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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마지막 자기결정권?” 녹색정의당 정책위원회, ‘조력존엄사 정책 토론회’ 개최
“생애 마지막 자기결정권?” 녹색정의당 정책위원회, ‘조력존엄사 정책 토론회’ 개최
  • 염현주 기자
  • 승인 2024.03.11 1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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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국회의원회관 제1간담회의실에서 열려∙∙∙한국존엄사협회 등 주최
김재련 변호사, 김정아 교수, 이문희 위원장 등 토론자 나서
“존엄한 삶과 죽음에 대한 실존적 고민 有”
“‘인간의 존엄성’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때”

[바이오타임즈] ‘조력존엄사 정책 토론회’가 8일 국회의원회관 제1간담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녹색정의당 정책위원회와 양경규 의원, 한국존엄사협회가 주최했으며 이윤성 서울대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았다. 

‘조력존엄사’란 조력존엄사 대상자가 본인의 의사로 담당의사의 조력을 통해 스스로 삶을 종결하는 것이다. ‘소극적 안락사’와 같은 의미로 통용된다. 

양경규 의원은 “제도가 확장되지 못한 공간 속에서 존엄한 삶과 죽음이라는 실존적 고민이 시작되고 있다”며 “조력존엄사를 둘러싼 논의를 통해 행복한 삶에 대한 우리 사회의 규정이 한걸음 진전하기 위한 도움닫기가 되길 바란다”고 인사말을 전했다. 

 

‘조력존엄사 정책 토론회’가 8일 국회의원회관 제1간담회의실에서 열렸다
‘조력존엄사 정책 토론회’가 8일 국회의원회관 제1간담회의실에서 열렸다

◇조력존엄사가 필요한 이유? 

토론회에는 헌법소원청구인 이명식 씨와 디그니타스 남유하 회원을 비롯해 법무법인 온세상 김재련 대표변호사, 동아대 의과대학 김정아 교수,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이문희 인권위원장, 용인대 사회복지학과 임정기 교수, 한국존엄사협회 최다혜 회장이 참석했다. 

먼저 이명식 씨와 남유하 회원, 김재련 변호사는 조력존엄사가 필요한 이유를 피력했다. 

이명식 씨는 척수염 진단을 받고 5년째 하반신 마비와 극심한 환상통(幻想痛)에 시달리고 있다. 무엇보다 그는 “척수염에 따른 통증이 현대의학으로 완화시킬 방법이 없다”며 “통증을 참고 살아가는 것조차 매우 힘들다”고 강조했다. 또 이명식 씨는 “현대의학으로 해결할 수 없는 극심한 통증이라면 그 통증을 해소할 마지막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한국에서 생애 마지막 자기결정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점에서 헌법소원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남유하 회원은 조력존엄사와 관련된 그의 경험을 공유했다. 지난 2020년 가을, 남유하 회원의 어머니는 발원암(유방암)이 뼈를 시작으로 위장, 폐, 피부로 전이됐다. 그에 따른 통증 역시 견디기 힘들어했다. 이후 어머니는 이대로 고통만 받다가 중환자실 혹은 요양원에서 생을 마감하고 싶지 않다는 뜻을 전했다. 남유하 회원은 “스위스에 외국인을 위한 조력사망제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디그니타스를 통해 그린라이트(조력 사망 요건을 충족한다는 허가)도 받았다”고 밝히면서도 ▲비행기 탑승 거부의 위험 ▲비행기 안에서의 병세 악화 및 사망 위험 ▲비용 ▲의사소통 ▲법 ▲사랑하는 이와 이른 이별 등을 문제점으로 언급했다. 

남 회원은 “’가장 편안한 장소에서 맞을 수 있는 죽음’과 ‘스위스라는 낯선 나라에 가서 맞아야 하는 죽음’, 둘 중 어느 쪽이 환자의 고통을 줄여줄 수 있는지, 편안한 작별을 할 수 있는지는 명확하다”며 “「의사조력존엄사법」 통과로 한국인이 한국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의 배웅을 받으면서 존엄한 삶을 마감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전했다. 

김재련 변호사는 먼저 「헌법 제10조」를 언급하며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을 추구할 권리는 생명권 못지않게 우리 헌법상 최고의 가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존엄사’의 본질에 대해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존엄사는 헌법에서 개인에게 부여한 절대적인 기본권”이라며 “존엄사에 대한 입법 부재로 신체적∙정신적 질환으로 회복 불가능한 고통을 겪고 있는 환자가 외롭고 위험한 방식의 자살을 시도하거나 죽음 단계에 돌입한 이후 존엄사가 가능한 국가로 힘든 여행을 가야 하는 이런 상황이야말로 ‘인간의 존엄’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다만, 완화 의료나 돌봄 지원 확대, 사회복지 연계망 확충 등을 통해 사회적 약자가 경제적 이유나 사회적 이유로 죽음을 선택하지 않도록 국가가 그 보호 의무를 다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력존엄사 정책 토론회’가 8일 국회의원회관 제1간담회의실에서 열렸다
‘조력존엄사 정책 토론회’가 8일 국회의원회관 제1간담회의실에서 열렸다

◇“개인의 삶 옹호할 수 있는 제도로 만들어져야” 

이어서 김정아 교수, 이문희 위원장, 임정기 교수, 최다혜 회장은 조력존엄사를 시행할 경우 입법기관과 환자, 그들의 가족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할 부분을 짚었다. 

김정아 교수는 “현재의 불합리한 상황의 주요한 원인과 이를 함께 해결할 수 있는 합리적이면서도 효과적인 대안이 있다”며 의사조력사에 대한 반대 의견을 표했다. 

김 교수는 “의사결정 능력이 있는 사람의 자발적 의사에 따른 의료조력사가 지금으로부터 가까운 미래에 한국에서 법제화된다면 사회에 가장 취약한 이들을 포함해 훨씬 더 많은 시민의 보다 더 기본적인 권리를 침해할 위험이 상당히 크다”며 “많은 이가 의료조력사가 아닌 치료 거부를 통해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데도 의료기관 내에서 그 권리를 실현시킬 수 없는 데다 오히려 불합리한 상황이 지속되거나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고통으로부터 해방될 권리를 가진다는 데에는 적극 동의한다”면서도 “다만, 그 수단이 의료조력사로만 가능한 환자는 극소수일 뿐, 대부분 치료 거부나 통증 완화만으로도 치료가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전했다. 

이문희 위원장은 “의료조력사는 ‘실패 없는 안전한 자살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안락사를 법률적으로 적극 허용하게 된다면 남용의 위험은 늘 존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과거 소아마비에 걸려 지금까지 장애인으로서 살아왔던 삶을 공유하며 “장애인가족은 중증장애인이 참을 수도, 개선할 수도 없는 고통을 겪더라도 돌봄의 어려움으로 극한 상황으로 몰리게 된다”고 생각을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의료조력사가 법률적으로 도입된다면 암암리에 이뤄지던 중증장애인 안락사가 법률적으로 보장받는 환경이 형성되고 결국에는 중증장애인의 생존권에 많은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며 “중장장애인의 생명이 극대화된 생산성의 논리에 의해 좌우된다는 점도 해결해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임정기 교수는 “삶의 마지막 단계에서 어떻게 죽어가는지 결정하는 것은 복지 측면에서 상당히 중요하다”며 “’존엄사’를 명명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삶을 사는 동안 자기결정권이 존중되듯이 죽어가는 과정 역시 이와 동일한 선에서 존중되고 지원돼야 할 것”이라며 “개인의 행복추구권을 지키기 위한 다양한 법적∙의료적∙복지적 측면의 다양한 제도가 생겨난 것처럼 죽음 또한 개인의 삶을 최대한 옹호할 수 있는 제도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최다혜 회장은 “환자의 삶의 질에 초점을 맞춰 존엄을 지킬 수 있는 공적 구조가 필요하다”며 “인간의 존엄성을 ‘생명’이라는 물리적으로 살아있는 게 아니라 더 나은 삶을 주체적으로 영위하는 ‘생명’으로 인지하도록 ‘인간의 존엄성’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바이오타임즈=염현주 기자] yhj@bi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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