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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첫 유전자가위 치료제 美 승인, 우리나라 개발 현황은?
세계 첫 유전자가위 치료제 美 승인, 우리나라 개발 현황은?
  • 김수진 기자
  • 승인 2023.12.13 18: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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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상적혈구빈혈증 유전자가위 치료제 ‘카스거비’ 영국에 이어 미국 FDA 승인 획득
환자의 조혈모세포를 채취, CRISPR/Cas9을 적용해 돌연변이 유전자를 잘라낸 후 다시 주입
31명 중 29명이 치료제를 투여받은 후 최소 1년 동안 통증에서 벗어나
국내기업 툴젠, 세계 최고 수준의 유전자 교정 기술 보유…차세대 유전자가위 Sniper2L 개발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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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타임즈]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을 이용한 치료제가 미국에서 첫 승인을 취득하며 유전자가위 기술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8일(현지 시각) 12세 이상의 중증 겸상 적혈구 빈혈증 환자에게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을 이용한 치료제 ‘카스거비’(미국명 엑사셀)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카스거비는 유전자 가위인 CRISPR/Cas9을 적용한 유전자 편집 기술로 만들어진 최초의 FDA 승인 유전자 교정 치료제다. 이 치료제는 미국의 버텍스 파마슈티컬스와 스위스의 크리스퍼 세러퓨틱스가 공동으로 개발했으며, 앞서 지난달 16일 세계 최초로 영국에서 조건부 승인을 받은 바 있다.

겸상 적혈구 빈혈증은 헤모글로빈을 암호화하는 유전자 염기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생기는 병이다. 즉, 적혈구가 산소 공급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신체 통증 외에도 뇌출혈, 신장·심장 기능 장애 등을 초래한다. FDA에 따르면 미국에서 10만여 명이 이 병을 앓고 있으며, 아프리카계 미국인에게 가장 흔하게 발생한다. 지금까지는 정상인으로부터 조혈모세포를 이식받는 것밖에 치료법이 없다. 하지만 이 방법으로 치료 시, 평생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하며, 합병증 등 부작용이 심각해 일부 환자에게만 쓰였다.

카스거비는 환자의 조혈모세포를 채취해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헤모글로빈 생성을 방해하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잘라낸 후 환자 몸에 다시 주입한다. 투여된 줄기세포는 헤모글로빈을 포함하는 적혈구를 생성하며 일정 시간이 지나면 신체 조직에 산소 공급을 증가시켜 질병을 치료한다.

단 한 번 치료로 영구적인 효과가 유지될 것으로 기대되며, 본인의 세포를 이용하기 때문에 면역 거부 반응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겸상적혈구빈혈 환자를 대상으로 한 카스거비 임상시험에서는 중간결과가 나온 31명 중 29명이 치료제를 투여받은 후 최소 1년 동안 통증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가장 흔한 부작용은 혈소판 및 백혈구 수치 저하, 구강 궤양, 메스꺼움, 근골격계 통증, 복통, 구토, 열성 호중구 감소증(발열 및 백혈구 수치 감소), 두통 및 가려움증이었다.

카스거비가 미국에서 유전자가위 치료제로 승인을 획득했지만, 상용화까지는 난관이 많다. 우선 치료 비용만 220만 달러(약 29억 원)에 달하며, 미국 내 치료받을 수 있는 병원도 9곳에 불과하다. 또한 골수 줄기세포 채취, 유전자 가위 편집, 편집한 줄기세포 주입을 위한 화학요법 치료 같은 과정이 필요해 1년 가까이 병원 생활을 해야 한다는 점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그럼에도 카스거비의 미국 품목승인 획득으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이용한 치료제 개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프리시던스 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유전자 편집 시장 규모는 올해 80억 4,000만 달러에서 연평균 15.7% 성장해 2032년에는 299억 3,000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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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기업 툴젠, 세계 최고 수준의 유전자 교정 기술 보유…차세대 유전자가위 Sniper2L 개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유전체의 특정 DNA를 정확히 찾아 잘라낼 수 있는 교정 기술로 그동안 치료할 수 없었던 유전병의 치료제 개발 및 식량문제를 해결하는 종자 개발 등에 활용될 수 있는 원천기술이다. 특히 원핵세포에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가 작동하는 모습을 보인 공로로 UC버클리의 공동연구진이 2020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하며 이 기술은 더욱 주목받았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유전자가위 기술을 활용한 치료제 개발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도 연구개발에 있어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국내 기업 중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원천특허를 보유한 유전자 교정 전문기업 툴젠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원천기술 분야에서 UC버클리, 브로드연구소와 함께 톱 3이라 불린다.

툴젠의 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의 유전자 교정 기술에 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1세대 유전자가위 ‘ZFN(Zinc Finger Nuclease)’, 2세대 ‘TALEN(TAL Effector Nuclease), 3세대 ‘CRISPR(Clustered Regularly Interspaced Short Palindromic Repeats)/Cas9 등 3종의 유전자가위를 모두 개발했으며, 2020년 노벨화학상 수상 기술인 CRISPR 유전자가위 원천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CRISPR/Cas9 시스템을 사용한 진핵세포 유전자 교정을 증명한 세계 최초의 특허이다.

툴젠은 지난 11월 28일부터 30일까지 3일에 걸쳐 미국 보스턴에서 진행된 제4회 CRISPR 2.0 학회에서 차세대 유전자 가위 Sniper2L와 개발법인 Sniper-screen에 대해 발표했다.

툴젠의 설명에 따르면 아직까지 가장 널리 쓰이면서 높은 효능을 보이는 유전자가위는 2012년에 발표된 spCas9 유전자 가위이다. 다만, spCas9은 높은 효능을 보이는 반면, 비표적 서열에도 교정이 될 수 있는 off-target effect를 보여왔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차세대 유전자 가위 개발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지만, 현존하는 차세대 유전자 가위들은 정확도가 증가한 만큼 효능이 떨어지는 한계를 보여 왔다.

툴젠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해 효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정확도만 높인 차세대 유전자 가위인 Sniper2L과 개발법인 Sniper-screen을 개발하는 데 성공해 관련 연구성과를 특허화했고, 2023년 3월 Nature Chemical Biology 지에 관련 연구성과를 발표했다.

아울러 차세대 off-target 예측방법인 Extru-seq과 TAPE-seq 등의 연구성과를 올해 1월 Genome biology지와 Nature Communications지에 발표했다.

진코어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창업기업으로 독자적인 유전자 가위기술을 통해 유전자치료제 및 신품종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유전자 가위기술 플랫폼 기업이다. 진코어는 지난 2021년 초소형 유전자가위 기술인 CRISPR-Cas12f GE 시스템을 개발해 세계적 저널인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Nature Biotechnology, IF 54.908)에 게재했으며, 현재 다양한 초소형 유전자가위기술을 이용한 바이러스, non-바이러스 기반의 유전자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진코어는 초소형 유전자가위 기술인 TaRGET(Tiny nuclease, augment RNA-based Genome Editing Technology) 플랫폼을 기반으로 올해 1월 글로벌 제약회사와 in vivo 유전자치료제 개발을 위한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했다.

TaRGET은 CRISPR-Cas9 대비 유전자 편집 효소의 크기가 작아 AAV로 전달이 가능해 in vivo 유전자치료제 개발에 유용한 초소형 유전자가위 기술이다.

진코어는 현재까지 총 207억의 투자유치에 성공했으며, 초소형 유전자가위 기술을 기반으로 신경세포의 기능 저하에 관련된 원인 유전자를 교정하는 치료제 등을 개발 중이다.

앱클론은 미국 유펜의대와 공동으로 유전자가위를 이용한 카티(CAR-T)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앱클론은 최근 미국혈액학회(ASH 2023)에서 암에 대한 면역 저항의 원인인 BTLA 단백질과 암 단백질 CD30를 동시에 타깃하는 새로운 카티 치료제에 대해 발표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암세포의 HVEM(Herpes virus entry mediator) 단백질과 건강한 면역세포의 BTLA(B and T lymphocyte attenuator) 단백질이 서로 반응함으로써 면역세포의 치료 효과로부터 암세포가 지능적으로 회피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해당 카티 치료제 개발에 크리스퍼 캐스9(CRISPR/Cas9) 유전자가위 기술을 이용해 T 세포의 BTLA 단백질을 제거함으로써 암세포의 회피 전략을 차단하는 기술을 적용했다. 또한 카티 치료제의 표적 암 단백질로 CD30를 선정함으로써 호지킨림프종을 대상으로 치료 효과를 검증했다. 이 치료제는 종양 동물모델에서도 우수한 항암 효과를 보였다.

앱클론은 본 연구 성과에 대한 지식재산권 확보를 위해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와 공동으로 미국에 특허를 출원했으며, 추후 공동 연구개발을 확대키로 했다.

[바이오타임즈=김수진 기자] sjkimcap@bi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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