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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 공공의 알 권리와 프라이버시 보호의 딜레마 부상
코로나19 사태, 공공의 알 권리와 프라이버시 보호의 딜레마 부상
  • 나지영 기자
  • 승인 2020.05.15 1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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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신속한 검사와 격리 위해 위치정보와 신용카드 사용내역 등 활용
동선 추적, 방역 과정에 있어 가장 중요
공공의 알 권리와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의 딜레마 부상

[바이오타임즈] 인류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큰 혼란에 빠져있다. 코로나19는 치료제나 백신이 없어 아직까지는 비약물적 중재조치(Non-pharmaceutical Intervention, NPI)로 바이러스 확산에 대응하는 방법이 최선이다. 한국을 비롯한 코로나19가 대규모로 발생한 나라들은 확진자 격리 조치와 동선 추적 등으로 초기 방역에 힘쓰고 있다.

 

코로나19의 대응책으로 완화와 억제 전략 선택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어도 증상이 나타나기 전까지 잠복 기간이 있다. 이러한 변수로 인해 한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가 완화와 억제 전략(strategies for mitigation and suppression)을 택했다. 학교 휴교, 재택근무, 집단 행사 취소, 자가 격리, 사회적 거리 두기(social distancing) 등 다양한 방역 조치를 취했다. 바이러스 확산을 막고, 사망률을 줄이기 위해 바이러스 발생 곡선을 평평하게 만드는(flattening the curve) 전략을 수행한 것이다.

한국은 감염자에 대한 신속한 검사와 격리에 중점을 두었다. 이를 위해 확진자의 위치추적 정보, 신용카드 사용내역, CCTV 등을 활용했다. 역학 조사는 확진자와의 면담으로 격리에 필요한 기본 정보를 얻는 것이지만, 내용이 보강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출처의 디지털 정보가 필수다. 역학 조사관들은 디지털 정보를 통해 접촉자의 진술에서 의미가 있는 역학적 근거를 확보하고, 밀접 접촉한 사람들을 파악하고, 격리대상자를 모니터링할 수 있다. 또한, 확진자의 기억 오류나 거짓 진술 등 진술 정보가 사실과 다르더라도 객관적인 데이터를 활용하면 정확한 동선을 파악하는 데 보다 수월하다.

동선 파악은 개인의 정보인 동시에 역학 조사를 위한 정보다. 때에 따라 이러한 정보는 다른 접촉자나 대중에게 공개된다. 물론 실명이 공개되지는 않지만 어렵지 않게 개인 신원이 밝혀질 수 있어 프라이버시 침해가 우려된다. 한국을 비롯한 코로나19가 대규모로 발생한 나라들은 개인 정보를 보호하면서도 광범위한 추적이 가능한 솔루션을 고심하고 있다. 최근에는 블루투스 기술을 적용한 애플리케이션도 활용되고 있다.

 

백신 없는 현시점에서 확산 억제는 비약물적 중재조치로 추진

코로나19는 아직 치료제와 백신이 존재하지 않는다. 임상 시험이나 시판을 위해서는 최소 몇 개월에서 길게는 몇 년이 걸린다. 현시점에서 확산을 억제하기 위한 수단은 비약물적 중재조치가 유일하다. 비약물적 중재조치는 감염 의심자 검역 및 확진자 격리, 주기적인 소독과 마스크 같은 개인보호장구(Personal Protective Equipments) 착용 필수화 등 엄격한 조치로 바이러스 확산을 막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수단이다.

검역과 격리는 바이러스 유행 시 흔히 취하는 비약물적 중재조치다. 영국의사협회지(British Medical Journal, BMJ)에 게재된 연구 결과에 의하면 감염자와 감염 의심자에 대한 검역은 아무런 조치가 없는 경우보다 44~81%의 감염을 피할 수 있다고 한다. 사망률도 31~63% 정도 낮출 수 있다.

한편, 바이러스에 노출된 접촉자는 먼저 질병관리본부에 보고되고 이후 거주지역의 해당 보건소의 관리하에 자가 격리를 시작하게 된다. 자가 격리 기간은 진단검사 결과가 나올 때 까지다. 해당 보건소는 격리자의 징후를 파악하기 위해 일일 2회 전화로 발열 등 이상증세가 있는지 모니터링한다.

 

방역당국, 밀접 접촉자 파악 위한 역학조사 진행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밀접 접촉과 감염은 관련이 깊다. 이를 설명하는 데이터는 다양한데 대표적으로 임상적 소견(clinical presentation),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속도를 수치로 나타낸 기초재생산수(basic reproduction number), 2차 감염률(secondary infection rate), 바이러스 잠복 기간(incubation period) 등이 있다. 또한, 증상발현에서 격리까지의 시간, 전염 가능한 지리적 경로, 접촉자를 추적할 수 있는 확률 등이 모두 밀접 접촉자를 분류하는 기준이다. 따라서 동선 추적은 방역 과정에 있어 가장 중요한 조치다.

한편, 역학 조사 프로토콜은 질병 사례를 식별하고 추적하는 조치다. 이 조사 프로토콜은 감염 의심자의 검체 진단검사를 통해 감염 여부를 확인하면서부터 시행된다. 평가 결과에 따라 보건 의료 자원을 동원해 감염사례를 관리하고 확산을 감소시킬 수 있다. 또한, 조사 프로토콜은 잠재적 고위험군에 대한 위험 평가처럼 특정 집단에 좀 더 구체적인 접근 방법과 역학적 매개변수를 정확하게 평가하기 위해 변용될 수 있다.

검체 진단검사 후 양성판정을 받은 사람은 역학 조사관과 일대일 심층 면담을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역학 조사관은 확진자로부터 언제 증상이 발현되었는지, 그 장소는 어디인지 등이 역학 정보를 진술받게 된다. 또한, 질병관리본부는 조사단계에서 확진자의 진술을 보완하기 위해 개인 정보 사용을 통지한다. 발현 시점 기준으로 일정 기간 내의 카드사용 내역, 휴대전화 위치추적 정보, CCTV 정보 등을 관련 기관에 요청한다. 특히 지리적 특성이 부족한 경우에는 실제 위험이 과소 혹은 과대 평가될 수 있기에 객관적인 데이터가 중요하다.

‘접촉’은 감염의 또 다른 이름이다. 코로나19는 SARS-CoV-2 바이러스가 원인으로 특정 거리 내에 이동하는 비말을 통해 전염된다. 밀접한 접촉이 바이러스 확산 속도에 영향을 준다면, 밀접 접촉자의 동선 추적은 감염자와 접촉된 사람을 분리하기 위한 타당한 이유가 될 수 있다.

접촉자의 추적 데이터는 검체 진단검사 횟수에 영향을 준다. 검체 진단검사 횟수가 증가하면 전염이 통제되어 확진율은 낮아진다. 국내의 경우 2020년 4월 15일 기준 누적 검사 534,552건 중 누적 확진율은 2%로 이전보다 감소했다. 무증상 감염자까지 광범위하게 파악했기 때문에 확진율이 일정하게 감소하는 것은 2차 감염 피해를 성공적으로 막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국내의 이러한 데이터는 진단키트 부족 등 여러 문제로 유증상 감염자 또는 중증자에게만 진단검사를 시행하는 다른 나라와 대비되는 점이다.

 

데이터 공개에 따른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 대두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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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본부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반영, ‘확진자의 이동 경로 등 정보공개 안내’ 지침을 각 지자체에 배포했다. 이 지침에 따르면 2020년 3월 14일 이후부터 직장명과 세부 주소는 공개하지 않는다. 반면, 이동 수단과 탑승 일시, 탑승 장소, 접촉자가 발생한 시간대 등의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확진자의 이동 경로를 공개하는 기간은 증상이 나타난 하루 전부터 격리일까지로 제한했다.

하지만 개인 정보 공개 이후 사생활 침해와 영업 손실에 대한 불만은 여전하다. 한편으로는 공개하는 정보의 범위가 역학적 매개변수를 고려했을 때 계속 변경될 수 있어서 프라이버시 보호에 한계가 있다는 것은 여전히 딜레마다.

국내는 2020년 4월 기존 역학 조사 방법보다 밀접 접촉자 분류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역학조사 지원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보건당국이 여러 기관에 각각 요청하거나 확인해야 했던 정보들을 확진자의 동의에 따라 한꺼번에 연계하는 방식이다. 질병관리본부는 확진자의 스마트폰이 15분 단위로 생성했던 데이터와 해당 데이터의 생성 시각을 파악할 수 있다.

현재 중국, 러시아, 인도 등 28개국 이상이 스마트폰의 GPS 또는 블루투스 데이터를 활용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밀접 접촉자를 추적하고 있다. 또한,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기술적, 법적으로도 노력 중이다. 블루투스 데이터를 활용하는 밀접 접촉자의 추적 모니터링 애플리케이션은 ‘프라이버시 보호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이 기술은 자발적으로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야 하며 매일 새로운 암호를 부여해주고, 잠복기(14일)가 지나면 작동하지 않는다. 또한, 자신의 정보는 동의에 의해서만 공개가 가능하다.

코로나19는 인류 역사에 있어 유일한 팬데믹 바이러스가 아니다. 기존의 바이러스도 팬데믹으로 심해질 수 있고, 이후 다른 신종 바이러스가 창궐할 수도 있다.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는 바이러스에 노출될 기회가 더 늘어날 것이며, 바이러스를 추적할 때 개인의 동선도 자동으로 추적되는 게 당연해질지도 모른다.

또한, 많은 나라에서 코로나19의 확산을 잠재우기 위해 위치 정보나 블루투스 데이터를 활용하는 방역 조치를 검토 중이다. 다만 아무리 바이러스 확산을 막으려는 조치일지라도 개인정보를 수집해 활용하는 방식은 프라이버시 침해가 우려된다. 이러한 우려로 최소한의 데이터만 수집, 데이터 저장 기간 제한, 정보 주체의 자기 결정권을 존중 등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해결책이 제시되고 있다. 해외의 개인정보보호 관련 위원회와 전문가들은 정부나 개발자의 개인정보보호 의무사항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우리나라도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한 프로토콜로 글로벌 역학 조사 역량을 갖춰야 할 시점이다.

[바이오타임즈=나지영 기자] jyna19@bi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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