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은행 설립은 꾸준한데 ‘뇌 기증’은 연간 30건도 안 돼
뇌 은행 설립은 꾸준한데 ‘뇌 기증’은 연간 30건도 안 돼
  • 양원모 기자
  • 승인 2020.10.23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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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기증률, 문화적·심리적 거부감과 홍보 부족이 원인...해외는 컨소시엄으로 대응 
기증된 뇌는 냉동 보관, 포르말린 고정 처리...뇌질환 및 뇌과학 연구 도움 기대

[바이오타임즈] 치매, 파킨슨병 환자 등의 뇌를 기증받아 뇌질환 연구에 활용하는 뇌 은행이 꾸준히 설립되고 있다. 지난 8일에는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뇌 은행이 공식 출범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뇌 기증은 연간 30건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낮은 기증률의 원인으로는 문화적, 심리적 거부감과 홍보 부족 등이 꼽힌다. 해외는 국가, 기관 간 컨소시엄 구축으로 기증 부족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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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인식 약한 뇌...해외는 컨소시엄으로 대응

23일 한국뇌연구원 등에 따르면 국내 뇌 은행(삼성서울병원 뇌 은행, 서울대병원 뇌 은행, 부산대병원 뇌 은행) 3곳이 2016년부터 2019년 7월까지 4년간 기증받은 뇌는 총 81건이다. 같은 기간 671명이 사후 뇌 기증 의사를 밝혔다. 연간 20여건, 170여명꼴로 뇌 기증과 기증 서약이 이뤄지고 있던 셈이다. 작은 숫자는 아니지만, 선진국과 비교하면 아쉬운 수준이다. 

기증 부진 이유로는 먼저 문화적, 심리적 요인이 꼽힌다. 동양 문화권에서 뇌는 고인(故人)의 영혼, 정신이 깃든 곳으로 여겨진다. 신장, 간, 각막 등과 달리 ‘장기’라는 인식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뇌 기증 개념도 익숙하지 않다. 일반인은 물론 연구자에게도 마찬가지다. 2018년 뇌연구정책센터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가운데 약 8명(79.2%)은 “뇌 기증을 모르거나, 들어만 봤다”고 답했다.

선진국도 상황은 비슷하다. 차이점이라면 기관, 국가끼리 힘을 합쳐 대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럽은 2001년 ‘브레인 넷 유럽’이라는 국제 뇌 은행 연합체를 구성해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국들과 관련 정보를 교환하고 있으며, 영국은 현지 뇌 은행 10곳을 네트워크화해 약 1만개의 뇌를 중앙에서 관리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한국뇌은행 네트워크(KBBN)가 비슷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뇌연구원 연구자가 포르말린에 고정된 대뇌반구에 대한 실험을 하고 있다 (출처: 한국뇌연구원)
뇌연구원 연구자가 포르말린에 고정된 대뇌반구에 대한 실험을 하고 있다 (출처: 한국뇌연구원)

뇌 기증, 어떻게 이뤄지나?

뇌 기증은 일반 장기 기증 과정과 비슷하다. 기증자가 사망하면 전문 인력이 파견돼 고인의 기증 의사를 확인하고, 유족 동의를 얻어 전뇌(전체 뇌) 적출에 들어간다. 추출한 뇌는 무게와 사후경과시간(PMI)을 기록한 뒤 육안 검사를 거쳐 사진으로 남긴다. 이어 일련번호를 부여하고 조직별로 분류된다. 기증자의 병력과 뇌 상태 등은 병리학적 분석을 거쳐 자료로 만든다. 

모든 필요 과정을 마친 뇌는 초저온 냉동고에 보관돼 연구에 활용될 날을 기다리게 된다. 미국 하버드대 뇌 조직 자원센터는 영하 79도의 냉동고 24곳에 3,000여개의 뇌를 보관하고 있다. 다만 모든 뇌가 냉동 보존되는 건 아니다. 일부는 포르말린으로 고정하거나, 파라핀을 입혀 절편화(얇게 써는 것)한다. 한 사람의 뇌에서 추출할 수 있는 뇌 절편 개수는 최대 100만점 정도다. 

연구진이 이들 뇌를 연구에 활용하려면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나 분양심의위원회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 연구진이 위원회에 심사를 요청하면 위원회는 연구 목적, 내용, 과학적·윤리적 타당성 등을 검토한 뒤 분양 여부를 결정한다. 

사후 뇌 기증 절차 (출처: 한국뇌은행 네트워크)
사후 뇌 기증 절차 (출처: 한국뇌은행 네트워크)

뇌 은행, 전문적인 ‘뇌 자원 관리’로 연구 도움 기대 

그동안 뇌질환 연구에는 뇌 자원 부족, 윤리적 문제 등을 이유로 인간 대신 동물의 뇌가 활용돼 왔다. 문제는 인간과 동물의 뇌가 생김새는 물론 구조, 기능 등 다른 점이 많다는 것이다. 퇴행성 뇌질환 치료법 개발이 더딘 까닭이다. 뇌 은행은 전문적인 뇌 자원 관리를 통해 뇌질환과 뇌 과학 연구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뇌 은행 운영이 가장 활발한 곳은 북미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019년 총 83개소의 뇌 은행이 북미권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영국, 네덜란드 등 유럽에서도 37개소가 운영 중이다. 일본과 중국도 뇌 은행을 운영하며 연구자들에게 뇌 조직을 공유하고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세계 최대 뇌 은행은 뇌 기증률이 90%에 달하는 브라질에 있다. 우리나라는 2014년 한국뇌연구원이 국내 최초의 뇌은행(한국뇌은행)을 개설했다. 

일각에선 뇌은행 활성화를 위해 현행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뇌 기증부터 분양까지 뇌 은행 업무 대부분의 과정은 시체해부 및 보존에 관한 법률(시체해부법) 등을 따른다. 그러나 시체해부법에 관련 내용이 없거나, 있어도 모호한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있었다. 앞서 20대 국회에서는 기증받은 뇌를 연구용으로 허용하고 뇌 은행에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뇌연구 촉진법 개정안이 발의됐었으나, 법안소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바이오타임즈=양원모 기자] news@bi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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