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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 후예들, 1조 투입해 '양자'(Quantum) 자존심 회복한다
아인슈타인 후예들, 1조 투입해 '양자'(Quantum) 자존심 회복한다
  • 온라인뉴스팀
  • 승인 2019.10.20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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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역학 태동지 유럽, 美·中에 밀린 기술 패권 회수 전략 본격 가동
2028년까지 1조3100억원 투입…통신·컴퓨팅·센싱 등 분야 육성 총력
17일(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퀀텀 플래그십' 행사. 유럽은 '퀀텀 플래그십'을 통해 양자 분야 패권을 다시 가져온다는 방침이다.2019.10.17/뉴스1  © 뉴스1
17일(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퀀텀 플래그십' 행사. 유럽은 '퀀텀 플래그십'을 통해 양자 분야 패권을 다시 가져온다는 방침이다.2019.10.17/뉴스1 © 뉴스1

양자역학을 태동시키며 '1차 양자혁명'을 일으킨 유럽이 약 1조3100억원을 투입해 양자 패권을 되찾기 위한 여정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미국과 중국에 이어 유럽까지 '2차 양자 혁명'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에 나선 가운데 한국 정부도 보다 적극적인 정책을 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유럽 전역에 흩어져 있던 '양자' 전문가들이 핀란드 헬싱키에 모였다. 이들은 유럽연합(EU)이 지난해 10월 '제2의 양자혁명 선도'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우며 출범시킨 '퀀텀 플래그십'(Quantum Flaghip, 양자대표기구) 소속 학계·산업계 전문가들이다.

'퀀텀 플래그십'이 주최한 양자 콘퍼런스에 모인 이들은 유럽이 양자 분야를 다시 선도할 방안과 비전을 공유했다. 유럽은 20세기부터 알버트 아인슈타인과 막스 보른, 닐슨 보어 등 양자 이론의 기초를 만든 수많은 석학을 배출한 곳이다. 이를 '1차 양자혁명'이라 칭하는데 유럽은 이를 통해 트랜지스터와 마이크로프로세서, 의료 이미징 스캐너 등 다양한 산업을 태동시키며 막대한 부를 창출했다.

하지만 100여년이 흐른 지금은 후발주자로 전락했다. 미국과 중국이 '조'단위의 과감한 투자에 나서면서 '2차 양자혁명' 주도권 싸움에서 밀린 것이다.

미국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전세계 양자컴퓨터 시장이 2035년 20억달러, 2050년 2600억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EU가 더는 뜬 눈으로 지켜볼 수만은 없다고 판단한 이유다. 

EU는 먼저 2018년부터 2028년까지 10년간 약 1조3100억원(10억유로)의 예산을 '퀀텀 플래그십'에 투입한다. 이 예산은 △통신 △컴퓨팅 △센싱 △시뮬레이션 등 총 4개의 양자 응용 분야를 육성하는데 쓰일 예정이다.

이런 전폭적인 지원을 기반으로 올해부터 대규모 프로젝트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그 중 첫번째가 '오픈 공개 양자키분배'(OPEN QKD)다. 모든 양자 응용 분야의 근간이 되는 '양자암호통신'부터 가장 먼저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SK텔레콤의 양자암호통신 자회사 ID퀀틱(스위스 본사)이 1위 공급사로 선정됐다.

위르겐 믈뤼넥(Jurgen Mlynek) 퀀텀 플래그십 SAB 의장이 '퀀텀 플래그십' 행사에서 유럽이 양자 패권을 가져오기 위한 방안을 설명하고 있는 모습. 2019.10.17/뉴스1 © 뉴스1
위르겐 믈뤼넥(Jurgen Mlynek) 퀀텀 플래그십 SAB 의장이 '퀀텀 플래그십' 행사에서 유럽이 양자 패권을 가져오기 위한 방안을 설명하고 있는 모습. 2019.10.17/뉴스1 © 뉴스1

유럽의 '자존심'을 건드린 건 미국과 중국이다. 미국 국회는 지난해 9월, 향후 5년 동안 12억달러(약 1조4000억원)를 양자정보통신 기술에 투자하는 '국가양자 이니셔티브 법안'을 통과시키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 서명하면서 양자 패권을 지키기 위한 시스템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에너지부(Department of Energy) △국립 표준기술연구소 △국립과학재단을 주축으로 두고, △국가양자조정사무소 △백악관 소속 양자산업정책 자문위원회를 통해 정책을 체계화하고 있다.

중국의 양자 기술력은 미국을 위협하는 수준이다. 지난 2016년 8월 세계 최초로 양자 위성 '모즈'(墨子, 묵자)를 지상에서 500km 떨어진 우주 궤도에 쏘아 올리는데 성공한데 이어, 1년 후인 2017년에는 베이징에서 상하이에 이르는 2000km 구간에 세계에서 가장 긴 양자암호통신망을 구축했다.

내년에는 안후이성에 양자컴퓨터 연구클러스터를 완공한다. 중국 정부가 여기에 투자한 돈만 100억달러(약 11조8000억원)에 이른다. 리진빈 안후이성 성위서기는 "양자컴퓨터가 제조, 바이오, 금융 등과 융합되면 산업 지형이 완전히 바뀔 것"이라며 '양자'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위르겐 믈뤼넥(Jurgen Mlynek) 퀀텀 플래그십 내 전략위원회 조직 의장은 "유럽은 현재 제 2의 양자 혁명을 선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유럽 대륙 차원의 협력이 필요할 때"라며 "이번 행사에 대규모 커뮤니티가 모여 양자 기술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아이디어를 교환하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양자암호전문가는 "미국과 중국, 유럽 등이 앞다퉈 양자 기술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지만 한국 정부는 아직 제대로 된 정책조차 나오지 않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계획을 세워놓지 않는다면 5년, 10년 후 완전히 도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기사출처_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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