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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치료 효과 높이는 ‘면역항암 치료 원리’ 찾았다
유방암 치료 효과 높이는 ‘면역항암 치료 원리’ 찾았다
  • 정민아 기자
  • 승인 2022.09.14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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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연세대-가톨릭대 연구팀, “조직 상주 기억 세포독성 T세포가 면역 항암치료 표적”
유방암에서 새로운 임상 치료 전략 제시하게 된 중요한 연구
면역항암제들의 병용 치료가 단독 치료보다 효과적임을 증명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바이오타임즈] 1943년에 개발된 최초의 항암제 ‘나이트로젠 머스터드(호지킨 림프종 치료)’를 시작으로 항암치료 분야는 꾸준히 성장했지만, 암은 현재까지도 정복되지 않은 질병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글로벌 제약사들의 신약 연구개발로 혁신적인 항암제들이 연이어 등장하고 있어 주목된다.

그중에서도 면역항암제 개발과 치료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2010년 이후 개발된 면역항암제는 인간의 면역시스템을 활용한 항암제다. 이 항암제는 면역기작에 초점을 맞춰 면역력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특정 표적을 두는 것이 아닌 다양한 암종으로 확장할 수 있다. 또한, 기존 치료제와 병용투여가 가능해 효과가 뛰어나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면역항암제의 기본원리는 PD-1 억제 수용체의 기능을 차단해 약화돼 있던 세포독성 T세포의 기능을 회복시키는 것이다. PD-1(Programmed cell death protein 1)은 면역세포의 일종인 T세포 표면에 있는 단백질로, 여러 암에서 면역관문 기능이 검증됐다. 암세포는 표면에 있는 PD-L1 단백질을 통해 면역세포에 있는 PD-1과 결합해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인지하지 못하게 작용한다. 면역항암제는 암세포 대신 PD-1과 결합해 암세포가 면역체계에 발각되도록 만든다.

이러한 면역항암제는 유방암 환자에게서 기존의 치료를 대체할 수 있는 표준치료로 자리 잡아 가고 있지만, 투여받은 유방암 환자 중 일부에서만 치료 효과가 나타나 이에 대한 이유가 알려지지 않았다. 따라서 많은 연구자가 유방암에서 면역 항암치료의 기전을 이해하고 치료에 효과를 보이는 환자를 선별하고자 하는 연구를 활발히 수행하고 있다.

그런데, 국내 연구진이 유방암 환자의 면역 항암치료 핵심 원리를 발견했다. KAIST 의과학대학원 신의철 교수 연구팀은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김승일 교수, 가톨릭대 의과대학 박우찬 교수 연구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종양 조직에 존재하는 세포독성 T세포 중에서도 CD39 단백질과 조직 상주 마커 단백질을 동시에 발현하는 조직 상주 기억 T세포(CD39+ tissue-resident memory CD8+ T cell)가 유방암 환자에서 효과적인 항암 면역반응을 매개하는 핵심 면역세포임을 새롭게 밝혔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외과학 교실 이용준 강사, 김지예 임상 조교수가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는 면역학 분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면역학(Science Immunology)' 8월 26일 字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논문명 : CD39+ tissue-resident memory CD8+ T cells with a clonal overlap across compartments mediate anti-tumor immunity in breast cancer)
 

연구모식도(사진=KAIST)
연구모식도(사진=KAIST)

 

◇조직 상주 기억 세포독성 T세포가 면역 항암치료 표적...면역 항암제의 치료 효과 극대화

종양 주변 면역세포 중에서 항암 면역반응과 관련이 없는 방관자 면역세포가 존재함은 이미 잘 알려져 있었다. KAIST 신의철 교수는 방관자 T세포의 역할을 세계 최초로 체계적으로 증명한 바 있다.

이렇게 항암 면역반응과 관련 없는 방관자 면역세포들의 존재는 항암 면역반응을 정확히 이해하고 측정하는 데 있어 어려움으로 작용해왔다. 하지만 연구팀은 CD39 단백질과 조직 상주 마커 단백질의 발현을 측정해 항암 면역반응과 관련이 있는 세포독성 T세포들만 분리해 개별 환자의 항암 면역반응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음을 새롭게 밝혔다. CD39는 종양 미세환경에서 면역 촉진 세포 외부 ATP를 면역 억제 아데노신으로 전환시키는 초기 단계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유방암 환자에서 CD39를 발현하는 조직 상주 기억 세포독성 T세포는 특징적으로 삼중음성유방암(triple-negative breast cancer) 환자에게서 증가해 있었고, CD39를 발현하는 조직 상주 기억 세포독성 T세포가 증가해 있는 유방암 환자들은 수술 이후에도 재발이 적게 나타나는 등 좋은 예후를 보였다.

조직 상주 기억 세포독성 T세포는 인체조직 내에 장기간 존재하며 면역 반응을 나타내는 T세포로서 ‘면역기억’의 기능을 수행한다. 암 조직에는 정상조직에 비해 이러한 조직 상주 기억 세포독성 T세포가 증가해 있음이 알려졌다.

이번 연구에서는 이 중에서도 CD39 단백질을 발현하는 조직 상주 기억 세포독성 T세포가 유방암 환자의 항암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핵심 세포이며, 면역 항암치료의 타깃임을 최초로 밝힌 것이다. 

실제 연구에서 CD39를 발현하는 조직 상주 기억 세포독성 T세포들이 PD-1을 차단하는 면역항암제 처리에 반응해 그 기능이 효과적으로 회복됐다. 그리고 CTLA-4라는 다른 억제 수용체까지 함께 차단하자 세포독성 T세포의 기능 회복은 더욱 크게 나타났다. 따라서 이러한 면역항암제의 병용요법을 CD39 발현 조직 상주 기억 세포독성 T세포가 증가해 있는 환자들에게 선별적으로 사용한다면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아울러 이번 연구에서는 유방암 환자의 암 조직에서 분리한 면역세포를 이용한 분석을 통해, 면역항암제들의 병용 치료가 단독 치료보다 효과적임을 증명했다.

신의철 교수는 "이번 연구는 항암 면역반응의 메커니즘과 측정에 대해 상세히 연구함으로써 유방암에서 새로운 임상 치료 전략을 제시하게 된 중요한 연구ˮ라며 “향후 암 환자의 생존율을 보다 높일 수 있도록 항암 면역반응 연구 및 면역 항암치료의 적응증에 관한 연구를 계속하겠다ˮ라고 말했다.

[바이오타임즈=정민아 기자] news@bi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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