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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놈 안정화 메커니즘 규명, 암 치료의 실마리 되나?
게놈 안정화 메커니즘 규명, 암 치료의 실마리 되나?
  • 정민아 기자
  • 승인 2022.01.28 16: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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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대, 게놈 안정화 통해 DNA 돌연변이 억제하는 세포 내 방어 시스템 발견
DNA 복제 시, 53BP1이 히스톤의 합성을 촉진해 게놈 안정화 유지
DNA 절단 시, RAD51에 수모가 발생해 절단된 부위를 신속하게 복구
암 발병, 암 전이, 암 치료 내성 발생 등을 극복하는 치료제 개발의 실마리 기대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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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타임즈] DNA가 외부 유해인자 또는 복제 과정 중에 손상되어 게놈(한 생물의 모든 유전 정보) 불안정성이 유발되면 암 발병, 암 악성화 촉진 및 항암제 내성 등을 유발하게 된다. 이에 손상된 DNA를 정상화하는 과정은 암을 포함한 각종 질병 억제에 필수적이다.

게놈 안정화를 유지시키는 경로에 대한 연구는 매우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2015년에는 손상된 DNA의 복구 단백질을 규명한 3명의 과학자가 노벨화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게놈 안정화 과정 중 DNA의 손상 부위를 정확히 인지하고 복구하도록 지시하는 구체적 과정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그런데, 국내 연구진이 DNA 손상을 복구하여 게놈 안정화를 유지하는 새로운 경로를 규명했다. 한국연구재단은 조선대학교 유호진 교수 연구팀이 게놈 안정화를 통해 DNA 돌연변이를 억제하는 세포 내 방어 시스템을 발견했다고 28일 밝혔다.
 

DNA 복제 과정에서 히스톤을 생성하여 게놈 안정화를 유지하는 메커니즘 (사진=조선대 윤호진 교수)
DNA 복제 과정에서 히스톤을 생성하여 게놈 안정화를 유지하는 메커니즘 (사진=조선대 유호진 교수)

◇조선대 유호진 교수팀, 게놈 안정화로 DNA 돌연변이 억제하는 세포 내 방어 시스템 발견

DNA는 세포분열 때 복제되는데, 이 과정에서 쉽게 손상된다. 또한 세포 내외의 다양한 유해인자들에 의하여 DNA 손상이 흔하게 발생한다. 손상된 DNA가 정상화되지 못하면 게놈 불안정성을 유발하는데, 이는 암 발병에 중요한 원인이다.

실제, 고형 종양의 80% 이상이 심각한 게놈 불안정성을 보이고, 게놈 불안정성이 높을수록 암 진행 과정 세포는 진화하면서 악성 표현형을 획득한다. 따라서 악성 암은 단일종양 내 또는 종양 간의 유전적 다양성이 매우 높아 종양 이질성을 초래하여 암 치료 실패의 주요 원인이 된다.

이를 해결하는 것이 오늘날 암을 치료하기 위한 가장 큰 도전이며, 암 정복의 핵심 관건이다. 따라서 게놈 안정성을 유지하는 조절 메커니즘을 명확히 알아내는 것은 악성 암 치료 방법을 개발하는 데 필수적이다.

DNA 손상반응에 관여하는 대표적인 핵 내 단백질인 53BP1과 DNA 복구 단백질인 RAD51은 게놈 안정성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으나 아직 구체적인 메커니즘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53BP1과 RAD51에 의하여 게놈 안정성을 유지하는 정확한 조절 메커니즘을 밝히기 위해 연구를 시작했다.
 

손상된 DNA를 정상화시키는 메커니즘 (사진=조선대 유호진 교수)
손상된 DNA를 정상화시키는 메커니즘 (사진=조선대 유호진 교수)

53BP1은 DNA를 감싸는 히스톤 합성에 중요한 단백질인 SLBP의 유전자 발현을 증가 시켜 DNA 복제 과정을 정교하게 수행하고, DNA 손상 시 정상적으로 복제가 진행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는 새로운 사실을 밝혔다. 히스톤은 진핵생물의 DNA에 결합해 있는 단백질로 게놈의 구조를 유지한다.

또한, 53BP1은 히스톤 아세틸화에 관여하는 ACLY 활성을 증가시켜 SLBP의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여 복제에 필수적인 히스톤 공급을 한다는 구체적인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아울러 세포 내에 ACLY 또는 SLBP가 결핍되면, 복제 과정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하여 게놈 불안정성이 증가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ACLY는 Acetyl-CoA를 생성하는 효소로, 핵 내에서 아세틸기를 공급하여 후성유전학적으로 유전자 발현을 조절한다.

이와 함께 연구팀은 유해인자에 의하여 DNA가 절단되었을 때 RAD51에 수모(SUMO)가 발생해 절단된 부위를 신속하게 복구시켜 게놈 안정화를 유지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수모는 단백질 기능을 수정하기 위해 세포의 다른 단백질에 결합하는 작은 단백질 군을 말한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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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발병, 암 전이, 암 치료 내성 발생 등을 극복하는 치료제 개발의 실마리 기대

이같이 연구팀은 게놈 안정성 조절 단백질의 작용 메커니즘 규명을 통해 DNA가 돌연변이로 변질하기 전에 정상화하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나아가 게놈 불안정성 제어를 통한 암 발병, 암 전이, 암 치료 내성 발생 등을 극복하는 치료제 개발의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유호진 교수는 “이번 연구는 기존에 정확하게 이해하기 힘들었던 게놈 안정화 메커니즘을 규명함으로써 DNA 돌연변이를 억제하는 세포 내 방어 시스템을 규명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하겠다”라고 말하며 “53BP1과 RAD51에 의한 게놈 안정성 조절에 관여하는 경로와 결합 단백질의 활성을 제어하는 물질개발을 통하여 암 발병 및 암 악성화 억제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라고 기대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밝혀진 게놈 안정성 조절 단백질의 작용 메커니즘을 통해 DNA 돌연변이를 억제하는 새로운 방법들을 이해하는데 기여할 수 있게 되었고 평가한다. 또한, 게놈 불안정성 억제를 통한 암 발병 및 암 악성화 억제 기술을 통해 악성 암 치료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게 됐다고 본다. 

연구팀은 새롭게 발견된 게놈 안정화 경로와 활성 조절 인자를 이용하여 암 발병 및 진행을 억제하는 약물 개발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선도연구센터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국제학술지 ‘뉴클레익 액시드 리서치(Nucleic Acids Research)’에 1월 17일, 21일 두 편의 논문으로 게재됐다.

[바이오타임즈=정민아 기자] news@bi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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