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E 4’ 유전자 기전 확인, 알츠하이머 치료 새 지평 열까
‘ApoE 4’ 유전자 기전 확인, 알츠하이머 치료 새 지평 열까
  • 양원모 기자
  • 승인 2020.10.14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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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내 지질 흡수, 운반에 중요한 역할하는 아포지단백 E4(ApoE 4) 
MIT 연구진, ApoE 4의 세포 이물 흡수 저하 효과 처음 확인 
알츠하이머병 치료 스펙트럼 넓힐 것으로 기대...ApoE 4, 코로나19와 연관성도

[바이오타임즈] 미국 연구진이 아포지단백 E4(ApoE 4) 유전자의 구체적인 메커니즘을 밝히는 데 성공하며 알츠하이머 치료에 새 지평이 열릴지 관심이 쏠린다. 아포지단백은 콜레스테롤 등 체내 지질 흡수와 운반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결합 단백질로, ApoE 4는 아포지단백의 돌연변이다. ApoE 4는 치매 발병 시기를 앞당기고, 발병률을 최대 12배까지 높이는 등 알츠하이머병의 대표적인 원인 유전자로 알려진다. 

성상 세포 (출처: Wikimedia)
성상 세포 (출처: Wikimedia)

성상 세포의 ‘곡기’ 끊는 ApoE 4

지난 6일(현지 시각)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은 온라인 저널 ‘셀 리포츠(Cell Reports)’ 최신 호에 ApoE 4가 성상 세포(Astrocytes)에 문제를 일으켜 알츠하이머병 발병률을 높인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별 모양을 닮아 ‘별 세포’, ‘성상 교세포’로도 불리는 성상 세포는 뇌에서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는 비신경세포다. 성상 세포는 알츠하이머병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연구진에 따르면 ApoE 4는 성상 세포의 이물 흡수(Endocytosis) 과정을 방해해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이 된다. 이물 흡수는 세포가 세포막을 통해 단백질 등 세포 밖에 있는 영양분을 안으로 삼키는 현상이다. 사람으로 치면 ‘식사’와 비슷하다. 성상 세포가 이물 흡수를 제대로 못 하면 뉴런 간 신호 전달, 혈뇌 장벽(뇌 조직과 혈액 사이에 있는 장벽) 유지 활동 등에 문제가 생긴다.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병의 또 다른 원인 유전자 PICALM에 대한 흥미로운 사실도 발견했다. PICALM에 성상 세포의 이물 흡수 능력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효과가 있던 것이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리 후에이 차이 MIT 교수는 이에 대해 “ApoE 4와 PICALM 두 유전자가 함께 이물 흡수에 관여한다는 사실은 이물 흡수 결함이 알츠하이머의 발병 원인에서 큰 몫을 차지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APOE 4를 가진 성상 세포도 PICALM 유전자 발현도가 높으면 이물 흡수 기능을 회복한다. 아래 열의 성상 세포(청색)는 위 열보다 트랜스페린 단백질(흰색)을 더 많이 흡수했다. (출처: MIT)
APOE 4를 가진 성상 세포도 PICALM 유전자 발현도가 높으면 이물 흡수 기능을 회복한다. 아래 열의 성상 세포(청색)는 위 열보다 트랜스페린 단백질(흰색)을 더 많이 흡수했다. (출처: MIT)

이물 흡수 결함 바로잡는 PICALM

ApoE 4는 10여년 전부터 이물 흡수 결함과의 연관성이 제기돼왔다. 하지만 구체적인 메커니즘은 확인되지 않았다. MIT 연구진은 인간 줄기세포에서 배양한 성상 세포와 이스트(효모)를 통해 ApoE4와 PICALM이 세포의 이물 흡수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최초로 규명했다. ApoE 4를 지닌 성상 세포는 초기 이물 흡수 과정에서 주요 단백질이 줄어드는 이상 징후를 나타냈다. 이 징후는 ApoE 4를 제거하자 모두 사라졌다. 

연구진은 효모로 ApoE 4, ApoE 3 유전자를 조작해 ApoE 4의 단백질 감소 이상 징후를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어 Yap1802p라는 단백질이 이물 흡수 결함을 바로잡는다는 것도 확인했다. Yap1802p는 인간의 특정 유전자와 생성 코드를 공유했는데, 이 유전자는 바로 PICALM이었다. 반면, PICALM은 ApoE 3을 지닌 성상 세포에서 높게 발현될 경우 이물 흡수 능력을 떨어뜨리는 효과를 나타냈다. 

MIT 화이트헤드 연구소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근무하면서 해당 연구에 참여한 프라얀카 나라얀 미국 국립보건원(NIH) 연구원은 “알츠하이머병 환자 대다수가 ApoE 4 보유자라는 점을 고려하면 ApoE 4와 PICALM 유전자의 기능적 상호 작용을 토대로 발병 위험 수준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과학자와 의사가 환자의 위험성을 더 잘 이해하는 데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Pixabay
출처: Pixabay

MIT 연구, ‘독성 단백질 차단’ 치료 스펙트럼 확장 기대

알츠하이머병은 뇌에 아밀로이드 플라크(신경반)와 타우 탱글(타우 단백질이 응집한 것)이 쌓여서 발생한다는 설이 유력하다. 하지만 이전까지는 ApoE 4와 상관 관계에 대해 알려진 게 없었다. MIT의 연구는 ApoE 4가 세포의 이물 흡수를 저해해 아밀로이드 플라크 등 독성 단백질을 더 많이 생성하게 하는 가능성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독성 단백질 완화, 제거’에 이어 ‘독성 단백질 차단’까지 치료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게 된 것이다. 

한편 ApoE 4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도 연관이 있다. 영국 엑시터대 의대와 미국 코네티컷대 연구진은 지난 5월 지난 5월 국제 학술지 ‘노인병학: 의료과학’에 ApoE 4 유전자 보유자가 미보유자보다 코로나19에 2배 더 쉽게 걸린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영국의 게놈 및 보건 데이터베이스 UK바이오뱅크에서 50만명의 게놈 데이터 및 의료 정보를 분석한 결과다. 

특히 치매 환자는 중증 코로나19 환자 비율이 최대 3배 더 높다. 연구에 참여한 데이비드 멜저 엑시터대 교수는 “돌봄 시설 등에서 생활해 바이러스에 더 많이 노출되는 데다 나이가 많고 신체적으로도 쇠퇴한 점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유전자형 차이도 부분적으로 코로나19와 치매 위험을 높이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바이오타임즈=양원모 기자] news@bi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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