 만든다?

지난 20일 외신에서 흥미로운 소식이 전해졌다. 세계적인 패스트푸드 체인 KFC가 러시아의 한 3D 프린팅 업체와 함께 치킨너겟 개발에 나선다는 것. 일말의 접점도 없어 보이는 두 회사를 엮여준 건 ‘배양육’이었다. 동물 줄기세포를 배양해 만든 배양육은 진짜 고기와 똑같은 맛, 식감, 영양을 자랑한다. 동물권 문제에서 자유롭고 무엇보다 생산 비용이 저렴하다. KFC는 올가을 배양육 너겟의 최종 테스트에 들어갈 예정으로 알려졌다. 

배양육은 최근 바이오프린팅 활용이 가장 활발한 분야다. 개발 초기에는 소고기, 닭고기 등 육류 배양에 국한됐지만, 최근에는 어육 배양도 활기를 띤다. 미국의 생선 배양육 스타트업 블루날루(BlueNalu)는 지난 5월 2,000만 달러(245억 원)의 시리즈 A 투자 유치에 성공하는 ‘대박’을 터뜨렸다. 시리즈 A는 시제품 개발을 마치고 출시 준비 단계에서 받는 투자금이다. 투자자들이 배양육에 거는 기대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바이오프린팅은 배양육 제조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 원심분리기로 농축한 줄기세포를 바이오잉크와 섞어 원하는 모양으로 찍어내는 것이다. 바이오잉크는 세포, 성장 인자 등 각종 생체 재료가 함유된 젤 형태의 잉크다. 배양육이 입력한 틀에 맞게 출력되면 그 위에 뿌려져 성분적 바탕이 된다. 바이오잉크는 대부분 특정 프린터용으로 제조되며 생산 업체가 적어 가격대가 높다. 

출처: Gettyimagebank
출처: Gettyimagebank

인공 암세포 생성에 코로나 연구 도움까지

인공 장기도 바이오프린팅이 활약하는 분야 중 하나다. 최근에는 인공 암세포 생성에도 성공했다. 포스텍(POSTECH) 정성준 창의IT융합공학과 교수, 신근유 생명과학과 교수 연구팀은 지난 13일 서울대병원 구자현 교수와 함께 방광암 세포를 바이오프린팅해 암의 이질성과 항암제 효과를 검증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바이오 분야 국제 학술지 ‘바이오패브리케이션’ 최근 호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실제 환자들에게 얻은 암세포를 3D 잉크젯 프린터로 층층이 출력해 방광암 오가노이드를 만들었다. 오가노이드(Organoid)는 줄기세포 등을 배양해 만든 유사 장기다. 이어 오가노이드의 세포 분열, 사멸과 관련된 단백질 발현량을 비교했다. 암세포는 서로 특성이 달라도 같은 조직에서 지낼 때가 많다. 암 치료가 어려운 이유다. 연구팀은 오가노이드별로 암 치료 효과의 차이점을 분석하고 유전자 발현율을 비교해 암의 이질성을 확인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실제 환자 암세포로 종양을 만들고 분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오가노이드는 코로나19 연구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미국 예일대 연구진은 뇌 오가노이드를 이용해 코로나바이러스의 뇌 침투를 돕는 뉴런 내 수용체를 발견하기도 했다. 오가노이드가 코로나 연구의 ‘특급 도우미’로 떠오른 건 결과의 정확성 때문이다. 동물 실험 결과는 동물과 인간의 생물학적 차이로 임상시험 결과와 일치하지 않을 때가 많다. 오가노이드는 사람 세포를 배양했기 때문에 동물 실험보다 훨씬 결과가 정확하다. 

출처: Gettyimagebank
출처: Gettyimagebank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 규모... “지속적인 기술 개발 추진 필요”

바이오프린팅 시장은 최근 5년간 공격적으로 몸집을 불리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BCC 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바이오프린팅 시장 규모는 2015년 2억 6,350만 달러(3,155억 원)에서 2021년 18억 2,320만 달러(2조 1,805억 원)로 7배 이상 확대될 전망이다. 연평균 43.9%의 성장률이다. 같은 기간 국내 바이오프린팅 시장은 40억 원에서 581억 원(산업통상자원부)으로 14배 이상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바이오프린팅을 포함, 3D 프린팅 분야에 대한 전방위적 지원을 약속했다. 정부는 지난달 22일 국무총리 주재로 정보통신전략위원회를 열고 2022년까지 연 매출 100억 이상 3D 프린팅 기업 10곳 육성, 의료기기 임상 품목 확대, 3D 프린티드 종양 칩 개발 등의 내용이 담긴 ‘제2차 3D프린팅 산업 진흥 기본계획’을 의결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2022년까지 3D 프린팅 강국인 미국 기술 수준의 85%까지 따라잡겠다는 목표다. 

해외 기업도 바이오프린팅을 미래 먹거리로 보고 있다. 미국의 의료기기 제조 업체 스트라이커(Stryker)는 바이오프린팅으로 만든 척추용 임플란트와 인공관절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고, 독일 엔비전텍(Envisiontec)은 생체적합 소재 기반 인공골조직 제작이 가능한 3D 프린터와 소재를 공급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여창민 연구원은 “3D 프린팅 기술로 질병을 극복하고 신체 조직을 재건하기 위한 연구들이 전 세계에서 활발히 수행되고 있다”며 “연구 결과에 인체에 적용되는 수준까지 이르도록 지속적인 기술 개발 추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바이오타임즈=양원모 기자] ingodzone@naver.com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