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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신약 개발 두고 ‘바이오 빅뱅’ 예고... 주도권 전쟁 '본격화'
AI 신약 개발 두고 ‘바이오 빅뱅’ 예고... 주도권 전쟁 '본격화'
  • 김가람 기자
  • 승인 2024.01.26 09: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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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빅파마도 AI 신약 개발 투자 및 공동개발 적극 참여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AI 신약 개발 가속화…신약후보 물질 100여 개
AI 신약 개발 플랫폼 바이오텍에도 관심 높아
정부 ‘연합학습 기반 신약 개발 가속화 프로젝트' 사업단 신설… 5년간 348억 원 투자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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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타임즈]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신약이 총 55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30년 사이 역대 두 번째로 많은 건수로, 신약 승인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히 이뤄지면서 한동안 이어진 투자 한파에 위축됐던 신약 개발 플랫폼 시장도 다시금 활기를 되찾는 모습이다. 특히 AI 기술은 신약 개발의 패러다임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올해는 AI를 기반으로 한 ‘바이오 빅뱅’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한 해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빅테크·빅파마도 이미 주도권 전쟁 시작…. “AI를 활용한 생명공학 기술은 이제 가장 유망한 산업 중 하나”

전 세계의 주요 기술기업, 제약기업들이 잇따라 AI 신약 개발에 뛰어들면서 AI의 영향력이 본격적으로 커지는 가운데, 핵심기술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국가 간 의료산업 AI 기술 경쟁과 더불어 AI 기반 혁신 신약 공동개발 또한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글로벌 제약 바이오업계에서 압도적인 단독 AI 기술을 갖춘 곳이 드문 만큼, 제약사와 AI 개발 업체 간 오픈 이노베이션이 활발해지고 있다”면서 “이런 추세에 빅테크 기업이 가세해 신약 개발 AI에 선제적으로 투자하고, 빅파마가 신약 개발 AI 바이오텍과 조 단위의 공동개발 계약을 맺는 등 바이오 빅뱅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AI 신약 개발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는 신약 개발을 위한 생성형 AI 플랫폼 '바이오니모'를 개발했다. 이를 고도화해 암젠 등 다수의 AI 신약 개발 기업과 협업하고 있으며, 지난해 7월에는 AI 신약 개발사 리커전에 5,000만 달러(약 671억 원)를 투자하는 등 AI 기반 신약 개발 시장 선점을 위한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는 이달 초 미국에서 열린 바이오 투자행사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JPMHC)'에서 "AI를 활용한 생명공학 기술은 이제 유망한 산업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신약 개발은 물론 DNA 구조와 수술실 데이터까지 모두 AI와 만나고, 모든 실험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구글의 AI 기반 신약 개발 자회사 아이소모픽 랩스는 비만치료제로 주목받는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에 이어 노바티스와도 AI 신약 개발과 관련한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일라이릴리 17억 4,500만 달러(약 2조 2,904억 원), 노바티스 12억 3,750만 달러(약 1조 6,236억 원) 등 모두 29억 8,250만 달러(약 3조 9,142억 원)에 이른다.

구글은 지난해 5월 게놈 분석 및 단백질 모델 예측에 특화된 클라우드 기반 AI 솔루션 2종을 선보이기도 했다. 당시 슈에타 마니아 구글클라우드 생명과학 전략 및 솔루션 부문 디렉터는 "새로운 AI 솔루션은 신약 개발을 가속하고 치료제가 더 빨리 시장에 나올 수 있게 도와 생명과학 분야를 혁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빅파마 베링거인겔하임과 IBM은 새로운 치료용 항체 후보물질을 발굴하기 위한 플랫폼 개발 협약을 지난해 체결했다. IBM이 보유한 표적 친화성을 가진 바이오의약품과 저분자 화합물을 생성하는 AI 모델에 베링거인겔하임의 데이터를 결합해 신규 항체치료제를 발굴·개발한다는 방침이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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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AI 신약 개발 가속화… 빅파마와 격차 줄일 수 있는 ‘최적의 수단’

AI를 활용한 신약 개발은 신약 1건 당 1만여 개에 이르는 후보물질을 탐색하고 추려내는데 시간·비용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고 성공 확률도 높일 수 있다. 따라서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요구되는 신약 개발의 한계를 극복할 해결책으로 제시되는 동시에 국내 기업에는 빅파마 등 선두기업과의 격차를 단숨에 좁힐 수 있는 최적의 수단으로 꼽힌다.

우리 정부도 신약 개발 경쟁력 강화를 위해 투자를 단행하고 나섰다. 최근 정부는 신약 개발을 위해 '연합학습 기반 신약 개발 가속화 프로젝트' 사업단을 신설하기로 했다. 한국형 AI 신약 개발 플랫폼을 구축하고 응용 사례를 제시해 국내 제약산업의 AI 기반 신약 개발 생태계를 키운다는 구상이다. 사업 기간은 올해부터 2028년까지 5년이며 총사업비는 348억 원이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는 AI를 활용한 신약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AI를 활용한 신약후보 물질이 국내에서만 100건 이상 개발 중이다. 올해는 더욱더 활발한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AI 활용한 신약 개발에 기업 간 협업, 개별 기업의 투자뿐만 아니라 정부 차원의 지원도 이어지고 있어 AI 신약 개발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미약품은 지난 23일 바이오텍 아이젠사이언스와 AI 기반 항암제 연구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아이젠사이언스는 약물의 잠재적 표적, 작용 기전을 도출할 수 있는 전사체 데이터 기반 AI 신약 개발 플랫폼을 통해 14개의 신약 파이프라인을 개발하고 있다. 협약에 따라 아이젠사이언스가 AI 플랫폼을 기반으로 항암 후보 물질을 발굴하면 한미약품은 자체 연구개발(R&D) 역량을 토대로 해당 물질의 도입 여부를 평가하게 된다.

GC셀은 지난해 12월 루닛과 AI를 활용해 신약후보 물질 'AB-201' 연구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에 따라 루닛은 개발 중인 AI 바이오마커' 루닛 스코프 IO'를 공급하고, 양사는 이를 활용해 'AB-201'의 공동연구를 진행한다. AB-201은 유방암·위암 등 고형암에 쓰이는 CAR-NK 세포치료제다. CAR-NK 세포치료제는 암세포에 특별히 반응하는 키메라 항원 수용체(CAR)와 자연 살해(Natural Killer·NK) 세포를 결합한 차세대 면역항암제다.

동아에스티는 이스라엘 바이오 기업 일레븐 테라퓨틱스와 리보핵산(RNA) 기반 유전자 치료제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일레븐이 보유한 플랫폼 기술인 '테라'(TERA)를 활용해 섬유증 질환용 RNA 치료제 발굴을 위한 공동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테라는 RNA 약물 발굴에 활용하는 AI 기반 플랫폼으로, RNA의 화학적 변형을 해독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동아에스티는 합성 신약 분야를 넘어 유전자 치료제 분야로 연구개발 역량을 확장할 방침이다.

SK케미칼은 스탠다임, 심플렉스 등 다수의 바이오텍과 공동으로 신약 개발을 진행 중이고, 삼진제약은 양자역학 기술을 활용한 AI 신약 개발 기업 인세리브로와 맞손을 잡았다. 이 밖에 대웅제약, JW중외제약, 보령 등도 심플렉스, 온코크로스 등과 AI 신약 개발을 위해 협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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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AI 신약 개발 플랫폼 기업에도 관심 높아져

세계적 흐름이 된 AI 신약 개발 추세에 따라 국내 바이오텍에 대한 전 세계적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으로 온코크로스와 파로스아이바이오, 신테카바이오 등이 꼽힌다.

신테카바이오는 AI 기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와 3bm-GPT(3D binding mode-GPT)의 출시를 앞두고 마무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4일 신테카바이오에 따르면 ‘3bm-GPT’는 생성형 AI로 단백질-리간드 사이의 3차원 결합구조 데이터를 입력하면 GPT 모형에 적용해 분석한 뒤 해당 단백질이 속한 클러스터와 유사 결합 정보를 가진 결합구조 데이터를 제시해 준다.

회사는 생성형 AI를 결합 정보에 활용해 결합할 수 있는 물질 혹은 타깃 단백질을 탐색하는 데에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또한 합성신약 후보물질 발굴 플랫폼 ‘딥매처’(DeepMatcher®)를 비롯한 자사의 주요 AI 신약 플랫폼을 모듈형으로 분리해 고객의 니즈에 따라 활용할 수 있게 하는 SaaS 모델 출시를 위해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온코크로스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유전자 발현 데이터(전사체)를 AI로 분석해 질병과 치료제를 연계하는 원천 기술로 인공지능 플랫폼 ‘랩터 AI’, ‘온코렙터 AI’ 등을 구축해 기술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파로스아이바이오는 AI 신약 개발 플랫폼 ‘케미버스’로 약물과 호응하는 타깃 유전체를 분석해 신규 타깃 및 적응증을 제안하는 사업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바이오타임즈=김가람 기자] news@bi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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