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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수돗물 ‘뇌 먹는 아메바’ 검출···텍사스 일부 재난 선포
美 수돗물 ‘뇌 먹는 아메바’ 검출···텍사스 일부 재난 선포
  • 정민아 기자
  • 승인 2020.10.07 0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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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먹는 아메바’ 감염된 소년 치료 중 사망
97%의 치사율, 지구온난화로 발견 지역 늘어나
화분 속 토양에서 아메바 감염되기도

[바이오타임즈] 미국 남부 텍사스주의 한 상수도에서 뇌를 파먹는 아메바로 알려진 ‘네글레리아 파울러리(Naegleria fowleri)’가 검출됐다. 네글레리아 파울러리의 치사율은 약 97%에 달하며, 미국에서는 거의 매년 사망자가 나오는 추세다. 아직 우리나라에서 네글레리아 파울러리의 피해가 보고된 사례는 없지만, 최근 일본, 대만 등 인접한 국가에서 아메바성 뇌척수막염 감염사례가 나타나고 있어 경각심이 요구된다.

 

‘네글레리아 파울러리’ 수돗물에서 검출

지난 9월 26일(현지 시각) CNN 방송은 텍사스주 레이크 잭슨시의 수돗물이 ‘네글레리아 파울러리’라는 아메바에 오염됐다고 보도했다. 이 아메바가 인체에 유입되면 뇌로 이동해 뇌척수막염 등의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네글레리아 파울러리 감염은 매우 드물지만, 치사율이 굉장히 높다. 1962년에서 2018년 사이 미국 내 네글레리아 파울러리에 감염된 사람은 모두 145명으로 이 중 4명만 생존했다.

네글레리아 파울러리(화살표)의 모습 (출처: 질병통제예방센터)
네글레리아 파울러리(화살표)의 모습 (출처: 질병통제예방센터)

앞서 레이크 잭슨시에서 조시아 맥린타이어라는 6살 소년이 네글레리아 파울러리에 감염돼 입원하는 일이 발생한 바 있다. 조시아 맥린타이어는 시청 인근 분수대 또는 자택에서 사용한 수돗물을 통해 아메바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었다. 이 소년의 확진 판정을 계기로 시 당국은 수돗물 검사에 착수했고, CDC는 검사 결과 11개 샘플 중 3개에서 네글레리아 파울러리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밝혔다.

이에 9월 26일 텍사스 환경 품질위원회는 레이크 잭슨시를 포함한 텍사스주 남동부 8개 도시에 물 사용 주의보를 발령하며 화장실 변기 사용을 제외한 어떤 이유로도 수돗물을 사용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 레이크 잭슨시 당국도 즉각 재난 사태를 선포하고 주 정부 차원의 응급 대응을 요청한 상태다.

현재 레이크 잭슨시를 제외한 지역의 수돗물 사용 금지 경고는 해제된 상황이지만, 9월 27일 뉴욕포스트 등 현지 언론이 병원 치료를 받던 조시아 맥린타이어가 결국 사망한 사실을 보도하면서 긴장이 계속되고 있다.

CDC는 단순히 수돗물을 마시는 것으로는 네글레리아 파울러리에 감염되지 않으며 사람 사이에 전염성은 없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수돗물을 이용하면서 비강 등으로 아메바가 들어갈 수 있는 만큼 레이크 잭슨시는 수돗물 테스트에서 안전성을 확인할 때까지 사용 금지 경고를 유지할 예정이다. 시 당국은 “수돗물이 다시 안전해지기까지 얼마나 걸릴지는 불분명하다”라며 지역 주민의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97% 치사율···확실한 치료법 아직 없어

네글레리아 파울러리는 ‘자유 생활 아메바’ 중 하나로 1960년 호주에서 처음 발견됐다. 아메바는 동물이나 사람에게 기생해야 생존할 수 있는 기생 아메바와 특정 매개체나 숙주가 필요 없이 생존이 가능한 자유 생활 아메바 등이 있다. 자유 생활 아메바는 주변 환경으로부터 영양분을 섭취해 증식하며 환경에 잘 적응하는 특징이 있다.

2013년 12세 소녀 칼리 하딕이 네글레리아 파울러리에 감염된 미국 윌로우 스프링 워터파크 (출처: 윌로우 스프링 워터파크 페이스북)
2013년 12세 소녀 칼리 하딕이 네글레리아 파울러리에 감염된 미국 윌로우 스프링 워터파크 (출처: 윌로우 스프링 워터파크 페이스북)

일반적으로 네글레리아 파울러리는 토양이나 온천, 연못, 호수, 하천 등 25°C 이상의 수심이 얕고 잔잔한 민물에서 서식하는데,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수영장이나 공장의 온수에서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 원래 단독으로 생존하지만, 수영하거나 코로 물을 들이마실 때 드물게 인체에 침투하기도 한다. 마시는 물이나 비말 등을 통해서는 감염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네글레리아 파울러리가 인체에 유입되면 후각신경이 드나드는 통로를 따라 뇌척수로 침입하여 뇌 조직 중 회백질과 전두엽을 손상하기 때문에 ‘뇌 먹는 아메바’라고 불리기도 한다. ‘아메바성 뇌척수막염’에 걸리면 두통, 졸음, 메스꺼움 등 초기에는 감기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다 급격히 악화해 목이 강직되며 극심한 고열, 균형 상실, 발작, 정신착란, 환각 증상을 보이게 된다. 잠복기가 짧고 발병 후 대부분 3~7일 안에 사망해서 감염될 경우 심각한 상황을 초래한다.

네글레리아 파울러리는 아직 뚜렷한 치료법이 없어 조기발견과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재 아메바성 뇌척수막염에는 항생제인 암포테리신 B와 리팜핀을 병용해 치료하면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고 밝혀져 있으며, 2016년 미국 플로리다주에 거주하는 시배스천 디리온이라는 10대 소년이 네글레리아 파울러리에 감염된 뒤 밀테포신이라는 신약을 사용하여 생존한 사례가 있다.

아직 국내 감염사례가 보고되지 않았지만 네글레리아 파울러리는 한국은 물론 남극을 제외한 전 세계에 존재한다고 알려져 해외 거주자나 여행자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특히 여름철의 미국 남부에서 감염된 사례가 많기 때문에, 이 지역에서 따뜻한 강이나 호수 등 민물에서 수영하거나 잠수하는 등의 행동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

고온인 환경이 지속할 때 아메바가 대량으로 증식해 한국은 비교적 안전한 편에 속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수온 상승이 가속화되고 있어 네글레리아 파울러리로 인한 피해 지역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에는 대만·파키스탄·베트남·일본 등 아시아권 나라에서도 아메바성 뇌척수막염 감염사례가 나타나고 있어 더욱 주의를 필요로 한다.

 

토양 속 아메바에 감염돼 사망하기도

미국 의료보건당국은 네글레리아 파울러리에 감염 시 “치사율이 높고 잠복기가 짧아 매우 위험할 수 있다”라고 경고하며, 수영할 때 코마개를 사용하고 깨끗한 물로 코와 입안을 헹구는 등 주의를 기울일 것을 강조하고 있다.

수돗물에서 네글레리아 파울러리가 검출되어 긴장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토양에서 서식하는 유사한 성격의 아메바로 사망한 사례도 전해졌다. 지난 9월 24일 미국 매사추세츠 의학협회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에 따르면 미국 조지아주에서 82세 남성이 토양과 관련된 아메바에 감염돼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Panel A)자기공명영상(MRI)에서 비강화 신호 이상. (Panel B)전두엽, 정수리 및 측두엽 병변. (Panel C)부검 결과 나타난 융해 괴사. (Panel D)Trophozoites(화살촉)와 낭종(화살표)의 모습. (출처: NEJM)
(Panel A)자기공명영상(MRI)에서 비강화 신호 이상. (Panel B)전두엽, 정수리 및 측두엽 병변. (Panel C)부검 결과 나타난 융해 괴사. (Panel D)Trophozoites(화살촉)와 낭종(화살표)의 모습. (출처: NEJM)

미국 국립 생명공학 정보센터(NCBI)가 이 남성을 부검한 결과 뇌에서 융해 괴사가 발견됐다. 융해 괴사는 감염 후 몇 시간 내에 가수분해효소에 의한 세포와 조직의 융해가 발생해 뇌가 괴사하는 현상이다.

뇌 괴사를 일으킨 것은 가시아메바(Acanthamoeba castellanii)로 네글레리아 파울러리와 유사하게 토양이나 물을 통해 전염된다. 에모리 대학 연구팀은 이 남성이 식물을 화분에 심는 동안 아메바에 감염되었을 것으로 예상했다. 박테리아, 진균 및 바이러스성 뇌막염에 대한 치료가 남성에게 투여되었으나 처음 증상을 보인 지 9일 만에 이 남성은 사망했다.

연구팀의 이샨 메타(Ishan Mehta) 박사는 “많은 사람이 증상을 나타내지 않은 상태에서 실제로 몸에 아메바를 가지고 있다”면서 비강에서도 별다른 위협 없이 발견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면역체계가 매우 약화한 환자에게는 아메바 감염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망한 남성은 아메바 감염 이외에도 림프종과 관련한 병력이 있었다. 메타 박사는 환자가 약 10년 동안 질병에서 차도를 보였으나 기간 내에 치료, 약물 또는 화학 요법을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메타 박사는 가시아메바에 대한 정보는 다른 아메바에 비해 충분하지 않지만 이번 사례에서 “이 유형의 아메바가 네글레리아 파울러리와 유사하게 뇌와 관련된 신경학적 증상 및 기타 문제를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면역이 약해진 상황에서 가시아메바 관련 감염으로 사망한 사례는 11건만 보고되었으며, 화분 속 토양에서 자란 가시아메바에 의한 사망은 매우 희귀하므로 지나친 우려를 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바이오타임즈=정민아 기자] news@bi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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