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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약물 가상 스크리닝으로 새로운 항암제 찾았다
AI 약물 가상 스크리닝으로 새로운 항암제 찾았다
  • 김수진 기자
  • 승인 2022.08.12 11: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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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치료제 ‘로미타피드’를 ‘엠토르’ 억제성 항암제로 활용 가능
3차 구조 모델링 통한 유효 결합 판별 기술 적용, 가상 스크리닝의 정확도와 예측도 높여
‘엠토르’ 단백질 억제 및 자가포식 기반 신규 항암 치료제 개발과 임상에 적극 활용 기대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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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타임즈]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신약후보물질 개발이 활발하다. AI 기술은 신약 개발의 고질적 문제점인 막대한 비용과 오랜 개발 기간을 해결할 수 있는 최적의 솔루션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신규 항암제 후보물질 발굴에 있어서도 AI를 활용한 연구가 적극적으로 이뤄지는 가운데, KAIST 생명과학과 김세윤 교수 연구팀이 ‘약물 가상 스크리닝 기술을 이용한 신규 항암 치료제 개발’에 성공했다고 12일 밝혔다.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치료제 ‘로미타피드’를 ‘엠토르’ 억제성 항암제로 활용 가능

연구팀은 ‘엠토르’에 주목했다. ‘엠토르(mTOR)’ 단백질은 세포의 성장과 증식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신호전달 효소이다. 많은 종류의 암세포에서 공통으로 엠토르 활성이 높아져 있다는 점이 오랫동안 보고되었으며 암 외에도 2형 당뇨, 염증 및 노화와 같은 질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무엇보다도 암의 발생과 진행에 있어 엠토르 의존적인 신호전달 경로가 핵심적이라는 점을 토대로, 많은 제약사에서 항암 치료제 개발의 목적으로 엠토르 저해제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특히, ‘세포가 자기 살을 먹는’ 자가포식(Autophagy, 오토파지)으로 알려진 생명 현상은 세포 내 엠토르 단백질에 의해 활성 조절이 정교하게 매개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자가포식은 영양분이 과도하게 부족하거나 세포 내외적 스트레스 조건에 처한 경우, 세포가 스스로 내부 구성 물질들을 파괴해 활용함으로써 세포 내 항상성을 유지하는 일종의 방어기전이다.

이러한 자가포식 활성의 조절은 암, 당뇨와 같은 질환의 발생 및 치료에 이용 가능하다고 주목받고 있다. 암세포에 과도하게 활성화돼있는 엠토르 단백질의 활성을 저해하면 자가포식을 과도하게 증가시킬 수 있다. 이를 통해 암세포의 세포 사멸이 유도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자가포식 강화에 기반한 항암제 약물의 개발전략이 제시되고 있다.

연구팀은 단백질의 3차원적 구조를 활용해 화합물과 표적 단백질 사이의 물리적 상호작용을 모델링하는 유효 결합 판별 기술에 기반한 약물 재창출 전략으로 엠토르 억제성 항암제 개발 연구를 수행했다. 약물 재창출은 이미 안전성이 검증된 FDA 승인 약물 또는 임상 진행 중인 약물군을 대상으로 새로운 적응증을 찾는 신약 개발 방식이다.
 

약물 가상 스크리닝 기술을 이용한 로미타피드 항암효능 개발(사진=KAIST)
약물 가상 스크리닝 기술을 이용한 로미타피드 항암효능 개발(사진=KAIST)

◇3차 구조 모델링 통한 유효 결합 판별 기술 적용, 가상 스크리닝의 정확도와 예측도 높여

연구팀은 FDA 승인 약물 또는 임상 시험 중인 약물에 기반한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3,391종의 약물 라이브러리를 활용했다. 라이브러리의 모든 약물을 실험적으로 검증하기에는 연구비용과 시간이 많이 소요되므로, 3차 구조 모델링을 통한 유효 결합 판별 기술을 적용해 엠토르 활성 저해 능력을 보이는 약물만 신속하게 스크리닝했다.

이번 연구를 통해 개발된 가상 스크리닝 기술의 가장 큰 특징은 타깃 단백질과 약물 간의 구조 정보를 이용하여 방대한 종류의 후보 성분들을 빠르고 정확하게 분석하고 결합 여부를 스크리닝할 수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엠토르 단백질의 활성을 담당하는 효소활성 부위의 3차 구조를 타깃으로 약물 결합 분석 모듈을 도입하여 가상 스크리닝의 정확도와 예측도를 높이는 데 성공했다.

KAIST 생명과학과 이보아 박사, 박승주 박사는 현재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Familial Hypercholesterolemia) 치료제로서 임상에서 판매, 활용되고 있는 로미타피드(Lomitapide) 약물의 엠토르 활성 억제 가능성을 예측했다.

로미타피드는 2012년 동형접합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치료제로 승인받았으며, 마이크로솜 중성 지질 수송 단백을 억제하여 혈중 지질 농도를 낮추는 약물이다.

연구팀은 생화학적 및 세포 생물학적 분석을 통해 로미타피드에 의한 엠토르 효소활성의 억제효능을 검증하는 데 성공했다. 대장암, 피부암 등의 암세포에 로미타피드를 처리하면 암세포의 엠토르 활성이 효과적으로 억제되고, 이후 과도한 자가포식이 유도됨으로써 암세포 사멸효과가 발생함을 다각적으로 확인해 로미타피드의 항암 효능을 확립했다.

또한 대장암 환자로부터 유래한 암 오가노이드에 로미타피드를 처리하면, 기존의 화학 항암 치료제 대비 우수한 암세포 사멸 능력을 보였다. 아울러 면역관문억제제와 로미티피드를 병행할 경우, 면역관문억제제의 단독 처리 대비 비약적으로 개선된 시너지 항암효과를 나타냄을 동물모델 연구를 통해 검증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이 발굴한 로미타피드의 항암 효능 성과는 향후 엠토르 억제 및 자가포식 기반 항암제 개발 및 임상적 활용에 적극적으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보아 박사, 박승주 박사, 이슬기 박사는 이러한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인공지능 기반 신약개발 전문기업 ‘에아스텍’을 공동창업했으며, 중소벤처기업부 팁스(TIPS) 창업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되는 등 활발한 연구개발을 수행하고 있다.

연구팀은 “임상에서 안전성이 확보되어 사용 중인 고콜레스테롤 치료제인 로미타피드의 항암 효능 개발은 약물 재창출 기술의 장점을 활용하여 짧은 시간 내에 우수한 신약 개발의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로 인정될 수 있다”며 “로미타피드에 기반한 엠토르 억제 및 자가포식의 활성화 조절 능력을 바탕으로 신규 항암 치료제 개발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바이오타임즈=김수진 기자] sjkimcap@bi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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