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관성 담보’ Vs. ‘데이터 부족’
아직은 보조수단...인적성검사 대체제
[바이오타임즈] 최근 인공지능(AI) 면접이 확산되면서 이에 대한 신뢰성 논쟁도 고조되고 있다.
데이터를 더욱 확충해 객관성을 보장하는 한편 데이터 오염을 막아 AI의 판단을 믿을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견해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그래서인지 아직까지 AI 면접은 보조 수단일 뿐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10일 AI 역량검사를 개발한 마이다스아이티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국내 약 185개 기업이 AI 면접을 시행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AI 면접은 얼굴 68곳에 점을 찍어 표정을 분석하는 것을 기본으로 ▲날씨 맞추기 ▲색깔-단어 일치 판단 등과 같은 게임 10여개를 실행시켜 지원자의 성향을 파악하는 검사다. 이를 통해 제출된 결과지에는 ▲지원자 성향 ▲특성 ▲직무적합성 등에 관련된 등급·점수·등수가 매겨진다.
이 AI 역량검사를 서비스하는 마이다스아이티는 “2030 모집단 5만명과 뇌신경연구 논문 450편, 심리학 전문가·기업 인사담당자 등 전문가 200명의 사람 성향 판단 기준, 국내 기업에 재직 중인 최고·최저 성과자 6000명의 데이터를 학습시킨 프로그램으로 신빙성 있는 결과를 제공한다”고 주장했다.
■ 올 하반기 대기업 등 AI 면접 확산
올해 하반기 KT&G, LG유플러스, 현대엔지니어링, KB국민은행, 한미약품 등 다양한 업종, 주요기업에서 AI 면접을 실행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의 ‘2019년 주요 대기업 대졸 신규채용 계획’ 보고서에 따르면 종업원 수 300인 이상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 중 22.1%가 ‘신규채용 과정에서 AI를 활용할 계획이 있거나 이미 활용한다’고 밝힐 만큼 AI 면접이 폭넓게 이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은행권과 KT 등 부정 채용 사례를 없애기 위해 널리 시행되고 있는 AI 면접은 블라인드 채용으로 서류전형의 변별력이 낮아지는 상황 속에서 기업 인사담당자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회사 임원 등으로 구성된 면접관의 편견과 선입견을 배제하는 공정성이 담보될 뿐 아니라 온라인으로 진행돼 채용 과정에서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 AI 면접, 믿을만한가?
그러나 AI 면접의 대상이 되는 ‘취준생’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대기업 공채 과정에서 AI 면접을 경험한 A씨는 “인간이 기계(AI)의 판단 아래 취업이 결정된다는 사실이 조금은 당황스러웠다”면서 “물론 많은 자료와 ‘딥 러닝(deep learning)’으로 보완한다고는 하지만 전적으로 믿기는 힘들다”고 했다.
다른 취준생인 B씨 역시 “아직 데이터가 한정돼 있는 상황에서 AI 면접이 당락을 좌우한다는 점에서 의문이 든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 절감 측면에서 좋겠지만 우리(취준생)는 일종의 데이터를 생성하는 데 도움을 주는 ‘마루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반면 취준생인 여성 C씨 의견은 다르다. 그는 “외모나 체형 등에 관계없이 객관적인 사항만 고려한다는 점은 바람직하다”라며 “외모나 체형에 자신이 없는 사람도 차별받지 않는 만큼 더 확산돼야 한다”고 AI 면점을 옹호했다.
D씨도 “사실 대기업 같이 취준생들이 선호하는 기업에 들어가려면, 먼저 서류전형에서 떨어지는 게 다반사”라며 “편견이나 선입견 없이 AI 면접을 통과한다는 점에서 ‘스펙’이 부족한 사람들도 기회를 가질 수 있는 대안”이라고 했다.
■ AI 면접, 아직은 ‘보조수단’
아직 AI 면접은 보조수단이다. 기존 대면 면접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대부분 기업들은 AI 면접 결과로 합격 여부를 결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지원자의 기본 성향, 직무적성 등을 판단하는 데 참고자료일 뿐이다.
마이다스아이티 정동진 웹솔루션그룹 그룹장은 “스펙·서류가 열악한 지원자 중에서도 좋은 역량을 갖춘 사람이 분명히 있다”며 “AI 면접은 '공정한 기회 부여'를 위한 것”이라고 했다.
기존 대면 면접이 합격과 불합격을 좌우했다면, AI 면접은 인성이나 적성을 가려내는 기능을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니뮤직,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 등은 올해 AI 면접을 도입해 대면 면접 대신 인적성 검사를 대체한 바 있다.
정조원 한국경제연구원 고용창출팀장은 "아직은 AI에 100% 의존할 수 없기 때문에 대면 면접을 병행하는 과도기에 있다"며 "AI가 보다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을 정도로 데이터가 쌓이면 AI 면접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바이오타임즈=정민구 기자] donkey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