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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면역관문억제제, 드디어 미국에서 통했다
중국 면역관문억제제, 드디어 미국에서 통했다
  • 김수진 기자
  • 승인 2023.11.02 17: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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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Junshi와 미국 Coherus 공동 개발 면역관문억제제 FDA 허가 획득
전이성 또는 국소 진행성 비인두암 1차 치료 위해 시스플라틴 및 제시타빈과 병용해 승인
준시 바이오의 FDA 허가 획득으로 다른 중국기업도 미국 진출에 추진력 얻을 것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바이오타임즈] 면역항암제가 글로벌 항암제 분야에서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서 승인받기 위한 각국 기업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미국 비영리 기관인 암 연구소(Cancer Research Institute, CRI)에 따르면, 2019년 전체 면역항암제 파이프라인이 3,875건에서 2020년 약 1년 만에 4,720건으로 22% 증가했고, 최근에는 약 8,000건에 육박할 것으로 예측했다.

1943년에 개발된 최초의 항암제 ‘나이트로젠 머스터드(호지킨 림프종 치료)’를 시작으로 항암치료 분야는 꾸준히 성장했지만, 암은 현재까지도 정복되지 않은 질병이다.

항암제는 개발 시기에 따라 1세대 화학항암제, 2세대 표적항암제, 그리고 3세대 면역항암제로 나눌 수 있다.

1세대 화학항암제는 암세포 증식에 필요한 DNA나 관련 효소를 파괴하는 약물을 투여하는 방식으로, 암세포뿐만 아니라 정상적인 세포도 공격하는 부작용이 있었다. 또한, 다른 항암제에서도 발생하는 다제약제 내성 탓에 제한적인 치료만 가능했다.

2000년대 이르러 개발된 2세대 항암제인 표적항암제는 암세포에 나타나는 특정 단백질 및 유전자 변화를 표적으로 두고 암의 성장과 발생에 관여하는 신호를 차단하는 방식이다. 표적항암제가 개발된 이후 다수의 암이 치료 가능해졌으나, 여전히 내성 기전 및 부작용 등의 한계가 있었다.

2010년 이후 개발된 면역항암제는 인간의 면역시스템을 활용한 항암제다. 이 항암제는 면역기작에 초점을 맞춰 면역력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특정 표적을 두는 것이 아닌 다양한 암종으로 확장할 수 있다. 또한, 기존 치료제와 병용투여가 가능해 효과가 뛰어나다.

면역항암제는 면역관문억제제, 항체치료제, 면역세포치료제 등으로 나뉜다. 면역관문억제제로는 MSD의 키트루다가 대표적이고, 항체치료제는 로슈 그룹사인 제넨텍의 허셉틴, 면역세포치료제는 CAR-T로 널리 알려진 노바티스의 킴리아 등이 있다.

이 중 면역관문억제제(Immune Checkpoint Blockade)는 현재 다양한 암종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암세포는 우리 몸의 면역을 역이용해 면역시스템의 공격을 피하지만, 면역관문억제제는 암세포에 속았던 우리 몸의 면역시스템을 다시 작동시켜 면역항암 반응을 강화한다.

다만 면역관문억제제는 세포 독성이 없어 기존 항암제보다 효과 및 부작용 면에서 우월하지만, 반응률이 30% 정도라는 것이 한계다. 면역관문억제제의 반응률을 높이기 위해 효과적인 병용약물의 개발이 절실하다.

이러한 가운데, 중국기업의 면역관문억제제가 최초로 미국 FDA로부터 허가를 받아 화제가 되고 있다.
 

(사진=FDA 홈페이지)
(사진=FDA 홈페이지)

◇준시 바이오의 FDA 허가 획득으로 다른 중국기업도 미국 진출에 추진력 얻을 것

한국바이오협회는 10월 27일, 중국 준시 바이오사이언스(Junshi Biosciences)와 미국 코헤러스 바이오사이언스(Coherus Biosciences)가 공동 개발한 PD-1 항체치료제인 록토르지(Loqtorzi)가 비인두암에 대해 최초이자 유일한 치료제로 FDA에서 승인받았다고 밝혔다.

그동안 많은 중국 기업이 미국 진출을 추진해왔지만, 미국의 높은 허가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이번 준시 바이오사이언스의 FDA 허가 획득에 따라 다른 중국기업들이 미국 진출에 추진력을 얻을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간 중국은 면역세포치료제 강국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왔다. 중국은 ‘패스트팔로우’ 전략으로 바이오·의약 분야에서 글로벌 격차를 줄여나가겠다는 계획으로 10년 뒤 병용요법과 적응증 확장, 이후 10년은 새로운 작용기전과 모달리티(Modality) 확장 계획을 구상하고 있다.

이미 중국 내에서는 10여 개의 PD-1, PD-L1 면역억제제가 허가되는 등 중국기업들이 활발하게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에 미국 FDA의 허가를 받은 록토르지(성분명 토리팔리맙)는 2018년 12월 17일 중국 NMPA의 허가를 받은 중국 최초의 면역관문억제제이다. 이 약물은 전이성 또는 국소 진행성 비인두암(Nasopharyngeal Carcinoma, NPC) 환자의 1차 치료를 위해 시스플라틴 및 제시타빈과 병용해 미국에서 승인됐다.

준시 바이오사이언스는 이 약물의 최초 개발사이며, 2021년 미국 코헤러스 바이오사이언스에 선급금 1억 5,000만 달러를 포함해 총 11억 달러 규모로 기술이전 계약이 체결되어 코헤러스가 미국 및 캐나다에 대한 판권을 확보했다.

또한, 2018년 12월 27일 중국 이노벤트(Innovent Biologics)가 개발한 PD-1 항체치료제 Sintilimab이 두 번째로 중국에서 허가받았다. 이노벤트는 일라이릴리와 10억 달러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고, 지난해 미국 FDA에 허가를 신청했지만 FDA로부터 보완요구 서한(CRL)이 발급됐다. 그 이유는 임상 3상 시험이 중국에서만의 데이터를 포함하고 있고 평가변수 및 대조 약물 선택 등에 있어서도 부정적인 의견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양사는 계속 자료를 보완하면서 FDA 허가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중국 베이진(BeiGene)도 중국에서 PD-1 항체치료제 Tislelizumab를 허가받았으며, 노바티스와 22억 달러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바 있으나 최근 노바티스가 미국 내 규제 허들로 인해 권리를 반환했다. 베이진은 계속 미국 내 허가를 추진 중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중국 내 시판만이 아닌 미국 진출을 위해서는 임상시험에서 미국인을 포함한 다양한 인종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이노벤트가 제출한 임상 3상 결과의 경우, 중국 데이터에만 기반해 제출되어 사전에 FDA 회의에서 평가변수, 대조군 선택, 시험설계 등의 규제 자문을 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제까지 많은 중국 기업들이 미국의 높은 허가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 번번이 고배를 마셨지만, 준시 바이오사이언스가 물꼬를 트면서 중국 기업의 미국 진출 도전은 더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준시 바이오사이언스의 Loqtorzi는 내년 1분기에 미국 시장에 출시될 예정이며, 비인두암 치료에 있어 화학요법의 보완 수단으로 사용될 때 새로운 치료 표준으로 빠르게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오타임즈=김수진 기자] sjkimcap@bi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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